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부르는 긴급출동 서비스

입력 2016.09.11 (22:46) 수정 2016.09.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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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A(음성변조) : "막 쏘고 가는 거예요. (고객)전화는 계속 오지 콜센터 전화는 계속 들어오지 압박감에 시달려서 그낭 앞만 보고 달려가는 거예요. 그냥 무조건 빨리 가야겠다, 목숨 걸고 가야겠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보험사에서 평가)등급표가 계속 날아와요. 이번엔 좀 안좋다고 다음 계약이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 긴급 출동 기사(음성변조) : "(보험사) 콜센터에서 '고객님 민원 항의 전화가 들어왔는데 왜 출동이 늦냐'고... 신호 다 제끼고 가면 10분 안에도 갈 수 있어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추석 당일 예상되는 교통량은 529만대, 역대 일일 최대 교통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교통량이 많으면 사고는 물론, 도로 한복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차량도 늘어납니다.

차가 멈춰서면 가장 불안한 건 운전자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긴급출동 기사들이 '목숨을 내놓고 일한다'고 말합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그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퇴근 시간을 앞둔 고속도로.

차량정체가 시작됐습니다.

느리게 달리는 승용차를 따라오던 화물차가 들이받습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고속도로 휴게소.

<녹취> 이도현(긴급 출동 기사) : "네 고객님. 어디 다치시지는 않으셨죠? 저희가 최대한 빨리 고객님 계시는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대기하던 견인차 기사 이도현씨가 보험사로부터 출동 호출을 받았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갓길을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끼어들고 빠지고, 그러면서 한 손으론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다른 손으론 경적을 쉴새없이 울립니다.

정상 주행한 취재차량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이 씨는 절반도 안되는 7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인터뷰> 이도현(긴급 출동 기사) : "기다리시는 분들 입장 고려해야 하는 점도 있고 저도 빨리 와야지 하는 그런 마음도 있고 또 늦게 오면 (고객들이)보험회사에 안 온다고 민원들도 많이 넣으시기 때문에..."

사고차량 운전자는 비로소 안심이 되는 눈칩니다.

<인터뷰> 오보연(사고 차량 운전자) : "처음 사고가 난 거라서 많이 놀랐습니다. 이 정도면 (서비스는) 매우만족이라고 봅니다."

보험가입자들은 긴급출동 서비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인터뷰> 이정환(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10분에서 30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김영주(충남 천안시 청당동) : "음...기다리는 시간 글쎄요.. 저는 한 30분은 기다릴 수 있다고 봐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12개 자동차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출동소요시간은 평균 27분.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긴급출동 기사들은 대부분 10분 대 출동, 그러니까 20분 이내 출동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긴급 출동 기사 A(음성변조) : "기준이 있어요, 20분. 근데 이게 언제부터 20분 출동이 되었는지 모르는 거예요. 점점 강화되면서 전 보험사가 서로 자기들끼리 경쟁하다가 자기네는 긴급출동 제일 빠른 시간안에 서비스를 해드린다..."

<인터뷰> 긴급 출동 기사 B(음성변조) : "10분 15분이면 쏟아지죠. (고객 전화)연락이.." "최대 출동거리가 20킬로미터 넘는 데도 있는데 거기를 무조건 15분 안에 가야해요. 그렇게 되면 속도를 (시속) 160, 180 밟고 가야 하니까"

과속에 신호위반은 다반사.

이렇게 무리한 출동은 곳곳에서 사고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이 기사님은) 갓길을 타고 가시다가 갑자기 버스가 실선을 넘어서 훅 나오니까 그냥 그 상태로 가드레일에 끼어서 이렇게 밀렸죠. 거의 한 1킬로미터는 갔을 거예요. 속도가 빨랐어서.."

그렇다면 긴급 출동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빨리 달리는 이유는 뭘까?

한 대형 보험사와 출동 대행 업체와의 계약섭니다.

고객만족도 등으로 서비스 평가를 하고, 이 결과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다르게 지급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고객 불만이나 민원이 생기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렇게 출동 대행 업체에 대해 평가등급을 나누고, 출동 종류별로 건당 수수료를 500원부터 많게는 8천원까지 다르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A(음성변조) : "(보험사에서) 불만건도 많고, 출동률도 늦고 와가지고 뭐 경위서 써라 또 타 업체를 섭외해가지고 경쟁을 붙인대요. 그런 압박감을 주면..."

한 대형 보험사의 경우 대행업체를 평가할 때 신속성 기준을 30분으로 명시했습니다.

<인터뷰> 대형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고 이후에 30분을 저희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는 거고요, 소비자 조사를 했을 때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신속성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정해 놓은 30분 도착 기준은 현장에서는 더 짧아집니다.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긴급출동을 대행하는 이 업체의 경우, 계약서에 출동 업무 자체를 아예 '20분 이내 도착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기사들의 출동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OO사는)도착완료를 제 때 못누르면, 20분안에 안 눌러주면 빨간불이 떠요. 불량이라 그래서 (보험사)담당한테 전화가 오고.."

<인터뷰> 긴급출동 기사 C(음성변조) :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을 항시 들고 있어야 되니까.. 출동시간도 도착을 누르면 딱 반영되는데 15분이 넘어가면 등급을 자꾸 떨어뜨리죠. 전 회사 다 있습니다."

여기에 긴급출동을 요청한 일부 고객의 과도한 독촉도 과속과 난폭운전을 부추긴다고 기사들은 말합니다.

긴급 출동을 요청한 한 보험가입자가 기사를 재촉하는 통화 내용입니다.

<녹취> 긴급 출동 기사(보험가입자/음성변조) : "아, 지금 가고있습니다 (XX야, 안 오나?) 손님 욕 하시면 안되고요. 선생님 위치를 몰라서 저희가 파악한다고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닙니까 (출동시간이 이래 늦어갖고 XX야 되나. 어?)"

하지만 기사들은 대꾸 한마디 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가 업체 평가에 반영되는 데다 민원이라도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B(음성변조) : "(보험사)콜센터에서 '고객님 민원 항의 전화가 들어왔는데 왜 출동이 늦냐..' 신호 다 제끼고 가면 10분 안에도 갈 수 있어요 20킬로미터도 솔직히..근데 목숨 걸고 가라는 거잖아요. 그거에다가 (보험사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걸(민원) 고객이 이야기 하면 민원을 다 받아줘요."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A(음성변조) : "업체마다 점수가 있어요. 출동률, 기사 개인마다 출동률이라든지 얼마나 고객에게 친절하게 했는지, 도착은 20분 안에 했는지..."

보험사들과 계약을 유지하려면 결국 무리하게 달리고, 부당한 대우도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출동 대행업체 대표 B(음성변조) : "'너네(업체) 때문에 사설 견인차 견인을 당해서 견인비 나오면 니네가 견인비 다 내라'고 그렇게 하니까 또 그것에 대한 민원 또 해결해야 하죠 죽겠어요, 진짜로 와.. 진짜 죽겠어요."

사고 위험은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됩니다.

깜깜한 도로 견인차가 튕겨져나옵니다.

야간에 갓길에서 작업을 하던 견인차를 뒤에서 오던 화물차가 들이받은 겁니다.

지난 6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견인을 하던 47살 이 모 씨도 이렇게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고속도로 갓길이었습니다.

<인터뷰> 사망 견인차 기사 유가족(음성변조) : "저희 아저씨는 옆에서 차를 반듯하게 들어올려야 되니까 기계를 조작을 하고 있는 상태였죠...본인(화물차 운전자)은 차에 빨간불이 들어와서 그걸 본다고 미처 견인차를 발견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6월에만 견인차 기사 두 명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견인 작업을 하다 2차 사고로 숨졌습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A(음성변조) : "목숨 내놓고 일하는 거예요. 고속도로 타이어 교체가 최고 무서워요.주행도로에 대놓고 앉아서 해야 되는 거예요. 높은 화물차들은 몰라요. 사람을 못 보고 그러고 치고 가는 거예요. 안 그러면 피한다고 해도 화물차들이 빨리 달리면 이 바람에 빨려 들어가는 거예요"

신속한 출동을 재촉하면서도 긴급 출동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할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어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겁니다.

<인터뷰> 대형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안전매뉴얼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세분화시켜서 조금 더 자세히 하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저희가 보완을 하겠습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춰서면 일단 안전한 곳으로 차를 옮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기응(교통안전공단 교수) : "도로에서 고장이나 조치나 어떤 상태를 변화시켜서 이동을 해야된다고 생각을 하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한 장소로 신속한 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B(음성변조) : "견인을 해가지고 넓은 공터나 졸음시설 거기로 옮겨서 작업하면 정말 안전하고 편하잖아요. 근데 고객들은 그냥 하면 되지 뭘 견인까지 해야되냐...그리고 나서는 또 (보험사에) 민원을 걸어요. "

출동 대행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개인 사업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사고를 당해도 최소한의 보상조차 받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사망 견인차 기사 유가족(음성변조) : "얘네(출동대행업체)들이 장거리를 못 가니까 우리가 나갔잖아요. 업체를 거쳐서 (출동요청이) 오니까 이 보험사 쪽에서는 자기네들은 지시한 게 없는 거예요."

보험사는 대행업체의 몫이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위탁관계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보험을 들어주거나 이런 건 없고 그냥 운전자 보험이나 보험을 가입 하시라고 (이야기 합니다.)"

타이어 펑크나 배터리 방전 같은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 대부분 운전자들은 제일 먼저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를 찾습니다.

신속하게 고장을 해결하고 사고를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빨리빨리만 강조하다가는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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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부르는 긴급출동 서비스
    • 입력 2016-09-11 23:31:04
    • 수정2016-09-12 14:59:42
    취재파일K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A(음성변조) : "막 쏘고 가는 거예요. (고객)전화는 계속 오지 콜센터 전화는 계속 들어오지 압박감에 시달려서 그낭 앞만 보고 달려가는 거예요. 그냥 무조건 빨리 가야겠다, 목숨 걸고 가야겠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보험사에서 평가)등급표가 계속 날아와요. 이번엔 좀 안좋다고 다음 계약이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 긴급 출동 기사(음성변조) : "(보험사) 콜센터에서 '고객님 민원 항의 전화가 들어왔는데 왜 출동이 늦냐'고... 신호 다 제끼고 가면 10분 안에도 갈 수 있어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추석 당일 예상되는 교통량은 529만대, 역대 일일 최대 교통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교통량이 많으면 사고는 물론, 도로 한복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차량도 늘어납니다.

차가 멈춰서면 가장 불안한 건 운전자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긴급출동 기사들이 '목숨을 내놓고 일한다'고 말합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그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퇴근 시간을 앞둔 고속도로.

차량정체가 시작됐습니다.

느리게 달리는 승용차를 따라오던 화물차가 들이받습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고속도로 휴게소.

<녹취> 이도현(긴급 출동 기사) : "네 고객님. 어디 다치시지는 않으셨죠? 저희가 최대한 빨리 고객님 계시는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대기하던 견인차 기사 이도현씨가 보험사로부터 출동 호출을 받았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갓길을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끼어들고 빠지고, 그러면서 한 손으론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다른 손으론 경적을 쉴새없이 울립니다.

정상 주행한 취재차량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이 씨는 절반도 안되는 7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인터뷰> 이도현(긴급 출동 기사) : "기다리시는 분들 입장 고려해야 하는 점도 있고 저도 빨리 와야지 하는 그런 마음도 있고 또 늦게 오면 (고객들이)보험회사에 안 온다고 민원들도 많이 넣으시기 때문에..."

사고차량 운전자는 비로소 안심이 되는 눈칩니다.

<인터뷰> 오보연(사고 차량 운전자) : "처음 사고가 난 거라서 많이 놀랐습니다. 이 정도면 (서비스는) 매우만족이라고 봅니다."

보험가입자들은 긴급출동 서비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인터뷰> 이정환(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10분에서 30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김영주(충남 천안시 청당동) : "음...기다리는 시간 글쎄요.. 저는 한 30분은 기다릴 수 있다고 봐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12개 자동차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출동소요시간은 평균 27분.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긴급출동 기사들은 대부분 10분 대 출동, 그러니까 20분 이내 출동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긴급 출동 기사 A(음성변조) : "기준이 있어요, 20분. 근데 이게 언제부터 20분 출동이 되었는지 모르는 거예요. 점점 강화되면서 전 보험사가 서로 자기들끼리 경쟁하다가 자기네는 긴급출동 제일 빠른 시간안에 서비스를 해드린다..."

<인터뷰> 긴급 출동 기사 B(음성변조) : "10분 15분이면 쏟아지죠. (고객 전화)연락이.." "최대 출동거리가 20킬로미터 넘는 데도 있는데 거기를 무조건 15분 안에 가야해요. 그렇게 되면 속도를 (시속) 160, 180 밟고 가야 하니까"

과속에 신호위반은 다반사.

이렇게 무리한 출동은 곳곳에서 사고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이 기사님은) 갓길을 타고 가시다가 갑자기 버스가 실선을 넘어서 훅 나오니까 그냥 그 상태로 가드레일에 끼어서 이렇게 밀렸죠. 거의 한 1킬로미터는 갔을 거예요. 속도가 빨랐어서.."

그렇다면 긴급 출동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빨리 달리는 이유는 뭘까?

한 대형 보험사와 출동 대행 업체와의 계약섭니다.

고객만족도 등으로 서비스 평가를 하고, 이 결과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다르게 지급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고객 불만이나 민원이 생기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렇게 출동 대행 업체에 대해 평가등급을 나누고, 출동 종류별로 건당 수수료를 500원부터 많게는 8천원까지 다르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A(음성변조) : "(보험사에서) 불만건도 많고, 출동률도 늦고 와가지고 뭐 경위서 써라 또 타 업체를 섭외해가지고 경쟁을 붙인대요. 그런 압박감을 주면..."

한 대형 보험사의 경우 대행업체를 평가할 때 신속성 기준을 30분으로 명시했습니다.

<인터뷰> 대형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고 이후에 30분을 저희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는 거고요, 소비자 조사를 했을 때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신속성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정해 놓은 30분 도착 기준은 현장에서는 더 짧아집니다.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긴급출동을 대행하는 이 업체의 경우, 계약서에 출동 업무 자체를 아예 '20분 이내 도착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기사들의 출동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OO사는)도착완료를 제 때 못누르면, 20분안에 안 눌러주면 빨간불이 떠요. 불량이라 그래서 (보험사)담당한테 전화가 오고.."

<인터뷰> 긴급출동 기사 C(음성변조) :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을 항시 들고 있어야 되니까.. 출동시간도 도착을 누르면 딱 반영되는데 15분이 넘어가면 등급을 자꾸 떨어뜨리죠. 전 회사 다 있습니다."

여기에 긴급출동을 요청한 일부 고객의 과도한 독촉도 과속과 난폭운전을 부추긴다고 기사들은 말합니다.

긴급 출동을 요청한 한 보험가입자가 기사를 재촉하는 통화 내용입니다.

<녹취> 긴급 출동 기사(보험가입자/음성변조) : "아, 지금 가고있습니다 (XX야, 안 오나?) 손님 욕 하시면 안되고요. 선생님 위치를 몰라서 저희가 파악한다고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닙니까 (출동시간이 이래 늦어갖고 XX야 되나. 어?)"

하지만 기사들은 대꾸 한마디 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가 업체 평가에 반영되는 데다 민원이라도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B(음성변조) : "(보험사)콜센터에서 '고객님 민원 항의 전화가 들어왔는데 왜 출동이 늦냐..' 신호 다 제끼고 가면 10분 안에도 갈 수 있어요 20킬로미터도 솔직히..근데 목숨 걸고 가라는 거잖아요. 그거에다가 (보험사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걸(민원) 고객이 이야기 하면 민원을 다 받아줘요."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A(음성변조) : "업체마다 점수가 있어요. 출동률, 기사 개인마다 출동률이라든지 얼마나 고객에게 친절하게 했는지, 도착은 20분 안에 했는지..."

보험사들과 계약을 유지하려면 결국 무리하게 달리고, 부당한 대우도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출동 대행업체 대표 B(음성변조) : "'너네(업체) 때문에 사설 견인차 견인을 당해서 견인비 나오면 니네가 견인비 다 내라'고 그렇게 하니까 또 그것에 대한 민원 또 해결해야 하죠 죽겠어요, 진짜로 와.. 진짜 죽겠어요."

사고 위험은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됩니다.

깜깜한 도로 견인차가 튕겨져나옵니다.

야간에 갓길에서 작업을 하던 견인차를 뒤에서 오던 화물차가 들이받은 겁니다.

지난 6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견인을 하던 47살 이 모 씨도 이렇게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고속도로 갓길이었습니다.

<인터뷰> 사망 견인차 기사 유가족(음성변조) : "저희 아저씨는 옆에서 차를 반듯하게 들어올려야 되니까 기계를 조작을 하고 있는 상태였죠...본인(화물차 운전자)은 차에 빨간불이 들어와서 그걸 본다고 미처 견인차를 발견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6월에만 견인차 기사 두 명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견인 작업을 하다 2차 사고로 숨졌습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A(음성변조) : "목숨 내놓고 일하는 거예요. 고속도로 타이어 교체가 최고 무서워요.주행도로에 대놓고 앉아서 해야 되는 거예요. 높은 화물차들은 몰라요. 사람을 못 보고 그러고 치고 가는 거예요. 안 그러면 피한다고 해도 화물차들이 빨리 달리면 이 바람에 빨려 들어가는 거예요"

신속한 출동을 재촉하면서도 긴급 출동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할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어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겁니다.

<인터뷰> 대형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안전매뉴얼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세분화시켜서 조금 더 자세히 하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저희가 보완을 하겠습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춰서면 일단 안전한 곳으로 차를 옮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기응(교통안전공단 교수) : "도로에서 고장이나 조치나 어떤 상태를 변화시켜서 이동을 해야된다고 생각을 하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한 장소로 신속한 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터뷰> 출동대행업체 대표 B(음성변조) : "견인을 해가지고 넓은 공터나 졸음시설 거기로 옮겨서 작업하면 정말 안전하고 편하잖아요. 근데 고객들은 그냥 하면 되지 뭘 견인까지 해야되냐...그리고 나서는 또 (보험사에) 민원을 걸어요. "

출동 대행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개인 사업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사고를 당해도 최소한의 보상조차 받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사망 견인차 기사 유가족(음성변조) : "얘네(출동대행업체)들이 장거리를 못 가니까 우리가 나갔잖아요. 업체를 거쳐서 (출동요청이) 오니까 이 보험사 쪽에서는 자기네들은 지시한 게 없는 거예요."

보험사는 대행업체의 몫이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위탁관계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보험을 들어주거나 이런 건 없고 그냥 운전자 보험이나 보험을 가입 하시라고 (이야기 합니다.)"

타이어 펑크나 배터리 방전 같은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 대부분 운전자들은 제일 먼저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를 찾습니다.

신속하게 고장을 해결하고 사고를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빨리빨리만 강조하다가는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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