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영국 ‘충격’

입력 2017.06.17 (21:43) 수정 2017.06.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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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국 런던의 24층짜리 서민 임대아파트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래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게다가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낡은 고층 건물의 화재 취약성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런던 시내에 있는 한 고층 임대아파트.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한 남성이 바지를 꺼내 들고 구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잠시 후 연기는 붉은 화염이 되어 건물 양쪽 면을 타고 빠르게 올라갑니다.

붉은 연기 사이로 다급해진 사람들이 수건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합니다.

화마가 아직 덮치지 않은,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연기 때문에 창문을 굳게 닫고 구조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그렌펠 타워 주민 : "엘리베이터는 중간에서 멈췄고요. 거기는 이미 불길이 덮쳤어요. 사람들은 갇혔고요. 유일한 탈출 방법은 뛰어내리는 거였어요."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런던 한복판의 서민 임대 아파트인 '그렌펠 타워".

불과 15분 만에 이 불길이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영국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시뻘건 화염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고, 여기저기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인터뷰> 머서(목격자) : "너무 무섭고 끔찍했어요, 창문 앞에서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비명을 질렀어요."

24층짜리 건물 전체를 휘감은 대형 불기둥 사이로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아예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리차드 앨코크(그렌펠 타워 입주민) : "(전화하는) 친구는 뜨겁다고 계속 말했어요. 그 후 제가 전화했더니 더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7층에 살고 있어요."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아직 찾지 못한 가족들을 생각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하베바 허산(실종자 친구) : "우리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요. 병원을 다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런던의 대표적인 서민 임대아파트인 '그렌펠 타워'에서 불이 난 것은 새벽 1시.

4층에서 난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져 불과 50분 만에 24층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인터뷰> 사미라 람라니(임대아파트 주민) : "처음에 냉장고가 터졌어요. 처음에는 작은 불이었는데요. 그런데 몇 분 후에 불길이 좌우로 막 번졌어요. 다들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인터뷰> 루스(목격자) : "어린이까지 있는 가족이 끔찍한 불길 속에 있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이 났을 당시 120여 가구에서 400명에서 최대 600명 정도가 거주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런던 경찰은 이번 불로 숨진 사람은 30명이 넘는다고 밝힌 가운데 BBC방송은 모두 76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해 인명 피해 규모가 백명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입니다.

불이 난 그렌펠 타워는 1974년 지어진 켄싱턴·첼시 구청 소유의 방 한 두 개짜리 서민형 임대 아파트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2년 동안 외벽과 난방 시스템 등을 1000만 파운드, 약 143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했습니다.

그러나 화재 당시 건물에선 화재 경보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그렌펠 타워 주민 : "불이 났는지 몰랐어요. 불이면 알람이 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람은 안 울렸어요."

또, 리모델링 진행 중에 안내문에서 "현관은 불이 나도 30분간 견딜 수 있다며 화재 발생 시 다른 고지가 없으면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소개한 것으로 보도돼 향후 논란이 예상됩니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이전부터 입주민들이 화재 위험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전형적이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비드 콜린(전 아파트 입주자협의회 회장) : "우리는 리모델링 공사 기간 점검하지 않았던 화재 안전 문제 등을 포함해서 건물 안전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켄싱턴과 첼시의 세입자 관리 기관에 보고했습니다."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르게 번졌는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불에 취약한 알루미늄 합성 피복, 클래딩으로 마감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층 건물에 필수로 갖춰야 할 스프링클러도 없었습니다.

오래된 고층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지만 그동안 무시해 온 것이 이번 참사를 불러왔다는 비난도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러미 코빈(노동당 대표) : "불은 건물 외벽에 있는 클래딩을 태우면서 위로 번졌어요. 스프링클러의 부재, 클래딩이 불에 탔고요, 방염 시스템에 대한 문제, 건물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 등을 모두 밝혀내야 합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 2009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카날 하우스 화재 참사 이후 건물 안전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권고해왔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메이 총리는 불이 난 뒤 10여 시간이 지나서야 내각회의를 소집하는 늑장 대응을 한데다 이튿날에야 현장을 방문했지만 피해 주민들을 만나지 않아 여론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녹취> 테리사 메이(영국총리) : "적절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나설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30미터 이상의 새 아파트 건물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4천 개에 달하는 기존 고층아파트에는 아직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 "경고는 무시됐고", "비극적이고 끔찍하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고 규정하며 이번 참사를 보는 성난 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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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 이슈]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영국 ‘충격’
    • 입력 2017-06-17 22:09:05
    • 수정2017-06-17 22: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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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국 런던의 24층짜리 서민 임대아파트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래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게다가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낡은 고층 건물의 화재 취약성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런던 시내에 있는 한 고층 임대아파트.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한 남성이 바지를 꺼내 들고 구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잠시 후 연기는 붉은 화염이 되어 건물 양쪽 면을 타고 빠르게 올라갑니다.

붉은 연기 사이로 다급해진 사람들이 수건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합니다.

화마가 아직 덮치지 않은,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연기 때문에 창문을 굳게 닫고 구조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그렌펠 타워 주민 : "엘리베이터는 중간에서 멈췄고요. 거기는 이미 불길이 덮쳤어요. 사람들은 갇혔고요. 유일한 탈출 방법은 뛰어내리는 거였어요."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런던 한복판의 서민 임대 아파트인 '그렌펠 타워".

불과 15분 만에 이 불길이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영국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시뻘건 화염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고, 여기저기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인터뷰> 머서(목격자) : "너무 무섭고 끔찍했어요, 창문 앞에서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비명을 질렀어요."

24층짜리 건물 전체를 휘감은 대형 불기둥 사이로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아예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리차드 앨코크(그렌펠 타워 입주민) : "(전화하는) 친구는 뜨겁다고 계속 말했어요. 그 후 제가 전화했더니 더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7층에 살고 있어요."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아직 찾지 못한 가족들을 생각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하베바 허산(실종자 친구) : "우리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요. 병원을 다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런던의 대표적인 서민 임대아파트인 '그렌펠 타워'에서 불이 난 것은 새벽 1시.

4층에서 난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져 불과 50분 만에 24층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인터뷰> 사미라 람라니(임대아파트 주민) : "처음에 냉장고가 터졌어요. 처음에는 작은 불이었는데요. 그런데 몇 분 후에 불길이 좌우로 막 번졌어요. 다들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인터뷰> 루스(목격자) : "어린이까지 있는 가족이 끔찍한 불길 속에 있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이 났을 당시 120여 가구에서 400명에서 최대 600명 정도가 거주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런던 경찰은 이번 불로 숨진 사람은 30명이 넘는다고 밝힌 가운데 BBC방송은 모두 76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해 인명 피해 규모가 백명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입니다.

불이 난 그렌펠 타워는 1974년 지어진 켄싱턴·첼시 구청 소유의 방 한 두 개짜리 서민형 임대 아파트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2년 동안 외벽과 난방 시스템 등을 1000만 파운드, 약 143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했습니다.

그러나 화재 당시 건물에선 화재 경보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그렌펠 타워 주민 : "불이 났는지 몰랐어요. 불이면 알람이 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람은 안 울렸어요."

또, 리모델링 진행 중에 안내문에서 "현관은 불이 나도 30분간 견딜 수 있다며 화재 발생 시 다른 고지가 없으면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소개한 것으로 보도돼 향후 논란이 예상됩니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이전부터 입주민들이 화재 위험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전형적이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비드 콜린(전 아파트 입주자협의회 회장) : "우리는 리모델링 공사 기간 점검하지 않았던 화재 안전 문제 등을 포함해서 건물 안전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켄싱턴과 첼시의 세입자 관리 기관에 보고했습니다."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르게 번졌는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불에 취약한 알루미늄 합성 피복, 클래딩으로 마감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층 건물에 필수로 갖춰야 할 스프링클러도 없었습니다.

오래된 고층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지만 그동안 무시해 온 것이 이번 참사를 불러왔다는 비난도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러미 코빈(노동당 대표) : "불은 건물 외벽에 있는 클래딩을 태우면서 위로 번졌어요. 스프링클러의 부재, 클래딩이 불에 탔고요, 방염 시스템에 대한 문제, 건물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 등을 모두 밝혀내야 합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 2009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카날 하우스 화재 참사 이후 건물 안전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권고해왔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메이 총리는 불이 난 뒤 10여 시간이 지나서야 내각회의를 소집하는 늑장 대응을 한데다 이튿날에야 현장을 방문했지만 피해 주민들을 만나지 않아 여론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녹취> 테리사 메이(영국총리) : "적절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나설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30미터 이상의 새 아파트 건물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4천 개에 달하는 기존 고층아파트에는 아직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 "경고는 무시됐고", "비극적이고 끔찍하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고 규정하며 이번 참사를 보는 성난 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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