김현우 “광복절, 태극기 휘날리고 싶었다”

입력 2016.08.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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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김현우(28·삼성생명)가 경기 중 팔을 빠진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15일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크로아티아 보소 스타르세비치에 2-0으로 앞서가다 2-4로 역전당했다. 상대에 파테르를 내준 뒤 두 차례 연속 옆굴리기를 당한 것이다. 김현우는 이 과정에서 오른쪽 팔을 잘못 디뎌 팔꿈치가 탈골됐다. 옆굴리기를 당하다가 매트에 손을 닿는 순간 팔꿈치가 어긋난 것이다.

김현우는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허리 태클로 동점을 만든 김현우는 아픈 팔로 상대를 들어 다시 2점을 땄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에 팔을 움츠리면서 끝까지 막아냈다.

한국 레슬링의 김현우가 14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소 스타르세비치(크로아티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한 뒤 매트에 태극기를 놓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8.15)한국 레슬링의 김현우가 14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소 스타르세비치(크로아티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한 뒤 매트에 태극기를 놓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8.15)

경기가 끝난 뒤 김현우는 매트에 대형 태극기를 깔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했다. 그러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4년 동안의 힘든 훈련 과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어 관중석에서 가서 인사를 하며 성원에 답례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나온 김현우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1회전 옆굴리기를 당하면서 팔을 잘못 집어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년 동안 금메달을 바라보고 운동을 했다"며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며 16강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올림픽을 후회 없이 마치려고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기다렸을 가족과 국민에게 보답을 못 해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김현우는 16강전에서 4점으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해 "아쉽다"면서도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보다 땀 더 많이 흘린 자, 금메달을…"

김현우(28·삼성생명)는 한국 레슬링의 간판이다. 1996년과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권호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기대주였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 남들보다 힘이 탁월해 주위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그러던 2001년 중학생이 된 뒤 레슬링을 시작했다. 될성부른 떡잎으로 자라났다. 불과 5년 만인 2006년 아시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선배들을 물리치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레코로만형 66kg급으로 시작, 그해 5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정상에 섰다.

그러나 2010년 처음 출전한 종합 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2회전에서 탈락이라는 쓴맛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끊겼던 레슬링 금맥을 다시 이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는 김현우.지난 2012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는 김현우.

그는 런던올림픽 전 "나보다 땀을 많이 흘린 자,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고 자신이 가장 많은 땀을 흘렸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는 태릉선수촌 레슬링 훈련장의 슬로건이 됐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체급을 66kg급에서 75kg으로 올렸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동급 최강자였던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치 75kg급이 원래 자신의 체급인 양 2014년 7월까지 무패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그리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예선에서 탈락했으나, 지난 3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쿼터 대회에서 우승하며 다시 일어섰다.

팔 탈골 상태에서 투혼의 동메달

김현우가 부상한 오른쪽 팔을 점퍼 속에 넣고 시상식 단상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16.8.15)김현우가 부상한 오른쪽 팔을 점퍼 속에 넣고 시상식 단상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16.8.15)

김현우는 시상식이 끝난 뒤 "4년 동안 그것만 보고 훈련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친 오른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시상식에 나왔다.

그는 "내가 경기를 하는 날이 광복절인지 알고 있었다"면서 "금메달만 바라보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임했고, 그래도 값진 동메달을 땄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은 후회 없는 대회가 되는 게 목표였다"면서 "그래도 후회는 남는다"고 했다. "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팔 상태에 대해서는 "X레이를 찍어봐야 알 것 같다"며 "탈골이 됐다가 들어갔는데, 인대가 손상된 게 아닌가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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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우 “광복절, 태극기 휘날리고 싶었다”
    • 입력 2016-08-15 09:31:36
    리우올림픽
레슬링 김현우(28·삼성생명)가 경기 중 팔을 빠진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15일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크로아티아 보소 스타르세비치에 2-0으로 앞서가다 2-4로 역전당했다. 상대에 파테르를 내준 뒤 두 차례 연속 옆굴리기를 당한 것이다. 김현우는 이 과정에서 오른쪽 팔을 잘못 디뎌 팔꿈치가 탈골됐다. 옆굴리기를 당하다가 매트에 손을 닿는 순간 팔꿈치가 어긋난 것이다.

김현우는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허리 태클로 동점을 만든 김현우는 아픈 팔로 상대를 들어 다시 2점을 땄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에 팔을 움츠리면서 끝까지 막아냈다.

한국 레슬링의 김현우가 14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소 스타르세비치(크로아티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한 뒤 매트에 태극기를 놓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8.15)
경기가 끝난 뒤 김현우는 매트에 대형 태극기를 깔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했다. 그러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4년 동안의 힘든 훈련 과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어 관중석에서 가서 인사를 하며 성원에 답례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나온 김현우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1회전 옆굴리기를 당하면서 팔을 잘못 집어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년 동안 금메달을 바라보고 운동을 했다"며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며 16강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올림픽을 후회 없이 마치려고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기다렸을 가족과 국민에게 보답을 못 해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김현우는 16강전에서 4점으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해 "아쉽다"면서도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보다 땀 더 많이 흘린 자, 금메달을…"

김현우(28·삼성생명)는 한국 레슬링의 간판이다. 1996년과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권호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기대주였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 남들보다 힘이 탁월해 주위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그러던 2001년 중학생이 된 뒤 레슬링을 시작했다. 될성부른 떡잎으로 자라났다. 불과 5년 만인 2006년 아시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선배들을 물리치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레코로만형 66kg급으로 시작, 그해 5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정상에 섰다.

그러나 2010년 처음 출전한 종합 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2회전에서 탈락이라는 쓴맛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끊겼던 레슬링 금맥을 다시 이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는 김현우.
그는 런던올림픽 전 "나보다 땀을 많이 흘린 자,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고 자신이 가장 많은 땀을 흘렸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는 태릉선수촌 레슬링 훈련장의 슬로건이 됐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체급을 66kg급에서 75kg으로 올렸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동급 최강자였던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치 75kg급이 원래 자신의 체급인 양 2014년 7월까지 무패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그리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예선에서 탈락했으나, 지난 3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쿼터 대회에서 우승하며 다시 일어섰다.

팔 탈골 상태에서 투혼의 동메달

김현우가 부상한 오른쪽 팔을 점퍼 속에 넣고 시상식 단상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16.8.15)
김현우는 시상식이 끝난 뒤 "4년 동안 그것만 보고 훈련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친 오른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시상식에 나왔다.

그는 "내가 경기를 하는 날이 광복절인지 알고 있었다"면서 "금메달만 바라보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임했고, 그래도 값진 동메달을 땄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은 후회 없는 대회가 되는 게 목표였다"면서 "그래도 후회는 남는다"고 했다. "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팔 상태에 대해서는 "X레이를 찍어봐야 알 것 같다"며 "탈골이 됐다가 들어갔는데, 인대가 손상된 게 아닌가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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