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내가 특사”…국제 무대 데뷔 김여정

입력 2018.02.24 (07:58) 수정 2018.02.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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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온 북한 고위급대표단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바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입니다.

최고 권력자의 동생이자 여성,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김일성의 혈육이라는 점 등 김여정이 주목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텐데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순간, 그녀의 정치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평창 올림픽을 통한 국제 무대 데뷔를 계기로 앞으로의 정치 활동까지도 주목받고 있는 김여정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금부터 우리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北 가요 ‘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서울의 국립극장에 북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천 오백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한국의 대중 가요까지 선보인 북한 예술단.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공연장에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온 북한 대표단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도 있었다.

2층 객석에 자리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한 김여정.

2박 3일 방문 기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됐다.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대표단은 전용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무채색 정장에 액세서리 하나 하지 않은 모습과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태도, 때때로 보이는 미소까지...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표정과 행동, 동행한 북한 고위 간부들의 태도에서 그녀가 북한의 권력 실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김여정에게 자리를 이렇게 양보하는 먼저 앉으라고 양보하는 그런 모습을 우리가 다른 데서는 볼 수가 없었고 또 목격할 수가 없었죠. 턱을 조금 쳐들고 이제 도도한 그런 모습을 보이려는 그의 이제 자태라고 할까요? 거기서 로열패밀리 소위 북한 김씨일가의 일원이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고요."]

그 중에서도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확연히 드러난 계기는 청와대 방문이었다.

["반갑습니다. (어제 추운 날씨에 힘들지 않았습니까?) 네, 대통령님께서 마음 많이 써주셔서 불편함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방명록을 쓸 때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영남은 방명록에 쓰는 내용도 매우 조심했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의 자격까지도 고민했겠죠. 그래서 김영남이는 사인을 했는데, 김여정은 과감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그런 이제 타이틀을 썼습니다. 이게 차이죠. 그리고 김정은 친서도 김여정이 들고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김여정이 또 전달을 했고요. 이 자체가 벌써 북한에서 김 씨 패밀리와 다른 고위관료들하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겁니다."]

외신들 역시 김여정의 행보를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김여정이 김일성 주석의 혈육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한 데 주목했다.

김정은과 가장 가까운 핏줄이자 ‘실세 여동생', ‘핵심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그녀의 행보를 ‘매력 공세’라고도 표현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여정은 단순한 여동생이 아니고 김정은의 정치적 파트너, 즉 김정은식 가족정치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죠./기라성 같은 정치 엘리트들이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오로지 김여정 혼자만 어느날 승승장구해서 2인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게 중요합니다.김정은의 정치적 파트너이자 상당히많은 상황들을 서로 논의하는 그런 가족정치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상주였던 김정은의 곁에서 슬픔에 잠긴 초췌한 얼굴의 여성.

김여정은 아버지를 여읜 뒤에야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그녀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장에서 김정은의 뒤로 화단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박수를 치고 환하게 웃으며 북한 공식 행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TV/2014년 3월 :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인 김경옥 동지, 황병서 동지, 김여정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이후 2014년 김여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에 김정은과 동행하며 ‘노동당 책임일꾼’으로 불려진다.

호칭뿐 아니라 처음으로 수첩과 펜을 들고 메모하는 모습이 포착돼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조선중앙TV/2014년 11월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들인 김여정 동지, 김의순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몇 달 뒤 김여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다시 한 번 공식 호명된다.

이후 김여정은 다양한 분야의 현지지도에 동행하며 김정은을 밀착 보필한다.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을 비롯해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 등의 준공식과 군부대 시찰까지.

김정은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했다.

북한 노동당 근무 당시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는 탈북민은 김여정의 영향력은 이미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다고 말한다.

[김일국/前 北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우리는 흔히 북한 권력을 얘기할 때 서열을 매깁니다. 황병서가 2위냐, 누가 3위냐 이런 식으로... 이건 존재하지를 않아요./ 모든 권력은 김정은에게서 나옵니다. 김여정은 그 권력을 김정은이 한마디 하는 그 모든 말을 실질적으로 당의 방침으로 다시 재가공하여 침투시키고 그걸 감시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을 하는 거죠."]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당 중앙위원회 위원 김여정..."]

2016년 5월, 김여정은 노동당 7차 대회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 자리까지 올랐고, 지난해 10월에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주석단 전면에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에 김정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말한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아버지 김정일과 이제 고모죠, 김경희는 북한에서 신적인 존재, 우상화가 되어 있죠. 그런 것들이 환생했다 다시 그런 의미에서 이제 세트합을 했다고 보고요. 그 다음에 김정은은 굉장히 외롭습니다. 자기하고 가장 적대적인 세력을 청산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까지도 지금 숙청하거나 혁명화 내보내고 있죠. 이건 뭐냐면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기 혈육이기 때문에 배신할 수 없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김여정을 많이 활용을 하고있는 거죠."]

이번 방문은 김여정의 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조선중앙TV/2월 13일 : "(남측이) 우리 측 성원들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편의와 활동을 잘 보장하기 위하여 온갖 성의를 다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고 하시면서 사의를 표하시였다."]

김정은에게 방남 성과를 직접 보고했고.

[조선중앙TV/2월 13일 : "문재인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 정형(상황), 이번 활동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의 동향 등을 최고령도자 동지께 자상히(자세히) 보고 드렸습니다."]

보고 직후에는 오빠 김정은과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다.

과거 행사장에서 김정은의 꽃다발을 받아들거나 무대 뒤에서 상황을 살피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정치적 역할과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김여정 스스로도 ‘이렇게 갑자기 올지 몰랐다’고 할 만큼 갑작스러웠던 대남 특사 파견.

더욱이 최고 권력자의 여동생이 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메시지는 물론 절박한 상황까지 판단해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 김정은이 자기의 분신을 보냈다, 이렇게 봐야겠죠. 그 이야기는 뒤집어보면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의 현재 상황... 북한이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다라는 방증일 수가 있어요. 다시 말해서 대북제재와 군사적인 압박으로 인한 피로감이 전방위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입장에서는 남북관계를 일종의 탈출구 우회로로 선택한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일시에 일거에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 고육지책으로 동생 김여정을 파견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김여정의 국제 무대 데뷔는 최고 권력자의 메시지를 무리없이 전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는 면에서는 성공적으로 비춰진다.

김여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김여정을 앞세운 이른바 ‘가족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에도 수령 유일지배체제고 결정구조지만 수령의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다양한 엘리트 그룹들을 활용해 왔어요. 그런데 이런 세력들이 지금 김정은 측에는 보이질 않아요. 그런 2인자 그룹들은 모두 몰락한 상황에서 유독 김여정의 부각이 눈에 띈다는 거죠. 그러면 김정은의 경우에는 사실은 주변에 있는 엘리트 그룹들의 지혜나 국정운영 노하우를 활용을 안 한다는 얘기죠. 소수의 젊은 가족집단이 독선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 거고 그건 굉장히 매우 위험하죠."]

북한 최고지도자의 특사로 국제 무대에 등장한 김여정.

아버지 김정일의 필체를 닮은 글씨로 ‘통일 번성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는 글귀를 남기고 갔다.

그녀의 이번 방문 경험이 향후 북한 체제와 대남 정책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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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내가 특사”…국제 무대 데뷔 김여정
    • 입력 2018-02-24 08:22:04
    • 수정2018-02-24 08:27:47
    남북의 창
[앵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온 북한 고위급대표단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바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입니다.

최고 권력자의 동생이자 여성,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김일성의 혈육이라는 점 등 김여정이 주목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텐데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순간, 그녀의 정치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평창 올림픽을 통한 국제 무대 데뷔를 계기로 앞으로의 정치 활동까지도 주목받고 있는 김여정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금부터 우리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北 가요 ‘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서울의 국립극장에 북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천 오백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한국의 대중 가요까지 선보인 북한 예술단.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공연장에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온 북한 대표단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도 있었다.

2층 객석에 자리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한 김여정.

2박 3일 방문 기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됐다.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대표단은 전용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무채색 정장에 액세서리 하나 하지 않은 모습과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태도, 때때로 보이는 미소까지...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표정과 행동, 동행한 북한 고위 간부들의 태도에서 그녀가 북한의 권력 실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김여정에게 자리를 이렇게 양보하는 먼저 앉으라고 양보하는 그런 모습을 우리가 다른 데서는 볼 수가 없었고 또 목격할 수가 없었죠. 턱을 조금 쳐들고 이제 도도한 그런 모습을 보이려는 그의 이제 자태라고 할까요? 거기서 로열패밀리 소위 북한 김씨일가의 일원이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고요."]

그 중에서도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확연히 드러난 계기는 청와대 방문이었다.

["반갑습니다. (어제 추운 날씨에 힘들지 않았습니까?) 네, 대통령님께서 마음 많이 써주셔서 불편함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방명록을 쓸 때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영남은 방명록에 쓰는 내용도 매우 조심했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의 자격까지도 고민했겠죠. 그래서 김영남이는 사인을 했는데, 김여정은 과감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그런 이제 타이틀을 썼습니다. 이게 차이죠. 그리고 김정은 친서도 김여정이 들고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김여정이 또 전달을 했고요. 이 자체가 벌써 북한에서 김 씨 패밀리와 다른 고위관료들하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겁니다."]

외신들 역시 김여정의 행보를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김여정이 김일성 주석의 혈육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한 데 주목했다.

김정은과 가장 가까운 핏줄이자 ‘실세 여동생', ‘핵심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그녀의 행보를 ‘매력 공세’라고도 표현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여정은 단순한 여동생이 아니고 김정은의 정치적 파트너, 즉 김정은식 가족정치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죠./기라성 같은 정치 엘리트들이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오로지 김여정 혼자만 어느날 승승장구해서 2인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게 중요합니다.김정은의 정치적 파트너이자 상당히많은 상황들을 서로 논의하는 그런 가족정치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상주였던 김정은의 곁에서 슬픔에 잠긴 초췌한 얼굴의 여성.

김여정은 아버지를 여읜 뒤에야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그녀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장에서 김정은의 뒤로 화단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박수를 치고 환하게 웃으며 북한 공식 행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TV/2014년 3월 :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인 김경옥 동지, 황병서 동지, 김여정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이후 2014년 김여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에 김정은과 동행하며 ‘노동당 책임일꾼’으로 불려진다.

호칭뿐 아니라 처음으로 수첩과 펜을 들고 메모하는 모습이 포착돼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조선중앙TV/2014년 11월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들인 김여정 동지, 김의순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몇 달 뒤 김여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다시 한 번 공식 호명된다.

이후 김여정은 다양한 분야의 현지지도에 동행하며 김정은을 밀착 보필한다.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을 비롯해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 등의 준공식과 군부대 시찰까지.

김정은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했다.

북한 노동당 근무 당시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는 탈북민은 김여정의 영향력은 이미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다고 말한다.

[김일국/前 北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우리는 흔히 북한 권력을 얘기할 때 서열을 매깁니다. 황병서가 2위냐, 누가 3위냐 이런 식으로... 이건 존재하지를 않아요./ 모든 권력은 김정은에게서 나옵니다. 김여정은 그 권력을 김정은이 한마디 하는 그 모든 말을 실질적으로 당의 방침으로 다시 재가공하여 침투시키고 그걸 감시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을 하는 거죠."]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당 중앙위원회 위원 김여정..."]

2016년 5월, 김여정은 노동당 7차 대회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 자리까지 올랐고, 지난해 10월에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주석단 전면에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에 김정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말한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아버지 김정일과 이제 고모죠, 김경희는 북한에서 신적인 존재, 우상화가 되어 있죠. 그런 것들이 환생했다 다시 그런 의미에서 이제 세트합을 했다고 보고요. 그 다음에 김정은은 굉장히 외롭습니다. 자기하고 가장 적대적인 세력을 청산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까지도 지금 숙청하거나 혁명화 내보내고 있죠. 이건 뭐냐면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기 혈육이기 때문에 배신할 수 없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김여정을 많이 활용을 하고있는 거죠."]

이번 방문은 김여정의 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조선중앙TV/2월 13일 : "(남측이) 우리 측 성원들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편의와 활동을 잘 보장하기 위하여 온갖 성의를 다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고 하시면서 사의를 표하시였다."]

김정은에게 방남 성과를 직접 보고했고.

[조선중앙TV/2월 13일 : "문재인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 정형(상황), 이번 활동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의 동향 등을 최고령도자 동지께 자상히(자세히) 보고 드렸습니다."]

보고 직후에는 오빠 김정은과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다.

과거 행사장에서 김정은의 꽃다발을 받아들거나 무대 뒤에서 상황을 살피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정치적 역할과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김여정 스스로도 ‘이렇게 갑자기 올지 몰랐다’고 할 만큼 갑작스러웠던 대남 특사 파견.

더욱이 최고 권력자의 여동생이 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메시지는 물론 절박한 상황까지 판단해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 김정은이 자기의 분신을 보냈다, 이렇게 봐야겠죠. 그 이야기는 뒤집어보면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의 현재 상황... 북한이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다라는 방증일 수가 있어요. 다시 말해서 대북제재와 군사적인 압박으로 인한 피로감이 전방위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입장에서는 남북관계를 일종의 탈출구 우회로로 선택한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일시에 일거에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 고육지책으로 동생 김여정을 파견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김여정의 국제 무대 데뷔는 최고 권력자의 메시지를 무리없이 전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는 면에서는 성공적으로 비춰진다.

김여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김여정을 앞세운 이른바 ‘가족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에도 수령 유일지배체제고 결정구조지만 수령의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다양한 엘리트 그룹들을 활용해 왔어요. 그런데 이런 세력들이 지금 김정은 측에는 보이질 않아요. 그런 2인자 그룹들은 모두 몰락한 상황에서 유독 김여정의 부각이 눈에 띈다는 거죠. 그러면 김정은의 경우에는 사실은 주변에 있는 엘리트 그룹들의 지혜나 국정운영 노하우를 활용을 안 한다는 얘기죠. 소수의 젊은 가족집단이 독선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 거고 그건 굉장히 매우 위험하죠."]

북한 최고지도자의 특사로 국제 무대에 등장한 김여정.

아버지 김정일의 필체를 닮은 글씨로 ‘통일 번성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는 글귀를 남기고 갔다.

그녀의 이번 방문 경험이 향후 북한 체제와 대남 정책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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