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태극기 달아 말아?

입력 2017.02.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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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사는 고등학생 강 모 군(17)은 자신이 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3·1 독립 만세운동에 참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만세운동에 태극기를 들고 가야 하는데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강 군은 "최근에 보수집회에 나오는 어르신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데, 자칫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태극기 행진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로 오해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3·1절에 태극기 달기 망설여져요"

98주기 3·1절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태극기'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마다 3·1절 행사를 열던 자치단체에서는 올해도 대대적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예년처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3·1절을 맞아 벌이는 태극기 달기 운동이나 태극기 행진이 자칫 탄핵 결정 기각을 촉구하는 친박단체집회로 오인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 등에서는 집에 태극기를 달면 친박단체회원이나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뜻으로 보여질까 봐 3·1절에 태극기를 걸지 망설여진다는 글도 올라온다.

부산시 동구청 앞에 설치된 태극기. 3·1절을 앞두고 부산 동구청 나무들에 태극기가 빼곡히 장식돼 있다.부산시 동구청 앞에 설치된 태극기. 3·1절을 앞두고 부산 동구청 나무들에 태극기가 빼곡히 장식돼 있다.

각 지자체도 태극기 달기 운동에 '조심'

탄핵인용 측이 촛불을 들었다면 탄핵기각 측은 태극기를 들었다. 이 집회를 두고 언론에서는 '태극기집회'로 부르면서 태극기는 어느새 친박단체이자 탄핵기각 촉구의 상징처럼 됐다.

[연관 기사] 촛불과 태극기…“90리 밖으로 물러나자!”

부산 동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와 같은 행사인데도 동구청 일대로 펼쳐진 태극기 행렬을 느끼는 시민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동구청을 찾았던 한 시민은 "얼마 전 벡스코에서 해운대문화회관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년 3·1절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고민도 비슷하다.

행사 중 태극기를 나눠줄 예정인데 자칫 탄핵기각 촉구집회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혹여 해당 단체 인원이 참석해 구호를 외칠 경우 행사 목적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98주기 3·1절을 맞아 가정에 태국기 게양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태극기를 달면 자칫 탄핵반대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비질까 봐서다.98주기 3·1절을 맞아 가정에 태국기 게양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태극기를 달면 자칫 탄핵반대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비질까 봐서다.

"집에도 태극기 게양 꺼려져요"

상당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웃지 못할 글들이 올라와 있다. "초등학생 아들이 3·1절에 태극기를 집 베란다에 걸겠다고 했는데 이걸 놔둬야 할지, 말려야 할지 모르겠다.", "해마다 게양했던 태극기를 이번에는 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현실이 슬프다" 등이다.

태극기가 탄핵기각 등 특정 정치적 성향이나 목적을 담은 의미로 변질됐고, 이미 적잖은 시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태극기 깃대에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함께 매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태극기에 특정 정치적 의미 담을 수 없다"

하지만 태극기를 정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연관 기사] 광복회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 남발 매우 우려”

98년 전 3월 1일,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간 것처럼 3·1절 태극기 달기 운동은 순수해야 한다.

순수한 애국적 만세운동의 시발점이 태극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3·1절에 집에 태극기를 다는 것이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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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절에 태극기 달아 말아?
    • 입력 2017-02-28 11:15:17
    취재K
청주에 사는 고등학생 강 모 군(17)은 자신이 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3·1 독립 만세운동에 참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만세운동에 태극기를 들고 가야 하는데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강 군은 "최근에 보수집회에 나오는 어르신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데, 자칫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태극기 행진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로 오해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3·1절에 태극기 달기 망설여져요"

98주기 3·1절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태극기'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마다 3·1절 행사를 열던 자치단체에서는 올해도 대대적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예년처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3·1절을 맞아 벌이는 태극기 달기 운동이나 태극기 행진이 자칫 탄핵 결정 기각을 촉구하는 친박단체집회로 오인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 등에서는 집에 태극기를 달면 친박단체회원이나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뜻으로 보여질까 봐 3·1절에 태극기를 걸지 망설여진다는 글도 올라온다.

부산시 동구청 앞에 설치된 태극기. 3·1절을 앞두고 부산 동구청 나무들에 태극기가 빼곡히 장식돼 있다.
각 지자체도 태극기 달기 운동에 '조심'

탄핵인용 측이 촛불을 들었다면 탄핵기각 측은 태극기를 들었다. 이 집회를 두고 언론에서는 '태극기집회'로 부르면서 태극기는 어느새 친박단체이자 탄핵기각 촉구의 상징처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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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와 같은 행사인데도 동구청 일대로 펼쳐진 태극기 행렬을 느끼는 시민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동구청을 찾았던 한 시민은 "얼마 전 벡스코에서 해운대문화회관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년 3·1절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고민도 비슷하다.

행사 중 태극기를 나눠줄 예정인데 자칫 탄핵기각 촉구집회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혹여 해당 단체 인원이 참석해 구호를 외칠 경우 행사 목적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98주기 3·1절을 맞아 가정에 태국기 게양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태극기를 달면 자칫 탄핵반대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비질까 봐서다.
"집에도 태극기 게양 꺼려져요"

상당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웃지 못할 글들이 올라와 있다. "초등학생 아들이 3·1절에 태극기를 집 베란다에 걸겠다고 했는데 이걸 놔둬야 할지, 말려야 할지 모르겠다.", "해마다 게양했던 태극기를 이번에는 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현실이 슬프다" 등이다.

태극기가 탄핵기각 등 특정 정치적 성향이나 목적을 담은 의미로 변질됐고, 이미 적잖은 시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태극기 깃대에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함께 매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태극기에 특정 정치적 의미 담을 수 없다"

하지만 태극기를 정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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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전 3월 1일,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간 것처럼 3·1절 태극기 달기 운동은 순수해야 한다.

순수한 애국적 만세운동의 시발점이 태극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3·1절에 집에 태극기를 다는 것이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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