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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삐걱대는 신화…北 ‘태양절’ 의미는?
입력 2017.04.15 (08:08) 수정 2017.04.15 (08:37)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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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이 북한 김일성의 생일이라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북한에서는 오늘을 이른바 태양절이라고 부르며 김씨 일가 우상화를 부쩍 더 강조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정통성이 취약한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서 할아버지 김일성의 권위를 빌리기 위한 이미지 정치도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이른바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의 김일성 이미지 정치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대형 풍선이 내걸린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차량 한 대.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공개 활동이 뜸했던 여동생 김여정까지 대동하고 나선 이곳은 려명거리 준공식장이다.

<녹취> 최룡해(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 “불패의 국력을 과시하며 노동당 시대의 기념비적 창조물로 일떠선(건설된) 려명거리 준공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일성의 105회 생일, 이른바 태양절을 이틀 앞두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의 대표 치적.

당.정.군 최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김정은이 단상에 올라 테이프 커팅을 한다.

앞줄엔 외신 기자들을 세워놓고, 김정은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녹취> 박봉주(北 내각 총리) : “위대한 김정은 시대의 상징인 려명거리는 자력자강의 무궁무진한 힘에 떠받들려 솟아난 만리마 시대의 자랑찬 창조물입니다.”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빅 이벤트’를 볼 준비를 하라며 외신 기자들을 새벽부터 소집했던 북한 당국은 근거리 촬영까지 허용했다.

<녹취> 윌 리플리(미국 CNN 기자) : “새벽 5시도 안됐는데 일어났습니다. 안내인이 우리가 정장을 입고 장비를 갖고 ‘주요 행사’를 위해 호텔을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원을 쏟아 부으며 완공한 려명거리를 김일성 생일의 주요 이벤트로 삼은 것이다.

북한과 김정은에게 김일성의 생일이 어떤 의미이기에 이처럼 무리를 해 축하하는 것일까.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의 경우에는 항일 빨치산이라고 하는 정치적 자산이 있고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김일성은 북한의, 국가의 정통성과 정당성, 권위의 사실은 핵심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역사의 기억을 현재 정치적 정통성, 권위의 강화에 이용을 하는 그런 정치적 행태가 김정일에 이어서 김정은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거죠.”

북한은 김일성 사망 3년 뒤인 1997년,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로 본격 기념하기 시작했다.

<녹취> 김기남 당 선전비서(1997년 北 5개 기관 공동결의문 발표) :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탄생하신 민족 최대의 명절인 4월 15일을 태양절로 제정한다.”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이 날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고 헌화한다.

각종 행사도 한 주 이상 전국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5년 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 10만 군중이 운집했다.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열렸던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

무기와 군사 장비를 총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한 자리, 빨치산 군복 차림의 부대가 선두에 나섰고 처음으로 기마부대까지 등장했다.

마치 김일성 빨치산 부대의 평양 입성 당시를 연상케 하는 모습.

<녹취> 김일성 100회 생일 열병식(2012년) : “어버이 수령님과 함께 항일 전장의 수천리길을 달린 잊지 못할 그날의 백마런가... 못 잊을 추억을 새겨주며 기마종대가 말갈기 날리며 열병 광장을 누벼갑니다.”

김일성을 꼭 닮은 생김새와 몸짓.

김정은의 첫 육성 연설도 큰 관심을 끌었다.

<녹취> 김정은(2012년) : “우리 혁명 대오의 진두에는 영원히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태양기가 휘날릴 것이며, 언제나 우리를 새로운 승리에로 고무 추동 할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방 후 청년 김일성의 시대를 떠올리도록 연출됐던 열병식.

권력 기반이 취약했던 김정은은 이른바 태양절을 통해 독재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북한은 지금도 끊임없이 김일성의 업적과 사상을 주민들에게 주입․세뇌 시키고 있고, 그 정점에 ‘태양절’이 있는 것이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태양절의 의미는 어떻게 보면 북한의 혈통 계승을 정당화하는 데 의미가 아주 큽니다. 그래서 태양절이라면, 태양이라면 김일성이기 때문에 3대 세습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태양절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걸 활용하는 게 상당히 혈통이 왜 세습돼야 되는지에 대한 정당화 측면에서 상당히 필요하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녹취> 김일성 : “내 고향을 떠나올 때 나의 어머니 문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잘 다녀오라고 하시던 말씀 아∼ 귀에 쟁쟁타...”

한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그리움에 잠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김일성의 모습.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10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 영상은 2005년 그의 생일에 기록영화에 담겨 공개됐다.

<녹취> 北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길에 언제나 함께 계셨습니다’(2005년) : “강고한 항일전을 벌이시던 그 나날 우리 수령님께서 그리운 고향 산천 조국산천을 그려보시며 부르시던 사향가...”

인간적인 모습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어김없이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선전물.

김일성의 생전 모습을 활용해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상화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일정 부분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 계획경제 배급체제에서는 국가가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경제 구조가 진행이 됩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게 어버이가 바로 수령이고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게 당이거든요. 그러면 또 이런 부분들 아주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일종에 보은이라고 하는 개념들을 교육을 통해서 지속을 시키는 거죠. 그러면 내면적으로 이 수령과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이라고 하는 그런 관성이 생기게 되죠.”

김정은은 할아버지의 정치적 동지까지 선전에 적극 활용한다.

김일성 생일을 보름 앞두고 열린 조선혁명박물관 개관 행사.

김정은이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에게 다가가 반갑게 두 손을 맞잡고 무릎을 굽혀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김일성 유격대 간호군인 출신으로, 북한 여자 빨치산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황순희다.

김정은은 집권 후 황순희를 집중 부각시키며 각종 행사 때마다 각별히 예우하는 모습을 연출해 왔다.

할아버지의 동료를 챙기는 모습으로 김일성을 추억하게 하는 것.

결국 이 모든 선전들은 김일성의 이미지를 이용해 김정은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올해도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는 각종 기념행사가 줄을 이었다.

김정은의 당 제1비서 추대 5년 중앙보고대회 역시 칭송과 찬양 일색이었다.

<녹취>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만세! 만세!”

그러나 ‘태양절’을 이용해 자신을 우상화하려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은 조금씩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행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 요인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4월 15일만 되게 되면 쌀을, 옥수수 2kg씩 내라. 뭐 이러면서 계속 걷어가는 거죠. 4월 달만 되도 먹을 게 진짜 없을 때예요. 진짜 풀뿌리를 캐먹는 시기인데 쌀도 못 사먹는데 나가서 꽃을 사다가 태양상에다 바쳐야 되니까 주민들이 이제 산에 올라가서 생화 꽃을 꺾어가지고 채 피지 않은 거를 물병에다 집에서 꽃을 피워가지고... ”

또, 김일성이 사망한 지 2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김일성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특히 지금 북한의 군대들이, 군대 병사들 대부분이 김일성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교육으로 기억한 것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신화적인 존재로만 기억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존재했던 사람이라기보다는 신화적인 존재로 기억한다는 것은 어쩌면 감동적인 측면에서 좀 약화된다고 볼 수가 있겠죠. 젊은 세대일 수 록 김일성에 대한 실체적인 존재감이 거의 떨어진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지금 북한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세대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장마당, 시장 중심 경제에 익숙해져 있다.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이제 고난의 행군 딱 넘어가면서 주민들이 이제 300만 명의 아사자가 났고 이러다 보니까 이제 그다음부터 신격화가 떨어진 거죠. 아, 이게 국가만 믿다가 못 살겠구나. 뭐 이제는 시장 경제로 넘어가서 이젠 당을 믿는 게 아니라 이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야 먹고 살겠구나 이러다보니까 점점점점 세월이 가면서 신격화는 계속 떨어졌고...”

여기에 북한 정권이 내세워 온 김일성의 신화들도 금이 가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의 대표적 항일투쟁으로 선전하는 이른바 ‘보천보 전투’.

하지만 한국, 일본은 물론 중국 역사학계에서도 보천보 전투의 규모와 김일성의 역할이 왜곡․과장됐다는 지적과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초기 북한의 경제 발전 또한 김일성의 업적이라기보다는 냉전시대 소련의 우방국 지원 덕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김일성이 장기 집권 하면서 1970년대 초반부터는 국가적, 국력이 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크게 드러났던 시기가 80년대 후반인데요. 근데 사실상 70년대 초반부터 국가 부채를 북한이 많이 지고 있었다는 것도 공개된 자료에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대규모 외신 기자단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인 김정은.

어떤 제재와 압박에도 자신들은 건재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른바 태양절을 활용했다.

그러나 김일성과 태양절을 이용한 정치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비상경제 체제에요. 경제가 김정은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죠. 그러니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거죠. 오히려 김일성을 정치 마케팅에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사실 식상하죠. 의미 없는 과거에 어떤 정치적인 어떤 자산들을 활용을 계속한다는 이유는 사실은 국민적인피로감을 더 증대시키는 상황으로 가고 있죠. 그러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일성 출생 105년.

김정은은 또다시 태양절을 강조하며 할아버지라는 정치적 자산을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없다면 김일성의 과장된 업적과 이미지에만 기댄 선전 효과는 갈수록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 [클로즈업 북한] 삐걱대는 신화…北 ‘태양절’ 의미는?
    • 입력 2017-04-15 08:23:46
    • 수정2017-04-15 08:37:57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오늘이 북한 김일성의 생일이라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북한에서는 오늘을 이른바 태양절이라고 부르며 김씨 일가 우상화를 부쩍 더 강조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정통성이 취약한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서 할아버지 김일성의 권위를 빌리기 위한 이미지 정치도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이른바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의 김일성 이미지 정치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대형 풍선이 내걸린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차량 한 대.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공개 활동이 뜸했던 여동생 김여정까지 대동하고 나선 이곳은 려명거리 준공식장이다.

<녹취> 최룡해(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 “불패의 국력을 과시하며 노동당 시대의 기념비적 창조물로 일떠선(건설된) 려명거리 준공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일성의 105회 생일, 이른바 태양절을 이틀 앞두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의 대표 치적.

당.정.군 최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김정은이 단상에 올라 테이프 커팅을 한다.

앞줄엔 외신 기자들을 세워놓고, 김정은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녹취> 박봉주(北 내각 총리) : “위대한 김정은 시대의 상징인 려명거리는 자력자강의 무궁무진한 힘에 떠받들려 솟아난 만리마 시대의 자랑찬 창조물입니다.”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빅 이벤트’를 볼 준비를 하라며 외신 기자들을 새벽부터 소집했던 북한 당국은 근거리 촬영까지 허용했다.

<녹취> 윌 리플리(미국 CNN 기자) : “새벽 5시도 안됐는데 일어났습니다. 안내인이 우리가 정장을 입고 장비를 갖고 ‘주요 행사’를 위해 호텔을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원을 쏟아 부으며 완공한 려명거리를 김일성 생일의 주요 이벤트로 삼은 것이다.

북한과 김정은에게 김일성의 생일이 어떤 의미이기에 이처럼 무리를 해 축하하는 것일까.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의 경우에는 항일 빨치산이라고 하는 정치적 자산이 있고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김일성은 북한의, 국가의 정통성과 정당성, 권위의 사실은 핵심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역사의 기억을 현재 정치적 정통성, 권위의 강화에 이용을 하는 그런 정치적 행태가 김정일에 이어서 김정은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거죠.”

북한은 김일성 사망 3년 뒤인 1997년,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로 본격 기념하기 시작했다.

<녹취> 김기남 당 선전비서(1997년 北 5개 기관 공동결의문 발표) :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탄생하신 민족 최대의 명절인 4월 15일을 태양절로 제정한다.”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이 날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고 헌화한다.

각종 행사도 한 주 이상 전국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5년 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 10만 군중이 운집했다.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열렸던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

무기와 군사 장비를 총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한 자리, 빨치산 군복 차림의 부대가 선두에 나섰고 처음으로 기마부대까지 등장했다.

마치 김일성 빨치산 부대의 평양 입성 당시를 연상케 하는 모습.

<녹취> 김일성 100회 생일 열병식(2012년) : “어버이 수령님과 함께 항일 전장의 수천리길을 달린 잊지 못할 그날의 백마런가... 못 잊을 추억을 새겨주며 기마종대가 말갈기 날리며 열병 광장을 누벼갑니다.”

김일성을 꼭 닮은 생김새와 몸짓.

김정은의 첫 육성 연설도 큰 관심을 끌었다.

<녹취> 김정은(2012년) : “우리 혁명 대오의 진두에는 영원히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태양기가 휘날릴 것이며, 언제나 우리를 새로운 승리에로 고무 추동 할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방 후 청년 김일성의 시대를 떠올리도록 연출됐던 열병식.

권력 기반이 취약했던 김정은은 이른바 태양절을 통해 독재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북한은 지금도 끊임없이 김일성의 업적과 사상을 주민들에게 주입․세뇌 시키고 있고, 그 정점에 ‘태양절’이 있는 것이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태양절의 의미는 어떻게 보면 북한의 혈통 계승을 정당화하는 데 의미가 아주 큽니다. 그래서 태양절이라면, 태양이라면 김일성이기 때문에 3대 세습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태양절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걸 활용하는 게 상당히 혈통이 왜 세습돼야 되는지에 대한 정당화 측면에서 상당히 필요하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녹취> 김일성 : “내 고향을 떠나올 때 나의 어머니 문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잘 다녀오라고 하시던 말씀 아∼ 귀에 쟁쟁타...”

한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그리움에 잠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김일성의 모습.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10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 영상은 2005년 그의 생일에 기록영화에 담겨 공개됐다.

<녹취> 北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길에 언제나 함께 계셨습니다’(2005년) : “강고한 항일전을 벌이시던 그 나날 우리 수령님께서 그리운 고향 산천 조국산천을 그려보시며 부르시던 사향가...”

인간적인 모습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어김없이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선전물.

김일성의 생전 모습을 활용해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상화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일정 부분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 계획경제 배급체제에서는 국가가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경제 구조가 진행이 됩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게 어버이가 바로 수령이고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게 당이거든요. 그러면 또 이런 부분들 아주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일종에 보은이라고 하는 개념들을 교육을 통해서 지속을 시키는 거죠. 그러면 내면적으로 이 수령과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이라고 하는 그런 관성이 생기게 되죠.”

김정은은 할아버지의 정치적 동지까지 선전에 적극 활용한다.

김일성 생일을 보름 앞두고 열린 조선혁명박물관 개관 행사.

김정은이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에게 다가가 반갑게 두 손을 맞잡고 무릎을 굽혀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김일성 유격대 간호군인 출신으로, 북한 여자 빨치산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황순희다.

김정은은 집권 후 황순희를 집중 부각시키며 각종 행사 때마다 각별히 예우하는 모습을 연출해 왔다.

할아버지의 동료를 챙기는 모습으로 김일성을 추억하게 하는 것.

결국 이 모든 선전들은 김일성의 이미지를 이용해 김정은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올해도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는 각종 기념행사가 줄을 이었다.

김정은의 당 제1비서 추대 5년 중앙보고대회 역시 칭송과 찬양 일색이었다.

<녹취>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만세! 만세!”

그러나 ‘태양절’을 이용해 자신을 우상화하려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은 조금씩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행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 요인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4월 15일만 되게 되면 쌀을, 옥수수 2kg씩 내라. 뭐 이러면서 계속 걷어가는 거죠. 4월 달만 되도 먹을 게 진짜 없을 때예요. 진짜 풀뿌리를 캐먹는 시기인데 쌀도 못 사먹는데 나가서 꽃을 사다가 태양상에다 바쳐야 되니까 주민들이 이제 산에 올라가서 생화 꽃을 꺾어가지고 채 피지 않은 거를 물병에다 집에서 꽃을 피워가지고... ”

또, 김일성이 사망한 지 2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김일성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특히 지금 북한의 군대들이, 군대 병사들 대부분이 김일성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교육으로 기억한 것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신화적인 존재로만 기억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존재했던 사람이라기보다는 신화적인 존재로 기억한다는 것은 어쩌면 감동적인 측면에서 좀 약화된다고 볼 수가 있겠죠. 젊은 세대일 수 록 김일성에 대한 실체적인 존재감이 거의 떨어진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지금 북한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세대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장마당, 시장 중심 경제에 익숙해져 있다.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이제 고난의 행군 딱 넘어가면서 주민들이 이제 300만 명의 아사자가 났고 이러다 보니까 이제 그다음부터 신격화가 떨어진 거죠. 아, 이게 국가만 믿다가 못 살겠구나. 뭐 이제는 시장 경제로 넘어가서 이젠 당을 믿는 게 아니라 이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야 먹고 살겠구나 이러다보니까 점점점점 세월이 가면서 신격화는 계속 떨어졌고...”

여기에 북한 정권이 내세워 온 김일성의 신화들도 금이 가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의 대표적 항일투쟁으로 선전하는 이른바 ‘보천보 전투’.

하지만 한국, 일본은 물론 중국 역사학계에서도 보천보 전투의 규모와 김일성의 역할이 왜곡․과장됐다는 지적과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초기 북한의 경제 발전 또한 김일성의 업적이라기보다는 냉전시대 소련의 우방국 지원 덕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김일성이 장기 집권 하면서 1970년대 초반부터는 국가적, 국력이 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크게 드러났던 시기가 80년대 후반인데요. 근데 사실상 70년대 초반부터 국가 부채를 북한이 많이 지고 있었다는 것도 공개된 자료에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대규모 외신 기자단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인 김정은.

어떤 제재와 압박에도 자신들은 건재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른바 태양절을 활용했다.

그러나 김일성과 태양절을 이용한 정치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비상경제 체제에요. 경제가 김정은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죠. 그러니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거죠. 오히려 김일성을 정치 마케팅에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사실 식상하죠. 의미 없는 과거에 어떤 정치적인 어떤 자산들을 활용을 계속한다는 이유는 사실은 국민적인피로감을 더 증대시키는 상황으로 가고 있죠. 그러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일성 출생 105년.

김정은은 또다시 태양절을 강조하며 할아버지라는 정치적 자산을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없다면 김일성의 과장된 업적과 이미지에만 기댄 선전 효과는 갈수록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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