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하루 2만 명 이용하는 ‘따릉이’…인프라는 “글쎄요?”

입력 2017.08.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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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하얀색 몸통에 초록색 바퀴가 달린 자전거가 자주 눈에 띈다. 바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다. '따릉이'는 출범 당시 시민 공모를 통해 채택된 이름으로, 1933년에 발표된 동요 '자전거'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2015년 10월부터 본격 운영되기 시작한 '따릉이'는 서비스 시작 1년 11개월 만에 340만 건의 대여 건수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현재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서울시민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고,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50만 건이 대여됐다. 올해 5월부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된 데다, '본인 인증' 없이 빌리는 절차가 간단해지면서 '따릉이'의 폭발적 성장세에 한몫했다.


파리의 '벨리브', 런던의 '보리스', 서울의 '따릉이'

'따릉이'는 파리의 '벨리브', 런던의 '보리스'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프랑스의 공공자전거 '벨리브'는 지난 2007년 처음 리옹에서 시작됐다. '벨로'(자전거)와 '리베르테'(자유)를 합친 말로, 현재는 파리 전역에 2만 3천 대의 벨리브가 운영되고 있다. 파업의 나라인 프랑스답게, '벨리브'는 대중교통 파업 기간 시민들의 발이 되면서 그 영향력을 급속하게 키웠다. 실제 2001년에 비해 2010년 파리 도심의 승용차 등록 수는 24%나 감소했고, 도심 자전거이용자의 28%가 '벨리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에 공공자전거가 정착하게 된 것은 현 외무장관인 '보리스 존슨'이 런던 시장으로 재임한 2008년부터다. 런던은 좁은 도로와 많은 교통량으로 자전거 타기 힘든 도시로 손꼽혔지만, 존슨 시장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공유 프로그램과 도로, 신호등을 정비했다. 그는 지난해 시장직을 떠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런던의 공공자전거를 '보리스'라고 부르며 그의 열정을 기억하고 있다.


대여소마다 천차만별인 '따릉이' 대여 건수

먼저 태어난 '벨리브'와 '보리스'를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고 있는 막내 '따릉이'. 하지만 '따릉이'의 대여 건 수는 대여소마다 천차만별이다. 6월 말 기준 서울시 전체에 설치된 대여소 673곳 가운데 70곳의 대여 건 수는 하루 평균 5건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대여소 간 거리가 '따릉이' 홈페이지에 명시된 500m보다 가까워 한쪽으로 이용률이 쏠리거나, 외진 곳의 대여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기 때문이다. 대여소 숫자를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아직은 양을 늘릴 때지, 질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대여소의 적정 위치와 운영 방법을 고민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여 건 수만 놓고도 서울시와 '따릉이' 위탁 운영을 맡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사이에 엇박자가 나는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바보야, 중요한 건 인프라야!

서울 시내 도로변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길이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75km로, 5년 전보다 고작 3km 늘어났다. 물론 도로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리지 못하는 데 대해선 서울시도 할 말이 있다. 기존에 형성된 시가지의 경우, 재개발 과정이 없다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새로 건설하기 위해선 차로나 인도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민원과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해갈 길이 없다. 서울시 자전거 전용도로의 불법 주정차 단속을 전담 관리하는 인력이 2명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시민 문화만을 탓하기에도 민망한 점이 있다. 택시와 택배 차량 등 자전거 전용도로를 점유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서도 '생계'라는 변명 거리를 들어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저기가는 저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따릉이'를 2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공공자전거 프로그램의 성공은 단순히 양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 말마따나, 지금은 양적인 규모를 키우는 시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적인 관리를 도외시했다가는 폭증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효용과 안전은 보장할 수가 없다. 행정청의 추진력과 세심함, 시민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의 책임과 의무 준수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따릉이'는 서울을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연관 기사] 공공자전거 ‘따릉이’ 인기! 인프라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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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하루 2만 명 이용하는 ‘따릉이’…인프라는 “글쎄요?”
    • 입력 2017-08-15 10:27:18
    취재후·사건후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하얀색 몸통에 초록색 바퀴가 달린 자전거가 자주 눈에 띈다. 바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다. '따릉이'는 출범 당시 시민 공모를 통해 채택된 이름으로, 1933년에 발표된 동요 '자전거'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2015년 10월부터 본격 운영되기 시작한 '따릉이'는 서비스 시작 1년 11개월 만에 340만 건의 대여 건수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현재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서울시민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고,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50만 건이 대여됐다. 올해 5월부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된 데다, '본인 인증' 없이 빌리는 절차가 간단해지면서 '따릉이'의 폭발적 성장세에 한몫했다.


파리의 '벨리브', 런던의 '보리스', 서울의 '따릉이'

'따릉이'는 파리의 '벨리브', 런던의 '보리스'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프랑스의 공공자전거 '벨리브'는 지난 2007년 처음 리옹에서 시작됐다. '벨로'(자전거)와 '리베르테'(자유)를 합친 말로, 현재는 파리 전역에 2만 3천 대의 벨리브가 운영되고 있다. 파업의 나라인 프랑스답게, '벨리브'는 대중교통 파업 기간 시민들의 발이 되면서 그 영향력을 급속하게 키웠다. 실제 2001년에 비해 2010년 파리 도심의 승용차 등록 수는 24%나 감소했고, 도심 자전거이용자의 28%가 '벨리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에 공공자전거가 정착하게 된 것은 현 외무장관인 '보리스 존슨'이 런던 시장으로 재임한 2008년부터다. 런던은 좁은 도로와 많은 교통량으로 자전거 타기 힘든 도시로 손꼽혔지만, 존슨 시장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공유 프로그램과 도로, 신호등을 정비했다. 그는 지난해 시장직을 떠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런던의 공공자전거를 '보리스'라고 부르며 그의 열정을 기억하고 있다.


대여소마다 천차만별인 '따릉이' 대여 건수

먼저 태어난 '벨리브'와 '보리스'를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고 있는 막내 '따릉이'. 하지만 '따릉이'의 대여 건 수는 대여소마다 천차만별이다. 6월 말 기준 서울시 전체에 설치된 대여소 673곳 가운데 70곳의 대여 건 수는 하루 평균 5건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대여소 간 거리가 '따릉이' 홈페이지에 명시된 500m보다 가까워 한쪽으로 이용률이 쏠리거나, 외진 곳의 대여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기 때문이다. 대여소 숫자를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아직은 양을 늘릴 때지, 질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대여소의 적정 위치와 운영 방법을 고민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여 건 수만 놓고도 서울시와 '따릉이' 위탁 운영을 맡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사이에 엇박자가 나는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바보야, 중요한 건 인프라야!

서울 시내 도로변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길이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75km로, 5년 전보다 고작 3km 늘어났다. 물론 도로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리지 못하는 데 대해선 서울시도 할 말이 있다. 기존에 형성된 시가지의 경우, 재개발 과정이 없다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새로 건설하기 위해선 차로나 인도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민원과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해갈 길이 없다. 서울시 자전거 전용도로의 불법 주정차 단속을 전담 관리하는 인력이 2명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시민 문화만을 탓하기에도 민망한 점이 있다. 택시와 택배 차량 등 자전거 전용도로를 점유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서도 '생계'라는 변명 거리를 들어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저기가는 저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따릉이'를 2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공공자전거 프로그램의 성공은 단순히 양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 말마따나, 지금은 양적인 규모를 키우는 시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적인 관리를 도외시했다가는 폭증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효용과 안전은 보장할 수가 없다. 행정청의 추진력과 세심함, 시민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의 책임과 의무 준수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따릉이'는 서울을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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