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家 수사 속도…총수 일가 정조준

<기자 멘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검찰이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습니다.

최창봉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검찰 롯데수사팀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오늘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의 여러 롯데그룹 계열사에 임원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수백억 원대 급여를 받아 챙긴 혐의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에 '통행세'를 내게 하는데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미 다른 혐의로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6000억 원대 탈세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잠시 중단됐던 경영 비리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겁니다.

검찰은 추석을 전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일본에 머물고 있는 서미경 씨도 소환 조사할 방침입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선 건강 상태를 고려해 방문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고령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며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신 총괄회장 측은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창봉입니다.

<기자 멘트>

롯데 총수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 어떤 것들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탈세, 횡령, 배임 등등, 지난해 두 형제가 벌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비리 의혹이 모두 조사 대상입니다.

먼저, 6천억 원대 탈세 혐의인데요.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장녀와 셋째 부인 등에게 증여하면서, 양도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입니다.

두번째는 롯데건설에서 500억 원 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인데요.

규모가 큰 만큼, 소유주 일가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검찰이 보고 있습니다.

주요 계열사들의 매출액을 조작한 혐의도 있고요.

롯데시네마의 식음료 판매와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있습니다.

또, 현금인출기 운영사업에서 40억 원대에 이르는 부당 지원 혐의, 롯데쇼핑 물류센터 부지 고가 매입 혐의도 조사 대상입니다.

검찰 수사가 롯데가 3남매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장녀, 장남, 차남 순서로 소환될 예정인데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죠,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미 다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입니다.

롯데면세점과 백화점에 매장을 내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뒷돈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 등입니다.

신 이사장이 어제 다시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요,

이번엔 앞서 말씀드린 6천억 원대 탈세 혐의와 관련한 조사였습니다.

두 시간 뒤인 오전 10시에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됩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이고요.

지난해 이른바 '형제의 난' 당시 신 전 부회장이 제기했던 여러 의혹들도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 전 부회장과 정책본부 임원진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바로 신동빈 회장이 소환될 예정입니다.

시기는 추석을 전후한 이달 중순쯤이 유력합니다.

6천억 원대 탈세 혐의의 또 다른 당사자인 서미경 씨는 지금 일본에 체류중인데요.

검찰이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서면조사나 방문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검찰 수사를 촉발한 사건이기도 했죠.

롯데 경영권을 둘러싸고 지난해 벌어졌던 '형제의 난'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법원이 신격호 충괄회장에게 한정후견을 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한정후견은 정신적인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결정입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이라는 점을 내세워 경영권을 주장해 왔습니다.

때문에 한정후견 결정은 신동빈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이 바로 항고하겠다고 밝혀서, 상급 법원 판단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