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릴레이②] 창모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입력 2017.05.14 (17:39) 수정 2017.05.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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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통해 힙합의 매력을 들여다보는 '래퍼릴레이'의 두 번째 주자는 창모(본명 구창모, 22)다.

창모는 힙합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래퍼다. 랩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잘 치고 프로듀싱도 잘해 래퍼보다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최근에는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한 효린의 '블루문'과 수란의 '오늘이 취하면'등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힙합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방송과 미디어가 음악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음원으로만 승부를 봤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성은 이미 입증된 듯하다.(지난해 도끼와 함께 무한도전에 1회 출연한 게 TV 방송 출연의 전부다) 전 인터뷰 주자이자 '언프리티랩스타 3' 우승자인 자이언트핑크는 그를 '대세'라고 표현했고 '쇼미더머니 5' 우승자 비와이는 '올해 가장 주목하는 래퍼'로 창모를 지목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인터뷰 중 "내게 주어진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하는 말에서 그가 얼마나 자신의 꿈을 곱씹고 또 곱씹었을지, 결의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 결의는 창모의 자전적인 음악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처한 어려운 상황이 별일 아니며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모종의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창모를 만났다. 새로 산 베르사체 브랜드의 은색 귀걸이가 그의 올블랙 패션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가 대표곡 마에스트로에서 자신의 (인생의?) 1악장은 '베르사체 무한리필 drank'라고 묘사한 것처럼 그는 지금 자신이 그린 그림이 실제가 되어가는 현실에 서 있다.

일리네어 레코즈 제공일리네어 레코즈 제공

- 최근 가수 효린의 블루문(Bluemoon)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가사가 많이 달달하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나도 한국 사람으로서 항상 가요와 사랑 노래를 들어왔고 영화 '건축학개론'같은 감성이 있다. 또한 피처링으로 참여할 땐 내 앨범에서 안 했던 걸 하려고 한다. 블루문 같은 노래는 마침 내 앨범에서 보여드린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거기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효린의 블루문은 공개된 지 3주가 넘도록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창모가 피처링한 수란의 '오늘 취하면'은 발매 직후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에 발매된 창모의 '아름다워', '마에스트로'는 지금까지도 음원 순위 TOP100 안에 있다. 창모는 음악을 통해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남성과 젊은 20대의 패기 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그의 음악은 그가 5살 때부터 쳐온 클래식 피아노, 어릴 때부터 지녔던 강한 의지와 집중력, 그가 자란 '덕소'라는 환경의 부산물이다.

- 어릴 때 어떤 아이였나?

어릴 때 어머니는 순하고 말 잘 들으면 그걸로 됐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욕심이 많고 집중력이 좋은 아이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피아노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했다. 활발한 성격이어서 항상 친구들과 뛰어놀면서도 피아노를 연습하러 먼저 집에 들어갔다. 하루에 3~4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했다.

또한 나는 주목받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게 피아노였기에 더 열심히 했다. 그 당시에 엄마도 "너 피아노 없으면 어쩔뻔했어"라고 말씀하셨으니까. 반면, 하기 싫은 건 안 했고 불성실한 편이었다. 공부는 잘 못 했다.

창모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덕소리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아동용 피아노 장난감을 사서 동요 '비행기'를 연주해주셨다. 그러다 창모가 5살 때, 유치원 옆에 피아노 학원이 생겼다. 그는 부모님이 권하기 전에 먼저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확신이 있어 보인다. (창모의 대표곡 마에스트로(Maestro)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다섯살때부터 나는 // 피아노를 쳤어 영재였지 // 베토벤부터 모짜르트 // 바흐 쇼팽 선배였지)

내가 느꼈다기보다 주위에서 믿음을 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린 어른은 한 분도 없었다. 부모님, 선생님들이 항상 믿어주셨다. 아파트에서 하루에 3~4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했는데 감사하게도 이웃분들도 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혹시 음악가 집안인가?

집에 음악을 전공하신 분은 없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다만 아버지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시고 어머니도 음악을 많이 들으셨다. 집에 엘피판도 몇 장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11~12살 때 작곡, 편곡을 권유하시기도 했다.

창모는 13살 때까지 클래식에만 몰두했다. 13살 때 학교 음악 선생님이 다른 여러 음악을 들려주면서 다른 음악에 귀가 트였고 그후 클래식 신(scene)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베토벤, 쇼팽과 같은 클래식부터 가요, 뉴에이지 등 여러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힙합도 13살 때 알게됐다. 텔레비전에서 엠넷(Mnet)이랑 KMTV 등의 채널에서 나온 래퍼 다이나믹듀오, 주석 등의 힙합 뮤직비디오를 보고 힙합에 깊이 파고들었다. 14살 때 "나도 힙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이크를 사서 가사를 쓰고 랩을 녹음했다.

본격적으로 힙합신으로 넘어가기로 한 건 21살 때 피아노 입시에 연달아 실패하면서다. 창모는 19살 때 피아노를 전공으로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고, 미국의 버클리음악대학교를 목표로 피아노 입시를 준비했다. 20살, 21살 두 번 모두 버클리음악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장학생으로 뽑히지 않아 입학하지 못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가 한 학기에 학비가 1000만 원이 드는 버클리음대에 가려면 무조건 장학금이 필요했다. 그때 그는 '친구들은 다 대학에 갔는데, 나도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갔을 텐데'라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고 이를 랩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두 번 도전했으면 됐다"며 피아노 입시를 접고 랩에 뛰어들었다.

뮤직비디오 ‘마에스트로’ 캡처뮤직비디오 ‘마에스트로’ 캡처

- 꼭 버클리 음대여야 했나?

내가 원하는 과목이 다 있었다. 당시에 나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랩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있었다. 한국 대학은 내가 잘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 일수도 있지만 하나를 하면 하나만 해야 하는 느낌의 과정이었다. 버클리는 여러 가지 수업을 고를 수 있었다. 한 시간은 피아노 수업을 듣고 두 번째 시간은 컴퓨터 전자 음악을 하고 그다음 시간에는 화음 만드는 걸 배우는 식이다. 그리고 미국이니까 가고 싶었다.

- 그래도 재수까지하며 쳤던 피아노를 포기하고 랩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내 주변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난제다. 내 스타일 자체가 딱 한 길만 보는 스타일이다. 난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일리네어 레코즈 형들의 영향(더콰이엇, 도끼, 빈지노)도 크다. 19살 때 일리네어 레코즈에 데모테이프(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테이프)를 보낸 적 있다. 그때 나한테 연락이 왔던 일리네어 형들이 스타가 되고 자수성가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멋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래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 클래식과 힙합, 모두 음악이지만 극과 극의 성격을 띤다.

완전히 상반되는 장르여서 더 꽂힌 것 같다. 클래식은 고상한 느낌이다. 클래식신에서는 피아노를 칠 땐 갖춰 입고 점잖아야 하고, 관객마저도 좀 격조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힙합은 그런 게 없다. 나도 관객들도 모두 난리쳐도 상관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런 부분에 무의식적으로 매료돼서 더 빠진 것 같다. 내가 고상한 데서 자란 사람은 아니니까 오히려 힙합에 더 끌린 게 아닐까.

2013년 창모는 첫 믹스테이프 '돈 벌 준비'를 발매했다. 당시 래퍼 딥플로우, 제이케이, 오케이션 등이 '돈 벌 시간 1'의 수록곡 '소문내'와 'DOPEMAN'을 듣고 SNS에 창모를 언급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2014년 6월 싱글 음원 'Gangster'를 발매했지만 반응이 전만큼 좋지 않았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2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 지난 2016년에 실력을 갈고닦아 믹스테이프 모 타운(MOTOWN)을 발매했다. '모 타운이 잘 안 되면 음악을 더 못할 것 같다'는 창모의 우려를 뒤엎고 모 타운은 힙합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창모는 래퍼 더콰이엇과 도끼가 설립한 레이블 '앰비션 뮤직'에 들어가 7월에는 EP '돈 벌 시간 2', 12월에는 EP '돈 벌 시간 3'을 발매했다.

창모 EP ‘돈 벌 시간2’ 앨범 커버창모 EP ‘돈 벌 시간2’ 앨범 커버

- 슬럼프 때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별생각이 다 들었다. '포기할까. 나는 안 될 재목인가'같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음악을 했던 건 어쨌든 내가 선택을 했으니 이 분야에서 소정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뮤지션에게 결과는 앨범으로 남는 거니까 괜찮은 앨범이 나올 때까지 실력을 쌓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발매는 안 하고 음악을 만들며 꾸준히 연습했다. 완곡은 아니지만 하루에 2~3곡 정도 작업했다.

- 생활은 어떻게 했나?

우선 작업실을 옮겼다. 원래 집에서 작업했는데 먹고 자면서 음악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양재동으로 위치를 옮겼다. 그리고 도저히 제정신으로 못하니까 술 먹으면서 이어갔던 것 같다. 생활비가 필요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도 해봤다.

창모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래퍼로 각인되어 있다. 믹스테잎 제목 '돈 벌 준비'로 시작으로 '돈이 하게 했어', '디오엔(D.O.N)', '돈 벌어' 등 제목과 가사 곳곳에 '돈'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돈 벌어'는 창모가 돈이 없던 슬럼프 시절에 작업했지만 이미 성공해서 백만장자가 된 본인의 이야기를 그렸고, '돈이 하게 했어'에서는 자신이 돈을 벌고 싶은 이유를 드러냈다.

<니가 덕소냐 그래 나다 왜불러 // 나는 지금 놈들과 술먹어서 배불러 // 오늘 다써도 나는 돈을 어느새불려 // 아래 출신놈 변함없이 이노랠 불러 // 나는 매일 돈 벌어 // 나의 아빠처럼 나는 // 돈 벌어> - 창모 '돈 벌어' 중

<서민을 벗어나기란 어렵지 // 잘나가봐야 아반떼 새삥 // 대학을 못가네 많은 빚없인 // 그빚에 더많이 얹어지겠지> <내 인생엔 없지 그래 2 ways // 그래서 한이 가득 차 있지 넓은 가슴에> - 창모 '돈이 하게 했어' 중

- 랩 가사에 돈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은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사람은 하늘에서 '쾅'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 그렇게 살다가 가는 굴레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의 아버지, 엄마 위로 대를 올라가도 다 돈에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게 나한테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게 좋다. 평범한 삶이 좋고 가족이랑 단란하게 사는 것도 좋다. 다만 '왜 내가 평범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부자라고 하는 사람들처럼 될 순 없는 걸까?' 고민했다. 나를 시험에 보고 싶었다.

- 명품을 좋아하는가? (창모의 SNS에는 어릴 적 갖고 싶다고 소망했던 명품을 샀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관심이 많기보다 몇 가지 딱 갖고 싶었던 게 있다. '돈을 벌면 이걸 살 거다'라는 꿈이 있었다. 돈이 들어올 때 그런 걸 하나씩 사고 나머지는 모은다. 돈을 펑펑 쓰거나 명품에 크게 관심이 있진 않다.

- 돈을 벌고 나서 삶이 달라졌는가?

사는 건 똑같다. 달라진 점이라면 친구들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친구들이랑 만나면 더치페이 해야 하는데 친구들 돈은 한정되어 있다. 누가 돈 없다고 할 때 내가 그냥 "나와. 밥 먹자"고 할 수 있으니까 좋다.

그런데 돈의 액수가 사람을 안주하게 하는 게 있더라. 거기에 먹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수보다 중요한 건 내 목표란 걸 깨달았다. 내가 돈을 벌었다고 음악이 구려지면 안 되지 않나.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좋은 음악을 내는 건데 삶이 안정됐다고 해서 그 목표를 놓으면 안 된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 불안하지는 않은가?

불안한 거는 딱히 없다. 이것들을 잃어버려도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이미 한번 너무 힘들게 슬럼프를 겪었다.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려움은 없다. 어차피 잃고 얻고 잃고 얻고의 반복이다.

- 대부분 아티스트들은 이제껏 쌓아온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던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래서 내 대표곡인 마에스트로 같은 곡이 음원 순위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에스트로는 좋은 엔지니어가 믹스를 하지도,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도 아니다. 실력도 돈도 없었기에 그저 손수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퀄리티를 올리려고 노력했던 곡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맞추는 음악을 만들 수는 없다. 내가 하던 대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긴 한데 그런 것들이 내 음악을 바꾸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 음악을 만들 때 대중을 생각하며 만드는가?

대중을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내 음악이 19금일 이유가 없다(웃음) 다만 자칫 잘못해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주의하려고 한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말들이 랩에서 중요한 의미가 아닐 때가 많은 것 같다. 돌 던지는 데 개구리가 옆구리 터지는 느낌처럼.

- 음악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처음에는 돈, 잘 사는 삶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훌륭한 예술품, 좋은 음악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으려 한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들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랑 밥을 먹고 있는데 팬이 알아본 일 같은 것. 크게 특별한 데서 영감을 받지는 않는다. 내가 쓰는 가사들은 내 삶이나 친구들의 삶 등 현실에서 한번 일어난 일이다.

일리네어 레코즈 제공 일리네어 레코즈 제공

- '사랑'이나 '연애'에 관한 가사가 본인 경험담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연애할 땐 어떤 스타일인가?

<당연하지만 내는 일이 딴것보다 먼저야 bay들 // 거리놈은 벌어야돼 Guap 난 수집해 // 달러 위안 엔 페소 // 그럴땐 죄다 삐치지, 멘트 붙여 // '야 너 미쳤니? // 그르르래 나는 벌이에 미쳤지 // 이따 전화해 일하고 있으니> - 창모 '여자는 같애' 중

연애할 때 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잡혀있는 스타일이다. 근데 일을 너무 좋아해서 연애에 집중을 잘 못 한다. 난 일을 해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일을 선택하게 된다. 일을 너무 사랑한다.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그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생각이 잘 안 나는 편이다. 항상 싸운다(웃음)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 친구들이랑 사이는 어떤가?

간간이 만난다. 음악하는 친구가 내 작업실 가까이 살아서 자주 작업실로 오고 내가 나온 덕소고등학교 친구들이 7명 정도 있는데 사이는 여전히 좋다. 요즘 친구들이랑 내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맥도날드 햄버거 테이크아웃해서 음악들으면서 한강가고 쇼핑하고 하는 게 너무 좋다.

- 행복해 보인다.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운가?

음악적인 부분 말고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내가 먹는 밥 메뉴 너무 만족스럽고 음악 할 때 쓰는 장비 너무 만족스럽다. 같이 있는 동료들도 너무 좋다. 세세한 걸 봐도 다 만족스럽다.

- 이번 '쇼미더머니 6'에 출전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목표가 눈앞에 유명세를 얻는 게 아닌 평생 듣는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뚜렷하게 정해지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이건 그냥 소망이고 상상한 건데 실현될 일은 딱히 없을 것 같다. 가수 잔나비 음악을 엄청 좋아한다. 그분들이랑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긴 하는데, 애초에 스타일이 아예 다르고 내가 노래를 잘 못 한다.

- 꿈이 뭔가?

모든 걸 관통하는 평생 남을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엄청난 노하우와 관록이 필요하다. 아직 멀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크게 욕심은 없다.

창모는 다음 인터뷰 주자로 던밀스를 추천했다. 그는 던밀스에 대해 "재밌고 핫한 형"이라고 말했다.

창모는 현재 대학 축제 등 여러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창모 SNS) 창모는 현재 대학 축제 등 여러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창모 SNS)

[관련기사] [래퍼릴레이①] 자핑 "컴플렉스 '목소리'가 래퍼 만들었다"

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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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퍼릴레이②] 창모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 입력 2017-05-14 17:39:18
    • 수정2017-05-15 17:24:40
    방송·연예
인터뷰를 통해 힙합의 매력을 들여다보는 '래퍼릴레이'의 두 번째 주자는 창모(본명 구창모, 22)다.

창모는 힙합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래퍼다. 랩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잘 치고 프로듀싱도 잘해 래퍼보다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최근에는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한 효린의 '블루문'과 수란의 '오늘이 취하면'등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힙합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방송과 미디어가 음악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음원으로만 승부를 봤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성은 이미 입증된 듯하다.(지난해 도끼와 함께 무한도전에 1회 출연한 게 TV 방송 출연의 전부다) 전 인터뷰 주자이자 '언프리티랩스타 3' 우승자인 자이언트핑크는 그를 '대세'라고 표현했고 '쇼미더머니 5' 우승자 비와이는 '올해 가장 주목하는 래퍼'로 창모를 지목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인터뷰 중 "내게 주어진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하는 말에서 그가 얼마나 자신의 꿈을 곱씹고 또 곱씹었을지, 결의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 결의는 창모의 자전적인 음악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처한 어려운 상황이 별일 아니며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모종의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창모를 만났다. 새로 산 베르사체 브랜드의 은색 귀걸이가 그의 올블랙 패션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가 대표곡 마에스트로에서 자신의 (인생의?) 1악장은 '베르사체 무한리필 drank'라고 묘사한 것처럼 그는 지금 자신이 그린 그림이 실제가 되어가는 현실에 서 있다.

일리네어 레코즈 제공
- 최근 가수 효린의 블루문(Bluemoon)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가사가 많이 달달하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나도 한국 사람으로서 항상 가요와 사랑 노래를 들어왔고 영화 '건축학개론'같은 감성이 있다. 또한 피처링으로 참여할 땐 내 앨범에서 안 했던 걸 하려고 한다. 블루문 같은 노래는 마침 내 앨범에서 보여드린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거기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효린의 블루문은 공개된 지 3주가 넘도록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창모가 피처링한 수란의 '오늘 취하면'은 발매 직후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에 발매된 창모의 '아름다워', '마에스트로'는 지금까지도 음원 순위 TOP100 안에 있다. 창모는 음악을 통해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남성과 젊은 20대의 패기 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그의 음악은 그가 5살 때부터 쳐온 클래식 피아노, 어릴 때부터 지녔던 강한 의지와 집중력, 그가 자란 '덕소'라는 환경의 부산물이다.

- 어릴 때 어떤 아이였나?

어릴 때 어머니는 순하고 말 잘 들으면 그걸로 됐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욕심이 많고 집중력이 좋은 아이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피아노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했다. 활발한 성격이어서 항상 친구들과 뛰어놀면서도 피아노를 연습하러 먼저 집에 들어갔다. 하루에 3~4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했다.

또한 나는 주목받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게 피아노였기에 더 열심히 했다. 그 당시에 엄마도 "너 피아노 없으면 어쩔뻔했어"라고 말씀하셨으니까. 반면, 하기 싫은 건 안 했고 불성실한 편이었다. 공부는 잘 못 했다.

창모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덕소리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아동용 피아노 장난감을 사서 동요 '비행기'를 연주해주셨다. 그러다 창모가 5살 때, 유치원 옆에 피아노 학원이 생겼다. 그는 부모님이 권하기 전에 먼저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확신이 있어 보인다. (창모의 대표곡 마에스트로(Maestro)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다섯살때부터 나는 // 피아노를 쳤어 영재였지 // 베토벤부터 모짜르트 // 바흐 쇼팽 선배였지)

내가 느꼈다기보다 주위에서 믿음을 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린 어른은 한 분도 없었다. 부모님, 선생님들이 항상 믿어주셨다. 아파트에서 하루에 3~4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했는데 감사하게도 이웃분들도 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혹시 음악가 집안인가?

집에 음악을 전공하신 분은 없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다만 아버지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시고 어머니도 음악을 많이 들으셨다. 집에 엘피판도 몇 장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11~12살 때 작곡, 편곡을 권유하시기도 했다.

창모는 13살 때까지 클래식에만 몰두했다. 13살 때 학교 음악 선생님이 다른 여러 음악을 들려주면서 다른 음악에 귀가 트였고 그후 클래식 신(scene)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베토벤, 쇼팽과 같은 클래식부터 가요, 뉴에이지 등 여러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힙합도 13살 때 알게됐다. 텔레비전에서 엠넷(Mnet)이랑 KMTV 등의 채널에서 나온 래퍼 다이나믹듀오, 주석 등의 힙합 뮤직비디오를 보고 힙합에 깊이 파고들었다. 14살 때 "나도 힙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이크를 사서 가사를 쓰고 랩을 녹음했다.

본격적으로 힙합신으로 넘어가기로 한 건 21살 때 피아노 입시에 연달아 실패하면서다. 창모는 19살 때 피아노를 전공으로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고, 미국의 버클리음악대학교를 목표로 피아노 입시를 준비했다. 20살, 21살 두 번 모두 버클리음악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장학생으로 뽑히지 않아 입학하지 못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가 한 학기에 학비가 1000만 원이 드는 버클리음대에 가려면 무조건 장학금이 필요했다. 그때 그는 '친구들은 다 대학에 갔는데, 나도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갔을 텐데'라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고 이를 랩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두 번 도전했으면 됐다"며 피아노 입시를 접고 랩에 뛰어들었다.

뮤직비디오 ‘마에스트로’ 캡처
- 꼭 버클리 음대여야 했나?

내가 원하는 과목이 다 있었다. 당시에 나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랩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있었다. 한국 대학은 내가 잘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 일수도 있지만 하나를 하면 하나만 해야 하는 느낌의 과정이었다. 버클리는 여러 가지 수업을 고를 수 있었다. 한 시간은 피아노 수업을 듣고 두 번째 시간은 컴퓨터 전자 음악을 하고 그다음 시간에는 화음 만드는 걸 배우는 식이다. 그리고 미국이니까 가고 싶었다.

- 그래도 재수까지하며 쳤던 피아노를 포기하고 랩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내 주변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난제다. 내 스타일 자체가 딱 한 길만 보는 스타일이다. 난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일리네어 레코즈 형들의 영향(더콰이엇, 도끼, 빈지노)도 크다. 19살 때 일리네어 레코즈에 데모테이프(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테이프)를 보낸 적 있다. 그때 나한테 연락이 왔던 일리네어 형들이 스타가 되고 자수성가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멋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래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 클래식과 힙합, 모두 음악이지만 극과 극의 성격을 띤다.

완전히 상반되는 장르여서 더 꽂힌 것 같다. 클래식은 고상한 느낌이다. 클래식신에서는 피아노를 칠 땐 갖춰 입고 점잖아야 하고, 관객마저도 좀 격조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힙합은 그런 게 없다. 나도 관객들도 모두 난리쳐도 상관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런 부분에 무의식적으로 매료돼서 더 빠진 것 같다. 내가 고상한 데서 자란 사람은 아니니까 오히려 힙합에 더 끌린 게 아닐까.

2013년 창모는 첫 믹스테이프 '돈 벌 준비'를 발매했다. 당시 래퍼 딥플로우, 제이케이, 오케이션 등이 '돈 벌 시간 1'의 수록곡 '소문내'와 'DOPEMAN'을 듣고 SNS에 창모를 언급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2014년 6월 싱글 음원 'Gangster'를 발매했지만 반응이 전만큼 좋지 않았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2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 지난 2016년에 실력을 갈고닦아 믹스테이프 모 타운(MOTOWN)을 발매했다. '모 타운이 잘 안 되면 음악을 더 못할 것 같다'는 창모의 우려를 뒤엎고 모 타운은 힙합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창모는 래퍼 더콰이엇과 도끼가 설립한 레이블 '앰비션 뮤직'에 들어가 7월에는 EP '돈 벌 시간 2', 12월에는 EP '돈 벌 시간 3'을 발매했다.

창모 EP ‘돈 벌 시간2’ 앨범 커버
- 슬럼프 때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별생각이 다 들었다. '포기할까. 나는 안 될 재목인가'같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음악을 했던 건 어쨌든 내가 선택을 했으니 이 분야에서 소정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뮤지션에게 결과는 앨범으로 남는 거니까 괜찮은 앨범이 나올 때까지 실력을 쌓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발매는 안 하고 음악을 만들며 꾸준히 연습했다. 완곡은 아니지만 하루에 2~3곡 정도 작업했다.

- 생활은 어떻게 했나?

우선 작업실을 옮겼다. 원래 집에서 작업했는데 먹고 자면서 음악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양재동으로 위치를 옮겼다. 그리고 도저히 제정신으로 못하니까 술 먹으면서 이어갔던 것 같다. 생활비가 필요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도 해봤다.

창모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래퍼로 각인되어 있다. 믹스테잎 제목 '돈 벌 준비'로 시작으로 '돈이 하게 했어', '디오엔(D.O.N)', '돈 벌어' 등 제목과 가사 곳곳에 '돈'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돈 벌어'는 창모가 돈이 없던 슬럼프 시절에 작업했지만 이미 성공해서 백만장자가 된 본인의 이야기를 그렸고, '돈이 하게 했어'에서는 자신이 돈을 벌고 싶은 이유를 드러냈다.

<니가 덕소냐 그래 나다 왜불러 // 나는 지금 놈들과 술먹어서 배불러 // 오늘 다써도 나는 돈을 어느새불려 // 아래 출신놈 변함없이 이노랠 불러 // 나는 매일 돈 벌어 // 나의 아빠처럼 나는 // 돈 벌어> - 창모 '돈 벌어' 중

<서민을 벗어나기란 어렵지 // 잘나가봐야 아반떼 새삥 // 대학을 못가네 많은 빚없인 // 그빚에 더많이 얹어지겠지> <내 인생엔 없지 그래 2 ways // 그래서 한이 가득 차 있지 넓은 가슴에> - 창모 '돈이 하게 했어' 중

- 랩 가사에 돈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은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사람은 하늘에서 '쾅'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 그렇게 살다가 가는 굴레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의 아버지, 엄마 위로 대를 올라가도 다 돈에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게 나한테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게 좋다. 평범한 삶이 좋고 가족이랑 단란하게 사는 것도 좋다. 다만 '왜 내가 평범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부자라고 하는 사람들처럼 될 순 없는 걸까?' 고민했다. 나를 시험에 보고 싶었다.

- 명품을 좋아하는가? (창모의 SNS에는 어릴 적 갖고 싶다고 소망했던 명품을 샀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관심이 많기보다 몇 가지 딱 갖고 싶었던 게 있다. '돈을 벌면 이걸 살 거다'라는 꿈이 있었다. 돈이 들어올 때 그런 걸 하나씩 사고 나머지는 모은다. 돈을 펑펑 쓰거나 명품에 크게 관심이 있진 않다.

- 돈을 벌고 나서 삶이 달라졌는가?

사는 건 똑같다. 달라진 점이라면 친구들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친구들이랑 만나면 더치페이 해야 하는데 친구들 돈은 한정되어 있다. 누가 돈 없다고 할 때 내가 그냥 "나와. 밥 먹자"고 할 수 있으니까 좋다.

그런데 돈의 액수가 사람을 안주하게 하는 게 있더라. 거기에 먹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수보다 중요한 건 내 목표란 걸 깨달았다. 내가 돈을 벌었다고 음악이 구려지면 안 되지 않나.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좋은 음악을 내는 건데 삶이 안정됐다고 해서 그 목표를 놓으면 안 된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 불안하지는 않은가?

불안한 거는 딱히 없다. 이것들을 잃어버려도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이미 한번 너무 힘들게 슬럼프를 겪었다.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려움은 없다. 어차피 잃고 얻고 잃고 얻고의 반복이다.

- 대부분 아티스트들은 이제껏 쌓아온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던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래서 내 대표곡인 마에스트로 같은 곡이 음원 순위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에스트로는 좋은 엔지니어가 믹스를 하지도,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도 아니다. 실력도 돈도 없었기에 그저 손수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퀄리티를 올리려고 노력했던 곡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맞추는 음악을 만들 수는 없다. 내가 하던 대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긴 한데 그런 것들이 내 음악을 바꾸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 음악을 만들 때 대중을 생각하며 만드는가?

대중을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내 음악이 19금일 이유가 없다(웃음) 다만 자칫 잘못해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주의하려고 한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말들이 랩에서 중요한 의미가 아닐 때가 많은 것 같다. 돌 던지는 데 개구리가 옆구리 터지는 느낌처럼.

- 음악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처음에는 돈, 잘 사는 삶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훌륭한 예술품, 좋은 음악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으려 한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들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랑 밥을 먹고 있는데 팬이 알아본 일 같은 것. 크게 특별한 데서 영감을 받지는 않는다. 내가 쓰는 가사들은 내 삶이나 친구들의 삶 등 현실에서 한번 일어난 일이다.

일리네어 레코즈 제공
- '사랑'이나 '연애'에 관한 가사가 본인 경험담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연애할 땐 어떤 스타일인가?

<당연하지만 내는 일이 딴것보다 먼저야 bay들 // 거리놈은 벌어야돼 Guap 난 수집해 // 달러 위안 엔 페소 // 그럴땐 죄다 삐치지, 멘트 붙여 // '야 너 미쳤니? // 그르르래 나는 벌이에 미쳤지 // 이따 전화해 일하고 있으니> - 창모 '여자는 같애' 중

연애할 때 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잡혀있는 스타일이다. 근데 일을 너무 좋아해서 연애에 집중을 잘 못 한다. 난 일을 해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일을 선택하게 된다. 일을 너무 사랑한다.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그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생각이 잘 안 나는 편이다. 항상 싸운다(웃음)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 친구들이랑 사이는 어떤가?

간간이 만난다. 음악하는 친구가 내 작업실 가까이 살아서 자주 작업실로 오고 내가 나온 덕소고등학교 친구들이 7명 정도 있는데 사이는 여전히 좋다. 요즘 친구들이랑 내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맥도날드 햄버거 테이크아웃해서 음악들으면서 한강가고 쇼핑하고 하는 게 너무 좋다.

- 행복해 보인다.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운가?

음악적인 부분 말고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내가 먹는 밥 메뉴 너무 만족스럽고 음악 할 때 쓰는 장비 너무 만족스럽다. 같이 있는 동료들도 너무 좋다. 세세한 걸 봐도 다 만족스럽다.

- 이번 '쇼미더머니 6'에 출전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목표가 눈앞에 유명세를 얻는 게 아닌 평생 듣는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뚜렷하게 정해지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이건 그냥 소망이고 상상한 건데 실현될 일은 딱히 없을 것 같다. 가수 잔나비 음악을 엄청 좋아한다. 그분들이랑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긴 하는데, 애초에 스타일이 아예 다르고 내가 노래를 잘 못 한다.

- 꿈이 뭔가?

모든 걸 관통하는 평생 남을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엄청난 노하우와 관록이 필요하다. 아직 멀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크게 욕심은 없다.

창모는 다음 인터뷰 주자로 던밀스를 추천했다. 그는 던밀스에 대해 "재밌고 핫한 형"이라고 말했다.

창모는 현재 대학 축제 등 여러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창모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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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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