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기름 유출 9년…‘죽음의 땅’ 나이저 델타

입력 2017.12.04 (20:33) 수정 2017.12.0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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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8년 나이지리아 남부 지역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사고가 일어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곳은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습니다.

토양은 물론 지하수 오염도 심각해 '죽음의 땅'이 돼버렸다는데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박진현 특파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 어디고,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답변>
네,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난 곳은 나이저 델타의 오고니랜드입니다.

오염을 정화하려면 최소 3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복구는 지지부진합니다.

나이저 델타 지역은 나이지리아 최대 석유 매장지댑니다.

한때는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었지만 지금은 성한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지 않고, 강물은 이미 검게 변한 지 오랩니다.

육안으로 봐도 그 피해 정도를 짐작케 합니다.

<녹취> 옥파비(오게일 마을 촌장) :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 오염된 환경 때문에 사람들의 삶은 망가졌고, 수중 생태계까지 모두 파괴됐어요."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에너지 회사인 '쉘'은 수십 년간 이곳에서 석유 시추 사업을 해왔는데요.

낡은 시설로 작업을 계속 하다 보니 파이프에서 기름이 샌 겁니다.

회사 측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기름띠 제거 작업을 마쳤다고 했지만, 여전히 오염이 심각한 상탭니다.

<질문>
이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요?

2008년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답변>
마을 주민들은 기름 유출 사고의 영향으로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고니랜드 인근 마을에 사는 이 여성은 지난 10월, 다섯 번째 아이를 낳았는데요.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제가 아이를 안았는데 세 번 정도 호흡하더니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어요."

이 부부 역시 3년 전, 출산하자마자 아이가 사망했습니다.

스위스의 한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기름 유출 지점에서 반경 10km 이내 지역의 경우 신생아가 한 달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두 배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의사가 빗물도 사용하거나 먹지 말라고 했어요. 기름이 들어 있다고요."

<질문>
그런데 이 에너지 회사가 최근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고요?

<답변>
네. 국제 인권운동단체인 앰네스티가 지난 1990년대 오고니랜드 주민 인권 유린 사건에 석유기업 쉘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기업은 석유 시추량을 늘리기 위해 파이프라인 추가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군을 동원했는데, 쉘이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앰네스티는 시위 진압이 "살인과 성폭행, 고문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회사가 군 동원을 부추긴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목격자들의 증언들도 잇따랐습니다.

<녹취> 파야그바라(목격자) : "1993년 당시 약 2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녹취> 카와니(오고니랜드 정치인) : "쉘 측에서 (군부에) 돈과 무기를 지원했어요.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앰네스티의 보고서는 거짓이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분노한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부터 반군에 가담해 시추 시설을 파괴하는 등 석유 기업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오염된 환경도 그대로 방치되면서 오고니랜드의 신생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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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12-04 2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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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나이지리아 남부 지역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사고가 일어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곳은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습니다.

토양은 물론 지하수 오염도 심각해 '죽음의 땅'이 돼버렸다는데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박진현 특파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 어디고,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답변>
네,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난 곳은 나이저 델타의 오고니랜드입니다.

오염을 정화하려면 최소 3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복구는 지지부진합니다.

나이저 델타 지역은 나이지리아 최대 석유 매장지댑니다.

한때는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었지만 지금은 성한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지 않고, 강물은 이미 검게 변한 지 오랩니다.

육안으로 봐도 그 피해 정도를 짐작케 합니다.

<녹취> 옥파비(오게일 마을 촌장) :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 오염된 환경 때문에 사람들의 삶은 망가졌고, 수중 생태계까지 모두 파괴됐어요."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에너지 회사인 '쉘'은 수십 년간 이곳에서 석유 시추 사업을 해왔는데요.

낡은 시설로 작업을 계속 하다 보니 파이프에서 기름이 샌 겁니다.

회사 측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기름띠 제거 작업을 마쳤다고 했지만, 여전히 오염이 심각한 상탭니다.

<질문>
이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요?

2008년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답변>
마을 주민들은 기름 유출 사고의 영향으로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고니랜드 인근 마을에 사는 이 여성은 지난 10월, 다섯 번째 아이를 낳았는데요.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제가 아이를 안았는데 세 번 정도 호흡하더니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어요."

이 부부 역시 3년 전, 출산하자마자 아이가 사망했습니다.

스위스의 한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기름 유출 지점에서 반경 10km 이내 지역의 경우 신생아가 한 달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두 배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의사가 빗물도 사용하거나 먹지 말라고 했어요. 기름이 들어 있다고요."

<질문>
그런데 이 에너지 회사가 최근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고요?

<답변>
네. 국제 인권운동단체인 앰네스티가 지난 1990년대 오고니랜드 주민 인권 유린 사건에 석유기업 쉘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기업은 석유 시추량을 늘리기 위해 파이프라인 추가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군을 동원했는데, 쉘이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앰네스티는 시위 진압이 "살인과 성폭행, 고문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회사가 군 동원을 부추긴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목격자들의 증언들도 잇따랐습니다.

<녹취> 파야그바라(목격자) : "1993년 당시 약 2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녹취> 카와니(오고니랜드 정치인) : "쉘 측에서 (군부에) 돈과 무기를 지원했어요.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앰네스티의 보고서는 거짓이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분노한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부터 반군에 가담해 시추 시설을 파괴하는 등 석유 기업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오염된 환경도 그대로 방치되면서 오고니랜드의 신생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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