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절망을 메치다

입력 2017.01.08 (22:57) 수정 2017.0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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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중공업 전남 영암 조선소의 독(dock)입니다.

막바지 건조 작업이 한창입니다만, 활기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지금 완성된 배들이 빠져나가고 그 빈 자리를 채울 신규 선박 수주는 급감했습니다.

조선소 한켠에 있는 씨름장.

조선업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 작은 씨름 훈련장에까지 드리워졌습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하던 국내 마지막 프로팀인 '코끼리 씨름단'이 지난해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체됐습니다.

<녹취> 정창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이 팀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거든요. 프로팀이니까 저희한테는 꿈이었어요."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뭔가 저희 기둥? 기둥 역할을 해주던 그런 게 뽑히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녹취> 이성철(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뼈를 묻을 만큼 오래 있고 싶어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8월, 7월 쯤에 해단 통보를 받으니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2016년, 누구보다 절망적인 한 해를 보낸, 코끼리 씨름단 선수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새해를 남다른 각오로 맞이한 마지막 프로팀의 씨름 선수들.

다시 샅바를 잡게 된 옛 현대삼호중공업 씨름팀 선수들의 도전을 취재파일K가 함께 했습니다.

새벽 5시, 선수 숙소 아파트에 하나둘 불이 켜집니다.

<인터뷰> 윤성회(선수) : "(어디 가세요?) 초등학교 가서 뛰러 갑니다. (익숙해지셨어요?) 네 매일 하는 건데요."

몸무게가 160킬로그램이 넘는 주장 윤정수 선수부터, 가벼운 체급의 막내 선수들까지 칼바람 속에서 구슬땀을 흘립니다.

<녹취> 김기태(감독) : "넷. 다섯. 여섯. 출발! 더 빨리 뛰어 빨리빨리."

차가운 날씨엔 부상을 당하기도 쉽습니다.

<녹취> 씨름단 트레이너 : "염좌인 것 같아요. 한 번 움직여 보실래요? 잡아주는 느낌 있어요? 누우실게요."

<녹취>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이민호(선수) : "(운동하시니까 느낌 어때요?) 밥 먹고 싶어요."

팀 해체라는 고난을 함께 겪은 식구들이기에 선수단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합니다.

김기태 신임 감독은 몇 달 전까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던 동료 선수였습니다.

<녹취> 김기태(감독) : "운동장 가면 포근해 (감독님 선수 시절에는 안 그러셨잖아요) 선수 시절에는 운동장에 바람 많이 불더라. 그땐 춥다고 하셨는데."

해체된 팀의 후배 선수들을 챙기면서 새 팀을 만들기 위해 뛰었고 감독까지 맡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기태(감독) : "지도자가 되니까 전체를 둘러봐야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새롭더라고요. 우리 선수들이 저도 일심동체가 돼서 성적을 잘 내야 하겠죠. 그런 생각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습니다."

1986년 창단된 현대코끼리씨름단은 팀 자체가 한국 민속씨름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한 하나의 역사입니다.

80년대 씨름 전성기를 열었던 천하장사 이만기부터 90년대를 풍미한 이태현, 황규연 등 최고의 선수들이 팀을 거쳐갔습니다.

전성기 시절 씨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 씨름단이 8개나 됐고 씨름 선수들이 각종 텔레비전광고를 휩쓸었습니다.

씨름 중계 때문에 메인 뉴스 시간이 미뤄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천년 대 들어 격투기 등 다른 프로스포츠에 밀려 씨름의 인기가 식으면서 프로팀이 잇따라 해체됐습니다.

2006년 이후엔 현대삼호중공업의 코끼리씨름단만 남아 10년 동안 홀로 프로 씨름팀의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녹취> 이상희(옛 현대코끼리씨름단 단장) : "일주일에 한 번씩 늘 들르던 곳인데 선수들이 훈련으로 늘 열기가 넘쳤던 곳인데..."

그 마지막 프로씨름팀이 지난해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문을 닫은 것입니다.

<인터뷰> 이상희(옛 현대코끼리씨름단 단장) : "지금 국내 조선 경기가.. 세계적인 경제불황 때문에 30% 이상 물량이 감소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수익 사업들은 최우선적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속 씨름의 맥을 이렇게 끊을 순 없다는 마음이 모여 새로운 기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말 전남 영암군청이 코끼리씨름단을 넘겨받아 재창단한 것입니다.

<인터뷰> 전동평(전남 영암군수) : "옥동자를 낳는 것처럼 우리 코끼리 씨름단이 영암군 민속씨름단으로 재창단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만 슬기롭게 우리 씨름단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재창단되게 됐습니다."

<녹취> 이슬기(선수) : "(우리 영암 민속 씨름단으로 창단하게 되기 때문에 각오가 새롭죠?) 네, 새로운 팀에서 다시 재기하여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시작! 좋아 다리꼬고 다리꼬고."

<인터뷰> 이민호(선수) : "진짜 재밌어요. (뭐가 재밌어요?) 땀 흘리면서 씨름 하는 게 재밌어요."

공식 훈련이 끝난 늦은 저녁.

캄캄했던 훈련장에 불이 다시 켜집니다.

선수들 모두 저마다 열심이지만 그중에서도 최정만 선수는 노력파로 손꼽힙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져서 억울하셨어요?) 속상한 거야 뭐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최선수는 힘들 때마다 장애로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힘을 낸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어머니가 아프신 몸을 이끌고 여태까지 제가 프로팀 오기 전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제가 지금 씨름판에서 정상을 서지 않는다면 효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독기와 그리고 제가 많이 부족한 면을 패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항상 야간에 연습하러 나옵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항상 걱정도 많이 하시고 몸 다칠라 추운데 고생하지 않냐 항상 어머니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나옵니다 감사하시고. 항상 고맙고."

성공에 목마른 최 선수에게 아내와 딸은 힘의 원천입니다.

<녹취> 최정만(선수) : "아인이 꽃가마 타고 싶어? 아빠가 열심히 해서 태워줄게."

최정만 선수는 90킬로그램 이하인 금강 장사를 4번이나 했지만, 아직 더 많은 꿈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제가 솔직히 많이 기술 면에서 달리거든요. 그러니까 뭐 패기로 한번 밀어붙여 봤는데 이번에 한번 밀어냈던 것 같아요."

산악 훈련을 위해 선수들이 월출산을 찾았습니다.

재빠르게 산을 타는 선수들 뒷편에서 묵묵히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가 있습니다.

천하장사를 2번이나 한 이슬기 선수입니다.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무릎 수술 때문에 아무래도 좀 힘든 시간을 보냈었죠."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결승에서 3대 1로 이기면서 제가 첫 장사를 해내가지고 진짜 많이 울었어요. 사진을 봐도 부어있잖아요. (우셨다고요?) 엄청나게 울었어요."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13년도에 천하장사하고, 또 한 달 있다가 14년도 설날대회 때 또 오른쪽 십자인대가 나가버린 거에요."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시합장에서 앉아가지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지나가더라고요. 왜냐하면 12년도 다치고 13년도 재활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힘들었고 또 그거는 하기 싫다고 마음을 먹고 13년도에 복귀했기 때문에 14년도에 다칠 때에는 진짜 마음이 좀 가더라고요."

재활 도중 들었던 코끼리 씨름단의 해체 소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습니다.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진짜 앞이 캄캄했죠. 제가 대학 졸업하고 10년 차인데 현대란 팀에 계속 있을 줄 알았어요. 평생 현대에서 은퇴하고 현대 프렌차이즈 스타로 저는 은퇴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고, 이제 해단이 되면 뿔뿔이 흩어져서 상대로 만나게 되니까 그거 자체가 싫어져 버리더라고요."

씨름단이 재창단 된 이후 이슬기 선수는 제2의 전성기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기태(감독/영암군청 씨름단) : "샅바 잡는 게 틀리다고 옛날하고 지금하고 슬기야. 오히려 지금 더 강하게 잡아줘야 된다니까. 요새 몸이 많이 올라왔어. 그래도 이렇게 나와야 돼."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정상이란 곳을 가봤기 때문에 또 더 좀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그 이유인 것 같아요. 다시 올라가고 싶은 게 (맛이 어떤 느낌인가요?) 단어로 표현이 안 되는 그런 맛이죠. 장사를 하게 되면."

누구보다 힘들었던 2016년을 보내고 2017년 새해를 기다려왔던 마지막 프로 씨름단의 선수들.

새해 첫 태양 앞에 서서 선수들은 땀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을 되새겼습니다.

<인터뷰> 윤정수(영암군청 씨름단 주장) : "진짜 작년 한해는 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우리 선수들 솔직히 마음고생 너무 심했었는데 그거 다 한번 떨쳐내고 새롭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아무 부상 없이 연말까지 한번 싹 한번 달려가 보자. 우리가 다시 씨름판을 휩쓸 수 있게 다시 우리가 최고라는 걸 다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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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절망을 메치다
    • 입력 2017-01-08 22:56:55
    • 수정2017-01-09 00:01:54
    취재파일K
현대삼호중공업 전남 영암 조선소의 독(dock)입니다.

막바지 건조 작업이 한창입니다만, 활기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지금 완성된 배들이 빠져나가고 그 빈 자리를 채울 신규 선박 수주는 급감했습니다.

조선소 한켠에 있는 씨름장.

조선업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 작은 씨름 훈련장에까지 드리워졌습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하던 국내 마지막 프로팀인 '코끼리 씨름단'이 지난해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체됐습니다.

<녹취> 정창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이 팀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거든요. 프로팀이니까 저희한테는 꿈이었어요."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뭔가 저희 기둥? 기둥 역할을 해주던 그런 게 뽑히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녹취> 이성철(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뼈를 묻을 만큼 오래 있고 싶어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8월, 7월 쯤에 해단 통보를 받으니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2016년, 누구보다 절망적인 한 해를 보낸, 코끼리 씨름단 선수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새해를 남다른 각오로 맞이한 마지막 프로팀의 씨름 선수들.

다시 샅바를 잡게 된 옛 현대삼호중공업 씨름팀 선수들의 도전을 취재파일K가 함께 했습니다.

새벽 5시, 선수 숙소 아파트에 하나둘 불이 켜집니다.

<인터뷰> 윤성회(선수) : "(어디 가세요?) 초등학교 가서 뛰러 갑니다. (익숙해지셨어요?) 네 매일 하는 건데요."

몸무게가 160킬로그램이 넘는 주장 윤정수 선수부터, 가벼운 체급의 막내 선수들까지 칼바람 속에서 구슬땀을 흘립니다.

<녹취> 김기태(감독) : "넷. 다섯. 여섯. 출발! 더 빨리 뛰어 빨리빨리."

차가운 날씨엔 부상을 당하기도 쉽습니다.

<녹취> 씨름단 트레이너 : "염좌인 것 같아요. 한 번 움직여 보실래요? 잡아주는 느낌 있어요? 누우실게요."

<녹취>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이민호(선수) : "(운동하시니까 느낌 어때요?) 밥 먹고 싶어요."

팀 해체라는 고난을 함께 겪은 식구들이기에 선수단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합니다.

김기태 신임 감독은 몇 달 전까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던 동료 선수였습니다.

<녹취> 김기태(감독) : "운동장 가면 포근해 (감독님 선수 시절에는 안 그러셨잖아요) 선수 시절에는 운동장에 바람 많이 불더라. 그땐 춥다고 하셨는데."

해체된 팀의 후배 선수들을 챙기면서 새 팀을 만들기 위해 뛰었고 감독까지 맡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기태(감독) : "지도자가 되니까 전체를 둘러봐야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새롭더라고요. 우리 선수들이 저도 일심동체가 돼서 성적을 잘 내야 하겠죠. 그런 생각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습니다."

1986년 창단된 현대코끼리씨름단은 팀 자체가 한국 민속씨름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한 하나의 역사입니다.

80년대 씨름 전성기를 열었던 천하장사 이만기부터 90년대를 풍미한 이태현, 황규연 등 최고의 선수들이 팀을 거쳐갔습니다.

전성기 시절 씨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 씨름단이 8개나 됐고 씨름 선수들이 각종 텔레비전광고를 휩쓸었습니다.

씨름 중계 때문에 메인 뉴스 시간이 미뤄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천년 대 들어 격투기 등 다른 프로스포츠에 밀려 씨름의 인기가 식으면서 프로팀이 잇따라 해체됐습니다.

2006년 이후엔 현대삼호중공업의 코끼리씨름단만 남아 10년 동안 홀로 프로 씨름팀의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녹취> 이상희(옛 현대코끼리씨름단 단장) : "일주일에 한 번씩 늘 들르던 곳인데 선수들이 훈련으로 늘 열기가 넘쳤던 곳인데..."

그 마지막 프로씨름팀이 지난해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문을 닫은 것입니다.

<인터뷰> 이상희(옛 현대코끼리씨름단 단장) : "지금 국내 조선 경기가.. 세계적인 경제불황 때문에 30% 이상 물량이 감소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수익 사업들은 최우선적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속 씨름의 맥을 이렇게 끊을 순 없다는 마음이 모여 새로운 기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말 전남 영암군청이 코끼리씨름단을 넘겨받아 재창단한 것입니다.

<인터뷰> 전동평(전남 영암군수) : "옥동자를 낳는 것처럼 우리 코끼리 씨름단이 영암군 민속씨름단으로 재창단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만 슬기롭게 우리 씨름단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재창단되게 됐습니다."

<녹취> 이슬기(선수) : "(우리 영암 민속 씨름단으로 창단하게 되기 때문에 각오가 새롭죠?) 네, 새로운 팀에서 다시 재기하여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시작! 좋아 다리꼬고 다리꼬고."

<인터뷰> 이민호(선수) : "진짜 재밌어요. (뭐가 재밌어요?) 땀 흘리면서 씨름 하는 게 재밌어요."

공식 훈련이 끝난 늦은 저녁.

캄캄했던 훈련장에 불이 다시 켜집니다.

선수들 모두 저마다 열심이지만 그중에서도 최정만 선수는 노력파로 손꼽힙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져서 억울하셨어요?) 속상한 거야 뭐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최선수는 힘들 때마다 장애로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힘을 낸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어머니가 아프신 몸을 이끌고 여태까지 제가 프로팀 오기 전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제가 지금 씨름판에서 정상을 서지 않는다면 효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독기와 그리고 제가 많이 부족한 면을 패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항상 야간에 연습하러 나옵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항상 걱정도 많이 하시고 몸 다칠라 추운데 고생하지 않냐 항상 어머니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나옵니다 감사하시고. 항상 고맙고."

성공에 목마른 최 선수에게 아내와 딸은 힘의 원천입니다.

<녹취> 최정만(선수) : "아인이 꽃가마 타고 싶어? 아빠가 열심히 해서 태워줄게."

최정만 선수는 90킬로그램 이하인 금강 장사를 4번이나 했지만, 아직 더 많은 꿈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최정만(선수) : "제가 솔직히 많이 기술 면에서 달리거든요. 그러니까 뭐 패기로 한번 밀어붙여 봤는데 이번에 한번 밀어냈던 것 같아요."

산악 훈련을 위해 선수들이 월출산을 찾았습니다.

재빠르게 산을 타는 선수들 뒷편에서 묵묵히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가 있습니다.

천하장사를 2번이나 한 이슬기 선수입니다.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무릎 수술 때문에 아무래도 좀 힘든 시간을 보냈었죠."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결승에서 3대 1로 이기면서 제가 첫 장사를 해내가지고 진짜 많이 울었어요. 사진을 봐도 부어있잖아요. (우셨다고요?) 엄청나게 울었어요."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13년도에 천하장사하고, 또 한 달 있다가 14년도 설날대회 때 또 오른쪽 십자인대가 나가버린 거에요."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시합장에서 앉아가지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지나가더라고요. 왜냐하면 12년도 다치고 13년도 재활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힘들었고 또 그거는 하기 싫다고 마음을 먹고 13년도에 복귀했기 때문에 14년도에 다칠 때에는 진짜 마음이 좀 가더라고요."

재활 도중 들었던 코끼리 씨름단의 해체 소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습니다.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진짜 앞이 캄캄했죠. 제가 대학 졸업하고 10년 차인데 현대란 팀에 계속 있을 줄 알았어요. 평생 현대에서 은퇴하고 현대 프렌차이즈 스타로 저는 은퇴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고, 이제 해단이 되면 뿔뿔이 흩어져서 상대로 만나게 되니까 그거 자체가 싫어져 버리더라고요."

씨름단이 재창단 된 이후 이슬기 선수는 제2의 전성기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기태(감독/영암군청 씨름단) : "샅바 잡는 게 틀리다고 옛날하고 지금하고 슬기야. 오히려 지금 더 강하게 잡아줘야 된다니까. 요새 몸이 많이 올라왔어. 그래도 이렇게 나와야 돼."

<녹취> 이슬기(선수/영암군청 씨름단) : "정상이란 곳을 가봤기 때문에 또 더 좀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그 이유인 것 같아요. 다시 올라가고 싶은 게 (맛이 어떤 느낌인가요?) 단어로 표현이 안 되는 그런 맛이죠. 장사를 하게 되면."

누구보다 힘들었던 2016년을 보내고 2017년 새해를 기다려왔던 마지막 프로 씨름단의 선수들.

새해 첫 태양 앞에 서서 선수들은 땀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을 되새겼습니다.

<인터뷰> 윤정수(영암군청 씨름단 주장) : "진짜 작년 한해는 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우리 선수들 솔직히 마음고생 너무 심했었는데 그거 다 한번 떨쳐내고 새롭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아무 부상 없이 연말까지 한번 싹 한번 달려가 보자. 우리가 다시 씨름판을 휩쓸 수 있게 다시 우리가 최고라는 걸 다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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