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부 안 해도 돼”…‘합격률 98%’ 학원의 비밀

입력 2016.11.02 (08:34) 수정 2016.11.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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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5월 열린 한 국가공인 자격증 시험에서 특정 학원 응시생 합격률이 무려 98%를 기록했습니다.

209명이 응시해 이 중 206명이 합했다는 믿기 힘든 수치인데요.

해당 시험은 대형 상가나 빌딩 관리를 위한 전문 자격시험이었습니다.

평소 해당 학원은 높은 합격률을 자랑처럼 내세웠습니다.

심지어 해당 학원 원장은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시간이 없으면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시켜 준다며 호언장담까지 해왔습니다.

그의 호언장담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합격률 98%’에 숨겨진 비밀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9월 중순, 대구의 한 경찰서에 믿기 힘든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국가공인 자격증인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의 문제지가 사전 유출됐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너무 시험이 허술하다, 이렇게까지 시험 자격증을 함부로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제보를 해야 되겠다고...”

시험 전에 미리 문제지를 봤던 장소로 지목된 곳은 대구의 한 부동산 관련 전문 학원.

경찰은 지난 5월,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진행된 한 강의의 동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강의 날짜는 자격증 시험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

원장 신 모 씨가 수강생들에게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은 언제 공부를 해요?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그러네. 자꾸 묻지 마라. 알아서 해준다면 가만있으면 되지 뭘 자꾸 물어보고...”

시험 준비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다 알아서 해 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치는 원장.

그리고는 믿기 힘든 말을 이어갑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공부할 겨를이 없으면 안 해도 됩니다. 21일이 시험인데 20일 저녁 7시 저녁까지 도착한다고 했거든.”

시험 하루 전, 학원으로 자격증 시험 문제지가 미리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한 10시 정도 되면 답이 나와서 답을 표시하겠죠? 그럼 그 때부터 복사 들어가는 거야.”

원장은 자신이 문제지를 미리 보고 답안 작성까지 다 해둘 테니 수강생들은 시험 당일 학원에 일찍 나오기만 하라고 당부합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여기 한 9시나 10시쯤 오셔서 문제지 받아서 그거 (시험지) 보고 여기 놓고 가요 알았지? 가져가면 큰일 나요. 알았죠?”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합격 장담을 합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시험지를 복사해 주는데 떨어졌다. 그냥 접싯물에 코를 박으세요.”

그런데 이 호언장담이 그저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 학원 출신의 응시자 209명 가운데 206명이 이 자격시험에 합격한 겁니다.

합격률은 무려 98%.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원장의 호언장담 뒤에는 시험 위탁운영기관 소속 간부인 장 모 씨가 있었습니다.

시험 홍보 담당자이자 시험지 운반 책임자이기도 했던 장 씨가 시험지를 미리 빼내 학원 원장인 신 씨에게 넘긴 겁니다.

<녹취> 권중석(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장) : “회사의 시험 응시용 홍보 책임자로서 시험 문제지를 운반책임도 겸해 있습니다. 그래서 접근은 아주 쉬운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장 씨의 시험 문제지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0년 2월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4차례에 걸쳐 원장 신 모 씨와 부동산학과 대학교수 등 6명에게 시험지를 빼내서 건넸습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2010년, 2011년도 두 번에 걸쳐 대학교수들한테 이메일 전송한 게 있고, 최근에는 그 학원장한테만 했습니다."

이들에게 문제를 미리 받아보고 시험을 본 응시생의 합격률은 95%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결과 학원 측에서 장 씨에게 접근해 시험지를 빼내 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었습니다.

장 씨가 먼저 학원 원장에게 접촉해 문제지를 넘겨줬다는 겁니다.

심지어 문제 유출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왜 시험 주관업체 간부가 시험 문제를 유출하려고 한 걸까.

<녹취> 시험 주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수강생을 모집하면 일정금액을 받는 거죠. 수당을 받으니까. 시험 보는 회원 확보하려고 하다가 사고를 친 거예요."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은 재단법인 한국산업교육원에 위탁운영 됩니다.

이곳에서 시험 관련 홍보 업무를 맡은 장 씨는 자신의 담당 지역 내 응시생이 늘어나면 추가 수당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시험에 응시하게 하려고 문제를 유출해 합격률을 높인 겁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응시생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학원의 이 학원장을 상대로 영업하는 거죠. 응시생을 많이 모아달라고 협조 요청을 해서 그렇게 해서 응시생을 모집하는 겁니다.”

마침 대구지역 시험 감독관을 맡게 된 장 씨는 올해 5월, 자격시험을 앞두고 범행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운반 책임자로 시험지를 호송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몰래 빼내서 한 부를 직접 만나 제공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면도칼로 시험지 봉인된 부분을 칼로 예리하게 자른 후에 한 부만 빼냈습니다."

그렇게 학원장 신 씨에게 건네진 시험지는 밤새 정답까지 체크된 뒤, 시험 당일 오전, 응시생들 손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14시에 (시험이) 시행이 되는데 당일 오전에 대구 학원에 도착해서 복사본을 한 부씩 받아서 학원 내 강의실에서 문제를 풀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러 갔습니다."

‘빌딩경영 관리사’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자격시험입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빌딩 경영 관리사는 150세대 이상 오피스텔을 관리할 수 있는 빌딩 전문 관리인입니다. 이 자격증을 따 놓으면 앞으로 빌딩이나 상가 건물 전문 관리인으로 근무할 수 있는 그런 자격증입니다."

이 때문에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시험엔 매번 천 명 정도가 응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150세대 이상 오피스텔의 경우 빌딩 경영관리사와 같은 전문가가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요.

원장 신 씨도 이런 상황을 노려 응시생들을 부추겼습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이번에도 국회에 청원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어요. 그러면 수요가 갑자기 몇만 명이 갑자기 필요해요. 그러니까 따놓으면 아마 얼마 안 가서 일자리가 한 개 생기지 싶은데... 하여튼 기회가 될 때 해놔요."

경찰은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업체 직원 장 씨와 학원장 신 씨를 구속하고 유출된 시험지를 본 응시자들의 명단을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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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공부 안 해도 돼”…‘합격률 98%’ 학원의 비밀
    • 입력 2016-11-02 08:36:02
    • 수정2016-11-02 09: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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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5월 열린 한 국가공인 자격증 시험에서 특정 학원 응시생 합격률이 무려 98%를 기록했습니다.

209명이 응시해 이 중 206명이 합했다는 믿기 힘든 수치인데요.

해당 시험은 대형 상가나 빌딩 관리를 위한 전문 자격시험이었습니다.

평소 해당 학원은 높은 합격률을 자랑처럼 내세웠습니다.

심지어 해당 학원 원장은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시간이 없으면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시켜 준다며 호언장담까지 해왔습니다.

그의 호언장담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합격률 98%’에 숨겨진 비밀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9월 중순, 대구의 한 경찰서에 믿기 힘든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국가공인 자격증인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의 문제지가 사전 유출됐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너무 시험이 허술하다, 이렇게까지 시험 자격증을 함부로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제보를 해야 되겠다고...”

시험 전에 미리 문제지를 봤던 장소로 지목된 곳은 대구의 한 부동산 관련 전문 학원.

경찰은 지난 5월,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진행된 한 강의의 동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강의 날짜는 자격증 시험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

원장 신 모 씨가 수강생들에게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은 언제 공부를 해요?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그러네. 자꾸 묻지 마라. 알아서 해준다면 가만있으면 되지 뭘 자꾸 물어보고...”

시험 준비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다 알아서 해 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치는 원장.

그리고는 믿기 힘든 말을 이어갑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공부할 겨를이 없으면 안 해도 됩니다. 21일이 시험인데 20일 저녁 7시 저녁까지 도착한다고 했거든.”

시험 하루 전, 학원으로 자격증 시험 문제지가 미리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한 10시 정도 되면 답이 나와서 답을 표시하겠죠? 그럼 그 때부터 복사 들어가는 거야.”

원장은 자신이 문제지를 미리 보고 답안 작성까지 다 해둘 테니 수강생들은 시험 당일 학원에 일찍 나오기만 하라고 당부합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여기 한 9시나 10시쯤 오셔서 문제지 받아서 그거 (시험지) 보고 여기 놓고 가요 알았지? 가져가면 큰일 나요. 알았죠?”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합격 장담을 합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시험지를 복사해 주는데 떨어졌다. 그냥 접싯물에 코를 박으세요.”

그런데 이 호언장담이 그저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 학원 출신의 응시자 209명 가운데 206명이 이 자격시험에 합격한 겁니다.

합격률은 무려 98%.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원장의 호언장담 뒤에는 시험 위탁운영기관 소속 간부인 장 모 씨가 있었습니다.

시험 홍보 담당자이자 시험지 운반 책임자이기도 했던 장 씨가 시험지를 미리 빼내 학원 원장인 신 씨에게 넘긴 겁니다.

<녹취> 권중석(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장) : “회사의 시험 응시용 홍보 책임자로서 시험 문제지를 운반책임도 겸해 있습니다. 그래서 접근은 아주 쉬운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장 씨의 시험 문제지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0년 2월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4차례에 걸쳐 원장 신 모 씨와 부동산학과 대학교수 등 6명에게 시험지를 빼내서 건넸습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2010년, 2011년도 두 번에 걸쳐 대학교수들한테 이메일 전송한 게 있고, 최근에는 그 학원장한테만 했습니다."

이들에게 문제를 미리 받아보고 시험을 본 응시생의 합격률은 95%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결과 학원 측에서 장 씨에게 접근해 시험지를 빼내 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었습니다.

장 씨가 먼저 학원 원장에게 접촉해 문제지를 넘겨줬다는 겁니다.

심지어 문제 유출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왜 시험 주관업체 간부가 시험 문제를 유출하려고 한 걸까.

<녹취> 시험 주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수강생을 모집하면 일정금액을 받는 거죠. 수당을 받으니까. 시험 보는 회원 확보하려고 하다가 사고를 친 거예요."

빌딩경영관리사 시험은 재단법인 한국산업교육원에 위탁운영 됩니다.

이곳에서 시험 관련 홍보 업무를 맡은 장 씨는 자신의 담당 지역 내 응시생이 늘어나면 추가 수당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시험에 응시하게 하려고 문제를 유출해 합격률을 높인 겁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응시생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학원의 이 학원장을 상대로 영업하는 거죠. 응시생을 많이 모아달라고 협조 요청을 해서 그렇게 해서 응시생을 모집하는 겁니다.”

마침 대구지역 시험 감독관을 맡게 된 장 씨는 올해 5월, 자격시험을 앞두고 범행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운반 책임자로 시험지를 호송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몰래 빼내서 한 부를 직접 만나 제공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면도칼로 시험지 봉인된 부분을 칼로 예리하게 자른 후에 한 부만 빼냈습니다."

그렇게 학원장 신 씨에게 건네진 시험지는 밤새 정답까지 체크된 뒤, 시험 당일 오전, 응시생들 손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14시에 (시험이) 시행이 되는데 당일 오전에 대구 학원에 도착해서 복사본을 한 부씩 받아서 학원 내 강의실에서 문제를 풀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러 갔습니다."

‘빌딩경영 관리사’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자격시험입니다.

<인터뷰> 정용우(경위/대구 달서경찰서 지능팀) : "빌딩 경영 관리사는 150세대 이상 오피스텔을 관리할 수 있는 빌딩 전문 관리인입니다. 이 자격증을 따 놓으면 앞으로 빌딩이나 상가 건물 전문 관리인으로 근무할 수 있는 그런 자격증입니다."

이 때문에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시험엔 매번 천 명 정도가 응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150세대 이상 오피스텔의 경우 빌딩 경영관리사와 같은 전문가가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요.

원장 신 씨도 이런 상황을 노려 응시생들을 부추겼습니다.

<녹취> 신00(A학원 원장/음성변조) : "이번에도 국회에 청원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어요. 그러면 수요가 갑자기 몇만 명이 갑자기 필요해요. 그러니까 따놓으면 아마 얼마 안 가서 일자리가 한 개 생기지 싶은데... 하여튼 기회가 될 때 해놔요."

경찰은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업체 직원 장 씨와 학원장 신 씨를 구속하고 유출된 시험지를 본 응시자들의 명단을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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