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화끈한 공격·매너로 ‘닭싸움’ 논란 잠재웠다

입력 2016.08.19 (12:24) 수정 2016.08.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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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보는 이들도, 자신 스스로도 아쉬웠을 동메달 결정전이었지만 이대훈은 전혀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대훈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야오드 아차브(벨기에)에게 11-7로 승리하며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대훈은 시종일관 공격적인 발차기로 상대를 압박했다. 아차브 역시 긴 다리로 연신 발차기를 날리며 응수했다. 이전 경기들처럼 선수들이 점수를 지키기 위해 도망 다니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훈은 상대 발차기에 바로 발차기로 대답하는 화끈한 공격 태권도를 펼쳐 그동안 "닭싸움 같다"며 태권도 경기에 실망했던 팬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돌려놨다.

계속 상대를 두드리던 이대훈은 경기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왼발 찍기로 아차브의 머리를 공격해 7-5 역전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 리드를 지킨 이대훈은 짜릿한 역전승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하다 무릎을 다친 이대훈은 "조금 더 박진감 있는 태권도를 하려다 보니 들고 있는 발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아까도 발을 들면서 무릎이 부딪혀 다쳤다"며 부상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 3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 결정전서 이대훈이 벨기에 자후드 아찹에게 발차기를 하고 있다.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 3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 결정전서 이대훈이 벨기에 자후드 아찹에게 발차기를 하고 있다.

사실 태권도 경기가 시종일관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경기 룰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소희 선수는 전날 열린 결승전 초반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5-2로 앞선 채 2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점수 지키기에 나서며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후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재미 요소를 늘리기 위해 여러 변화를 꾀했다. 경기장 크기 축소와 전자 호구 도입, 점수제 변화 등은 "태권도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경기 초반 점수를 따면 수비적 자세를 취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됐다.

또 전자 호구가 도입될 만큼 머리 공격에 집중하면서, 선수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적으로 머리 공격이나 수비에 허점을 드러낼 경우 쉽게 점수를 줄 수 있는 경기 룰이 문제였다.

선수들이 계속 한쪽 발을 들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닭싸움', '제기차기'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실제로 김소희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고 경기를 지켜본 네티즌들도 "전자 시스템 도입되고. 태권도가 닭싸움이 됐다", "태권도 정식 종목에서 퇴출하고 닭싸움하자" "침대 태권도인가"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대훈 선수의 동메달 결정전은 이런 우려를 없애고 태권도의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해준 한판이었다.

이대훈의 난도 높은 발차기가 상대 선수의 머리를 때려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관중은 물론 경기를 지켜본 이들도 환호하며 열광했다.

이대훈은 태권도 정신과 선수로서의 품격도 보여줬다.

8강에서 자신의 그랜드슬램 도전을 좌절시킨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번쩍 들어줘 화제가 된 이대훈은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 못 하면 승자도 기쁨이 덜하고,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을 꺾은 상대를 예우하는 모습에서 공격과 제압이 아닌, 심신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태권도 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대훈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도 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평생 갖고 살 것도 아니다”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또 하나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졌다고 기죽어 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메달이나 기록보다도 값진 스포츠인의 품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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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훈, 화끈한 공격·매너로 ‘닭싸움’ 논란 잠재웠다
    • 입력 2016-08-19 12:24:04
    • 수정2016-08-19 13:47:07
    취재K
태권도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보는 이들도, 자신 스스로도 아쉬웠을 동메달 결정전이었지만 이대훈은 전혀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대훈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야오드 아차브(벨기에)에게 11-7로 승리하며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대훈은 시종일관 공격적인 발차기로 상대를 압박했다. 아차브 역시 긴 다리로 연신 발차기를 날리며 응수했다. 이전 경기들처럼 선수들이 점수를 지키기 위해 도망 다니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훈은 상대 발차기에 바로 발차기로 대답하는 화끈한 공격 태권도를 펼쳐 그동안 "닭싸움 같다"며 태권도 경기에 실망했던 팬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돌려놨다.

계속 상대를 두드리던 이대훈은 경기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왼발 찍기로 아차브의 머리를 공격해 7-5 역전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 리드를 지킨 이대훈은 짜릿한 역전승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하다 무릎을 다친 이대훈은 "조금 더 박진감 있는 태권도를 하려다 보니 들고 있는 발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아까도 발을 들면서 무릎이 부딪혀 다쳤다"며 부상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 3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 결정전서 이대훈이 벨기에 자후드 아찹에게 발차기를 하고 있다.
사실 태권도 경기가 시종일관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경기 룰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소희 선수는 전날 열린 결승전 초반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5-2로 앞선 채 2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점수 지키기에 나서며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후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재미 요소를 늘리기 위해 여러 변화를 꾀했다. 경기장 크기 축소와 전자 호구 도입, 점수제 변화 등은 "태권도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경기 초반 점수를 따면 수비적 자세를 취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됐다.

또 전자 호구가 도입될 만큼 머리 공격에 집중하면서, 선수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적으로 머리 공격이나 수비에 허점을 드러낼 경우 쉽게 점수를 줄 수 있는 경기 룰이 문제였다.

선수들이 계속 한쪽 발을 들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닭싸움', '제기차기'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실제로 김소희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고 경기를 지켜본 네티즌들도 "전자 시스템 도입되고. 태권도가 닭싸움이 됐다", "태권도 정식 종목에서 퇴출하고 닭싸움하자" "침대 태권도인가"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대훈 선수의 동메달 결정전은 이런 우려를 없애고 태권도의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해준 한판이었다.

이대훈의 난도 높은 발차기가 상대 선수의 머리를 때려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관중은 물론 경기를 지켜본 이들도 환호하며 열광했다.

이대훈은 태권도 정신과 선수로서의 품격도 보여줬다.

8강에서 자신의 그랜드슬램 도전을 좌절시킨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번쩍 들어줘 화제가 된 이대훈은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 못 하면 승자도 기쁨이 덜하고,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을 꺾은 상대를 예우하는 모습에서 공격과 제압이 아닌, 심신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태권도 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대훈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도 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평생 갖고 살 것도 아니다”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또 하나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졌다고 기죽어 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메달이나 기록보다도 값진 스포츠인의 품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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