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자살로 봤는데”…‘혈흔’이 밝힌 진실

입력 2016.12.07 (08:34) 수정 2016.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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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전남 고흥의 거금대교입니다.

지난 3일 이 다리 아래쪽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처음엔 여성이 자살한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둘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고, 더구나 요즘 같은 날씨에 외투조차 입고 있지 않았던 겁니다.

또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바로 다리 난간에서 여성의 핏자국이 발견된 겁니다.

이 혈흔 근거로 경찰은 여성이 자살한 게 아니라 타살된 걸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전, 전남 거금도 해안에서 조업을 하던 한 어민이 거금대교 밑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어민 한 분이 처음에는 정확하게 '사람이다' 라고 하지는 않고요. '쓰레기 같은 건데 좀 수상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 물체는 다름 아닌 여성의 시신이었습니다.

경찰은 처음엔 여성이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봤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눈에 수상한 점이 포착됩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여성이) 뛰어내린 그 난간 있지 않습니까. 다리 난간 쪽에서 혈흔 같은 게 발견됐거든요. 자살한 사람이 자기 혈흔을 먼저 묻히고 나서 뛰어내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미심쩍은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자살한 사람의 특징인 신발이라든가 소지품이라든가 이런 게 전혀 발견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 이것은 자살보다는 타살의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 생각한 거죠. 그래서 감식팀을 불러서 정밀 감식을 하고 수사를 한 겁니다.”

한 겨울에 신발은커녕 외투조차 입지 않고 있었던 여성.

확인한 결과 시신은 49살 이 모 씨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누군가에게 살해된 뒤 버려졌을 가능성이 큰 걸로 보고 즉시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 씨의 집 앞에 주차돼 있던 이 씨의 차량 뒷좌석에서 이 씨의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차 안에서) 혈흔이 나왔다는 건 그 안에서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즉 타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거죠.”

이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3일 새벽 순천의 한 원룸촌에 이 씨의 차량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차에선 이 씨가 아닌 한 남성이 내립니다.

잠시 뒤 남성이 건물로 들어가더니 이 씨를 업고 나옵니다.

그리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 씨를 차 안으로 밀어 넣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대리운전을 하는 A 씨는 퇴근길에 이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주차할 때 봤더니 앞에 (차에서) 사람의 다리 하나랑 팔 하나만 나와 있어서 그냥 술 취한 사람인 줄 알고 쳐다보고 바로 들어갔어요. 술 취하면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전혀 의심은 안 했는데.”

술에 취한 여성을 차에 태우는 줄로만 알았다는 A 씨.

하지만 당시 이 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CCTV 속 남성은 바로 이 씨의 남자친구인 52살 송 모 씨였습니다.

송 씨는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었고, 이 씨는 따로 가정이 있는 주부였습니다.

이 둘은 8년간 내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 이웃 주민들은 이들을 부부로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줌마랑 남자분이랑 살았는데. 부부가 사시는 거 같던데.”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줌마가 있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가정인 줄 알았죠. 정상적인.”

경찰에 체포된 송 씨는 처음엔 범행 사실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자기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는 아니라고 부인을 하고 왜 나를 이렇게 붙잡냐고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혈흔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육안으로 볼 때는 이미 깨끗이 치운 상태였죠. 그래서 감식팀과 다시 정밀 감식을 한 겁니다. 하다 보니까 방하고 화장실, 현관 쪽에서 다량의 혈흔 흔적이 나온 거죠. 추궁하니까 자백을 하면서 거기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자기가 피해자 차에 피해자를 싣고 거금대교까지 갔다 왔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사건 당일, 크리스마스 선물 문제로 다투다 감정이 격해졌고, 폭행 끝에 우발적으로 이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겁니다.

이후 송 씨는 평소 자신이 자주 지나던 거금대교에 이 씨의 시신을 가져가 그 아래로 던졌습니다.

이 씨가 자살한 걸로 사건을 위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신은 바다가 아닌 다리 밑기둥으로 떨어졌고 이를 어민이 발견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겁니다.

송 씨는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유기한 뒤 이 씨의 휴대전화에 SNS 메시지까지 남겼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왜 연락이 없느냐는 식으로 SNS 메시지를 남기거나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피해자) 집 주변에다가 버리고 차도 피해자 집 주변에다 갖다 놓고. 마치 자신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그런 행동을 한 거죠. 그러니까 자신이 판단해봤을 땐 시신도 발견 안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바로 어제, 피의자 송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었습니다.

송 씨에게 직접 범행 동기를 물어봤지만 송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 중 만난 송 씨의 가족을 통해 현재 송 씨의 심경을 대신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피의자 가족 (음성변조) : “그 전에 막 자잘한 사랑싸움 같은 그런 것도 있었던 거 같고 술 마시고 우발적으로 그러신 거 (같아요.) (피해자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그런 얘기만 하세요. 겁먹어서 계속 울고 계세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송 씨에게 살해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의 부검이 끝나고 사인이 정확히 나오는 대로 보강 수사를 통해 사건 경위를 더욱 자세히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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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자살로 봤는데”…‘혈흔’이 밝힌 진실
    • 입력 2016-12-07 08:35:47
    • 수정2016-12-07 09: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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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전남 고흥의 거금대교입니다.

지난 3일 이 다리 아래쪽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처음엔 여성이 자살한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둘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고, 더구나 요즘 같은 날씨에 외투조차 입고 있지 않았던 겁니다.

또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바로 다리 난간에서 여성의 핏자국이 발견된 겁니다.

이 혈흔 근거로 경찰은 여성이 자살한 게 아니라 타살된 걸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전, 전남 거금도 해안에서 조업을 하던 한 어민이 거금대교 밑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어민 한 분이 처음에는 정확하게 '사람이다' 라고 하지는 않고요. '쓰레기 같은 건데 좀 수상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 물체는 다름 아닌 여성의 시신이었습니다.

경찰은 처음엔 여성이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봤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눈에 수상한 점이 포착됩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여성이) 뛰어내린 그 난간 있지 않습니까. 다리 난간 쪽에서 혈흔 같은 게 발견됐거든요. 자살한 사람이 자기 혈흔을 먼저 묻히고 나서 뛰어내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미심쩍은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자살한 사람의 특징인 신발이라든가 소지품이라든가 이런 게 전혀 발견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 이것은 자살보다는 타살의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 생각한 거죠. 그래서 감식팀을 불러서 정밀 감식을 하고 수사를 한 겁니다.”

한 겨울에 신발은커녕 외투조차 입지 않고 있었던 여성.

확인한 결과 시신은 49살 이 모 씨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누군가에게 살해된 뒤 버려졌을 가능성이 큰 걸로 보고 즉시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 씨의 집 앞에 주차돼 있던 이 씨의 차량 뒷좌석에서 이 씨의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차 안에서) 혈흔이 나왔다는 건 그 안에서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즉 타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거죠.”

이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3일 새벽 순천의 한 원룸촌에 이 씨의 차량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차에선 이 씨가 아닌 한 남성이 내립니다.

잠시 뒤 남성이 건물로 들어가더니 이 씨를 업고 나옵니다.

그리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 씨를 차 안으로 밀어 넣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대리운전을 하는 A 씨는 퇴근길에 이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주차할 때 봤더니 앞에 (차에서) 사람의 다리 하나랑 팔 하나만 나와 있어서 그냥 술 취한 사람인 줄 알고 쳐다보고 바로 들어갔어요. 술 취하면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전혀 의심은 안 했는데.”

술에 취한 여성을 차에 태우는 줄로만 알았다는 A 씨.

하지만 당시 이 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CCTV 속 남성은 바로 이 씨의 남자친구인 52살 송 모 씨였습니다.

송 씨는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었고, 이 씨는 따로 가정이 있는 주부였습니다.

이 둘은 8년간 내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 이웃 주민들은 이들을 부부로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줌마랑 남자분이랑 살았는데. 부부가 사시는 거 같던데.”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줌마가 있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가정인 줄 알았죠. 정상적인.”

경찰에 체포된 송 씨는 처음엔 범행 사실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자기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는 아니라고 부인을 하고 왜 나를 이렇게 붙잡냐고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혈흔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육안으로 볼 때는 이미 깨끗이 치운 상태였죠. 그래서 감식팀과 다시 정밀 감식을 한 겁니다. 하다 보니까 방하고 화장실, 현관 쪽에서 다량의 혈흔 흔적이 나온 거죠. 추궁하니까 자백을 하면서 거기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자기가 피해자 차에 피해자를 싣고 거금대교까지 갔다 왔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사건 당일, 크리스마스 선물 문제로 다투다 감정이 격해졌고, 폭행 끝에 우발적으로 이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겁니다.

이후 송 씨는 평소 자신이 자주 지나던 거금대교에 이 씨의 시신을 가져가 그 아래로 던졌습니다.

이 씨가 자살한 걸로 사건을 위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신은 바다가 아닌 다리 밑기둥으로 떨어졌고 이를 어민이 발견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겁니다.

송 씨는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유기한 뒤 이 씨의 휴대전화에 SNS 메시지까지 남겼습니다.

<인터뷰> 김민기(경사/고흥경찰서 강력팀) : “왜 연락이 없느냐는 식으로 SNS 메시지를 남기거나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피해자) 집 주변에다가 버리고 차도 피해자 집 주변에다 갖다 놓고. 마치 자신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그런 행동을 한 거죠. 그러니까 자신이 판단해봤을 땐 시신도 발견 안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바로 어제, 피의자 송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었습니다.

송 씨에게 직접 범행 동기를 물어봤지만 송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 중 만난 송 씨의 가족을 통해 현재 송 씨의 심경을 대신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피의자 가족 (음성변조) : “그 전에 막 자잘한 사랑싸움 같은 그런 것도 있었던 거 같고 술 마시고 우발적으로 그러신 거 (같아요.) (피해자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그런 얘기만 하세요. 겁먹어서 계속 울고 계세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송 씨에게 살해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의 부검이 끝나고 사인이 정확히 나오는 대로 보강 수사를 통해 사건 경위를 더욱 자세히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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