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가 2018년 평창에게…

입력 2016.08.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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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리우올림픽은 막을 내린다. 2년 후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다사다난한 2016년 8월을 보낸 리우가 2년 후 평창에게 보내는 메시지.

"보여줘, 평창만의 색깔"

리우올림픽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저비용 고효율' 개막식이었다. 리우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에 투자하는 비용은 고작 5,590만 달러(약 620억 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20분의 1이고, 2012년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이었다. 그러면서도 리우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삼바에 재즈를 가미한 보사노바와 춤은 열정적인 브라질 특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마존과 브라질 자연, 이민 역사를 표현한 퍼포먼스는 한 편의 서사시라 불릴만했다.


적은 비용으로 브라질만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낸 개막식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시한 '어젠다 2020'과도 부합했다. 어젠다 2020은 올림픽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 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통한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지향하겠다는 IOC의 새로운 패러다임 선언이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 개·폐막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평창으로서는 이번 리우의 아이디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리우올림픽은 206개국에서 28개 종목 1만 1,0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평창올림픽에는 그 절반 수준인 95개국에서 15개 종목 6,500여 명의 선수·임원이 참석한다. 그런데도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예산은 700억 원으로 리우 대회 예산보다 많다.


여기에 3만 5,000석 규모의 개·폐막식 전용 시설을 건설하는 데 1,477억 원이 더 쓰인다. 문제는 이 시설이 올림픽 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올림픽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 외에는 구체화 된 내용이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사이클 경기장 등 국제 대회 후 버려진 시설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걸까. 리우처럼 허리띠를 졸라 맬 결단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평창올림픽은 저비용 고효율은 커녕, '고비용 저효율'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리우는 그다지..."평창, 환경을 부탁해"

리우올림픽은 '환경 올림픽'을 표방했다. 개막식에서도 환경 전령꾼(messenger)을 자처했다. 기수 곁에 동행한 나무 화분을 든 어린이, 참가한 선수들이 심은 씨앗으로 미래의 숲을 가꾼다는 이벤트는 신선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진행할수록 브라질 환경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올림픽 개최전 7월에는 플라멩구 해변을 포함한 리우 지역 5개 해변에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 검출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구아나바라만의 수질은 최악이었다. 요트 대표팀 진홍철 코치는“1년 전엔 바닷물이 검정색과 푸른색 투톤이었다. 흰색 요트가 기름막에 뒤덮여 갈색으로 변할 정도였다”며“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 결과 많이 나아졌다지만 바람이 불면 여전히 악취가 난다"고 전했다. 또한 아쿠아틱센터 수영장이 별안간 '녹조 라떼'로 변하는 등 브라질의 수질을 의심케 하는 현상들이 계속 나타났다. 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개막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평창도 환경문제에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환경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천명하고 전방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조직위는“경기장 건설로 인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멸종 위기종을 복원하는 등 생물 다양성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신설하고 국도를 넓히는 과정에서 수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리왕산의 거목들은 활강 경기장을 위해 가차 없이 잘려나갔다. 추후 관리 방안도 허술하다. 스키활강 경기장은 경사 40도 이상의 급사면이기 때문에 여름철 관리를 꼼꼼히 하지 않으면 산사태나 산림훼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환경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리우올림픽은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에 바통을 넘긴다. 리우올림픽은 개·폐회식과 같은 행사에서 예산을 절감했다는 점에서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환경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우 시내의 치안 문제와 빈민 문제도 올림픽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리우의 이슈 해결 방법을 공유하는 건 귀중한 경험"이라며 리우 '옵저버 프로그램'에 71명의 임직원을 파견했다. 리우에서 평창을 배우겠다는 취지였다. 리우올림픽을 보며 아마 평창 조직위는 비용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은 시간은 이제 18개월, 리우의 성공과 실패를 세밀히 분석해 평창이 적어도 비용과 환경,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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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리우가 2018년 평창에게…
    • 입력 2016-08-21 19:10:13
    취재K
이제 리우올림픽은 막을 내린다. 2년 후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다사다난한 2016년 8월을 보낸 리우가 2년 후 평창에게 보내는 메시지.

"보여줘, 평창만의 색깔"

리우올림픽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저비용 고효율' 개막식이었다. 리우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에 투자하는 비용은 고작 5,590만 달러(약 620억 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20분의 1이고, 2012년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이었다. 그러면서도 리우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삼바에 재즈를 가미한 보사노바와 춤은 열정적인 브라질 특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마존과 브라질 자연, 이민 역사를 표현한 퍼포먼스는 한 편의 서사시라 불릴만했다.


적은 비용으로 브라질만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낸 개막식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시한 '어젠다 2020'과도 부합했다. 어젠다 2020은 올림픽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 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통한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지향하겠다는 IOC의 새로운 패러다임 선언이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 개·폐막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평창으로서는 이번 리우의 아이디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리우올림픽은 206개국에서 28개 종목 1만 1,0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평창올림픽에는 그 절반 수준인 95개국에서 15개 종목 6,500여 명의 선수·임원이 참석한다. 그런데도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예산은 700억 원으로 리우 대회 예산보다 많다.


여기에 3만 5,000석 규모의 개·폐막식 전용 시설을 건설하는 데 1,477억 원이 더 쓰인다. 문제는 이 시설이 올림픽 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올림픽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 외에는 구체화 된 내용이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사이클 경기장 등 국제 대회 후 버려진 시설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걸까. 리우처럼 허리띠를 졸라 맬 결단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평창올림픽은 저비용 고효율은 커녕, '고비용 저효율'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리우는 그다지..."평창, 환경을 부탁해"

리우올림픽은 '환경 올림픽'을 표방했다. 개막식에서도 환경 전령꾼(messenger)을 자처했다. 기수 곁에 동행한 나무 화분을 든 어린이, 참가한 선수들이 심은 씨앗으로 미래의 숲을 가꾼다는 이벤트는 신선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진행할수록 브라질 환경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올림픽 개최전 7월에는 플라멩구 해변을 포함한 리우 지역 5개 해변에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 검출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구아나바라만의 수질은 최악이었다. 요트 대표팀 진홍철 코치는“1년 전엔 바닷물이 검정색과 푸른색 투톤이었다. 흰색 요트가 기름막에 뒤덮여 갈색으로 변할 정도였다”며“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 결과 많이 나아졌다지만 바람이 불면 여전히 악취가 난다"고 전했다. 또한 아쿠아틱센터 수영장이 별안간 '녹조 라떼'로 변하는 등 브라질의 수질을 의심케 하는 현상들이 계속 나타났다. 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개막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평창도 환경문제에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환경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천명하고 전방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조직위는“경기장 건설로 인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멸종 위기종을 복원하는 등 생물 다양성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신설하고 국도를 넓히는 과정에서 수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리왕산의 거목들은 활강 경기장을 위해 가차 없이 잘려나갔다. 추후 관리 방안도 허술하다. 스키활강 경기장은 경사 40도 이상의 급사면이기 때문에 여름철 관리를 꼼꼼히 하지 않으면 산사태나 산림훼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환경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리우올림픽은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에 바통을 넘긴다. 리우올림픽은 개·폐회식과 같은 행사에서 예산을 절감했다는 점에서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환경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우 시내의 치안 문제와 빈민 문제도 올림픽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리우의 이슈 해결 방법을 공유하는 건 귀중한 경험"이라며 리우 '옵저버 프로그램'에 71명의 임직원을 파견했다. 리우에서 평창을 배우겠다는 취지였다. 리우올림픽을 보며 아마 평창 조직위는 비용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은 시간은 이제 18개월, 리우의 성공과 실패를 세밀히 분석해 평창이 적어도 비용과 환경,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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