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웅담’이라더니…알고 보니 ‘돼지 쓸개’

입력 2016.09.08 (09:06) 수정 2016.09.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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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당에서 ‘웅담’이라며 팔고 있는 ‘곰열’북한 식당에서 ‘웅담’이라며 팔고 있는 ‘곰열’

43만 원 짜리 북한산 웅담이 '돼지 쓸개'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인 해외 북한 식당들은 술과 음식뿐만 아니라 이른바 북한산 특산품인 우황청심환과 양춘삼록(북한산 발기부전 치료제), 곰열(웅담)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평양관이라 북한 식당도 '곰열' 즉 북한산 웅담을 팔고 있는데 웅담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품목입니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은 웅담의 뛰어난 효능 설명과 함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구매 후 포장을 뜯어 가져가면 문제가 없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1g에 39달러, 39g 한 통에 390달러로 우리 돈 43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웅담이 진짜 곰 쓸개일까? 인도네시아의 한 식품분석기관이 북한산 웅담을 분석했더니 주요 성분이 돼지 쓸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돼지 쓸개에 곰 쓸개즙을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해당 제품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등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도 판매하고 있고 북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건강보조식품 판매 사이트에서도 똑같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슬람 종교적 금기 훼손...해당 국민 반발 예상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87% 이상이 무슬림입니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신자를 보유한 국가입니다. 그런 만큼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나라입니다. 이슬람 율법을 보면 돼지는 고기를 포함한 모든 성분에 대해 이슬람 신자들이 섭취 또는 접촉을 피하도록 한 소위 '하람(HARAM)' 가운데 하납니다.


대신 섭취가 허용된 것들은 '할랄(HALAL)'이라고 하고 할랄은 이슬람 신자들의 소비생활 기준입니다. 북한산 웅담을 분석하고 돼지 쓸개 성분을 밝힌 곳은 인도네시아 무슬림 성직자 협의회 산하 '할랄위원회'입니다.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돼지의 쓸개를 곰 쓸개라고 속여 판 것이 확인된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일부 언론들도 이 같은 사실을 취재해 곧 보도를 할 예정입니다.

현지 인도네시아 국립 이슬람 대학교에서 이슬람사를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간다면 북한 식당에 대한 현지인들의 방문은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국가 이미지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심하면 과격 무슬림 단체가 해당 식당을 방문해 항의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나라에서는 돼지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에는 미국 업체가 말레이시아에서 판매한 초콜릿에서 돼지 DNA 성분이 검출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해당 회사는 즉각 제품회수에 나섰고 말레이시아 이슬람 소비자 단체 등은 해당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2012년 12월에 프랑스 브랜드의 신발 회사가 신발 내피로 돼지가죽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슬림으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함께 제품 회수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웅담 생산자는 '북한 중앙 동물원'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북한산 웅담의 생산자가 북한 평양에 있는 '중앙 동물원'이라는 것입니다. 동물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동물원이 직접 웅담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 동물원은 400여 종, 4천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는 곳으로 김정은이 2014년 재단장을 지시하고 올 6월에는 직접 동물원을 시찰하는 등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결국 가짜 웅담을 만든 곳은 북한 당국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내 북한 식당은 이미 인도네시아 당국의 감시대상 가운데 한 곳입니다. 평양관 외에 한 곳의 북한 식당이 더 있었지만 밀수한 한국산 소주를 팔다 현지 경찰과 세관에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품 압수와 벌금까지 부과받은 북한 식당은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고 이젠 한 곳만 남은 상태입니다.

돼지 쓸개를 웅담으로 속여 파는 등 해당 국가의 종교적 금기까지 어겨가며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북한식당들이 어떤 결과를 맞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연관기사] ☞ [뉴스9] 北 식당 판매 ‘웅담’, 알고보니 ‘돼지 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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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웅담’이라더니…알고 보니 ‘돼지 쓸개’
    • 입력 2016-09-08 09:06:26
    • 수정2016-09-08 09:06:58
    취재후·사건후
북한 식당에서 ‘웅담’이라며 팔고 있는 ‘곰열’ 43만 원 짜리 북한산 웅담이 '돼지 쓸개'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인 해외 북한 식당들은 술과 음식뿐만 아니라 이른바 북한산 특산품인 우황청심환과 양춘삼록(북한산 발기부전 치료제), 곰열(웅담)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평양관이라 북한 식당도 '곰열' 즉 북한산 웅담을 팔고 있는데 웅담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품목입니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은 웅담의 뛰어난 효능 설명과 함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구매 후 포장을 뜯어 가져가면 문제가 없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1g에 39달러, 39g 한 통에 390달러로 우리 돈 43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웅담이 진짜 곰 쓸개일까? 인도네시아의 한 식품분석기관이 북한산 웅담을 분석했더니 주요 성분이 돼지 쓸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돼지 쓸개에 곰 쓸개즙을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해당 제품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등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도 판매하고 있고 북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건강보조식품 판매 사이트에서도 똑같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슬람 종교적 금기 훼손...해당 국민 반발 예상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87% 이상이 무슬림입니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신자를 보유한 국가입니다. 그런 만큼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나라입니다. 이슬람 율법을 보면 돼지는 고기를 포함한 모든 성분에 대해 이슬람 신자들이 섭취 또는 접촉을 피하도록 한 소위 '하람(HARAM)' 가운데 하납니다. 대신 섭취가 허용된 것들은 '할랄(HALAL)'이라고 하고 할랄은 이슬람 신자들의 소비생활 기준입니다. 북한산 웅담을 분석하고 돼지 쓸개 성분을 밝힌 곳은 인도네시아 무슬림 성직자 협의회 산하 '할랄위원회'입니다.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돼지의 쓸개를 곰 쓸개라고 속여 판 것이 확인된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일부 언론들도 이 같은 사실을 취재해 곧 보도를 할 예정입니다. 현지 인도네시아 국립 이슬람 대학교에서 이슬람사를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간다면 북한 식당에 대한 현지인들의 방문은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국가 이미지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심하면 과격 무슬림 단체가 해당 식당을 방문해 항의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나라에서는 돼지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에는 미국 업체가 말레이시아에서 판매한 초콜릿에서 돼지 DNA 성분이 검출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해당 회사는 즉각 제품회수에 나섰고 말레이시아 이슬람 소비자 단체 등은 해당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2012년 12월에 프랑스 브랜드의 신발 회사가 신발 내피로 돼지가죽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슬림으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함께 제품 회수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웅담 생산자는 '북한 중앙 동물원'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북한산 웅담의 생산자가 북한 평양에 있는 '중앙 동물원'이라는 것입니다. 동물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동물원이 직접 웅담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 동물원은 400여 종, 4천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는 곳으로 김정은이 2014년 재단장을 지시하고 올 6월에는 직접 동물원을 시찰하는 등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결국 가짜 웅담을 만든 곳은 북한 당국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내 북한 식당은 이미 인도네시아 당국의 감시대상 가운데 한 곳입니다. 평양관 외에 한 곳의 북한 식당이 더 있었지만 밀수한 한국산 소주를 팔다 현지 경찰과 세관에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품 압수와 벌금까지 부과받은 북한 식당은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고 이젠 한 곳만 남은 상태입니다. 돼지 쓸개를 웅담으로 속여 파는 등 해당 국가의 종교적 금기까지 어겨가며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북한식당들이 어떤 결과를 맞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연관기사] ☞ [뉴스9] 北 식당 판매 ‘웅담’, 알고보니 ‘돼지 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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