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올림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입력 2016.08.17 (18:26) 수정 2016.08.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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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신났고…"
"국민 여러분과 응원단분들이 도와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메달 '수상 소감'이 아닙니다. 높이뛰기 예선에서 탈락한 우상혁 선수와 복싱 경기에서 진 함상명 선수의 인터뷰입니다.

'잘 싸웠다!' '좋은 경기, 고마워요'

이 또한 금메달 소식에 대한 반응이 아닙니다. 여자 유도대표 정보경 선수와 레슬링 대표 김현우 선수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해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에 쏟아진 국민들의 격려와 위로입니다.



올림픽은 '전투'였다

과거 올림픽에서는 저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하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고, 실제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비난을 쏟아내는 여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의 귀국길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그 시절, 올림픽에서 가장 '중헌 것'은 성과와 순위였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그 자체로 국위 선양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열심히 싸워서 '전리품'인 금메달을 가져오는 것이 우리나라와 민족의 강인함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민들과 선수들 모두 과도하게 메달과 순위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도 이런 세태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올림픽 기간 뉴스의 첫 꼭지로 시상식과 순위를 전하는 리포트가 나가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21세기 들어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만 해도 저녁 메인 뉴스 중에 양궁 금메달 시상식을 현장 연결로 중계했습니다. 1등에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노메달 선수는 물론 은메달, 동메달 선수들도 위축됐던 것이 과거의 올림픽이었습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하지만 2016년 리우에서는 뭔가 다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남자 펜싱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라는 다소 오그라드는 소감이 아닌 "즐겼어요.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잖아요!"라며 즐기는 스포츠인의 자세를 보여줬습니다. 그의 금메달을 다루는 뉴스도 금메달 그 자체 보다는 박상영 선수가 역전 드라마를 쓰기 전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인 스토리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올림픽이 '전쟁'에서 '축제'로 바뀐 것입니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KBS 이영표 해설위원


축제를 즐기는 우리에게도 다소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KBS 이영표 해설위원이 "한국이 선취점을 넣었다면 온두라스도 '침대 축구'를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중계를 보면서 '저 해설, 욕먹겠다' 라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팩트 해설' '일침을 날렸다'며 옹호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더 이상 올림픽이 해설위원만큼은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야 하는 싸움이 아니게 된 것이죠.

사실, 올림픽은 항상 축제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포츠를 응원하면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올림픽은 항상 축제였는데, 우리가 그것을 잊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다행히 2016년 리우에서 우리도 힘을 빼고 스포츠를 즐길 준비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위 1%의 선수들만 싸우는 스포츠가 아닌 국민 모두가 스포츠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2년 뒤 평창 4년 뒤 도쿄에서는 리우보다 더욱 즐겁게 축제를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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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7 18:26:54
    • 수정2016-08-17 18:31:01
    취재K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신났고…" "국민 여러분과 응원단분들이 도와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메달 '수상 소감'이 아닙니다. 높이뛰기 예선에서 탈락한 우상혁 선수와 복싱 경기에서 진 함상명 선수의 인터뷰입니다. '잘 싸웠다!' '좋은 경기, 고마워요' 이 또한 금메달 소식에 대한 반응이 아닙니다. 여자 유도대표 정보경 선수와 레슬링 대표 김현우 선수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해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에 쏟아진 국민들의 격려와 위로입니다. 올림픽은 '전투'였다 과거 올림픽에서는 저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하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고, 실제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비난을 쏟아내는 여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의 귀국길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그 시절, 올림픽에서 가장 '중헌 것'은 성과와 순위였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그 자체로 국위 선양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열심히 싸워서 '전리품'인 금메달을 가져오는 것이 우리나라와 민족의 강인함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민들과 선수들 모두 과도하게 메달과 순위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도 이런 세태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올림픽 기간 뉴스의 첫 꼭지로 시상식과 순위를 전하는 리포트가 나가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21세기 들어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만 해도 저녁 메인 뉴스 중에 양궁 금메달 시상식을 현장 연결로 중계했습니다. 1등에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노메달 선수는 물론 은메달, 동메달 선수들도 위축됐던 것이 과거의 올림픽이었습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하지만 2016년 리우에서는 뭔가 다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남자 펜싱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라는 다소 오그라드는 소감이 아닌 "즐겼어요.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잖아요!"라며 즐기는 스포츠인의 자세를 보여줬습니다. 그의 금메달을 다루는 뉴스도 금메달 그 자체 보다는 박상영 선수가 역전 드라마를 쓰기 전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인 스토리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올림픽이 '전쟁'에서 '축제'로 바뀐 것입니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 축제를 즐기는 우리에게도 다소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KBS 이영표 해설위원이 "한국이 선취점을 넣었다면 온두라스도 '침대 축구'를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중계를 보면서 '저 해설, 욕먹겠다' 라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팩트 해설' '일침을 날렸다'며 옹호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더 이상 올림픽이 해설위원만큼은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야 하는 싸움이 아니게 된 것이죠. 사실, 올림픽은 항상 축제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포츠를 응원하면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올림픽은 항상 축제였는데, 우리가 그것을 잊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다행히 2016년 리우에서 우리도 힘을 빼고 스포츠를 즐길 준비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위 1%의 선수들만 싸우는 스포츠가 아닌 국민 모두가 스포츠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2년 뒤 평창 4년 뒤 도쿄에서는 리우보다 더욱 즐겁게 축제를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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