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습격…빼앗긴 일상

입력 2017.04.09 (22:32) 수정 2017.04.0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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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연막을 뿌린 것처럼 흐릿해진 도심.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한해 3만 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올들어 급격하게 심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사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개인적인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로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집안에서 엄마와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는 6살 준이.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 엄마 박새론 씨가 뭔가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갑니다.

손에 든 건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측정기에 나온 수치는 106.

공식 측정기였다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렸을 수치가 나오자 엄마는 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합니다.

어린이집 대신 오늘 하루 놀이터가 된 마루에서 준이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인터뷰> 박새론(경기도 광주시) : "애기가 에너지 분출할 곳도 없고, 애기 대근육 발달 이런 거에도 혹시 문제 있을까봐. 햇빛 못 보는 건 비타민D 영양제 챙겨 먹이고 있고요."

미세먼지에 신경을 쓰게 된 건 아이의 감기가 잘 낫지 않으면서부터입니다.

<인터뷰> 박새론(경기도 광주시) : "2015년 1~2월 이런 때는 석달 열흘 콧물이 났는데 2015년 5월 이후부터는 병원에 간 적이 한 3~4번 정도? 미세먼지 신경 쓰고 나서는 그렇게 애가 심하게 콧물 흘리거나 그러진 않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준이네 집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집안 곳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창문에는 미세먼지를 막으려고 자동차용 공기정화 필터를 달았습니다.

<녹취> "그냥 창문을 열면 밖의 먼지가 그대로 들어오니까 필터를 달아서 한 번 거르고..."

필터에는 거뭇거뭇하게 먼지가 묻어나고 창문에 놓은 간이측정기의 미세먼지 수치는 0까지 낮아집니다.

<녹취> "필터는 생각보다 금방 까매져요. 까매졌다고 효과가 없는 거는 아닌데, 눈으로 보기에도 까매지는 거는 금방 3~4일 만에 까매져요."

집안 청소 방식도 바꿨습니다.

황사용 마스크를 가위로 자르더니 진공청소기 배기구에 붙입니다.

청소기에 모인 미세먼지가 다시 배기구로 빠져나오는 걸 막으려고 매번 마스크를 씌우는 겁니다.

<녹취> "이렇게 해도 떨어져요. 바람이 나오는 게 세니까. 근데 이 모터에 안 좋을 거 같긴 한데 당장 미세먼지용 헤파필터 달린 청소기가 없으니까..."

청소기를 사용한 뒤에는 습관처럼 미세먼지 측정기를 확인합니다.

측정된 수치는 7에서 8 정도. 측정값이 10을 넘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을 합니다.

<녹취> "수시로 보죠. 그냥 지나가면서 물 마시러 가면서 보고 화장실 갔다 나오면서 보고 계속 보죠. 이게 또 언제 수치가 뛸지 모르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조금 잦아든 오후. 준이가 엄마와 외출을 준비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온 새론 씨 손에는 측정기가 들려 있습니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연신 측정기 수치를 확인합니다.

잠깐의 외출이지만 미세먼지 탓에 영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녹취> "조금만 더 수치가 낮으면 돌아다닐텐데 아직도 그래도 50 넘었고, 50에서 60사이기 때문에 얼른 집에 가야 할 것 같아요."

100을 넘겼던 오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집안에 있는 것보단 훨씬 높은 수치인 겁니다.

<녹취> "지금도 56까지도 올라가고 이게 어차피 근데 실내 간이 측정기라서 밖에서 재기에는 그렇게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죠."

같은 시간 환경당국이 공식발표한 해당지역의 수치는 79.

50 안팎으로 나오는 휴대용 측정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휴대용 측정기의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내가 있는 곳의 수치를 알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새론 :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걸로 이제 어느 정도인지 대충상황만 보는 거지, 이게 절대적으로 나라에서 보여주는 수치보다 이거를 더 신뢰한다 이거는 아니지만, 그거는 어쨌거나 한 시간 전에 측정을 한거고..."

수도권지역에서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횟수는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60번.

사흘에 이틀꼴입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 패션'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미세먼지용 마스크도 필수가 됐습니다.

외출 때마다 쓰는 마스크가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준이는 여전히 마스크가 달갑지 않습니다.

<인터뷰> "(엄마 대박 답답해) 답답해? 아니야, 그래도 이거 이렇게 꽉 눌러야 잘 밀착이 돼야 미세먼지를 안 들어가게 해야 되니까 조금만 참아"

답답함을 느낄만큼 밀착시켜야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험기관에서 밀착 정도에 따른 착용 효과를 비교해봤습니다.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착용한 뒤 미세먼지 대체 측정용으로 사용되는 염화나트륨 알갱이를 채운 방에서 10분 정도 걸음을 걸었습니다.

염화나트륨이 마스크 안으로 새어들어 간 비율을 뜻하는 누설률은 17%. 합격 기준 25% 이내로 나타납니다.

이번엔 코나 입 주변이 밀착되지 않아 손가락이 들어가도록 착용한 뒤 같은 실험을 해봤습니다.

누설률은 70%. 같은 미세먼지용 마스크인데도 새는 비율이 4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인터뷰> 안재진(경북테크노파크 선임연구원) : "전체 100중에서, 이렇게 실험하는 공간 안에서 미세먼지가 100이 있었을 때 70%는 사람이 마셨고, 30%만 걸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발 발암 먼지 해결대책을 촉구한다!"

광화문광장에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엄마들이 왜 집단 우울증에 걸려서 아침마다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을 열어서 수치를 확인하고 절망을 반복해야 합니까?"

미세먼지 상황이나 가정 내 대응방법을 공유해오던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인터뷰> 이미옥(미세먼지대책촉구위 대표) : "개인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아이들한테 시키고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농도가 높을 때는 실외활동을 안 한다는 건 그거는 최소한이고요. 모든 곳에 공기가 있는데 그거를 개인이 방어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들은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가 크게 늘었는데도 우리 정부가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달 중순 미세먼지를 측정한 위성 영상입니다.

빨간색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 쪽에서 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최대 80%가 중국에서 영향을 끼치는 걸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황사를 몰고 오던 편서풍이 약해지면서, 황사보다 작은 미세먼지가 날아오고, 국내에 미세먼지가 머무는 기간도 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우(서울대 대기과학과 교수) : "북극 지역의 온난화에 따른 동아시아 지역의 편서풍 약화, 그에 따른 대기 흐름의 정체가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지만, 몇 년째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홍동곤(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 : "지금 논의를 하고 있고요. 실무진 쪽에서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중 공동연구단이 한국 측 5명하고 중국 측 5명이 참여를 하고, 이게 각각 인원을 늘려서 15명으로 늘릴 건데요.

자동차나 발전소 등 국내 발생 원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국내 대책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일시적으로라도 전면적인 차량 2부제와 발전소 가동 제한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중국 베이징 올림픽 때 차량 2부제 해서 하기 전과 하기 후에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미세먼지 측정해봤더니 반씩 뚝뚝 떨어졌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부산 아시안 게임 때 차량 2부제를 했더니 그러니까 천식 걸린 어린이의 병원 입원율이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졌어요."

미세먼지가 심했던 날, 준이네집의 점심 메뉴는 계란찜입니다.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굽는 대신 찜을 하고, 그나마도 가스레인지 대신 전자레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새론 : "일상이 다 무너졌어요. 정말. 일단 환기를 못 하고, 집이 정말 우리 집만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껴지니까 집 밖에 나가는 횟수도 많이 줄고 그러다 보니까 대인관계도 끊기고....애기가 이렇게 미세먼지 관리하면서 안 아프고 건강이 좋아지는 걸 보면서 그걸 알면서도 얘를 미세먼지에 방치할 순 없으니까..."

미세먼지에 빼앗긴 일상, 강력한 대책이 없다면 준이네처럼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빼앗기는 가족은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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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의 습격…빼앗긴 일상
    • 입력 2017-04-09 23:01:12
    • 수정2017-04-09 23:20:10
    취재파일K
<프롤로그>

연막을 뿌린 것처럼 흐릿해진 도심.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한해 3만 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올들어 급격하게 심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사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개인적인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로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집안에서 엄마와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는 6살 준이.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 엄마 박새론 씨가 뭔가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갑니다.

손에 든 건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측정기에 나온 수치는 106.

공식 측정기였다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렸을 수치가 나오자 엄마는 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합니다.

어린이집 대신 오늘 하루 놀이터가 된 마루에서 준이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인터뷰> 박새론(경기도 광주시) : "애기가 에너지 분출할 곳도 없고, 애기 대근육 발달 이런 거에도 혹시 문제 있을까봐. 햇빛 못 보는 건 비타민D 영양제 챙겨 먹이고 있고요."

미세먼지에 신경을 쓰게 된 건 아이의 감기가 잘 낫지 않으면서부터입니다.

<인터뷰> 박새론(경기도 광주시) : "2015년 1~2월 이런 때는 석달 열흘 콧물이 났는데 2015년 5월 이후부터는 병원에 간 적이 한 3~4번 정도? 미세먼지 신경 쓰고 나서는 그렇게 애가 심하게 콧물 흘리거나 그러진 않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준이네 집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집안 곳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창문에는 미세먼지를 막으려고 자동차용 공기정화 필터를 달았습니다.

<녹취> "그냥 창문을 열면 밖의 먼지가 그대로 들어오니까 필터를 달아서 한 번 거르고..."

필터에는 거뭇거뭇하게 먼지가 묻어나고 창문에 놓은 간이측정기의 미세먼지 수치는 0까지 낮아집니다.

<녹취> "필터는 생각보다 금방 까매져요. 까매졌다고 효과가 없는 거는 아닌데, 눈으로 보기에도 까매지는 거는 금방 3~4일 만에 까매져요."

집안 청소 방식도 바꿨습니다.

황사용 마스크를 가위로 자르더니 진공청소기 배기구에 붙입니다.

청소기에 모인 미세먼지가 다시 배기구로 빠져나오는 걸 막으려고 매번 마스크를 씌우는 겁니다.

<녹취> "이렇게 해도 떨어져요. 바람이 나오는 게 세니까. 근데 이 모터에 안 좋을 거 같긴 한데 당장 미세먼지용 헤파필터 달린 청소기가 없으니까..."

청소기를 사용한 뒤에는 습관처럼 미세먼지 측정기를 확인합니다.

측정된 수치는 7에서 8 정도. 측정값이 10을 넘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을 합니다.

<녹취> "수시로 보죠. 그냥 지나가면서 물 마시러 가면서 보고 화장실 갔다 나오면서 보고 계속 보죠. 이게 또 언제 수치가 뛸지 모르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조금 잦아든 오후. 준이가 엄마와 외출을 준비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온 새론 씨 손에는 측정기가 들려 있습니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연신 측정기 수치를 확인합니다.

잠깐의 외출이지만 미세먼지 탓에 영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녹취> "조금만 더 수치가 낮으면 돌아다닐텐데 아직도 그래도 50 넘었고, 50에서 60사이기 때문에 얼른 집에 가야 할 것 같아요."

100을 넘겼던 오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집안에 있는 것보단 훨씬 높은 수치인 겁니다.

<녹취> "지금도 56까지도 올라가고 이게 어차피 근데 실내 간이 측정기라서 밖에서 재기에는 그렇게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죠."

같은 시간 환경당국이 공식발표한 해당지역의 수치는 79.

50 안팎으로 나오는 휴대용 측정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휴대용 측정기의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내가 있는 곳의 수치를 알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새론 :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걸로 이제 어느 정도인지 대충상황만 보는 거지, 이게 절대적으로 나라에서 보여주는 수치보다 이거를 더 신뢰한다 이거는 아니지만, 그거는 어쨌거나 한 시간 전에 측정을 한거고..."

수도권지역에서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횟수는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60번.

사흘에 이틀꼴입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 패션'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미세먼지용 마스크도 필수가 됐습니다.

외출 때마다 쓰는 마스크가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준이는 여전히 마스크가 달갑지 않습니다.

<인터뷰> "(엄마 대박 답답해) 답답해? 아니야, 그래도 이거 이렇게 꽉 눌러야 잘 밀착이 돼야 미세먼지를 안 들어가게 해야 되니까 조금만 참아"

답답함을 느낄만큼 밀착시켜야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험기관에서 밀착 정도에 따른 착용 효과를 비교해봤습니다.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착용한 뒤 미세먼지 대체 측정용으로 사용되는 염화나트륨 알갱이를 채운 방에서 10분 정도 걸음을 걸었습니다.

염화나트륨이 마스크 안으로 새어들어 간 비율을 뜻하는 누설률은 17%. 합격 기준 25% 이내로 나타납니다.

이번엔 코나 입 주변이 밀착되지 않아 손가락이 들어가도록 착용한 뒤 같은 실험을 해봤습니다.

누설률은 70%. 같은 미세먼지용 마스크인데도 새는 비율이 4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인터뷰> 안재진(경북테크노파크 선임연구원) : "전체 100중에서, 이렇게 실험하는 공간 안에서 미세먼지가 100이 있었을 때 70%는 사람이 마셨고, 30%만 걸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발 발암 먼지 해결대책을 촉구한다!"

광화문광장에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엄마들이 왜 집단 우울증에 걸려서 아침마다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을 열어서 수치를 확인하고 절망을 반복해야 합니까?"

미세먼지 상황이나 가정 내 대응방법을 공유해오던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인터뷰> 이미옥(미세먼지대책촉구위 대표) : "개인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아이들한테 시키고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농도가 높을 때는 실외활동을 안 한다는 건 그거는 최소한이고요. 모든 곳에 공기가 있는데 그거를 개인이 방어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들은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가 크게 늘었는데도 우리 정부가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달 중순 미세먼지를 측정한 위성 영상입니다.

빨간색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 쪽에서 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최대 80%가 중국에서 영향을 끼치는 걸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황사를 몰고 오던 편서풍이 약해지면서, 황사보다 작은 미세먼지가 날아오고, 국내에 미세먼지가 머무는 기간도 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우(서울대 대기과학과 교수) : "북극 지역의 온난화에 따른 동아시아 지역의 편서풍 약화, 그에 따른 대기 흐름의 정체가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지만, 몇 년째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홍동곤(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 : "지금 논의를 하고 있고요. 실무진 쪽에서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중 공동연구단이 한국 측 5명하고 중국 측 5명이 참여를 하고, 이게 각각 인원을 늘려서 15명으로 늘릴 건데요.

자동차나 발전소 등 국내 발생 원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국내 대책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일시적으로라도 전면적인 차량 2부제와 발전소 가동 제한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중국 베이징 올림픽 때 차량 2부제 해서 하기 전과 하기 후에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미세먼지 측정해봤더니 반씩 뚝뚝 떨어졌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부산 아시안 게임 때 차량 2부제를 했더니 그러니까 천식 걸린 어린이의 병원 입원율이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졌어요."

미세먼지가 심했던 날, 준이네집의 점심 메뉴는 계란찜입니다.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굽는 대신 찜을 하고, 그나마도 가스레인지 대신 전자레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새론 : "일상이 다 무너졌어요. 정말. 일단 환기를 못 하고, 집이 정말 우리 집만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껴지니까 집 밖에 나가는 횟수도 많이 줄고 그러다 보니까 대인관계도 끊기고....애기가 이렇게 미세먼지 관리하면서 안 아프고 건강이 좋아지는 걸 보면서 그걸 알면서도 얘를 미세먼지에 방치할 순 없으니까..."

미세먼지에 빼앗긴 일상, 강력한 대책이 없다면 준이네처럼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빼앗기는 가족은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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