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땅에서 찾은 희망…탈북민 귀농

입력 2017.04.01 (08:19) 수정 2017.04.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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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봄이 되면 더욱 바빠지는 곳, 바로 농촌이죠?

네. 그런데 젊은 일손이 부족해서 농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더군요.

그런데 그런 농촌에서 정착의 꿈을 일구고 있는 탈북민들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성공한 전문 영농인으로 거듭나고 있는데요.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이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였던 천년고도, 충남 부여군입니다.

외곽에 위치한 한 농가.

푸르고 싱싱한 잎사귀 사이로 잘 익은 대추 토마토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는데요.

<녹취> "자, 아 입도 크다. 쑥 들어가네. 어때요, 맛이?"

<녹취> "아 당신처럼 행복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이좋게 밭일을 나온 이인수, 김명희 씨 부부~

<인터뷰> 이인수(남편) : “부부가 붙어있으면 싸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한테 그래요. 저는 제 아내가 없으면 참 농담 식으로 불안하다...저는 행복해요. 아내가 옆에 있는 게... ”

한눈에 보기에도 금슬 좋은 이들은 사실 남남북녀 커플!

북한에서 중학교 교사였던 김명희 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탈북해 할머니의 고향인 이곳 부여에 정착했습니다.

<인터뷰> 김명희(탈북민 영농인) : “친척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렇게 다 인연이 닿았을 것 같은, 잠시라도 우리 친척 분들하고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이 분들이... 그래서 남 같지를 않고 되게 좋았었어요, 저는...”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이 숙련된 농부 같지만, 알고 보면 귀농 3년 차, 아직은 초보 농부입니다.

김명희 씨가 남편과 함께 정성껏 길러낸 토마토입니다.

정말 싱싱해 보이죠?

그런데 이 토마토를 수확하기 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주변의 도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혼 전부터 건강원을 운영했던 남편 이인수 씨.

명희 씨는 남편에게 농촌의 잇점을 살려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는데요.

그것이 농사를 짓는 계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명희(탈북민 영농인) : “(토마토 주스를) 시판을 하게 됐는데 반응이 너무나 폭발적인 거예요. 그런데 가을이었는데 토마토를 구할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가 원자재를 생산을 해야만 토마토 수급이 용이하고 또 소비자들한테 이렇게 질 좋은 신선한 과채주스를 공급할 수 있겠구나... ”

2년 전 비닐하우스 두 동을 인수해 토마토 농사를 시작한 부부.

처음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변 영농조합 회원들의 농사를 거들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습니다.

<인터뷰> 최형남(영농조합 대표) : “토마토가 막 익을 때 보면, 과일이다 보니까 얘가 딸 시기를 놓치면 굉장히 농가들한테 큰 피해가 오거든요. 그때마다 오셔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시죠. (기술) 전수라기보다는 저희가 시행착오 겪었던 거, 그런 거 알려드리는 거... ”

또,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탈북민 영농정착지원 제도 등을 통해 꾸준히 컨설팅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주변 사람들도 어엿한 농부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영신(영농조합 이사) :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시고 농사짓는다고 솔직히 속으로는 비웃고 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보니까 너무 열심히 하시고 오히려 저보다 수확률도 높고 그래서 존경스럽고... ”

그렇다면 이렇게 수확한 싱싱한 토마토들은 어떻게 가공될까요?

갓 수확한 토마토를 손질한 뒤 저온에서 통째로 즙으로 만드는데요.

현재 명희 씨 네 공장에서 한 해 소비하는 토마토는 10톤이 넘습니다.

때문에 같은 영농조합 회원들과 계약재배 해 부족한 원재료를 충당합니다.

명희 씨 네는 믿을 수 있는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고, 조합원들은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으니 상부상조인 셈입니다.

<인터뷰> 최형남(영농조합 대표) : “토마토 가격이 이게 보면 비쌀 때는 그냥 따가지고 이제 토마토, 생 토마토로 나가는 게 더 좋고, 보면 가격이 좀 내렸을 때는 가공을 해서... 그러다 보면 더 훨씬 저희 농가들한테도 이득이죠. ”

이렇게 지역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재료로 만든 명희 씨 네 제품.

지자체로부터 품질 인증도 받았고 주문량도 늘고 있는데요.

그래서 곧 농사지을 비닐하우스도 늘리고, 가공 공장도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이 때 필요한 일손은 탈북민들로 채우겠다는 게 명희 씨의 또 다른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명희(탈북민 영농인) : “같이 일하고 싶은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이 저희 탈북민을 바라봤을 때 아, 이렇게 와서 저 사람들도 우리하고 같은 한민족이고 한 동족이고 언어도 같고 우리 하고 함께 같이 이렇게 꿈을 꾸려나갈 수 있고 터전도 닦아 나가는... 통일이 멀리 있지 않구나, 이런 거를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어요. ”

김명희 씨는 영농정착에 성공한 탈북민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명희 씨처럼 농사에 도전하고 싶어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탈북민들이 많은데요.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얼마 전 비닐하우스 여섯 동을 임대한 탈북민 장매화 씨는 한껏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달 말이 되면 이 넓은 비닐하우스 안은 목이버섯 배지로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인터뷰> 장매화(탈북민) : “말하자면 옷걸이 식으로, 옷걸이 식으로 요렇게 해서 거기다가 배지를 이렇게 꽂아서 재배하는 걸로...”

목이버섯은 탕수육 등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데요.

탈북 과정에 중국에서 산에 숨어 살며 버섯을 잠깐 길러 본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농사를 배우진 못했다는 매화 씨.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영농 실습과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목이버섯 재배 농가에서 일을 배웠고, 이제는 창업까지 하게 된 겁니다.

<인터뷰> 장매화(탈북민) : “하나부터 열 까지 다 가르쳐주고...이 설비도 다 선배님 거예요. 우리가 이 많은 걸 자금을 대려면 10억이 넘는데...”

또 앞으로 매화 씨가 재배하는 버섯은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산 실습 농가에서 모두 수매해 주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버섯농장 대표) : “내가 구입을 한다기보다는, 이 사람들한테 파는 것도 가르쳐줘야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버섯을 어떻게 파는지 어디로 파는지 그것조차도 다 가르쳐 줘야죠. 완전 자립을 시켜야죠.”

실습 기간 월급도 받고 창업 시에는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는 탈북민 영농 정착 지원 제도는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요.

오는 7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흘린 땀에 가장 진실하게 답하는 흙!

그리고 그 흙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탈북민들.

이들이 일구어 갈 멋진 꿈이 성공적인 정착으로 결실을 맺고 나아가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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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땅에서 찾은 희망…탈북민 귀농
    • 입력 2017-04-01 08:27:46
    • 수정2017-04-01 10: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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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봄이 되면 더욱 바빠지는 곳, 바로 농촌이죠?

네. 그런데 젊은 일손이 부족해서 농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더군요.

그런데 그런 농촌에서 정착의 꿈을 일구고 있는 탈북민들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성공한 전문 영농인으로 거듭나고 있는데요.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이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였던 천년고도, 충남 부여군입니다.

외곽에 위치한 한 농가.

푸르고 싱싱한 잎사귀 사이로 잘 익은 대추 토마토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는데요.

<녹취> "자, 아 입도 크다. 쑥 들어가네. 어때요, 맛이?"

<녹취> "아 당신처럼 행복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이좋게 밭일을 나온 이인수, 김명희 씨 부부~

<인터뷰> 이인수(남편) : “부부가 붙어있으면 싸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한테 그래요. 저는 제 아내가 없으면 참 농담 식으로 불안하다...저는 행복해요. 아내가 옆에 있는 게... ”

한눈에 보기에도 금슬 좋은 이들은 사실 남남북녀 커플!

북한에서 중학교 교사였던 김명희 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탈북해 할머니의 고향인 이곳 부여에 정착했습니다.

<인터뷰> 김명희(탈북민 영농인) : “친척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렇게 다 인연이 닿았을 것 같은, 잠시라도 우리 친척 분들하고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이 분들이... 그래서 남 같지를 않고 되게 좋았었어요, 저는...”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이 숙련된 농부 같지만, 알고 보면 귀농 3년 차, 아직은 초보 농부입니다.

김명희 씨가 남편과 함께 정성껏 길러낸 토마토입니다.

정말 싱싱해 보이죠?

그런데 이 토마토를 수확하기 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주변의 도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혼 전부터 건강원을 운영했던 남편 이인수 씨.

명희 씨는 남편에게 농촌의 잇점을 살려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는데요.

그것이 농사를 짓는 계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명희(탈북민 영농인) : “(토마토 주스를) 시판을 하게 됐는데 반응이 너무나 폭발적인 거예요. 그런데 가을이었는데 토마토를 구할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가 원자재를 생산을 해야만 토마토 수급이 용이하고 또 소비자들한테 이렇게 질 좋은 신선한 과채주스를 공급할 수 있겠구나... ”

2년 전 비닐하우스 두 동을 인수해 토마토 농사를 시작한 부부.

처음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변 영농조합 회원들의 농사를 거들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습니다.

<인터뷰> 최형남(영농조합 대표) : “토마토가 막 익을 때 보면, 과일이다 보니까 얘가 딸 시기를 놓치면 굉장히 농가들한테 큰 피해가 오거든요. 그때마다 오셔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시죠. (기술) 전수라기보다는 저희가 시행착오 겪었던 거, 그런 거 알려드리는 거... ”

또,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탈북민 영농정착지원 제도 등을 통해 꾸준히 컨설팅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주변 사람들도 어엿한 농부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영신(영농조합 이사) :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시고 농사짓는다고 솔직히 속으로는 비웃고 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보니까 너무 열심히 하시고 오히려 저보다 수확률도 높고 그래서 존경스럽고... ”

그렇다면 이렇게 수확한 싱싱한 토마토들은 어떻게 가공될까요?

갓 수확한 토마토를 손질한 뒤 저온에서 통째로 즙으로 만드는데요.

현재 명희 씨 네 공장에서 한 해 소비하는 토마토는 10톤이 넘습니다.

때문에 같은 영농조합 회원들과 계약재배 해 부족한 원재료를 충당합니다.

명희 씨 네는 믿을 수 있는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고, 조합원들은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으니 상부상조인 셈입니다.

<인터뷰> 최형남(영농조합 대표) : “토마토 가격이 이게 보면 비쌀 때는 그냥 따가지고 이제 토마토, 생 토마토로 나가는 게 더 좋고, 보면 가격이 좀 내렸을 때는 가공을 해서... 그러다 보면 더 훨씬 저희 농가들한테도 이득이죠. ”

이렇게 지역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재료로 만든 명희 씨 네 제품.

지자체로부터 품질 인증도 받았고 주문량도 늘고 있는데요.

그래서 곧 농사지을 비닐하우스도 늘리고, 가공 공장도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이 때 필요한 일손은 탈북민들로 채우겠다는 게 명희 씨의 또 다른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명희(탈북민 영농인) : “같이 일하고 싶은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이 저희 탈북민을 바라봤을 때 아, 이렇게 와서 저 사람들도 우리하고 같은 한민족이고 한 동족이고 언어도 같고 우리 하고 함께 같이 이렇게 꿈을 꾸려나갈 수 있고 터전도 닦아 나가는... 통일이 멀리 있지 않구나, 이런 거를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어요. ”

김명희 씨는 영농정착에 성공한 탈북민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명희 씨처럼 농사에 도전하고 싶어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탈북민들이 많은데요.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얼마 전 비닐하우스 여섯 동을 임대한 탈북민 장매화 씨는 한껏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달 말이 되면 이 넓은 비닐하우스 안은 목이버섯 배지로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인터뷰> 장매화(탈북민) : “말하자면 옷걸이 식으로, 옷걸이 식으로 요렇게 해서 거기다가 배지를 이렇게 꽂아서 재배하는 걸로...”

목이버섯은 탕수육 등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데요.

탈북 과정에 중국에서 산에 숨어 살며 버섯을 잠깐 길러 본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농사를 배우진 못했다는 매화 씨.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영농 실습과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목이버섯 재배 농가에서 일을 배웠고, 이제는 창업까지 하게 된 겁니다.

<인터뷰> 장매화(탈북민) : “하나부터 열 까지 다 가르쳐주고...이 설비도 다 선배님 거예요. 우리가 이 많은 걸 자금을 대려면 10억이 넘는데...”

또 앞으로 매화 씨가 재배하는 버섯은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산 실습 농가에서 모두 수매해 주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버섯농장 대표) : “내가 구입을 한다기보다는, 이 사람들한테 파는 것도 가르쳐줘야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버섯을 어떻게 파는지 어디로 파는지 그것조차도 다 가르쳐 줘야죠. 완전 자립을 시켜야죠.”

실습 기간 월급도 받고 창업 시에는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는 탈북민 영농 정착 지원 제도는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요.

오는 7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흘린 땀에 가장 진실하게 답하는 흙!

그리고 그 흙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탈북민들.

이들이 일구어 갈 멋진 꿈이 성공적인 정착으로 결실을 맺고 나아가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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