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거름 전투·모내기 전투…북한 농업 현실은?

입력 2017.06.10 (07:58) 수정 2017.06.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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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 모처럼 단비가 내렸지만 해갈에는 부족한데요,

이런 가뭄 상황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막바지 모내기를 하고 있지만 물과 기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일련의 농업 개혁 조치도 시도했는데요,

과연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의 농업 실태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트럭을 몰고 집결했다.

직장별, 지역별로 모은 거름을 농촌으로 보내는 이른바 ‘거름 전투’ 현장이다.

<녹취> 전승현(北 직업총동맹 중앙위 과장) : "김정은 동지께서 경제 강국 건설의 주타격 전방으로 내세워주신 농업 전선을 힘 있게 지원하자고, 수백 톤의 거름과 수천 점의 소농기구를 짧은 기간에 마련했습니다."

깃발을 앞세우고 농촌으로 행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북한은 이렇게 매년 초 ‘거름 전투’를 벌이며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36년만의 노동당 대회가 열렸던 지난해엔 깊은 밤,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횃불을 들고 야간 거름전투까지 강행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월) : "한겨울의 밤 대기 온도는 영하 20℃ 이하로 내리지만, 이들은 혼신의 진한 땀을 흘리며 달리고 또 달리고 있습니다."

농장원들 사이로 제복을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원들.

교통 담당 보안원들이 근무를 마치자마자 채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동원된 것이다.

한 보안원은 고단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녹취> 한효원(北 인민보안원) : "주간에는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야간에는 이렇게 농장에 달려 나와 농사를 돕자니 정말 힘들 때가 많습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자강력과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이를 위한 노력 동원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최수향(2014년 탈북) : "농사를 지으면 짚단들이, 짚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 짚을 갖다 바치기도 하고 그렇게도 안되면 막 흙에 재래식 변소에서 변소 밑바닥을 긁어내서 흙을 버무려가지고 바치는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농사철인 5~6월이면 이번엔 ‘모내기 전투’가 진행된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신년사 첫 대목이 자급자족 하자는 거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모내기철에는 아이고 어른이고, 구호가 ‘밥술을 드는 사람 100% 동원해라’ 그겁니다. 길 가는 사람들 막 잡아서 일 시키고 보내고 이럽니다. 농사철엔 공장, 기업소, 학생들 모두 공부도 안하고 모두 농사만 합니다."

이렇게 주민들을 동원하고는 선전물을 만들어 연일 성과를 과시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31일) : "드디어 여기 원천협동농장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모내기를 전부 끝내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녹취> 北노래 ‘땅과 농민’ : "땅이여 너는 양심의 저울 땅이여 너는 애국의 저울."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농업을 경제 과업 중 하나로 강조했다.

<녹취> 김정은(2013년 신년사) :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 건설의 주공전선입니다.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생산의 과학화·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협동농장을 비롯한 농업 관련 시설도 자주 찾았고 일련의 농업개혁 정책도 발표했다.

특히 2012년 6·28 경제 조치의 일환으로‘포전담당제’를 도입했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 ‘분조’의 경작인원 수를 3명에서 5명의 가족 단위까지 대폭 줄이고 초과 달성한 농산물은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포전담당제를 경험한 탈북민들은 이 조치가 또 다른 형태의 착취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불가능한 생산 목표량을 정해놓고 상납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농사에 들어가는 물자까지도 주민 부담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포전 담당제의) 결과는 더 비참합니다. 이 밭의 예상 수확량이 1톤이다 그러니까 네가 농사지어서 1톤을 내고 나머지는 네가 가져라 이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 밭에서는 1 톤이 못 나온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농장원들은 기껏 나라 농사 지어주고 (본인은) 빈 털털이가 된다는 말입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국가에서 그렇다고 종자를 대주는 것도 아니고, 비료 대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알아가지고 해야 되는데 그거를... 정부에서 대 주는 건 진짜 100분의 1밖에 안됩니다. 진짜 황해도 같은 경우에도 3월달만 되면 식량이 떨어져가지고 몽땅 다 산에 올라갑니다."

북한의 농업 생산량은 1970년대부터 정체되기 시작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와 함께 식량난을 겪는 수준에 이른다.

<인터뷰>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에 사회주의가 붕괴로 인해서 상당히 유대관계로 있던 북한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무력이라든가 에너지 기계설비들이 무역교환이 상당히 어려워지게 되면서 농업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쳤고 그런 것들이 또 핵미사일개발과 어울려서 장기간 여러 나라들에 대한 대북제재로 인해서 농업경제에 상당히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방법을 놓치고 있었고요."

가장 심각한 것은 비료 산업이었다.

농업 생산량을 높이려면 품질 좋은 비료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낡은 생산 시설과 고질적인 전력난으로 비료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것.

때문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퇴비 과제’를 내줘 부족한 비료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상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녹취> 北 영화 ‘분조의 주인’ : "한 해 농사에서 기본은 퇴비고 퇴비는 그 해 쌀 생산량이라고 말들은 잘 하는데, 덕삼 아바이(아버지)처럼 2톤 반 초과하는 동무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동무들은 미달도 하고 있단 말이요. 미달!"

여기에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거듭되면서 생산성은 나날이 하락했다.

2015년에도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던 북한.

강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논바닥 곳곳은 쩍쩍 금이 가 있다.

<녹취> 北 농부(2015년) : "20년 동안 농사하면서 이런 가물(가뭄) 피해가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도 당시 가뭄을 “100년 만의 왕가뭄’으로 표현하며‘물 절약형 농법’ 등을 적극 홍보했다.

올해 역시 현재까지의 강수량이 평년의 6-70%에 그치면서 심각한 가뭄 피해가 예고되고 있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2013년부터 2015년 까지 3년 연속 가뭄이 들었습니다. 북쪽에서는 가뭄이다 100년만의 가뭄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올해가 아마 그때 상황하고 비습하다고 봅니다. 재작년은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는데요. 지금 현재가 그때하고 비견할 수 있을 정도니까..."

생산 저하는 고스란히 식량난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배급량은 급격히 줄어들고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찰진흙이라고 풀기 있는 진흙이 있습니다. 그것을 계속 치댄다 말입니다. 거기다 옥수수 가루를 한 줌씩 넣어서 이렇게 막 버무려서 찐단 말입니다. 산에 가서 일하고 김 맬 때 배고프면 그거 이제 하나씩 뚝 떼서 먹는데 진짜 벽돌 같죠."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개인 텃밭이나 야산을 개간한 이른바 ‘뙈기밭’에 농사를 지어 식량을 자급자족 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산림복구를 이유로 이마저도 제한하거나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 "근래에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산림정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래서 뙈기밭에서의 어떤 농사를 지금 어느 정도 자꾸 경사도 30도 이상 곳에서는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곳이 발발하고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의 반발도가 상당히 지금 크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탈북 직전까지 뙈기밭 농사를 지었던 탈북민은 봄마다 뙈기밭을 지키기 위해 당국과 ‘전쟁’을 치른다고 전한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마을에서 뙈기밭을 산 사람들 산속에 사는 사람들 새까맣게 모여서 곽지(괭이)들고 때리고 패고 싸움을 한단 말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밭고랑에 눕는단 말입니다. 이 밭을 빼앗을 거면 나를 밟고 넘어가라. 거기서 제일 주모자는 잡아서 족쇄 채워가지고 (노동)단련대에 집어넣고요. 그 밭의 봄날은 대단합니다. 지금도... 그 밭을 빼앗기 위한 전투가..."

<녹취> 北노래, ‘바다 만풍가’ : "선창엔 물고기 가득. 웃음도 절로 나네~"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 정권도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4년 12월) : "물고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희한한 풍경을 바라보시며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연간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다 풀리는 것만 같다’고 기쁨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버섯과 같은 대체식품의 증산을 독려하고 수산물 등 다양한 먹거리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2월) : "우리나라를 버섯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하시면서 각 도·시·군들에서도 평양시 버섯공장과 같은 현대적인 버섯생산기지를 훌륭히 일떠세우는 것과 함께……."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올해 북한을 외부 지원이 필요한 37개 식량부족 국가에 포함시켰다.

올 봄, 북한은 이례적으로 세계 식량 위기를 주 내용으로 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각국의 식량난을 전하더니, 결국엔 김정은이 강조하고 있는 과학농업,자급자족을 선전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인류 발전의 도전 식량 위기'(지난 4월) : "예로부터 눈칫밥에 목이 메이고 얻어먹는 밥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오늘 내 나라가 식량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오직 과학기술을 틀어쥐고 자체의 농업생산력을 발전시켜 식량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잇단 가뭄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북제재를 자초해 북한의 농업 생산량 증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중국의 대북압박 중에는 에너지 석유, 석유수출을 통제하는 이런 압박이 크죠. 게다가 북한이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비율이 꽤 높은데 겨울 가뭄 때문에 수력 발전이 많이 줄었죠. 양수기를 돌린다든지 또 농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와 기름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한 상황이니까..."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4일) : "제재 책동으로 말미암아 연유 사정이 긴장하고 가물(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써레치기(써레질)를 앞세워야 한다."

북한 당국 스스로도 대북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자인하는 상황...

그 돌파구를 또 다시 주민 동원을 통한 자급자족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론 더욱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뷰>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 "일단 농업에 대해서 개혁개방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남아 개발도상국처럼 이런 베트남이나 미얀마처럼 사회주의에서 돌아선 거와 같이 농업개혁개방을 해서 비료, 농약 그런 농업기자재와 농업용 에너지를 확대 보급하면 충분히 식량 생산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그 지금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혼자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사회주의 농촌 구상, 농업 전사 양성 등을 내걸고농업 증산을 독려해 온 김정은 정권.

그러나 국제적 고립 속 노력 동원 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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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거름 전투·모내기 전투…북한 농업 현실은?
    • 입력 2017-06-10 08:06:28
    • 수정2017-06-10 08:18:5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이번 주 모처럼 단비가 내렸지만 해갈에는 부족한데요,

이런 가뭄 상황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막바지 모내기를 하고 있지만 물과 기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일련의 농업 개혁 조치도 시도했는데요,

과연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의 농업 실태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트럭을 몰고 집결했다.

직장별, 지역별로 모은 거름을 농촌으로 보내는 이른바 ‘거름 전투’ 현장이다.

<녹취> 전승현(北 직업총동맹 중앙위 과장) : "김정은 동지께서 경제 강국 건설의 주타격 전방으로 내세워주신 농업 전선을 힘 있게 지원하자고, 수백 톤의 거름과 수천 점의 소농기구를 짧은 기간에 마련했습니다."

깃발을 앞세우고 농촌으로 행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북한은 이렇게 매년 초 ‘거름 전투’를 벌이며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36년만의 노동당 대회가 열렸던 지난해엔 깊은 밤,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횃불을 들고 야간 거름전투까지 강행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월) : "한겨울의 밤 대기 온도는 영하 20℃ 이하로 내리지만, 이들은 혼신의 진한 땀을 흘리며 달리고 또 달리고 있습니다."

농장원들 사이로 제복을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원들.

교통 담당 보안원들이 근무를 마치자마자 채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동원된 것이다.

한 보안원은 고단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녹취> 한효원(北 인민보안원) : "주간에는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야간에는 이렇게 농장에 달려 나와 농사를 돕자니 정말 힘들 때가 많습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자강력과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이를 위한 노력 동원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최수향(2014년 탈북) : "농사를 지으면 짚단들이, 짚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 짚을 갖다 바치기도 하고 그렇게도 안되면 막 흙에 재래식 변소에서 변소 밑바닥을 긁어내서 흙을 버무려가지고 바치는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농사철인 5~6월이면 이번엔 ‘모내기 전투’가 진행된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신년사 첫 대목이 자급자족 하자는 거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모내기철에는 아이고 어른이고, 구호가 ‘밥술을 드는 사람 100% 동원해라’ 그겁니다. 길 가는 사람들 막 잡아서 일 시키고 보내고 이럽니다. 농사철엔 공장, 기업소, 학생들 모두 공부도 안하고 모두 농사만 합니다."

이렇게 주민들을 동원하고는 선전물을 만들어 연일 성과를 과시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31일) : "드디어 여기 원천협동농장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모내기를 전부 끝내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녹취> 北노래 ‘땅과 농민’ : "땅이여 너는 양심의 저울 땅이여 너는 애국의 저울."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농업을 경제 과업 중 하나로 강조했다.

<녹취> 김정은(2013년 신년사) :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 건설의 주공전선입니다.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생산의 과학화·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협동농장을 비롯한 농업 관련 시설도 자주 찾았고 일련의 농업개혁 정책도 발표했다.

특히 2012년 6·28 경제 조치의 일환으로‘포전담당제’를 도입했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 ‘분조’의 경작인원 수를 3명에서 5명의 가족 단위까지 대폭 줄이고 초과 달성한 농산물은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포전담당제를 경험한 탈북민들은 이 조치가 또 다른 형태의 착취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불가능한 생산 목표량을 정해놓고 상납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농사에 들어가는 물자까지도 주민 부담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포전 담당제의) 결과는 더 비참합니다. 이 밭의 예상 수확량이 1톤이다 그러니까 네가 농사지어서 1톤을 내고 나머지는 네가 가져라 이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 밭에서는 1 톤이 못 나온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농장원들은 기껏 나라 농사 지어주고 (본인은) 빈 털털이가 된다는 말입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국가에서 그렇다고 종자를 대주는 것도 아니고, 비료 대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알아가지고 해야 되는데 그거를... 정부에서 대 주는 건 진짜 100분의 1밖에 안됩니다. 진짜 황해도 같은 경우에도 3월달만 되면 식량이 떨어져가지고 몽땅 다 산에 올라갑니다."

북한의 농업 생산량은 1970년대부터 정체되기 시작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와 함께 식량난을 겪는 수준에 이른다.

<인터뷰>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에 사회주의가 붕괴로 인해서 상당히 유대관계로 있던 북한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무력이라든가 에너지 기계설비들이 무역교환이 상당히 어려워지게 되면서 농업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쳤고 그런 것들이 또 핵미사일개발과 어울려서 장기간 여러 나라들에 대한 대북제재로 인해서 농업경제에 상당히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방법을 놓치고 있었고요."

가장 심각한 것은 비료 산업이었다.

농업 생산량을 높이려면 품질 좋은 비료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낡은 생산 시설과 고질적인 전력난으로 비료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것.

때문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퇴비 과제’를 내줘 부족한 비료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상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녹취> 北 영화 ‘분조의 주인’ : "한 해 농사에서 기본은 퇴비고 퇴비는 그 해 쌀 생산량이라고 말들은 잘 하는데, 덕삼 아바이(아버지)처럼 2톤 반 초과하는 동무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동무들은 미달도 하고 있단 말이요. 미달!"

여기에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거듭되면서 생산성은 나날이 하락했다.

2015년에도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던 북한.

강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논바닥 곳곳은 쩍쩍 금이 가 있다.

<녹취> 北 농부(2015년) : "20년 동안 농사하면서 이런 가물(가뭄) 피해가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도 당시 가뭄을 “100년 만의 왕가뭄’으로 표현하며‘물 절약형 농법’ 등을 적극 홍보했다.

올해 역시 현재까지의 강수량이 평년의 6-70%에 그치면서 심각한 가뭄 피해가 예고되고 있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2013년부터 2015년 까지 3년 연속 가뭄이 들었습니다. 북쪽에서는 가뭄이다 100년만의 가뭄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올해가 아마 그때 상황하고 비습하다고 봅니다. 재작년은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는데요. 지금 현재가 그때하고 비견할 수 있을 정도니까..."

생산 저하는 고스란히 식량난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배급량은 급격히 줄어들고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찰진흙이라고 풀기 있는 진흙이 있습니다. 그것을 계속 치댄다 말입니다. 거기다 옥수수 가루를 한 줌씩 넣어서 이렇게 막 버무려서 찐단 말입니다. 산에 가서 일하고 김 맬 때 배고프면 그거 이제 하나씩 뚝 떼서 먹는데 진짜 벽돌 같죠."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개인 텃밭이나 야산을 개간한 이른바 ‘뙈기밭’에 농사를 지어 식량을 자급자족 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산림복구를 이유로 이마저도 제한하거나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 "근래에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산림정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래서 뙈기밭에서의 어떤 농사를 지금 어느 정도 자꾸 경사도 30도 이상 곳에서는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곳이 발발하고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의 반발도가 상당히 지금 크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탈북 직전까지 뙈기밭 농사를 지었던 탈북민은 봄마다 뙈기밭을 지키기 위해 당국과 ‘전쟁’을 치른다고 전한다.

<인터뷰> 최송죽(2016년 탈북) : "마을에서 뙈기밭을 산 사람들 산속에 사는 사람들 새까맣게 모여서 곽지(괭이)들고 때리고 패고 싸움을 한단 말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밭고랑에 눕는단 말입니다. 이 밭을 빼앗을 거면 나를 밟고 넘어가라. 거기서 제일 주모자는 잡아서 족쇄 채워가지고 (노동)단련대에 집어넣고요. 그 밭의 봄날은 대단합니다. 지금도... 그 밭을 빼앗기 위한 전투가..."

<녹취> 北노래, ‘바다 만풍가’ : "선창엔 물고기 가득. 웃음도 절로 나네~"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 정권도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4년 12월) : "물고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희한한 풍경을 바라보시며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연간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다 풀리는 것만 같다’고 기쁨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버섯과 같은 대체식품의 증산을 독려하고 수산물 등 다양한 먹거리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2월) : "우리나라를 버섯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하시면서 각 도·시·군들에서도 평양시 버섯공장과 같은 현대적인 버섯생산기지를 훌륭히 일떠세우는 것과 함께……."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올해 북한을 외부 지원이 필요한 37개 식량부족 국가에 포함시켰다.

올 봄, 북한은 이례적으로 세계 식량 위기를 주 내용으로 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각국의 식량난을 전하더니, 결국엔 김정은이 강조하고 있는 과학농업,자급자족을 선전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인류 발전의 도전 식량 위기'(지난 4월) : "예로부터 눈칫밥에 목이 메이고 얻어먹는 밥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오늘 내 나라가 식량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오직 과학기술을 틀어쥐고 자체의 농업생산력을 발전시켜 식량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잇단 가뭄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북제재를 자초해 북한의 농업 생산량 증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중국의 대북압박 중에는 에너지 석유, 석유수출을 통제하는 이런 압박이 크죠. 게다가 북한이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비율이 꽤 높은데 겨울 가뭄 때문에 수력 발전이 많이 줄었죠. 양수기를 돌린다든지 또 농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와 기름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한 상황이니까..."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4일) : "제재 책동으로 말미암아 연유 사정이 긴장하고 가물(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써레치기(써레질)를 앞세워야 한다."

북한 당국 스스로도 대북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자인하는 상황...

그 돌파구를 또 다시 주민 동원을 통한 자급자족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론 더욱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뷰>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 "일단 농업에 대해서 개혁개방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남아 개발도상국처럼 이런 베트남이나 미얀마처럼 사회주의에서 돌아선 거와 같이 농업개혁개방을 해서 비료, 농약 그런 농업기자재와 농업용 에너지를 확대 보급하면 충분히 식량 생산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그 지금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혼자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사회주의 농촌 구상, 농업 전사 양성 등을 내걸고농업 증산을 독려해 온 김정은 정권.

그러나 국제적 고립 속 노력 동원 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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