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도 ‘찜질방’…꺾이지 않는 폭염, 왜?

입력 2016.08.23 (08:11) 수정 2016.08.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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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오늘이 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는 절기인 '처서'이지만, 폭염이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 특보, 그것도 폭염 경보가 내려져 있는데요.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은 지하철 역사도 찜질방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 역사의 승강장 가운데도 냉방이 전혀 안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출퇴근 길,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많아 힘든데, 더위까지 겹쳐 시민들이 고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냅니다.

냉방시설이 없는 이 승강장의 오후 4시 온도는 35.2도 지하에 있지만 바깥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녹취> 강시현(서울시 양천구) : "숨쉬기 힘들 정도로 너무 더운 것 같아요.사람들도 많이 돌아다니는데 에어컨도 안 나오고 아무것도 없어서..."

서울 지하철의 지하 역사 중 냉방이 이뤄지지 않는 곳은 29곳,

30여 년 전 역사를 지을 당시 냉방 설비를 하지 않은 뒤 차일피일 냉방화를 미룬 탓입니다.

<녹취> 서울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에어컨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환기 설비까지 다 해야해요. 전체 역사를 리모델링, 집을 리모델링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상의 승강장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니 열기에 빨갛게 달궈진 승강장 지붕의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갑니다.

<녹취> 박보현(서울시 강서구) : "지하철 기다리면서 땀도 엄청 나고 게다가 2호선이라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기다리 는 곳이 시원하지도 않고 해서 진짜 더운 것 같아요."

이 환승 구간은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는데요, 들어온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실내온도가 40도에 육박합니다.

그제 발생한 스크린도어 유리문 파손 사고도 이 같은 열기에 부서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기실이 만들어진 곳은 단 한 곳, 시민의 발, 지하철 역사가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기자 멘트>

조만간 끝난다던 폭염이 벌써 8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대한 원성도 커지고 있는데요.

더위가 누그러진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기 시작한 게 열흘 전쯤이지만, 번번이 빗나가면서 "오늘 날씨는 내가 아침에 문 열어보고 판단한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날들인데요.

서울에서는 오늘로 벌써 31일째 열대야가 계속됐습니다.

지난달 22일 열대야가 처음 시작되고 나서 단 이틀만 빼고 무려 한 달 동안 밤에도 더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앞으로도 열대야가 좀더 계속될 것 같은데, 특히 서울, 경기지역에서 심각합니다.

폭염으로 유명한 대구의 경우 올해 열대야는 12일에 그쳐서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 17일부터는 그나마도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경기지역은 도심 열섬 현상에다 동풍이 태맥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으로 열풍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달 들어 어제까지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4.5도, 가장 더웠다던 지난 1994년보다 1.4도나 높아 관측 이후 108년 만에 최고였습니다.

유례없는 폭염의 원인은 뭘까요?

우선 중국 내륙의 열적 고기압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맘 때쯤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가며 폭염이 수그러듭니다.

그런데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물러갔는데, 이 열적 고기압이 8월 내내 한반도로 열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8월의 이 같은 기압 배치는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일상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봄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인 지역을 살펴보면 예년과 달리 중국 북부와 몽골 지역이 눈이 녹아 텅 비었습니다.

온난화로 눈이 사라지자 지면이 뜨겁게 데워지며 열적 고기압이 만들어졌다는 추정입니다.

기상청은 그러나 이렇게 맹위를 떨치는 열적 고기압도 이번 주 후반부터는 세력이 꺾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한반도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해 한낮 기온도 30도 정도로 낮아지고 열대야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뭇매를 맞았던 기상청이 이번에는 국내외 기상 예측 기관 전망도 일치하고 있다면서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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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3 08: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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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는 절기인 '처서'이지만, 폭염이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 특보, 그것도 폭염 경보가 내려져 있는데요.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은 지하철 역사도 찜질방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 역사의 승강장 가운데도 냉방이 전혀 안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출퇴근 길,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많아 힘든데, 더위까지 겹쳐 시민들이 고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냅니다.

냉방시설이 없는 이 승강장의 오후 4시 온도는 35.2도 지하에 있지만 바깥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녹취> 강시현(서울시 양천구) : "숨쉬기 힘들 정도로 너무 더운 것 같아요.사람들도 많이 돌아다니는데 에어컨도 안 나오고 아무것도 없어서..."

서울 지하철의 지하 역사 중 냉방이 이뤄지지 않는 곳은 29곳,

30여 년 전 역사를 지을 당시 냉방 설비를 하지 않은 뒤 차일피일 냉방화를 미룬 탓입니다.

<녹취> 서울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에어컨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환기 설비까지 다 해야해요. 전체 역사를 리모델링, 집을 리모델링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상의 승강장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니 열기에 빨갛게 달궈진 승강장 지붕의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갑니다.

<녹취> 박보현(서울시 강서구) : "지하철 기다리면서 땀도 엄청 나고 게다가 2호선이라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기다리 는 곳이 시원하지도 않고 해서 진짜 더운 것 같아요."

이 환승 구간은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는데요, 들어온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실내온도가 40도에 육박합니다.

그제 발생한 스크린도어 유리문 파손 사고도 이 같은 열기에 부서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기실이 만들어진 곳은 단 한 곳, 시민의 발, 지하철 역사가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기자 멘트>

조만간 끝난다던 폭염이 벌써 8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대한 원성도 커지고 있는데요.

더위가 누그러진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기 시작한 게 열흘 전쯤이지만, 번번이 빗나가면서 "오늘 날씨는 내가 아침에 문 열어보고 판단한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날들인데요.

서울에서는 오늘로 벌써 31일째 열대야가 계속됐습니다.

지난달 22일 열대야가 처음 시작되고 나서 단 이틀만 빼고 무려 한 달 동안 밤에도 더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앞으로도 열대야가 좀더 계속될 것 같은데, 특히 서울, 경기지역에서 심각합니다.

폭염으로 유명한 대구의 경우 올해 열대야는 12일에 그쳐서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 17일부터는 그나마도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경기지역은 도심 열섬 현상에다 동풍이 태맥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으로 열풍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달 들어 어제까지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4.5도, 가장 더웠다던 지난 1994년보다 1.4도나 높아 관측 이후 108년 만에 최고였습니다.

유례없는 폭염의 원인은 뭘까요?

우선 중국 내륙의 열적 고기압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맘 때쯤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가며 폭염이 수그러듭니다.

그런데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물러갔는데, 이 열적 고기압이 8월 내내 한반도로 열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8월의 이 같은 기압 배치는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일상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봄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인 지역을 살펴보면 예년과 달리 중국 북부와 몽골 지역이 눈이 녹아 텅 비었습니다.

온난화로 눈이 사라지자 지면이 뜨겁게 데워지며 열적 고기압이 만들어졌다는 추정입니다.

기상청은 그러나 이렇게 맹위를 떨치는 열적 고기압도 이번 주 후반부터는 세력이 꺾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한반도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해 한낮 기온도 30도 정도로 낮아지고 열대야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뭇매를 맞았던 기상청이 이번에는 국내외 기상 예측 기관 전망도 일치하고 있다면서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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