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 180%? 가상화폐의 유혹

입력 2017.07.02 (22:43) 수정 2017.07.0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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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AI라고 하잖아요. 인공지능 로봇, 그거를 개발해낸 거예요.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해낸 겁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150%에서 180%입니다. 연수익률이. 아무것도 안 해요. 투자만 했는데 연수익률이 150%에서 180%가 나와요."

<녹취> 가상화폐 투자 피해자 : "처음에는 한 달이면 되게 빠른 거래요. 그러다가 점점 두 달 이상 걸리고... 현금화시켜주는, 십 몇만 원을 넣어주는 데가 환전소라 그래요. 근데 그게 자꾸 바뀌어요."

사놓기만 하면 몇 배씩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상화폐.

관심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만 하루 수천억 원 어치가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유사수신, 이른바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다단계 업체들은 가상화폐로 어떻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골목.

상가 건물의 사무실에서 가상화폐 투자 설명회가 시작됩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간단한 거예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매수·매도를 하는 거예요. 그 형태를 '트레이딩'이라고 하는 거예요. 어려운 게 아니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주식처럼 거래하고 그 수익을 나눠 주겠다는 겁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투자자들한테 비트코인으로 투자를 받아서 가상화폐 거래를 대신해줘서 매일 수익을 공유해주는 투자회사예요. 네트워크 마케팅이 절대 아니에요."

투자를 대행할 뿐 다단계 업체가 아니라고 강조하더니 얼마 안가 말을 바꿉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사실은 네트워크 마케팅 방식 자체는 정말 좋은 겁니다. 마케팅까지 하시면 정말 비트코인을 모으는, 비트코인을 모으기에 박차를 가할 수가 있으실 겁니다. 내가 100비트코인을 추천했으면 10비트코인을 받을 거고, 1비트코인 투자한 사람을 소개했으면 0.1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어요."

현재 국내 사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의 시세는 1개에 300만원이 넘습니다.

업체 설명대로라면 투자 소개만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2008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인터넷으로만 지급과 결제가 이뤄지는 가상화폐입니다.

주식처럼 온라인 거래가 시작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음 몇백 원 수준이던 비트코인은 지난해말 한 개 백만 원을 넘긴 뒤 6개월 사이 3배가 올랐습니다.

비트코인이 폭등하자 가상화폐를 사칭한 사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홍콩에서 새로 만든 가상화폐에 미리 투자하라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제주에서 대형 설명회를 열고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가 하면 수입차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녹취> 가상화폐 투자자(음성변조) : "1년이 안 된 시점이어도 (수익률이) 2배 정도 됐었어요. 센터장이 한 달에 한 번씩 수익률을, 자기네들이 얼마 투자했는데 얼마 됐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주는 거예요. 그래서 '두 배 됐네.' 한 번 찾아볼까도 했었어요."

코스닥을 흉내낸 자체 거래사이트까지 만들어 투자금 140억 원을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화폐는 어디에서도 거래되지 않는 가짜였고, 회사 관계자 6명이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이종근(수원지검 형사4부장) :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가로챈 돈 중 일부를 이용하여 카페를 10여 개 만들고 그곳에서 이 코인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 마치 시중에서 이 코인이 사용되고 향후에도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가상화폐 투자사기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모 씨도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생소한 가상화폐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봤습니다.

<녹취>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 "자꾸 비트코인을 비유해서 하니까 코인이라고 하니까 그건 줄 알았죠.(그런데 실제 비트코인도 아니었던 거죠?) 경찰에 고소하고 대질조사 하면서 알았어요. (비트코인이 아니라는 걸요?) 무형의 코인, 실체가 없는 무형이라는 걸."

가상화폐 1세트에 130만 원. 주변 사람의 명의로도 여러 차례 투자를 했지만, 수익은커녕 원금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 "다단계라는 생각조차도 안 했죠. 다단계였으면... 제가 돈을 한 다섯 사람 정도 명의로 제가 130만 원씩 해주고 다 뜯긴 거예요. 제가 직원들까지 해준 것까지 한 2500만 원 돼요."

최근 3년 동안 검경에 적발된 가상화폐 사기로 피해를 본 사람은 5만 여명.

드러난 피해금액만도 5천억 원을 넘습니다.

가짜 화폐가 아니라 비트코인처럼 실제 거래되는 화폐라 하더라도 다단계 방식의 판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근(수원지검 형사4부장) :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서는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재화를 판매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단계 조직을 이용하여 재화나 용역의 판매 없이 금전 거래만을 하거나 금전 수신을 하는 행위는 방문판매업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투자금을 모으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상가 오피스텔.

복도를 따라 임대용 사무실이 줄지어 있습니다.

문을 열자, 컴퓨터 모니터와 함께 부품이 장착된 철제 선반이 나타납니다.

광산에서 금을 캐듯 인터넷에서 가상화폐를 찾아내는 이른바 채굴장입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 : "모바일(휴대전화)로 다 제어되니까, 바깥에서 다 제어하고, 여기는 돌아가기만 하는 쉽게 얘기해서 전자동 채굴장이에요."

컴퓨터가 자동으로 찾아주는 가상화폐가 고스란히 수익이 된다며 투자를 권유합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 : "캐기 시작한 뒤로 600만 원씩 수익이 들어오니까 한 달에. 예를 들어서 3천만 원 투자한다고 하면 최하 기본 수익을 2백만 원을 가져간다고 보고..."

컴퓨터 장비로 어떻게 가상화폐를 찾아내는 걸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설계자가 미리 정해놓은 수학문제의 답을 찾아내면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르는데, 여러 대의 컴퓨터를 이용할수록 가상화폐를 찾는 속도가 빨라지는 겁니다.

전문가와 함께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이용해 채굴 과정을 시연해봤습니다.

화면을 채운 복잡한 명령어들은 컴퓨터가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컴퓨터 1대를 이용하다보니 채굴 속도를 나타내는 빨간 바늘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한 달 내내 작동시켜도 하나도 채굴을 하지 못하는 속도.

채굴을 하려면 여러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해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지한별(IT보안업체 전임연구원) : "풀(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컴퓨팅파워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고요.그 문제를 풀게 되면 그 문제에 내가 얼마를 투자했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했는지에 따라서 1비트코인을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많이 동원할수록 더 많은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는 상황.

중국에서는 대형 건물에 수천 대의 컴퓨터를 들여놓고 가상화폐를 찾는 기업형 채굴장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업형 채굴장은 국내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공장 내부. 컴퓨터 부품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중국의 기업형 채굴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직원 여러 명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채굴장 규모를 자랑하며 투자를 권유합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 : "우리는 자체 공장 있잖아. 그 다음에 OO에 1300㎡(4천 평) 짜리. 거기는 2만 대야, 2만 대. 돈 엄청 번다니까 이거는. 본인 앞으로 채굴기 투자도 한 10대 하고... (10대면 얼마죠?) 10대면 5천만 원."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투자를 권유하라고 말합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음성변조) : "누구를 소개했다고 하면 마케팅이란 게 또 있으니까 마케팅 수익이 또 나오는 거예요. 한 대당 20만 원 들어가 수당. 후원, 추천 10대 그러면 200만 원, 끝내주지."

다른 사람의 투자를 유도하면 채굴기 1대당 20만 원를 소개 대가로 주겠다는 겁니다.

하위 투자자의 투자금이 상위 투자자의 수익이 되는 전형적인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

금융감독원은 이런 채굴기 투자 유도를 신종 다단계 영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 : "가상화폐의 매매를 넘어서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다' 아니면 '가상화폐를 싼 가격에 손 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거기에 따른 투자금을 유도할 경우에도, 자금 모집 행위에 불과할 때에는 유사수신 행위로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채굴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법정 화폐도 아니고 금융투자상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화폐로서는 유통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환전소도 내가 돈을 주면 비트코인을 그냥 바꿔주는 주식거래하는 듯한 개념이지 실제로 내가 비트코인만 들고 다니면서 물건도 사고 호텔 대금도 지불하고 이런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최근 국제 해커들이 컴퓨터를 해킹한 뒤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상화폐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해킹이 비트코인의 값을 올리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기태현(IT보안업체 화이트해커팀장) : "그걸 소유하고 있는 해커 입장에서는 더 많은, 더 안 좋은 일에 더 많이 사용하면, 이슈를 만들면 이거 자체가 더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금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자체가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고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환전이나 정부의 통제 없이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편리한 새 기술로 자리잡기도 전에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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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수익 180%? 가상화폐의 유혹
    • 입력 2017-07-02 23:19:06
    • 수정2017-07-03 00: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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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AI라고 하잖아요. 인공지능 로봇, 그거를 개발해낸 거예요.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해낸 겁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150%에서 180%입니다. 연수익률이. 아무것도 안 해요. 투자만 했는데 연수익률이 150%에서 180%가 나와요."

<녹취> 가상화폐 투자 피해자 : "처음에는 한 달이면 되게 빠른 거래요. 그러다가 점점 두 달 이상 걸리고... 현금화시켜주는, 십 몇만 원을 넣어주는 데가 환전소라 그래요. 근데 그게 자꾸 바뀌어요."

사놓기만 하면 몇 배씩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상화폐.

관심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만 하루 수천억 원 어치가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유사수신, 이른바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다단계 업체들은 가상화폐로 어떻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골목.

상가 건물의 사무실에서 가상화폐 투자 설명회가 시작됩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간단한 거예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매수·매도를 하는 거예요. 그 형태를 '트레이딩'이라고 하는 거예요. 어려운 게 아니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주식처럼 거래하고 그 수익을 나눠 주겠다는 겁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투자자들한테 비트코인으로 투자를 받아서 가상화폐 거래를 대신해줘서 매일 수익을 공유해주는 투자회사예요. 네트워크 마케팅이 절대 아니에요."

투자를 대행할 뿐 다단계 업체가 아니라고 강조하더니 얼마 안가 말을 바꿉니다.

<녹취> 가상화폐 거래업체 직원(음성변조) : "사실은 네트워크 마케팅 방식 자체는 정말 좋은 겁니다. 마케팅까지 하시면 정말 비트코인을 모으는, 비트코인을 모으기에 박차를 가할 수가 있으실 겁니다. 내가 100비트코인을 추천했으면 10비트코인을 받을 거고, 1비트코인 투자한 사람을 소개했으면 0.1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어요."

현재 국내 사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의 시세는 1개에 300만원이 넘습니다.

업체 설명대로라면 투자 소개만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2008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인터넷으로만 지급과 결제가 이뤄지는 가상화폐입니다.

주식처럼 온라인 거래가 시작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음 몇백 원 수준이던 비트코인은 지난해말 한 개 백만 원을 넘긴 뒤 6개월 사이 3배가 올랐습니다.

비트코인이 폭등하자 가상화폐를 사칭한 사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홍콩에서 새로 만든 가상화폐에 미리 투자하라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제주에서 대형 설명회를 열고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가 하면 수입차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녹취> 가상화폐 투자자(음성변조) : "1년이 안 된 시점이어도 (수익률이) 2배 정도 됐었어요. 센터장이 한 달에 한 번씩 수익률을, 자기네들이 얼마 투자했는데 얼마 됐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주는 거예요. 그래서 '두 배 됐네.' 한 번 찾아볼까도 했었어요."

코스닥을 흉내낸 자체 거래사이트까지 만들어 투자금 140억 원을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화폐는 어디에서도 거래되지 않는 가짜였고, 회사 관계자 6명이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이종근(수원지검 형사4부장) :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가로챈 돈 중 일부를 이용하여 카페를 10여 개 만들고 그곳에서 이 코인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 마치 시중에서 이 코인이 사용되고 향후에도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가상화폐 투자사기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모 씨도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생소한 가상화폐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봤습니다.

<녹취>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 "자꾸 비트코인을 비유해서 하니까 코인이라고 하니까 그건 줄 알았죠.(그런데 실제 비트코인도 아니었던 거죠?) 경찰에 고소하고 대질조사 하면서 알았어요. (비트코인이 아니라는 걸요?) 무형의 코인, 실체가 없는 무형이라는 걸."

가상화폐 1세트에 130만 원. 주변 사람의 명의로도 여러 차례 투자를 했지만, 수익은커녕 원금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 "다단계라는 생각조차도 안 했죠. 다단계였으면... 제가 돈을 한 다섯 사람 정도 명의로 제가 130만 원씩 해주고 다 뜯긴 거예요. 제가 직원들까지 해준 것까지 한 2500만 원 돼요."

최근 3년 동안 검경에 적발된 가상화폐 사기로 피해를 본 사람은 5만 여명.

드러난 피해금액만도 5천억 원을 넘습니다.

가짜 화폐가 아니라 비트코인처럼 실제 거래되는 화폐라 하더라도 다단계 방식의 판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근(수원지검 형사4부장) :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서는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재화를 판매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단계 조직을 이용하여 재화나 용역의 판매 없이 금전 거래만을 하거나 금전 수신을 하는 행위는 방문판매업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투자금을 모으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상가 오피스텔.

복도를 따라 임대용 사무실이 줄지어 있습니다.

문을 열자, 컴퓨터 모니터와 함께 부품이 장착된 철제 선반이 나타납니다.

광산에서 금을 캐듯 인터넷에서 가상화폐를 찾아내는 이른바 채굴장입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 : "모바일(휴대전화)로 다 제어되니까, 바깥에서 다 제어하고, 여기는 돌아가기만 하는 쉽게 얘기해서 전자동 채굴장이에요."

컴퓨터가 자동으로 찾아주는 가상화폐가 고스란히 수익이 된다며 투자를 권유합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 : "캐기 시작한 뒤로 600만 원씩 수익이 들어오니까 한 달에. 예를 들어서 3천만 원 투자한다고 하면 최하 기본 수익을 2백만 원을 가져간다고 보고..."

컴퓨터 장비로 어떻게 가상화폐를 찾아내는 걸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설계자가 미리 정해놓은 수학문제의 답을 찾아내면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르는데, 여러 대의 컴퓨터를 이용할수록 가상화폐를 찾는 속도가 빨라지는 겁니다.

전문가와 함께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이용해 채굴 과정을 시연해봤습니다.

화면을 채운 복잡한 명령어들은 컴퓨터가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컴퓨터 1대를 이용하다보니 채굴 속도를 나타내는 빨간 바늘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한 달 내내 작동시켜도 하나도 채굴을 하지 못하는 속도.

채굴을 하려면 여러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해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지한별(IT보안업체 전임연구원) : "풀(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컴퓨팅파워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고요.그 문제를 풀게 되면 그 문제에 내가 얼마를 투자했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했는지에 따라서 1비트코인을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많이 동원할수록 더 많은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는 상황.

중국에서는 대형 건물에 수천 대의 컴퓨터를 들여놓고 가상화폐를 찾는 기업형 채굴장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업형 채굴장은 국내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공장 내부. 컴퓨터 부품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중국의 기업형 채굴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직원 여러 명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채굴장 규모를 자랑하며 투자를 권유합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 : "우리는 자체 공장 있잖아. 그 다음에 OO에 1300㎡(4천 평) 짜리. 거기는 2만 대야, 2만 대. 돈 엄청 번다니까 이거는. 본인 앞으로 채굴기 투자도 한 10대 하고... (10대면 얼마죠?) 10대면 5천만 원."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투자를 권유하라고 말합니다.

<녹취> 가상화폐 '채굴장' 직원(음성변조) : "누구를 소개했다고 하면 마케팅이란 게 또 있으니까 마케팅 수익이 또 나오는 거예요. 한 대당 20만 원 들어가 수당. 후원, 추천 10대 그러면 200만 원, 끝내주지."

다른 사람의 투자를 유도하면 채굴기 1대당 20만 원를 소개 대가로 주겠다는 겁니다.

하위 투자자의 투자금이 상위 투자자의 수익이 되는 전형적인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

금융감독원은 이런 채굴기 투자 유도를 신종 다단계 영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 : "가상화폐의 매매를 넘어서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다' 아니면 '가상화폐를 싼 가격에 손 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거기에 따른 투자금을 유도할 경우에도, 자금 모집 행위에 불과할 때에는 유사수신 행위로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채굴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법정 화폐도 아니고 금융투자상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화폐로서는 유통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환전소도 내가 돈을 주면 비트코인을 그냥 바꿔주는 주식거래하는 듯한 개념이지 실제로 내가 비트코인만 들고 다니면서 물건도 사고 호텔 대금도 지불하고 이런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최근 국제 해커들이 컴퓨터를 해킹한 뒤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상화폐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해킹이 비트코인의 값을 올리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기태현(IT보안업체 화이트해커팀장) : "그걸 소유하고 있는 해커 입장에서는 더 많은, 더 안 좋은 일에 더 많이 사용하면, 이슈를 만들면 이거 자체가 더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금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자체가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고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환전이나 정부의 통제 없이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편리한 새 기술로 자리잡기도 전에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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