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형 조건으로 대출”…연 35% 이자 챙겨

입력 2017.07.11 (08:34) 수정 2017.07.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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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형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해 주겠다, 이런 광고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채업자들이 있습니다.

주로 취업을 준비할 나이인 20대 초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또 유흥업소 여성들을 노렸습니다.

정해진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준 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받아 챙겼습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인터넷 음란 방송에 출연하거나 성매매를 하라며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여성을 노린 불법 대출 사기!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성형외과.

경찰이 고객 장부와 서류 일체를 압수합니다.

같은 날, 경찰은 강남의 또 다른 성형외과와 불법 대부업체 사무실 두 곳도 급습합니다.

병원과 대부업체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단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인터뷰> 박창환(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이번 사건의 특징은 성형외과 의사와 결탁해서 불법대부업자들이 대출을 한 최초 사례이고…"

사채업자 박모 씨와 이모 씨는 특정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는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 줬습니다.

두 사람이 노린 대상은 대부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20대 초반의 여성.

1년에 34.9%라는 비싼 이자율로 대출을 해 주고, 2년 만에 19억 원을 챙겼습니다.

환자를 소개 받은 병원은 수술비의 30%를 소개비 명목으로 지급해, 사채업자의 주머니를 채워 줬습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사채업자가) 병원 사무장들한테 접근합니다. 우리가 환자를 댈 테니까 대신 소개해 준 수수료, 사례는 받아야겠다. 수술비가 1,000만 원이면 1,000만 원을 수술비로 내되 이 중에 30%인 300만 원은 수수료로 돌려 달라. 이런 계약으로 시작이 된 거죠."

병원들은 환자에게 받은 돈의 절반을 뚝 떼어내서, 박 씨와 이 씨에게 사채자금으로 쓰라며 다시 빌려 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수상한 거래를 경찰이 포착한 건 지난해 6월.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여성들이 성형 대출을 받았는데 성형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피해를 받고 있다. 이런 소문을 들었습니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한 피해자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었던 이 여성.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평소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인터넷에서 '수술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발견한 겁니다.

솔깃한 제안에, 수술비를 어떻게 지원해 주는 거냐고 질문을 남겼습니다.

질문을 본 사채업자들은 여성을 직접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성형 대출을 우리가 해 주겠다. (그런데) 이자와 원금은 받아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줄 거냐? 하면 사회 초년생들은 대답을 못 하죠. 돈이 없으니까. 그러면 우리가 소개해 주는 유흥업소에서 일해라. 손님들한테 술 따라주고 앉아 있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쉽게, 또 금방 갚을 수 있다는 말에 이 여성은 성형수술을 받은 뒤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됩니다.

몇 달만 버티면, 돈을 다 갚고 업소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최별(이룸 반성매매인권행동 상담가) : "여성이 외모나 몸으로 평가받는 성차별적인 문화가 있고 그게 생계랑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 성형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 외모가 어느 정도 돼야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득을 벌 수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한 상황이고 (성형수술이)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실제로 피해자 378명 가운데 100명 가량은 사회초년생 또는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천만 원 이상의 큰 돈을 대출 받았습니다.

대부업체, 병원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수술 규모가 커진 겁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처음에 눈만 수술할 생각이었다 하더라도 코만 조금 더 하고, 입 조금 더 하자.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거죠. 양악에서부터 눈, 코, 입까지 전체적으로 성형을 했습니다."

아무리 유흥업소에서 일을 해도 매달 높은 이자를 감당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채업자의 협박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녹취> 박OO(사채업자/음성변조) : "오늘 날짜에 어떻게 입금할 건지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고. 어?"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30일마다 입금할게요."

<녹취> 박OO(사채업자/음성변조) : "분명히 입금해라. 입금이 안 되면 너한테도 불편한 사항이 올 수도 있어. 가족 가슴에 대못 박는 짓은 하지 마라."

사채업자는 피해자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한 사실을 가족과 친구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실제로 피해자의 부모를 찾아가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당신 딸이 유흥업소에서 종사하고 있는 거 아느냐. 내가 현수막이랑 확성기를 통해서 당신 딸이 유흥업소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온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겠다. 이렇게 협박을 합니다. 그래서 부모한테 돈을 받아내는 거죠."

급기야 음란 방송에 출연하거나 성매매를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대부업체 상당수가 여성을 우대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여성을 위한 대출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별(이룸 반성매매인권행동 상담가) : "무직의 여성이라면 제1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 신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러니까 더 높은 이자로 위험을 빌미로 더 고리로, 더 빠른 기간 안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계약할 수가 있고 그러니까 대부업자 쪽이 더 이득이죠. (그리고) 여성이 더 돈을 받아내기 쉬운, 더 다루기 쉽다(는 것이죠.)"

경찰은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불법 대출을 일삼아 온 사채업자 2명을 구속하고 성형외과 의사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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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형 조건으로 대출”…연 35% 이자 챙겨
    • 입력 2017-07-11 08:35:46
    • 수정2017-07-11 10:59:58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성형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해 주겠다, 이런 광고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채업자들이 있습니다.

주로 취업을 준비할 나이인 20대 초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또 유흥업소 여성들을 노렸습니다.

정해진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준 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받아 챙겼습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인터넷 음란 방송에 출연하거나 성매매를 하라며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여성을 노린 불법 대출 사기!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성형외과.

경찰이 고객 장부와 서류 일체를 압수합니다.

같은 날, 경찰은 강남의 또 다른 성형외과와 불법 대부업체 사무실 두 곳도 급습합니다.

병원과 대부업체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단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인터뷰> 박창환(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이번 사건의 특징은 성형외과 의사와 결탁해서 불법대부업자들이 대출을 한 최초 사례이고…"

사채업자 박모 씨와 이모 씨는 특정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는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 줬습니다.

두 사람이 노린 대상은 대부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20대 초반의 여성.

1년에 34.9%라는 비싼 이자율로 대출을 해 주고, 2년 만에 19억 원을 챙겼습니다.

환자를 소개 받은 병원은 수술비의 30%를 소개비 명목으로 지급해, 사채업자의 주머니를 채워 줬습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사채업자가) 병원 사무장들한테 접근합니다. 우리가 환자를 댈 테니까 대신 소개해 준 수수료, 사례는 받아야겠다. 수술비가 1,000만 원이면 1,000만 원을 수술비로 내되 이 중에 30%인 300만 원은 수수료로 돌려 달라. 이런 계약으로 시작이 된 거죠."

병원들은 환자에게 받은 돈의 절반을 뚝 떼어내서, 박 씨와 이 씨에게 사채자금으로 쓰라며 다시 빌려 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수상한 거래를 경찰이 포착한 건 지난해 6월.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여성들이 성형 대출을 받았는데 성형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피해를 받고 있다. 이런 소문을 들었습니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한 피해자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었던 이 여성.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평소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인터넷에서 '수술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발견한 겁니다.

솔깃한 제안에, 수술비를 어떻게 지원해 주는 거냐고 질문을 남겼습니다.

질문을 본 사채업자들은 여성을 직접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성형 대출을 우리가 해 주겠다. (그런데) 이자와 원금은 받아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줄 거냐? 하면 사회 초년생들은 대답을 못 하죠. 돈이 없으니까. 그러면 우리가 소개해 주는 유흥업소에서 일해라. 손님들한테 술 따라주고 앉아 있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쉽게, 또 금방 갚을 수 있다는 말에 이 여성은 성형수술을 받은 뒤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됩니다.

몇 달만 버티면, 돈을 다 갚고 업소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최별(이룸 반성매매인권행동 상담가) : "여성이 외모나 몸으로 평가받는 성차별적인 문화가 있고 그게 생계랑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 성형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 외모가 어느 정도 돼야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득을 벌 수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한 상황이고 (성형수술이)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실제로 피해자 378명 가운데 100명 가량은 사회초년생 또는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천만 원 이상의 큰 돈을 대출 받았습니다.

대부업체, 병원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수술 규모가 커진 겁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처음에 눈만 수술할 생각이었다 하더라도 코만 조금 더 하고, 입 조금 더 하자.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거죠. 양악에서부터 눈, 코, 입까지 전체적으로 성형을 했습니다."

아무리 유흥업소에서 일을 해도 매달 높은 이자를 감당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채업자의 협박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녹취> 박OO(사채업자/음성변조) : "오늘 날짜에 어떻게 입금할 건지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고. 어?"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30일마다 입금할게요."

<녹취> 박OO(사채업자/음성변조) : "분명히 입금해라. 입금이 안 되면 너한테도 불편한 사항이 올 수도 있어. 가족 가슴에 대못 박는 짓은 하지 마라."

사채업자는 피해자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한 사실을 가족과 친구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실제로 피해자의 부모를 찾아가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창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 : "당신 딸이 유흥업소에서 종사하고 있는 거 아느냐. 내가 현수막이랑 확성기를 통해서 당신 딸이 유흥업소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온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겠다. 이렇게 협박을 합니다. 그래서 부모한테 돈을 받아내는 거죠."

급기야 음란 방송에 출연하거나 성매매를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대부업체 상당수가 여성을 우대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여성을 위한 대출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별(이룸 반성매매인권행동 상담가) : "무직의 여성이라면 제1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 신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러니까 더 높은 이자로 위험을 빌미로 더 고리로, 더 빠른 기간 안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계약할 수가 있고 그러니까 대부업자 쪽이 더 이득이죠. (그리고) 여성이 더 돈을 받아내기 쉬운, 더 다루기 쉽다(는 것이죠.)"

경찰은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불법 대출을 일삼아 온 사채업자 2명을 구속하고 성형외과 의사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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