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향한 ‘다이빙?’…오히려 손해

입력 2016.08.16 (19:04) 수정 2016.08.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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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때아닌 '다이빙'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빅토르 데 올리베이라(24·브라질)가 다이빙으로 준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샤우내 밀러(22·바하마)는 아예 다이빙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올리베이라는 16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 3조에서 13초 63을 기록하며 3조 4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문제는 마지막에 올리베이라가 보인 다이빙이었다. 그는 결승선을 향해 다이빙을 시도했고 5위 안토니오 알카나(남아공)를 0.01초 차이로 제치고 준결선에 올랐다. 외신들은 일제히 '다이빙 골인', '슈퍼맨 골인'이라는 타이틀로 올리베이라의 준결선 진출을 보도했다.



올리베이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이빙 골인'은 사고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그렇게 해왔다. 예전 중국에서 경기를 치르다 부상을 입은 적도 있다. 사람들은 (다이빙 골인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항상 도전한다"고 말했다.

올리베이라의 경기가 끝나고 열린 여자 400m 결선도 문제가 됐다.

밀러는 이 경기에서 '다이빙 골인'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반까지 레이스를 이끈 밀러는 막판 400m 최강자 엘리슨 펠릭스(30, 미국)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이 유력했다. 하지만 골인 지점을 앞에 두고 앞으로 넘어지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앨리슨 펠릭스와는 불과 0.07초 차였다.


경기가 끝나고 리우올림픽 홈페이지는 "밀러가 다이빙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여자 400m 금메달을 따냈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밀러가 다이빙으로 펠리스를 속상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은메달에 그친 펠리스는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이 쭉 빠진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밀러는 다이빙 골인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지금 멍한 상태다. 내가 생각한 단 한 가지는 금메달이었다. 그리고서 내가 안 것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밀러는 7분 동안 경기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육상 선수인 마이클 존슨(48)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샤우네 밀러는 달리는 중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결승선을 향해 다이빙한 건 이번 올림픽 최고의 장면이었다"는 의견을 남겼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도 "육상 선수가 몸을 내던져 결승선을 통과하는 행위는 세계 육상 규정이나 경기 매너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네티즌들은 “발로 뛰는 경기에서 다이빙은 명백한 반칙이다” “밀러가 이긴 건 어쩔 수 없지만, 공정한 경기는 아니었다.”라고 반응했다. “샤우네 밀러의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다이빙 골인'은 규칙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육상은 같은 지점에서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린다. 가슴이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닿는 순서로 순위가 결정된다. 올리베이라는 이런 규칙 안에서 다이빙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이빙'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상 위험도 문제지만 '다이빙'이 오히려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한국을 찾은 일본 프로야구팀 지바롯데의 마린즈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야구에서 늘 논란의 중심이 되는 1루 슬라이딩 문제를 놓고 실험을 했다며 결과를 공개했다.

60명의 선수로 1루 슬라이딩 실험을 해본 결과 그냥 직선으로 통과했을 때가 가장 빨랐고 슬라이딩을 했을 때 오히려 가장 느렸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려 0.5초나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에서도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선수가 한 번은 그냥 달려서, 한 번은 머리가 먼저 들어오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에 도달하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베이스에서 3m 떨어진 상황에서 그냥 달렸을 때는 0.26초가 걸렸지만 슬라이딩을 했을 때는 0.27초가 걸렸다. 슬라이딩을 해서 오히려 0.01초를 손해 본 셈이다.



ESPN은 주된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슬라이딩을 위해 자세를 바꾸는 동안 속도가 줄어들고, 둘째, 몸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마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육상에서 0.01초는 메달 색은 물론 순위까지 바꿀 만큼 큰 차이다. 결승선에서 다이빙을 하더라도 기록은 단축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많은 육상 선수들이 결승점에서 굳이 다이빙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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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메달 향한 ‘다이빙?’…오히려 손해
    • 입력 2016-08-16 19:04:30
    • 수정2016-08-16 19:04:55
    취재K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때아닌 '다이빙'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빅토르 데 올리베이라(24·브라질)가 다이빙으로 준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샤우내 밀러(22·바하마)는 아예 다이빙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올리베이라는 16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 3조에서 13초 63을 기록하며 3조 4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문제는 마지막에 올리베이라가 보인 다이빙이었다. 그는 결승선을 향해 다이빙을 시도했고 5위 안토니오 알카나(남아공)를 0.01초 차이로 제치고 준결선에 올랐다. 외신들은 일제히 '다이빙 골인', '슈퍼맨 골인'이라는 타이틀로 올리베이라의 준결선 진출을 보도했다. 올리베이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이빙 골인'은 사고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그렇게 해왔다. 예전 중국에서 경기를 치르다 부상을 입은 적도 있다. 사람들은 (다이빙 골인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항상 도전한다"고 말했다. 올리베이라의 경기가 끝나고 열린 여자 400m 결선도 문제가 됐다. 밀러는 이 경기에서 '다이빙 골인'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반까지 레이스를 이끈 밀러는 막판 400m 최강자 엘리슨 펠릭스(30, 미국)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이 유력했다. 하지만 골인 지점을 앞에 두고 앞으로 넘어지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앨리슨 펠릭스와는 불과 0.07초 차였다. 경기가 끝나고 리우올림픽 홈페이지는 "밀러가 다이빙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여자 400m 금메달을 따냈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밀러가 다이빙으로 펠리스를 속상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은메달에 그친 펠리스는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이 쭉 빠진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밀러는 다이빙 골인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지금 멍한 상태다. 내가 생각한 단 한 가지는 금메달이었다. 그리고서 내가 안 것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밀러는 7분 동안 경기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육상 선수인 마이클 존슨(48)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샤우네 밀러는 달리는 중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결승선을 향해 다이빙한 건 이번 올림픽 최고의 장면이었다"는 의견을 남겼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도 "육상 선수가 몸을 내던져 결승선을 통과하는 행위는 세계 육상 규정이나 경기 매너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네티즌들은 “발로 뛰는 경기에서 다이빙은 명백한 반칙이다” “밀러가 이긴 건 어쩔 수 없지만, 공정한 경기는 아니었다.”라고 반응했다. “샤우네 밀러의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다이빙 골인'은 규칙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육상은 같은 지점에서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린다. 가슴이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닿는 순서로 순위가 결정된다. 올리베이라는 이런 규칙 안에서 다이빙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이빙'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상 위험도 문제지만 '다이빙'이 오히려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한국을 찾은 일본 프로야구팀 지바롯데의 마린즈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야구에서 늘 논란의 중심이 되는 1루 슬라이딩 문제를 놓고 실험을 했다며 결과를 공개했다. 60명의 선수로 1루 슬라이딩 실험을 해본 결과 그냥 직선으로 통과했을 때가 가장 빨랐고 슬라이딩을 했을 때 오히려 가장 느렸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려 0.5초나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에서도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선수가 한 번은 그냥 달려서, 한 번은 머리가 먼저 들어오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에 도달하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베이스에서 3m 떨어진 상황에서 그냥 달렸을 때는 0.26초가 걸렸지만 슬라이딩을 했을 때는 0.27초가 걸렸다. 슬라이딩을 해서 오히려 0.01초를 손해 본 셈이다.
ESPN은 주된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슬라이딩을 위해 자세를 바꾸는 동안 속도가 줄어들고, 둘째, 몸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마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육상에서 0.01초는 메달 색은 물론 순위까지 바꿀 만큼 큰 차이다. 결승선에서 다이빙을 하더라도 기록은 단축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많은 육상 선수들이 결승점에서 굳이 다이빙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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