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발생 즉시 대응…일본의 지진 대응 시스템

입력 2016.10.01 (22:01) 수정 2016.10.01 (22: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일본에서는 한 해 동안 적게는 수천 번, 많을 때는 수만 번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진을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대응 시스템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일본은 지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도쿄 나신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난 9월 26일 오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아베 총리의 국회 연설을 중계방송하고 있었습니다.

2시 22분쯤 경고음과 함께 긴급지진속보 자막이 화면에 뜹니다.

가고시마현 아마미 섬에서 진도 5의 강한 흔들림이 있을 것이란 경고였습니다.

NHK는 속보 발령 1분 뒤 국회연설을 끊고 속보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녹취> "진원이 해저이면 쓰나미의 위험이 있습니다. 해안 등에서 떨어져 주시기 바랍니다."

아베 총리의 연설은 속보가 끝난 뒤 녹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 보편화된 모습입니다.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 때도 비슷했습니다.

지진 발생 3.7초 만에 긴급지진속보가 떴습니다.

<녹취> "긴급지진속보입니다. 강한 흔들림에 주의하십시오."

갑작스러운 경고음과 함께 지진경보가 발령됐고, 발생 시각과 장소, 지역별 예상 진도 등의 정보가 화면에 떴습니다.

긴급지진속보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과 이동전화 등을 통해서 동시에 공표됐습니다.

구마모토 대지진은 진원이 얕고 진앙지도 가까웠습니다.

진동 시작과 거의 동시에 지진 속보를 받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최소한의 대피 시간을 벌었습니다.

지진파는 초당 수km씩 이동하지만, 유무선 전기 신호는 빛의 속도, 초당 30만 km로 이동합니다.

지진의 충격파가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울릴 수 있는 비밀입니다.

일본 정부는 긴급지진속보 체계를 2007년 10월1일부터 도입했습니다.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뒤, 정책적 의지를 갖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입니다.

기상청은 전국에 270여 개의 지진계 외에도, 국립 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관측망 약 800곳을 이용합니다.

지자체 등의 관측망까지 합치면 지진 관측점이 4천여 곳에 이릅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매질을 밀어내듯 직선으로 이동하는 P파와 물결치듯 요동치며 이동하는 S파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P파가 1.73배가 빠른데, 지진 피해는 S파로 인해 발생합니다.

P파를 빨리 포착해, 진원의 위치와 규모, 지표면이 받을 충격의 강도, 즉 진도를 가늠합니다.

2곳 이상의 관측점에서 진도 5약 이상의 진동이 예상되면 기상청은 자동으로 긴급지진속보-경보를 발령합니다.

기상청의 지진속보는 방송사와 이동통신사를 거쳐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됩니다.

모든 과정이 5-10초 이내에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일단 경보가 울리면, 시민들은 진동이 시작되기 전에 가스불을 끄는 등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현관문을 미리 열어 대피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중단하고, 건설현장도 작업을 멈춥니다.

도로위 차량도 전철도 운행을 중단합니다.

일본의 재난대응의 강점은 준비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지방정부에도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기초 지자체도 재난 대응 전담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이바라키 현 히타치 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해안 도시임에도 지진해일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곳입니다.

지난 7월 27일 규모 5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시각은 밤 11시 47분. 13분 만에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45분 안에 대상 공무원이 전원 집합했습니다. 모든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데 2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에게도 지진 등이 발생했을 경우 모일 피난 장소와 피난 경로 등이 표기된 방재 지도가 배포돼 있습니다.

비상식량 등을 담은 지진 가방도 갖추게 했습니다.

<인터뷰> 나나이(이바라키 현 히타치 시 생활안전과장) : "여기로 모여주세요 하는 피난장소, 피난 경로 등을 표시한 지도로,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것입니다."

시내의 한 학교. 피난장소로 지정돼 있는 체육관 옆에 비상물품 창고가 마련돼 있습니다.

물과 비상 식량 등 재난 상황에 꼭 필요한 물품들이 가득합니다.

18만명 소도시에 이런 피난 장소와 비상물품 창고만 65곳에 이릅니다.

23개 구역별 시민 조직과 정기적으로 재난 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내진설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다중 공공시설에는 안전설비가 의무화돼 있습니다.

2012년 도호쿠 지방에서 규모 7.3 강진이 발생했을때, 철로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철로 주변 계측장치가 지진의 제1파를 감지해 큰 충격파가 도착하기 38초 전에 열차의 비상정지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인터뷰> 다하타(신칸센 사업본부 과장) : "지진이 언제 올 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피해 대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5년 5월 도쿄 앞 해저에서 규모 8.1 강진이 일어났을때는 고층 건물의 이중 안전 설비가 작동한 덕분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와노(안전설비회사 부장) : "고층건물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시설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까지 합치면 일년에 십만 번 이상의 지진이 발생합니다.

지진은 이미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지진에 대한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재난 대응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나신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스페셜] 발생 즉시 대응…일본의 지진 대응 시스템
    • 입력 2016-10-01 22:06:48
    • 수정2016-10-01 22:32:4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일본에서는 한 해 동안 적게는 수천 번, 많을 때는 수만 번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진을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대응 시스템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일본은 지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도쿄 나신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난 9월 26일 오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아베 총리의 국회 연설을 중계방송하고 있었습니다.

2시 22분쯤 경고음과 함께 긴급지진속보 자막이 화면에 뜹니다.

가고시마현 아마미 섬에서 진도 5의 강한 흔들림이 있을 것이란 경고였습니다.

NHK는 속보 발령 1분 뒤 국회연설을 끊고 속보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녹취> "진원이 해저이면 쓰나미의 위험이 있습니다. 해안 등에서 떨어져 주시기 바랍니다."

아베 총리의 연설은 속보가 끝난 뒤 녹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 보편화된 모습입니다.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 때도 비슷했습니다.

지진 발생 3.7초 만에 긴급지진속보가 떴습니다.

<녹취> "긴급지진속보입니다. 강한 흔들림에 주의하십시오."

갑작스러운 경고음과 함께 지진경보가 발령됐고, 발생 시각과 장소, 지역별 예상 진도 등의 정보가 화면에 떴습니다.

긴급지진속보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과 이동전화 등을 통해서 동시에 공표됐습니다.

구마모토 대지진은 진원이 얕고 진앙지도 가까웠습니다.

진동 시작과 거의 동시에 지진 속보를 받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최소한의 대피 시간을 벌었습니다.

지진파는 초당 수km씩 이동하지만, 유무선 전기 신호는 빛의 속도, 초당 30만 km로 이동합니다.

지진의 충격파가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울릴 수 있는 비밀입니다.

일본 정부는 긴급지진속보 체계를 2007년 10월1일부터 도입했습니다.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뒤, 정책적 의지를 갖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입니다.

기상청은 전국에 270여 개의 지진계 외에도, 국립 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관측망 약 800곳을 이용합니다.

지자체 등의 관측망까지 합치면 지진 관측점이 4천여 곳에 이릅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매질을 밀어내듯 직선으로 이동하는 P파와 물결치듯 요동치며 이동하는 S파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P파가 1.73배가 빠른데, 지진 피해는 S파로 인해 발생합니다.

P파를 빨리 포착해, 진원의 위치와 규모, 지표면이 받을 충격의 강도, 즉 진도를 가늠합니다.

2곳 이상의 관측점에서 진도 5약 이상의 진동이 예상되면 기상청은 자동으로 긴급지진속보-경보를 발령합니다.

기상청의 지진속보는 방송사와 이동통신사를 거쳐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됩니다.

모든 과정이 5-10초 이내에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일단 경보가 울리면, 시민들은 진동이 시작되기 전에 가스불을 끄는 등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현관문을 미리 열어 대피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중단하고, 건설현장도 작업을 멈춥니다.

도로위 차량도 전철도 운행을 중단합니다.

일본의 재난대응의 강점은 준비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지방정부에도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기초 지자체도 재난 대응 전담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이바라키 현 히타치 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해안 도시임에도 지진해일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곳입니다.

지난 7월 27일 규모 5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시각은 밤 11시 47분. 13분 만에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45분 안에 대상 공무원이 전원 집합했습니다. 모든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데 2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에게도 지진 등이 발생했을 경우 모일 피난 장소와 피난 경로 등이 표기된 방재 지도가 배포돼 있습니다.

비상식량 등을 담은 지진 가방도 갖추게 했습니다.

<인터뷰> 나나이(이바라키 현 히타치 시 생활안전과장) : "여기로 모여주세요 하는 피난장소, 피난 경로 등을 표시한 지도로,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것입니다."

시내의 한 학교. 피난장소로 지정돼 있는 체육관 옆에 비상물품 창고가 마련돼 있습니다.

물과 비상 식량 등 재난 상황에 꼭 필요한 물품들이 가득합니다.

18만명 소도시에 이런 피난 장소와 비상물품 창고만 65곳에 이릅니다.

23개 구역별 시민 조직과 정기적으로 재난 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내진설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다중 공공시설에는 안전설비가 의무화돼 있습니다.

2012년 도호쿠 지방에서 규모 7.3 강진이 발생했을때, 철로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철로 주변 계측장치가 지진의 제1파를 감지해 큰 충격파가 도착하기 38초 전에 열차의 비상정지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인터뷰> 다하타(신칸센 사업본부 과장) : "지진이 언제 올 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피해 대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5년 5월 도쿄 앞 해저에서 규모 8.1 강진이 일어났을때는 고층 건물의 이중 안전 설비가 작동한 덕분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와노(안전설비회사 부장) : "고층건물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시설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까지 합치면 일년에 십만 번 이상의 지진이 발생합니다.

지진은 이미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지진에 대한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재난 대응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나신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