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 빚…100만 원 벌어 빚 갚는데 27만 원

입력 2016.12.21 (08:15) 수정 2016.12.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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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거란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 상황을 점검해 발표했는데, 이런 경고음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데요.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는 평균 1억 원 가까이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로 37년째 꽃집을 하고 있는 김충희 씨.

IMF 외환위기 때도 큰 빚 없이 넘겼지만 올해 들어 빚이 3천만 원 늘었습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충희(꽃가게 운영) : "(매출이) 한 45% 정도 올해 줄었고요. 가장 피해가 큰 건 승진 축하 난, 거의 없다고 보면 되죠."

매출은 줄어도 가게 운영비는 꼬박꼬박 한 달에 천만 원 이상 들어가니 적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충희(꽃가게 운영) : "소상공인 영세사업 자금이 있거든요. 그거 3천만 원 받아서 거기서 곶감 빼먹듯이 쓰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빚은 9천8백12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보다 3천만 원 이상 많았습니다.

특히 돈 들어갈 데가 많은 50대 가구주의 빚이 가장 많았습니다.

수입은 줄고, 빚은 늘다 보니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이 슈퍼마켓도 올해 들어 매출이 30% 이상 줄었습니다.

가게 주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설 때마다 손님이 줄어드는 게 확연히 느껴집니다.

<인터뷰> 김종득(슈퍼마켓 운영) :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런 문제가 생기는데 저희 나름대로 노력은 하겠지만 계속 채산성이 악화되면 결국 파산에 이르는..."

노후준비가 잘 된 가구는 10가구에 한 가구도 안 되는 상황.

노후 준비를 전혀 못 하는 가구가 20%에 육박하며 1년 전보다 2%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뒤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는 가구가 전체의 60%를 넘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기자 멘트>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 당 평균 부채는 6655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2013년에는 5858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3년 만에 가구별로 빚이 800만 원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이건 전체 가구 평균 액수인데요.

빚이 있는 집만으로 좁혀서 따져 보면, 한 집당 부채는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계부채는 담보대출이 전체의 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요, 다음이 임대보증금, 신용대출 순이었습니다.

빚이 늘다보니,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세금 등을 내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 원이라면, 이 가운데 27만 원을 빚 갚는데 쓰고 있습니다.

2011년에 17만 원 선이었는데, 급격히 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부정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전엔 이자만 먼저 내다가 원금을 나중에 갚도록 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이 비율이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돈이 늘어나면, 그만큼 가구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될 수 있습니다.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의 70%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74%는 원리금 부담 때문에 저축이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빚이 늘어도 갚을 능력이 있다면 괜찮을 텐데, 문제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입니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은 4883만 원으로, 전년보다 2.4% 늘어났는데요.

부채 증가율 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합니다.

늘어난 빚의 상당수는 살 집을 마련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있는 가구의 40%는 거주용 주택을 사기 위해 빚을 졌습니다.

거주 이외의 부동산 구입을 위해 빚을 낸 가구도 19%가량 됐습니다.

가계 부채는 중산층과 4,50대 가구주 가구에서 특히 더 많았습니다.

전체 국민의 소득을 5구간으로 나눠볼 떄, 가운데인 3분위에 해당하는 가구의 경우, 부채가 1년 전보다 12%나 급증했는데, 이는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칩니다.

40대 50대 가구주 가구도 평균 부채가 8천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계 부채의 60% 가량은 기준 금리가 변할 때마다 변하는 변동금리입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지금 가계 대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8조 원이 늘고, 이 경우 자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부실 위험 가구가 6만 가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계 부채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터질 수 있는 만큼 긴급 처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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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가계 빚…100만 원 벌어 빚 갚는데 27만 원
    • 입력 2016-12-21 08:19:31
    • 수정2016-12-21 09: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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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거란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 상황을 점검해 발표했는데, 이런 경고음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데요.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는 평균 1억 원 가까이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로 37년째 꽃집을 하고 있는 김충희 씨.

IMF 외환위기 때도 큰 빚 없이 넘겼지만 올해 들어 빚이 3천만 원 늘었습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충희(꽃가게 운영) : "(매출이) 한 45% 정도 올해 줄었고요. 가장 피해가 큰 건 승진 축하 난, 거의 없다고 보면 되죠."

매출은 줄어도 가게 운영비는 꼬박꼬박 한 달에 천만 원 이상 들어가니 적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충희(꽃가게 운영) : "소상공인 영세사업 자금이 있거든요. 그거 3천만 원 받아서 거기서 곶감 빼먹듯이 쓰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빚은 9천8백12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보다 3천만 원 이상 많았습니다.

특히 돈 들어갈 데가 많은 50대 가구주의 빚이 가장 많았습니다.

수입은 줄고, 빚은 늘다 보니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이 슈퍼마켓도 올해 들어 매출이 30% 이상 줄었습니다.

가게 주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설 때마다 손님이 줄어드는 게 확연히 느껴집니다.

<인터뷰> 김종득(슈퍼마켓 운영) :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런 문제가 생기는데 저희 나름대로 노력은 하겠지만 계속 채산성이 악화되면 결국 파산에 이르는..."

노후준비가 잘 된 가구는 10가구에 한 가구도 안 되는 상황.

노후 준비를 전혀 못 하는 가구가 20%에 육박하며 1년 전보다 2%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뒤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는 가구가 전체의 60%를 넘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기자 멘트>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 당 평균 부채는 6655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2013년에는 5858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3년 만에 가구별로 빚이 800만 원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이건 전체 가구 평균 액수인데요.

빚이 있는 집만으로 좁혀서 따져 보면, 한 집당 부채는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계부채는 담보대출이 전체의 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요, 다음이 임대보증금, 신용대출 순이었습니다.

빚이 늘다보니,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세금 등을 내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 원이라면, 이 가운데 27만 원을 빚 갚는데 쓰고 있습니다.

2011년에 17만 원 선이었는데, 급격히 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부정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전엔 이자만 먼저 내다가 원금을 나중에 갚도록 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이 비율이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돈이 늘어나면, 그만큼 가구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될 수 있습니다.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의 70%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74%는 원리금 부담 때문에 저축이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빚이 늘어도 갚을 능력이 있다면 괜찮을 텐데, 문제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입니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은 4883만 원으로, 전년보다 2.4% 늘어났는데요.

부채 증가율 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합니다.

늘어난 빚의 상당수는 살 집을 마련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있는 가구의 40%는 거주용 주택을 사기 위해 빚을 졌습니다.

거주 이외의 부동산 구입을 위해 빚을 낸 가구도 19%가량 됐습니다.

가계 부채는 중산층과 4,50대 가구주 가구에서 특히 더 많았습니다.

전체 국민의 소득을 5구간으로 나눠볼 떄, 가운데인 3분위에 해당하는 가구의 경우, 부채가 1년 전보다 12%나 급증했는데, 이는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칩니다.

40대 50대 가구주 가구도 평균 부채가 8천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계 부채의 60% 가량은 기준 금리가 변할 때마다 변하는 변동금리입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지금 가계 대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8조 원이 늘고, 이 경우 자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부실 위험 가구가 6만 가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계 부채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터질 수 있는 만큼 긴급 처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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