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심장병 아이 성금 가로채…동포 울린 부부

입력 2016.11.28 (08:32) 수정 2016.11.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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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4년 전, 사랑의 리퀘스트에 방영된 영상입니다.

이날 방송은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갓난아이와 그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 부부는 아이의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방송이 나가자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렵게 모인 성금이 이들 부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겁니다.

이들 부부에게 통역을 해주던 베트남 출신 여성과 그녀의 남편이 중간에서 성금을 가로챈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베트남인 우웬이홍 씨가 한국에서 살게 된 건 지난 2009년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면서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생활은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1년 만에 끝이 났다고 합니다.

그 뒤 이주노동자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하나뿐인 딸을 얻었는데요.

하지만 우웬이홍 씨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의사선생님 말로는요 만약에 수술을 못 받게 되면 당장 수술을 못 하게 되면 아이가 바로 죽을 수 있다고 그렇게 얘기해줬습니다."

폐동맥 폐쇄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딸 아이.

아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차디찬 수술대 위에 올라야 했습니다.

아이의 건강도 건강이지만 수술비 역시 이들 부부에게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병원비 3천만 원 있어야 한다고 들어..."

부부 모두 외국인인 탓에 국내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병원은 한 어린이재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재단 도움을 받아 이들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은 방송에 소개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지난 2012년) : “아이가 아픈데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아이가 아파서 울 때 아이를 안고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아파요.”

방송 나가자 이들 부부 앞으로 2,700만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습니다.

이 돈으로 아이의 병원비 370여만 원을 내고 남은 돈 2,300여만 원은 부부에게 전달했습니다.

<녹취> 어린이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병원비 이외에도 뭐 생활안정자금이라고 해서 이제 각 가정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월 정기적으로 이렇게 후원금을 쪼개서 지원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후에도 부부의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여기저기 빌려서 병원비 갚고... 이자 갚느라 지금도 너무 힘들다."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을 하는 우웬이홍 씨.

남편 역시 지방에서 막노동하며 병원비 때문에 진 빚을 갚고 있다는 건데요.

대체 이들 부부에 전달된 기부금과 재단의 후원금은 어디로 가고 병원비로 빚까지 지게 된 걸까.

무려 4년 만에, 사라진 후원금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부부에게 전달될 후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누군가가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우웬이홍 씨 부부가) 우리 나라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통역이 필요했고, 평소 알고 지낸 피의자들이 이를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딸 아이가 입원했을 당시, 한국어를 모르고 국내 사정에 어둡던 우웬이홍 씨 부부에게 한 부부가 도와주겠다며 먼저 다가왔습니다.

바로 베트남 출신 귀화여성인 38살 홍 모 씨와 남편 54살 나 모 씨였습니다.

홍 씨는 한국말에 능숙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들 부부에게 통역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피해자가) 09년도에 들어와서 10년도에 자기 가족을 초청을 의뢰를 이 피의자들한테 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인연이 됐는데, 그때도 결국은 가족이 초청이 안 돼 가지고..."

이후 홍 씨 부부는 우웬이홍 씨 부부를 대신해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물론, 병원 관계자까지 만나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어린이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상담이나 이런 거 왔을 때도 같이 오셨었는데. 일단 처음에 얘기 나왔던 건 김치 어머니와 베트남에 있을 때 알고 지낸 사이고, 그리고 뭐 언니처럼 거의 뭐 언니와 같은 그런 걸로 이제 한다. 그러니까 지냈고 지금 이렇게 와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제 이야기를 하셔가지고..."

홍 씨 부부는 병원과 재단 관계자의 의심을 피하고자 우웬이홍 부부의 친척행세를 했고, 가족 일이라며 앞장 선 두 사람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어린이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외국인 자녀다 보니까 그 아이가 부모님들이 강제추방 당할 그런 상황에 놓여서 그 아이를 자기가 입양까지 해서 뭐 치료를 해주고 싶다. 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이렇게 저희 쪽이랑 접촉하실 때는 그런 식으로 이제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물설고 낯선 타국땅에서 같은 베트남 동포인 홍 씨는 우웬이홍 부부에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나 다름없었었습니다.

하지만 홍 씨는 그런 동포의 마음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언니(홍 씨)가 애기 수술할 수 있으려면 3천만 원 있어야하니까... 그때 3천만 원 안 모아졌어요. 그러니까 그 언니가 먼저 내주고 수술 끝나고 그 언니한테 갚았어요."

이미 재단 측에서 병원비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홍 씨 부부는 정작 우웬이홍 씨 부부에게 자신이 병원비를 대납했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리고선 이들 부부에게 1년 동안 천천히 갚으라고 선심을 쓴 척 연기를 한 겁니다.

결국, 홍 씨 부부에게 3천만 원을 갚기 위해 우웬이홍 씨 부부는 다달이 월급을 쏟아 부은 건 물론이고, 지인들에게서 돈까지 빌려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지인들한테 돈을 한 2200만 원 정도를 빌려서 사기 피의자들한테 전달한 걸로 이렇게 저희가 확인됐고요."

이들의 악행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후원금 지급 통장까지 관리해주겠다며 후원금 850만 원까지 인출해 자신들의 생활비로 썼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아기 병원 갈 때 통장 필요하다고 통장 자기 달래요."

경찰은 최근 홍 씨 부부가 연루된 다른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사건을 인지하고 홍 씨 부부를 붙잡았지만 뺏어간 돈은 이미 다 써버린 뒤였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되게 화가 났고 속상했어요, 그 사람은 저한테 되게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이들 부부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후원금을 떼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홍 씨 부부는 다른 동포 29명을 상대로도 국적 취득이나 비자 발급을 돕겠다고 속여 1억 8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홍 씨를 구속하고 홍 씨의 남편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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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심장병 아이 성금 가로채…동포 울린 부부
    • 입력 2016-11-28 08:33:34
    • 수정2016-11-28 09: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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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4년 전, 사랑의 리퀘스트에 방영된 영상입니다.

이날 방송은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갓난아이와 그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 부부는 아이의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방송이 나가자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렵게 모인 성금이 이들 부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겁니다.

이들 부부에게 통역을 해주던 베트남 출신 여성과 그녀의 남편이 중간에서 성금을 가로챈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베트남인 우웬이홍 씨가 한국에서 살게 된 건 지난 2009년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면서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생활은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1년 만에 끝이 났다고 합니다.

그 뒤 이주노동자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하나뿐인 딸을 얻었는데요.

하지만 우웬이홍 씨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의사선생님 말로는요 만약에 수술을 못 받게 되면 당장 수술을 못 하게 되면 아이가 바로 죽을 수 있다고 그렇게 얘기해줬습니다."

폐동맥 폐쇄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딸 아이.

아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차디찬 수술대 위에 올라야 했습니다.

아이의 건강도 건강이지만 수술비 역시 이들 부부에게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병원비 3천만 원 있어야 한다고 들어..."

부부 모두 외국인인 탓에 국내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병원은 한 어린이재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재단 도움을 받아 이들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은 방송에 소개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지난 2012년) : “아이가 아픈데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아이가 아파서 울 때 아이를 안고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아파요.”

방송 나가자 이들 부부 앞으로 2,700만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습니다.

이 돈으로 아이의 병원비 370여만 원을 내고 남은 돈 2,300여만 원은 부부에게 전달했습니다.

<녹취> 어린이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병원비 이외에도 뭐 생활안정자금이라고 해서 이제 각 가정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월 정기적으로 이렇게 후원금을 쪼개서 지원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후에도 부부의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여기저기 빌려서 병원비 갚고... 이자 갚느라 지금도 너무 힘들다."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을 하는 우웬이홍 씨.

남편 역시 지방에서 막노동하며 병원비 때문에 진 빚을 갚고 있다는 건데요.

대체 이들 부부에 전달된 기부금과 재단의 후원금은 어디로 가고 병원비로 빚까지 지게 된 걸까.

무려 4년 만에, 사라진 후원금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부부에게 전달될 후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누군가가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우웬이홍 씨 부부가) 우리 나라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통역이 필요했고, 평소 알고 지낸 피의자들이 이를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딸 아이가 입원했을 당시, 한국어를 모르고 국내 사정에 어둡던 우웬이홍 씨 부부에게 한 부부가 도와주겠다며 먼저 다가왔습니다.

바로 베트남 출신 귀화여성인 38살 홍 모 씨와 남편 54살 나 모 씨였습니다.

홍 씨는 한국말에 능숙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들 부부에게 통역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피해자가) 09년도에 들어와서 10년도에 자기 가족을 초청을 의뢰를 이 피의자들한테 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인연이 됐는데, 그때도 결국은 가족이 초청이 안 돼 가지고..."

이후 홍 씨 부부는 우웬이홍 씨 부부를 대신해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물론, 병원 관계자까지 만나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어린이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상담이나 이런 거 왔을 때도 같이 오셨었는데. 일단 처음에 얘기 나왔던 건 김치 어머니와 베트남에 있을 때 알고 지낸 사이고, 그리고 뭐 언니처럼 거의 뭐 언니와 같은 그런 걸로 이제 한다. 그러니까 지냈고 지금 이렇게 와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제 이야기를 하셔가지고..."

홍 씨 부부는 병원과 재단 관계자의 의심을 피하고자 우웬이홍 부부의 친척행세를 했고, 가족 일이라며 앞장 선 두 사람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어린이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외국인 자녀다 보니까 그 아이가 부모님들이 강제추방 당할 그런 상황에 놓여서 그 아이를 자기가 입양까지 해서 뭐 치료를 해주고 싶다. 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이렇게 저희 쪽이랑 접촉하실 때는 그런 식으로 이제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물설고 낯선 타국땅에서 같은 베트남 동포인 홍 씨는 우웬이홍 부부에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나 다름없었었습니다.

하지만 홍 씨는 그런 동포의 마음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언니(홍 씨)가 애기 수술할 수 있으려면 3천만 원 있어야하니까... 그때 3천만 원 안 모아졌어요. 그러니까 그 언니가 먼저 내주고 수술 끝나고 그 언니한테 갚았어요."

이미 재단 측에서 병원비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홍 씨 부부는 정작 우웬이홍 씨 부부에게 자신이 병원비를 대납했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리고선 이들 부부에게 1년 동안 천천히 갚으라고 선심을 쓴 척 연기를 한 겁니다.

결국, 홍 씨 부부에게 3천만 원을 갚기 위해 우웬이홍 씨 부부는 다달이 월급을 쏟아 부은 건 물론이고, 지인들에게서 돈까지 빌려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지인들한테 돈을 한 2200만 원 정도를 빌려서 사기 피의자들한테 전달한 걸로 이렇게 저희가 확인됐고요."

이들의 악행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후원금 지급 통장까지 관리해주겠다며 후원금 850만 원까지 인출해 자신들의 생활비로 썼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아기 병원 갈 때 통장 필요하다고 통장 자기 달래요."

경찰은 최근 홍 씨 부부가 연루된 다른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사건을 인지하고 홍 씨 부부를 붙잡았지만 뺏어간 돈은 이미 다 써버린 뒤였습니다.

<인터뷰> 우웬이홍(아이 어머니) : "되게 화가 났고 속상했어요, 그 사람은 저한테 되게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이들 부부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후원금을 떼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홍 씨 부부는 다른 동포 29명을 상대로도 국적 취득이나 비자 발급을 돕겠다고 속여 1억 8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홍 씨를 구속하고 홍 씨의 남편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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