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샤갈, 캔버스 속 청색의 비밀

<앵커 멘트>

아름다운 색채로 유명한 샤갈의 작품들이 한국에 왔습니다.

그림 감상을 하다보면 수채화처럼 맑고 시원한 청색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데, 그 이유를 과학자들이 분석했습니다.

신방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로를 끌어안고 하늘로 날아오른 신랑과 신부, 영롱한 푸른빛에 둘러싸여 사랑스런 눈빛을 교환합니다.

예술이 곧 사랑이라고 믿었던 샤갈의 캔버스에는 부부와 연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푸른색은 밝은 미래를 상징합니다.

악사의 열정적인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댄서, 몽환적 분위기 속에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색채가 청색 표현의 대가 답습니다.

<인터뷰> 최아영(전시사업팀장) : "샤갈이 사용한 청색은 맑고 투명하고 청량감이 있는 색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청색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해봤지만, 재현한 그림은 뭔가 밋밋합니다.

신경미학자들은 청색을 둘러싼 윤곽선과 바탕에 정교하게 혼합돼있는 검은색을 '샤갈 청색'의 비밀로 지목했습니다.

같은 청색이라도 어두운 배경에서 더 밝게 보이는 '측면 억제'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색의 대조가 극명해질수록 그 경계가 도드라져보이는 일종의 착시로 진화의 산물입니다.

<인터뷰> 지상현(한성대 예술대 교수) : "생존에 필요한 환경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에요. 특히 사물의 윤곽이나 모양은 굉장히 중요하죠. 더 정확히 지각할 필요가 있어요."

유화인데도 수채화처럼 맑은 샤갈의 청색은 결국 우리 눈의 착각이 빚어낸 환상적인 마술인 셈입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