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경비 벌려고…‘보이스피싱’ 가담자들은 누구?

입력 2017.04.06 (19: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일당 30만원” 구인광고에 보이스피싱 가담

지난 3월 초, 전역하고 일자리를 찾던 임 모(21) 씨는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렸다. 얼마 뒤 임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상대방은 "○○저축은행인데 현장 외근직원을 구하고 있다"며 1건당 30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현장외근직원…알고 보니 인출책?


임 씨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지정된 계좌로 보내주면 되는 단순한 업무치고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알바라고 생각했다. 평일 오전에만 일하면 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군대 동기 김 모(21) 씨에게 함께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유명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취직했다고 생각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함께 일을 하던 김 씨는 지인을 통해 "임 씨가 경찰에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보니 이들이 하던 업무는 현장 외근직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인출책'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보내준 돈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이었다.

김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화를 걸어 일을 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총책은 "(경찰이) 너의 신상을 모두 알고 있으니 자수하면 너도 구속된다"며 500만 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또 "돈을 보내지 않으면 신상정보를 모두 경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 고민하던 김 씨는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당일 일당 고수익 알바…실체는?


알고 보니 두 사람처럼 취업을 하려다 범행에 가담하게 된 사회초년생은 3명이 더 있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송금책 임 씨 등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일당 9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2주 동안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15명으로부터 2억 8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송금책 5명은 20대 초반이었다. 모두 '고액알바'라는 말에 혹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적인 행위임을 알면서도 생계비나 해외여행 경비 마련 등을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는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액 알바 제의가 오면 불법성 여부를 꼼꼼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해외여행 경비 벌려고…‘보이스피싱’ 가담자들은 누구?
    • 입력 2017-04-06 19:31:33
    사회
[연관기사] “일당 30만원” 구인광고에 보이스피싱 가담

지난 3월 초, 전역하고 일자리를 찾던 임 모(21) 씨는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렸다. 얼마 뒤 임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상대방은 "○○저축은행인데 현장 외근직원을 구하고 있다"며 1건당 30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현장외근직원…알고 보니 인출책?


임 씨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지정된 계좌로 보내주면 되는 단순한 업무치고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알바라고 생각했다. 평일 오전에만 일하면 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군대 동기 김 모(21) 씨에게 함께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유명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취직했다고 생각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함께 일을 하던 김 씨는 지인을 통해 "임 씨가 경찰에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보니 이들이 하던 업무는 현장 외근직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인출책'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보내준 돈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이었다.

김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화를 걸어 일을 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총책은 "(경찰이) 너의 신상을 모두 알고 있으니 자수하면 너도 구속된다"며 500만 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또 "돈을 보내지 않으면 신상정보를 모두 경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 고민하던 김 씨는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당일 일당 고수익 알바…실체는?


알고 보니 두 사람처럼 취업을 하려다 범행에 가담하게 된 사회초년생은 3명이 더 있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송금책 임 씨 등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일당 9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2주 동안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15명으로부터 2억 8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송금책 5명은 20대 초반이었다. 모두 '고액알바'라는 말에 혹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적인 행위임을 알면서도 생계비나 해외여행 경비 마련 등을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는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액 알바 제의가 오면 불법성 여부를 꼼꼼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