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 ‘버려진 죽음’ 방치된 노인 고독사

입력 2017.02.02 (21:36) 수정 2017.02.0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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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각박해진 세태에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고독사는 겨울철인 요즘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거 노인 가구가 140만에 이르는 급속한 고령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김용덕 기자가 노인 고독사의 실태와 대안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해 겨울.

이두환 순경은 63살 이 모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주취자로 만나 종종 방문하던 이 씨를 한동안 못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까 문이 바로 열리고 문 앞 입구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이 씨의 몸은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신고가 많아서 못 찾아 뵈었는데. 그 다음 날 이런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빨리 찾아뵈었으면…."

자녀가 있었지만 홀로 살던 이 씨를 이웃 주민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저씨 키 큰 사람이 여기서 죽어서 갔다고요? 몰랐네. 그 남자 한번 봤는데..."

경기도 시흥의 한 반지하 방,

<인터뷰> 한명길(경기 시흥경찰서 신천파출소) : "강제로 문을 개방해서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상태로..."

71살 임 모 씨는 엉망진창인 집 안에 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영호(경기 시흥소방서 연성119안전센터) :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확인을 다시 한번 했는데 환자분께서 손을 움직이시는 게 목격이 돼서."

임 씨는 탈진해 쓰러진 채 보름 가까이 집안에 방치됐었습니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건 주민 신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신고 주민(음성변조) : "내려가 봤더니 대답이 없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죠."

홀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 고독사.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숨진 사람이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혈연이 있는 경우는 제외돼 고독사는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역 앞 광장에 모인 노인들 따뜻한 밥과 국을 받아들고 수저를 뜨고 있습니다.

나중에 먹으려고 봉투에 음식을 싸기도 합니다.

<녹취> 김○○(82세) : "못다 먹고 남기느니 이렇게 싸가야지. 노인네들 생각해서 이렇게 해주니까 고맙게 생각하죠."

이 곳을 찾은 노인 대부분은 지독한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녹취> 독거노인 : "(자녀들) 있어도 저희들도 살기도 어렵고 오지도 가지도 않아요. 안 돌아다니면 외로워서 못살아요. 병나 죽어요."

이처럼 한 끼 식사로 외로운 노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일은 고독사를 막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송민하(화성시 나라사랑나눔재단 대표) : "지역에서 이렇게 식사라도 제공하면 그 식사 제공을 통해서 함께 공유도 되고 또 대화도 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해 경찰이나 일부 지자체가 문안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인터뷰> 박승원(경기도의회 의원/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 발의) : "일주일에 하루씩 방문하는데 그거 가지고는 부족하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매일매일 방문해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혼자 사는 65살 이상 고령자는 지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노인 5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인터뷰>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가구 희망 형태를 보여주시거든요.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임이 틀림없겠죠."

독거노인 수는 10년 뒤 2배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고독사는 또다른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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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 리포트] ‘버려진 죽음’ 방치된 노인 고독사
    • 입력 2017-02-02 21:45:11
    • 수정2017-02-02 22: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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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각박해진 세태에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고독사는 겨울철인 요즘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거 노인 가구가 140만에 이르는 급속한 고령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김용덕 기자가 노인 고독사의 실태와 대안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해 겨울.

이두환 순경은 63살 이 모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주취자로 만나 종종 방문하던 이 씨를 한동안 못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까 문이 바로 열리고 문 앞 입구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이 씨의 몸은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신고가 많아서 못 찾아 뵈었는데. 그 다음 날 이런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빨리 찾아뵈었으면…."

자녀가 있었지만 홀로 살던 이 씨를 이웃 주민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저씨 키 큰 사람이 여기서 죽어서 갔다고요? 몰랐네. 그 남자 한번 봤는데..."

경기도 시흥의 한 반지하 방,

<인터뷰> 한명길(경기 시흥경찰서 신천파출소) : "강제로 문을 개방해서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상태로..."

71살 임 모 씨는 엉망진창인 집 안에 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영호(경기 시흥소방서 연성119안전센터) :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확인을 다시 한번 했는데 환자분께서 손을 움직이시는 게 목격이 돼서."

임 씨는 탈진해 쓰러진 채 보름 가까이 집안에 방치됐었습니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건 주민 신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신고 주민(음성변조) : "내려가 봤더니 대답이 없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죠."

홀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 고독사.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숨진 사람이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혈연이 있는 경우는 제외돼 고독사는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역 앞 광장에 모인 노인들 따뜻한 밥과 국을 받아들고 수저를 뜨고 있습니다.

나중에 먹으려고 봉투에 음식을 싸기도 합니다.

<녹취> 김○○(82세) : "못다 먹고 남기느니 이렇게 싸가야지. 노인네들 생각해서 이렇게 해주니까 고맙게 생각하죠."

이 곳을 찾은 노인 대부분은 지독한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녹취> 독거노인 : "(자녀들) 있어도 저희들도 살기도 어렵고 오지도 가지도 않아요. 안 돌아다니면 외로워서 못살아요. 병나 죽어요."

이처럼 한 끼 식사로 외로운 노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일은 고독사를 막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송민하(화성시 나라사랑나눔재단 대표) : "지역에서 이렇게 식사라도 제공하면 그 식사 제공을 통해서 함께 공유도 되고 또 대화도 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해 경찰이나 일부 지자체가 문안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인터뷰> 박승원(경기도의회 의원/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 발의) : "일주일에 하루씩 방문하는데 그거 가지고는 부족하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매일매일 방문해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혼자 사는 65살 이상 고령자는 지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노인 5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인터뷰>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가구 희망 형태를 보여주시거든요.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임이 틀림없겠죠."

독거노인 수는 10년 뒤 2배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고독사는 또다른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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