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생후 2개월 만에…‘영양실조’로 숨진 아기

입력 2016.10.12 (08:34) 수정 2016.10.12 (10: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숨진 한 아기가 있습니다.

사인은 바로 영양실조였습니다.

아이는 정상체중인 3㎏ 정도로 태어났는데 사망 당시 몸무게는 2㎏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태어났을 때 보다 몸무게가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지난달 엄마가 아기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머리를 다친 아기가 이때부터 분유를 제대로 먹지 못한 건데요.

하지만 부모는 아기를 단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기는 영양실조로 숨졌습니다.

도대체 이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오전. 119로 아이가 위급하다는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5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오전) 11시 28분쯤에 신고한 거로 확인됐거든요. 36분인가 119가 도착했고 바로 도착을 해서 확인을 해보니까 119 도착 당시에 사망한 상태로 확인됐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2달 된 아이치고는 너무 작았던 겁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119구급대원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는데요.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3.06kg의 정상체중으로 태어났던 아이는 사망할 당시 불과 1.98kg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생후 2개월 된 아이의 평균 몸무게가 6~7kg인걸 감안하면 충격적인 몸무게.

더 충격적인 것은, 아이의 자라지 못한 이유가 바로 먹지 못해서였다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소장이나 대장에 전혀 음식물 흔적이 없대요. 아이 상태로 봤을 때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안 먹은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게다가 부검결과, 아이의 두개골이 부서져 있었는데요.

도대체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부가 만난 건 지난 2014년.

당시 고3이었던 아내 신 씨는 23살이었던 남편 정 씨와 만나 아이를 가지게 됐는데요.

이후 학교를 중퇴하고 결혼하게 됩니다.

양가의 도움 없이 시작된 결혼생활, 남편 정씨가 배달 일을 해 생계를 꾸려갔지만, 항상 쪼들리기만 했습니다.

<녹취>남편 직장 동료(음성변조) : “중간에 가불도 하고 막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가져가는 돈이 얼마 없잖아요. 나중에 월급 받을 때 보니까 백만 원도 안 될 때도 있고 그랬었나 봐요. 그래서 주위 사람한테 빌리고 이런 경우가 좀 많았었어요.”

지난 8월, 둘째를 출산하고, 이주 전, 교통 사고로 인해 가장인 정씨가 일을 쉬게 되면서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기본적으로 제3금융권에 채무가 각각 천만 원씩은 있어요. 그런 데다가 아기 아빠 혼자 배달원 일 하면서 한 2백만 원 정도 벌었었는데요. 그나마 한 달 전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그 일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가스는 끊긴 지 오래됐고요.”

상황이 나빠지면서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뭐 하는지 애가 그렇게 울대요. 왜 우는지 모르고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애가 우는 거 같아요.”

<녹취> 남편 직장 동료(음성변조) : “하루는 입술 쪽이 막 다 터져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막 얼굴이 부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건, 한 달 전이었습니다.

분유를 타던 엄마 서씨가 한 손으로 안고 있던 둘째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린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국과수 부검의 소견 중에 아이 머리 쪽에 부딪힌 상처가 있대요. (아이 엄마가) "9월 중순쯤에 아이를 한 번 떨어트린 적이 있다."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당시 부부는 1, 2시간이 지나 아이가 괜찮아 보이자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경찰은 아이가 이때부터 분유를 먹지 못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를 떨어트렸다는 게 선행 사인이고 그 일로 인해서 아이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러면서 있다가 기아사로 사망을 한 거로 보고 있어요.”

부부는 아기가 분유를 못 먹는 데다 감기까지 걸렸음에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출산 이후 아이를 단 한 번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12세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15개의 예방 접종 중, 출산 후 바로 받는 B형 간염 접종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은 겁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접종하시라고 연락이랑 문자를 보냈었는데요. 그 통화 자체가 안됐었어요. 수신, 착신 정지가 된 휴대전화여서. 9월 1일경에 저희가 문자를 보냈었거든요.”

부부는 왜 아이를 이렇게 방치한 걸까?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엄마 쪽은 산후우울증 같은 우울증이 심각했던 것 같고요. 둘이 생활하다 보니까 금전적으로 아주 어렵고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양육에도 소홀한 것 같고요.”

2개월 된 아이가 죽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애 하나 있는 건 알겠는데 애를 하나 또 출산했다 그러더라고요. 힘들 텐데 참 대단하다. 그러고만 있었죠.”

아이가 숨지기 이틀 전에서야 엄마 신 씨는 예방접종을 한다며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로 갔지만 운영 시간이 지나서 방문한 탓에 집으로 그냥 돌아오고 말았는데요.

이 때문에 보건소 직원들이 위독한 상황에 놓인 아이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허망하게 사라졌습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영유아 접종은 워낙 오전 접종을 하거든요. 9시부터 11시 반까지요. 그걸 보시고 접종이 종료된 걸 알고 돌아가신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준비안 된 부모와 경제적 문제가 합쳐져 학대로 이어지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황옥경(교수/서울 신학대 보육학과) : “주거 공간, 경제적 능력, 그다음에 엄마가 가지고 있는 엄마의 연령,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양육에 적합하지 않은 요건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아동 학대인지조차 모르고 아동 학대가 되어서 그 어린 생명이 세상을 뜨게 된 것이 아닌가……. ”

법원은 오늘 오후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아빠 정 씨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를 할 예정입니다.

앞서 경찰은 이들 부부의 21개월 된 첫째 아들을 아동복지시설로 보호조치하고 엄마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생후 2개월 만에…‘영양실조’로 숨진 아기
    • 입력 2016-10-12 08:37:36
    • 수정2016-10-12 10:07:42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숨진 한 아기가 있습니다.

사인은 바로 영양실조였습니다.

아이는 정상체중인 3㎏ 정도로 태어났는데 사망 당시 몸무게는 2㎏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태어났을 때 보다 몸무게가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지난달 엄마가 아기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머리를 다친 아기가 이때부터 분유를 제대로 먹지 못한 건데요.

하지만 부모는 아기를 단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기는 영양실조로 숨졌습니다.

도대체 이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오전. 119로 아이가 위급하다는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5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오전) 11시 28분쯤에 신고한 거로 확인됐거든요. 36분인가 119가 도착했고 바로 도착을 해서 확인을 해보니까 119 도착 당시에 사망한 상태로 확인됐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2달 된 아이치고는 너무 작았던 겁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119구급대원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는데요.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3.06kg의 정상체중으로 태어났던 아이는 사망할 당시 불과 1.98kg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생후 2개월 된 아이의 평균 몸무게가 6~7kg인걸 감안하면 충격적인 몸무게.

더 충격적인 것은, 아이의 자라지 못한 이유가 바로 먹지 못해서였다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소장이나 대장에 전혀 음식물 흔적이 없대요. 아이 상태로 봤을 때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안 먹은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게다가 부검결과, 아이의 두개골이 부서져 있었는데요.

도대체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부가 만난 건 지난 2014년.

당시 고3이었던 아내 신 씨는 23살이었던 남편 정 씨와 만나 아이를 가지게 됐는데요.

이후 학교를 중퇴하고 결혼하게 됩니다.

양가의 도움 없이 시작된 결혼생활, 남편 정씨가 배달 일을 해 생계를 꾸려갔지만, 항상 쪼들리기만 했습니다.

<녹취>남편 직장 동료(음성변조) : “중간에 가불도 하고 막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가져가는 돈이 얼마 없잖아요. 나중에 월급 받을 때 보니까 백만 원도 안 될 때도 있고 그랬었나 봐요. 그래서 주위 사람한테 빌리고 이런 경우가 좀 많았었어요.”

지난 8월, 둘째를 출산하고, 이주 전, 교통 사고로 인해 가장인 정씨가 일을 쉬게 되면서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기본적으로 제3금융권에 채무가 각각 천만 원씩은 있어요. 그런 데다가 아기 아빠 혼자 배달원 일 하면서 한 2백만 원 정도 벌었었는데요. 그나마 한 달 전에는 교통사고가 나서 그 일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가스는 끊긴 지 오래됐고요.”

상황이 나빠지면서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뭐 하는지 애가 그렇게 울대요. 왜 우는지 모르고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애가 우는 거 같아요.”

<녹취> 남편 직장 동료(음성변조) : “하루는 입술 쪽이 막 다 터져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막 얼굴이 부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건, 한 달 전이었습니다.

분유를 타던 엄마 서씨가 한 손으로 안고 있던 둘째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린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국과수 부검의 소견 중에 아이 머리 쪽에 부딪힌 상처가 있대요. (아이 엄마가) "9월 중순쯤에 아이를 한 번 떨어트린 적이 있다."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당시 부부는 1, 2시간이 지나 아이가 괜찮아 보이자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경찰은 아이가 이때부터 분유를 먹지 못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를 떨어트렸다는 게 선행 사인이고 그 일로 인해서 아이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러면서 있다가 기아사로 사망을 한 거로 보고 있어요.”

부부는 아기가 분유를 못 먹는 데다 감기까지 걸렸음에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출산 이후 아이를 단 한 번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12세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15개의 예방 접종 중, 출산 후 바로 받는 B형 간염 접종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은 겁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접종하시라고 연락이랑 문자를 보냈었는데요. 그 통화 자체가 안됐었어요. 수신, 착신 정지가 된 휴대전화여서. 9월 1일경에 저희가 문자를 보냈었거든요.”

부부는 왜 아이를 이렇게 방치한 걸까?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엄마 쪽은 산후우울증 같은 우울증이 심각했던 것 같고요. 둘이 생활하다 보니까 금전적으로 아주 어렵고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양육에도 소홀한 것 같고요.”

2개월 된 아이가 죽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애 하나 있는 건 알겠는데 애를 하나 또 출산했다 그러더라고요. 힘들 텐데 참 대단하다. 그러고만 있었죠.”

아이가 숨지기 이틀 전에서야 엄마 신 씨는 예방접종을 한다며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로 갔지만 운영 시간이 지나서 방문한 탓에 집으로 그냥 돌아오고 말았는데요.

이 때문에 보건소 직원들이 위독한 상황에 놓인 아이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허망하게 사라졌습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영유아 접종은 워낙 오전 접종을 하거든요. 9시부터 11시 반까지요. 그걸 보시고 접종이 종료된 걸 알고 돌아가신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준비안 된 부모와 경제적 문제가 합쳐져 학대로 이어지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황옥경(교수/서울 신학대 보육학과) : “주거 공간, 경제적 능력, 그다음에 엄마가 가지고 있는 엄마의 연령,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양육에 적합하지 않은 요건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아동 학대인지조차 모르고 아동 학대가 되어서 그 어린 생명이 세상을 뜨게 된 것이 아닌가……. ”

법원은 오늘 오후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아빠 정 씨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를 할 예정입니다.

앞서 경찰은 이들 부부의 21개월 된 첫째 아들을 아동복지시설로 보호조치하고 엄마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