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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박근혜 전 대통령 1심서 징역 24년 선고
[취재후] 태극기의 물결 속으로…박 전 대통령 삼성동 歸家記
입력 2017.03.13 (22:07) 취재후·사건후
분홍색 코트를 입고 온 것이 실수였다. 방송에 나온다며 화장을 진하게 한 것도 잘못이었다. 너무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가짜 언론, 거짓 언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 하면 욕설이 날아 왔다. 내가 기자임을 그들이 눈치채는 순간 취재는 끝이었다. "어디 기자냐?"라고 묻는 말에 차마 그들이 좋아하는 다른 언론사 이름을 댈 수는 없었다. 솔직하게 "KBS 기자다"라고도 말하지 못하고 어벙벙하는 순간 선택지는 단 하나, 경찰 옆에 붙는 수밖에….


"대한민국 가짜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격 귀가한 12일(어제), 아침부터 박 전 대통령 사저 앞 이면도로에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 가운데 젊은이는 거의 없었다. 좁은 이면도로에 차량이 지나갈 때는 서로 비켜주며 질서를 지켰다. 함께 음료를 나눠 마시고 힘내자고 다독이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태극기 물결 속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따뜻했다.

문제는 탄핵 찬성 측과 언론이 등장했을 때 발생했다. 오후 1시쯤 한 남성이 휠체어를 타고 사저 앞으로 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1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욕설을 시작했다. 경찰이 휠체어를 막았고, 남성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사저에서 멀리 벗어나야 했다.

사저 맞은 편 KBS 중계석 옆에는 JTBC와 연합뉴스TV 등의 카메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누명을 쓰고 탄핵됐다"며 그 원인은 '가짜 언론'이라고 꾸짖었다. "MBC의 공정보도를 본받으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오후가 되자 KBS를 포함한 촬영팀이 자리를 옮겼다.


저녁되며 긴장 고조…급한 퇴거에 경호도 '난색'

오후 3시쯤, 한 남성이 사저 뒷쪽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들을 향해 자리에서 나가라고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호 차량의 퇴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란다. 고성이 오갔지만 수일째 자리를 지켜온 취재진들을 내보낼 순 없었다.

오후 5시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귀가가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의 숫자는 경찰 추산 8백 명으로 늘어났다. 박 전 대통령의 귀가를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사저 앞 이면도로엔 철제 펜스가 쳐졌고, 골목을 통한 이동은 통제됐다. '탄핵무효'와 '누명탄핵' 구호가 들렸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사저 인근 이면도로에서의 통행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취재진을 향한 항의도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민경욱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사저 입구에 섰다.

저녁 7시 17분,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도착이 임박하자 커다란 태극기를 든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여 명이 사저 입구 앞에 섰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곳이었다. 지지자들은 태극기로 취재진의 카메라를 가렸다. "대통령님 초라한 모습을 찍지 말라"며 소리쳤다. 고성이 오갔다.


20여 분 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사저 앞 도로로 진입했다. 차량이 들어오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창문에 손을 대고 바깥을 바라보며 사저로 들어왔다.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박 전 대통령은 취임 1,476일만에 취임 전 23년 간 살던 사저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탄핵 인용 56시간 만이었다.


저녁 7시 55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 [취재후] 태극기의 물결 속으로…박 전 대통령 삼성동 歸家記
    • 입력 2017-03-13 22:07:36
    취재후·사건후
분홍색 코트를 입고 온 것이 실수였다. 방송에 나온다며 화장을 진하게 한 것도 잘못이었다. 너무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가짜 언론, 거짓 언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 하면 욕설이 날아 왔다. 내가 기자임을 그들이 눈치채는 순간 취재는 끝이었다. "어디 기자냐?"라고 묻는 말에 차마 그들이 좋아하는 다른 언론사 이름을 댈 수는 없었다. 솔직하게 "KBS 기자다"라고도 말하지 못하고 어벙벙하는 순간 선택지는 단 하나, 경찰 옆에 붙는 수밖에….


"대한민국 가짜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격 귀가한 12일(어제), 아침부터 박 전 대통령 사저 앞 이면도로에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 가운데 젊은이는 거의 없었다. 좁은 이면도로에 차량이 지나갈 때는 서로 비켜주며 질서를 지켰다. 함께 음료를 나눠 마시고 힘내자고 다독이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태극기 물결 속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따뜻했다.

문제는 탄핵 찬성 측과 언론이 등장했을 때 발생했다. 오후 1시쯤 한 남성이 휠체어를 타고 사저 앞으로 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1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욕설을 시작했다. 경찰이 휠체어를 막았고, 남성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사저에서 멀리 벗어나야 했다.

사저 맞은 편 KBS 중계석 옆에는 JTBC와 연합뉴스TV 등의 카메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누명을 쓰고 탄핵됐다"며 그 원인은 '가짜 언론'이라고 꾸짖었다. "MBC의 공정보도를 본받으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오후가 되자 KBS를 포함한 촬영팀이 자리를 옮겼다.


저녁되며 긴장 고조…급한 퇴거에 경호도 '난색'

오후 3시쯤, 한 남성이 사저 뒷쪽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들을 향해 자리에서 나가라고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호 차량의 퇴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란다. 고성이 오갔지만 수일째 자리를 지켜온 취재진들을 내보낼 순 없었다.

오후 5시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귀가가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의 숫자는 경찰 추산 8백 명으로 늘어났다. 박 전 대통령의 귀가를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사저 앞 이면도로엔 철제 펜스가 쳐졌고, 골목을 통한 이동은 통제됐다. '탄핵무효'와 '누명탄핵' 구호가 들렸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사저 인근 이면도로에서의 통행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취재진을 향한 항의도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민경욱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사저 입구에 섰다.

저녁 7시 17분,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도착이 임박하자 커다란 태극기를 든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여 명이 사저 입구 앞에 섰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곳이었다. 지지자들은 태극기로 취재진의 카메라를 가렸다. "대통령님 초라한 모습을 찍지 말라"며 소리쳤다. 고성이 오갔다.


20여 분 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사저 앞 도로로 진입했다. 차량이 들어오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창문에 손을 대고 바깥을 바라보며 사저로 들어왔다.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박 전 대통령은 취임 1,476일만에 취임 전 23년 간 살던 사저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탄핵 인용 56시간 만이었다.


저녁 7시 55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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