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를 41걸음에…우사인 볼트의 ‘반전 비밀’

입력 2016.08.15 (14:16) 수정 2016.08.15 (14: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새 역사를 만들 것이다. 직접 와서 봐라"




8일(한국시간) 우사인 볼트가 자신의 SNS에 올린 동영상이다.

그리고 볼트는 15일 리우 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8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사상 첫 올림픽 100m 3연패를 달성, 정말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말하는 볼트의 태도와 거침없는 세리모니. 마치 '육상 천재'에게 주어진 특권처럼 보인다.

볼트, 육상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하지만 볼트의 몸은 육상 천재를 위한 완성형이 아니다. 볼트는 척추측만증을 갖고 태어났다. 척추측만증이란 정면에서 봤을 때 C자, S자 모양으로 휘어지거나 척추 자체가 회전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사인 볼트, 그는 선천적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출처=우사인 볼트 트위터) 우사인 볼트, 그는 선천적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출처=우사인 볼트 트위터)

볼트의 어깨와 골반은 좌우 균형이 맞지 않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훨씬 더 높다. 몸의 균형이 깨지는 척추측만증은 육상 선수에게 치명적 결함이다. 비정상적으로 휘어진 척추 탓에 볼트는 부상 위험을 안고 달린다.

그래도 볼트는 멈추지 않았다. 1년 동안 출전하는 경기 수를 제한하고 맞춤 훈련과 재활 치료에 집중했다. 이를 악물고 척추를 지탱해주는 허리와 복부, 골반부의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을 했다.

그 결과 근육이 척추를 받쳐주게 됐고, 척추측만증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골반 움직임은 오히려 볼트에게 무기가 됐다. 위로 치켜 올라간 왼쪽 골반이 쳐진 오른쪽 골반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위아래로 훨씬 더 많이 흔들린다.

자연스럽게 왼쪽 다리도 위아래로 더 크게 움직이고, 이 낙차가 볼트의 남다른 허벅지 힘과 더해져 바닥을 밀어내는 힘을 극대화시켰다. 볼트는 치명적인 신체적 약점을 오히려 넓은 보폭이라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남자 1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남자 1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볼트는 라이벌인 아사파 파워(자메이카) 와 저스틴 개틀린(미국)은 100m를 각각 44걸음과 45걸음에 달릴 때, 볼트는 단 41걸음에 100m를 주파했다. 오늘(15일) 리우에서 개틀린이 볼트의 등을 보며 결승선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몸을 디자인하다

육상 선수로서 '양날의 칼'인 큰 체격의 단점을 보완한 것도 오늘의 볼트를 만든 비결이다. 볼트의 키는 195cm. 육상 선수로서는 상당히 큰 체격이다. 체격이 크면 그만큼 보폭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도 함께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 단거리 육상 선수 중에 190cm를 넘는 장신 선수들이 드문 이유다.




볼트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힘을 길렀다. 체격이 커 공기저항도 크지만,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힘을 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볼트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공을 들이면서도 비교적 가벼운 역기를 사용해, 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밀도를 높이는데 힘썼다.

그 결과 공기저항을 이겨낼 만큼의 근력을 가지게 됐다. 실제로 유럽물리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hysics)에 따르면 볼트의 힘 가운데 움직임에 들어가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나머지 92%는 바로 공기저항을 이겨내는 데 쓰인다.

'인간 탄환'이 되다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출처=우사인 볼트 트위터)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출처=우사인 볼트 트위터)

그렇게 우사인 볼트는 '인간 탄환'으로 거듭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9초 69로 통과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를 9초 58에 돌파해 기록을 깼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연속 3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볼트의 경이로운 기록. 그 뒤에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더욱 경이로운 노력이 숨어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00m를 41걸음에…우사인 볼트의 ‘반전 비밀’
    • 입력 2016-08-15 14:16:53
    • 수정2016-08-15 14:19:05
    취재K
"나는 새 역사를 만들 것이다. 직접 와서 봐라"




8일(한국시간) 우사인 볼트가 자신의 SNS에 올린 동영상이다.

그리고 볼트는 15일 리우 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8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사상 첫 올림픽 100m 3연패를 달성, 정말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말하는 볼트의 태도와 거침없는 세리모니. 마치 '육상 천재'에게 주어진 특권처럼 보인다.

볼트, 육상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하지만 볼트의 몸은 육상 천재를 위한 완성형이 아니다. 볼트는 척추측만증을 갖고 태어났다. 척추측만증이란 정면에서 봤을 때 C자, S자 모양으로 휘어지거나 척추 자체가 회전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사인 볼트, 그는 선천적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출처=우사인 볼트 트위터)
볼트의 어깨와 골반은 좌우 균형이 맞지 않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훨씬 더 높다. 몸의 균형이 깨지는 척추측만증은 육상 선수에게 치명적 결함이다. 비정상적으로 휘어진 척추 탓에 볼트는 부상 위험을 안고 달린다.

그래도 볼트는 멈추지 않았다. 1년 동안 출전하는 경기 수를 제한하고 맞춤 훈련과 재활 치료에 집중했다. 이를 악물고 척추를 지탱해주는 허리와 복부, 골반부의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을 했다.

그 결과 근육이 척추를 받쳐주게 됐고, 척추측만증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골반 움직임은 오히려 볼트에게 무기가 됐다. 위로 치켜 올라간 왼쪽 골반이 쳐진 오른쪽 골반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위아래로 훨씬 더 많이 흔들린다.

자연스럽게 왼쪽 다리도 위아래로 더 크게 움직이고, 이 낙차가 볼트의 남다른 허벅지 힘과 더해져 바닥을 밀어내는 힘을 극대화시켰다. 볼트는 치명적인 신체적 약점을 오히려 넓은 보폭이라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남자 1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볼트는 라이벌인 아사파 파워(자메이카) 와 저스틴 개틀린(미국)은 100m를 각각 44걸음과 45걸음에 달릴 때, 볼트는 단 41걸음에 100m를 주파했다. 오늘(15일) 리우에서 개틀린이 볼트의 등을 보며 결승선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몸을 디자인하다

육상 선수로서 '양날의 칼'인 큰 체격의 단점을 보완한 것도 오늘의 볼트를 만든 비결이다. 볼트의 키는 195cm. 육상 선수로서는 상당히 큰 체격이다. 체격이 크면 그만큼 보폭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도 함께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 단거리 육상 선수 중에 190cm를 넘는 장신 선수들이 드문 이유다.




볼트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힘을 길렀다. 체격이 커 공기저항도 크지만,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힘을 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볼트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공을 들이면서도 비교적 가벼운 역기를 사용해, 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밀도를 높이는데 힘썼다.

그 결과 공기저항을 이겨낼 만큼의 근력을 가지게 됐다. 실제로 유럽물리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hysics)에 따르면 볼트의 힘 가운데 움직임에 들어가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나머지 92%는 바로 공기저항을 이겨내는 데 쓰인다.

'인간 탄환'이 되다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출처=우사인 볼트 트위터)
그렇게 우사인 볼트는 '인간 탄환'으로 거듭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9초 69로 통과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를 9초 58에 돌파해 기록을 깼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연속 3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볼트의 경이로운 기록. 그 뒤에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더욱 경이로운 노력이 숨어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