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시름딛고 조상모시는 정성

⊙앵커: 그러나 추석이라고 해서 차례나 성묘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수재민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러운 명절이었습니다.
안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해로 집을 잃은 박종각 씨는 컨테이너에 추석 차례상을 차렸습니다.
수마가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조상을 섬기는 정성은 변함없습니다.
다만 5평 남짓한 컨테이너 살이가 송구스럽고 음식을 마음만큼 푸짐하게 차리지 못한 것이 죄스러울 뿐입니다.
⊙박종각(강릉시 성산면 송암리): 위로금을 이렇게 타 가지고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게 된 걸 무척 기쁘게 생각하고...
⊙기자: 몸성하게 이 만큼이나마 살게 된 것만도 조상의 은덕으로 돌립니다.
⊙안재숙(강릉시 성산면 송암리): 조상님들도 아시겠죠.
그저 자손들이라도 잘 되고 세월이라도 좋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자: 비좁은 컨테이너에서라도 차례를 지낸 수재민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경우입니다.
수해로 아버지의 묘를 잃은 심성구 씨는 아직도 유골을 찾지 못해 애가 탑니다.
아버지 생각에 밤잠을 설친 지 벌써 20일째.
마지막 쉬실 곳을 잘못 택해 평생 씻지 못할 죄를 지은 심정입니다.
⊙심성구(경기도 군포시):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하니까 약간 나을 거다, 이래서 모셨는데 결국은 뭐 제가 생각을 잘못해 가지고 불효가 돼 버린 거죠.
⊙기자: 발굴조차 안 된 묘가 않은데다 사체와 유골이 나왔어도 신원확인이 안 돼 유가족의 슬픔은 더합니다.
⊙김순용(동해시 천곡동): 막상 돌아가셨을 적보다 지금이 더 막연하거든요.
어떻게 말로 형용을 못 하죠.
⊙기자: 수재민들은 수해의 고통에다 조상을 제대로 섬기지 못했다는 자책감까지 겹쳐 힘들게 추석을 보냈습니다.
KBS뉴스 안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