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반려견 집단 폐사…애견숍 업주 구속

입력 2018.03.01 (08:37) 수정 2018.03.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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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얼마 전 충남 천안의 한 애견숍에서 강아지 79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실이 드러났었죠.

해당 애견숍 업주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가 열렸는데, 어젯밤 구속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법원도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본 겁니다.

문제가 된 애견숍의 반려견은 대부분 파양견입니다.

가정에서 키우지 못하게 된 강아지를 데려와 새 입양자를 찾아주는 건데요.

겉으로 봐선 좋은 취지의 사업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일종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파양견을 데려오고 되팔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강아지를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충남 천안의 한 애견숍으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들어갑니다.

좁은 철장 안에 강아지 여러 마리가 있는데, 한쪽에서 강아지 사체가 발견됩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참혹합니다. 여긴 더 심각합니다. 여기는 해골 상태로……."]

[애견숍 전 직원/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했을 때 죽어있는 아이도 있었고요. 언제 한 번은 7마리가 동시에 죽은 적도 있어요. 곧장 처리해주고 그랬으면 몇몇은 살았을 거예요."]

[이경미/충남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키트 검사를 한 결과 파보바이러스, 홍역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이 되었고요."]

이 애견숍에서 발견된 강아지 사체는 모두 79입니다.

살아 있는 강아지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손형원/수의사 : "일단 좁은 공간 안에 굉장히 여러 마리가 있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거 같고요. 케이지 내 위생 상태라던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불량했던 것으로 봐서는 전염병이 굉장히 퍼지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생각이 됩니다."]

해당 애견숍은 애견보호연결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운영했습니다.

주인이 키우기를 포기한 파양견을 데려와 강아지를 재입양 보낸다고 홍보했습니다.

유기견의 경우의 보호소로 가면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양견으로 애견숍에 보내면 재입양을 보낼 때까지 보호해준다는 겁니다.

[애견숍 전 직원/음성변조 : "가정에서 못 키우겠다고 털 알레르기가 있다든지 아니면 집안 가족들 반대가 심하다든지 해서 (못 키우게 된) 아이들. 나이 많은 애들 위주죠. 큰 애를 못 키운다고 데려오는 분들이 있어요."]

반려견을 파양하는 사람들에게도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입양해가는 사람에게도 책임비 명목으로 비용을 받았습니다.

[안소연/반려견주 : "블로그에 '나는 강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런 사업을 한다. 파양된 아이들을 내가 보살펴준다.' 라고 돼 있어서 저는 그게 유기견 보호소 같은 개념으로 되게 좋은 일을 하는 줄 알고……."]

하지만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찾아간 애견숍의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안소연/반려견주 : "좁은 케이지에 엄청나게 많은 강아지가 들어있고 막 몸에 변도 많이 묻어있고 눈동자가 노랗다거나 그런 (아파 보이는) 강아지들이 많았어요. 들어가면 상상을 할 수 없는 악취가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강아지들이 불쌍해 애견숍에 돈을 주고 데려왔는데, 하나같이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소연/반려견주 : "처음에 왔을 때 굉장히 설사를 심하게 했고 변을 보면 해충만 나오는 정도로 일주일 정도 그렇게 해충만 나왔었어요. 뼈밖에 없고 일단 또래보다 작고 귀나 이런 부분이 아팠어요."]

[애견숍 전 직원/음성변조 : "일단 병원에 데려간 적은 없었고요. 아이들 증상을 저희가 메신저로 보고를 했어요. '얘 지금 상태가 어떠어떠하다.' 하면 '무슨 약 먹여라.'"]

해당 애견숍 업주는 병에 걸린 반려견을 격리했을 뿐, 방치나 학대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경미/충남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전염병이 터지니깐 격리할 공간이 필요했고, 격리하는 공간으로 2층 방을 썼대요. 갑자기 1월에 확 집단 폐사가 일어났대요.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죽을 땐 하루에 20마리씩 죽었대요.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버리기가 너무 심적으로 미안해서 단체 화장이라도 하기 위해 중간에 사체를 모아 놓은 거였다고 얘기를 하고……."]

동불보호단체에선 파양견을 거래하는 신종 애견숍이 늘고 있지만,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못 키우게 된 사람의 (파양 견을) 새로운 가정과 맺어주는 취지는 좋은데 그 취지를 살려서 개를 잘 돌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개를 잘 돌보지 않은 상태로 공익사업을 하는 것처럼 미화하면서 같이 영업을 하는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시설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동물을 구매해 판매하는 경우만 동물판매업자로 규정됩니다.

강아지를 파양하는 사람에게 보호비 명목의 돈을 받고 데려오고, 분양해가는 사람에게도 책임비 명목의 돈을 받는 파양견 거래의 경우 관리 감독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천안 동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작년에도 갔고 저희들이 1월에도 갔었고 점검은 저희가 하는데 2층 같은 경우는 등록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문을 열어놓은 것도 아니고 저희가 발견하기 어려운 거죠. 우리가 가면 그 사람들은 청소를 해놓으니까……."]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없었던 게 아닌가. 죽어 나가도……. 정말 동물 판매하는 영업자의 기준은 아주 엄격하게 하는 제도적인 정비가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어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반려견 160여 마리를 방치하고, 이 중 79마리를 죽게 한 혐의 등으로 애견숍 업주 27살 A모 씨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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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반려견 집단 폐사…애견숍 업주 구속
    • 입력 2018-03-01 08:44:57
    • 수정2018-03-01 0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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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충남 천안의 한 애견숍에서 강아지 79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실이 드러났었죠.

해당 애견숍 업주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가 열렸는데, 어젯밤 구속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법원도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본 겁니다.

문제가 된 애견숍의 반려견은 대부분 파양견입니다.

가정에서 키우지 못하게 된 강아지를 데려와 새 입양자를 찾아주는 건데요.

겉으로 봐선 좋은 취지의 사업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일종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파양견을 데려오고 되팔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강아지를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충남 천안의 한 애견숍으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들어갑니다.

좁은 철장 안에 강아지 여러 마리가 있는데, 한쪽에서 강아지 사체가 발견됩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참혹합니다. 여긴 더 심각합니다. 여기는 해골 상태로……."]

[애견숍 전 직원/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했을 때 죽어있는 아이도 있었고요. 언제 한 번은 7마리가 동시에 죽은 적도 있어요. 곧장 처리해주고 그랬으면 몇몇은 살았을 거예요."]

[이경미/충남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키트 검사를 한 결과 파보바이러스, 홍역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이 되었고요."]

이 애견숍에서 발견된 강아지 사체는 모두 79입니다.

살아 있는 강아지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손형원/수의사 : "일단 좁은 공간 안에 굉장히 여러 마리가 있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거 같고요. 케이지 내 위생 상태라던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불량했던 것으로 봐서는 전염병이 굉장히 퍼지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생각이 됩니다."]

해당 애견숍은 애견보호연결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운영했습니다.

주인이 키우기를 포기한 파양견을 데려와 강아지를 재입양 보낸다고 홍보했습니다.

유기견의 경우의 보호소로 가면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양견으로 애견숍에 보내면 재입양을 보낼 때까지 보호해준다는 겁니다.

[애견숍 전 직원/음성변조 : "가정에서 못 키우겠다고 털 알레르기가 있다든지 아니면 집안 가족들 반대가 심하다든지 해서 (못 키우게 된) 아이들. 나이 많은 애들 위주죠. 큰 애를 못 키운다고 데려오는 분들이 있어요."]

반려견을 파양하는 사람들에게도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입양해가는 사람에게도 책임비 명목으로 비용을 받았습니다.

[안소연/반려견주 : "블로그에 '나는 강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런 사업을 한다. 파양된 아이들을 내가 보살펴준다.' 라고 돼 있어서 저는 그게 유기견 보호소 같은 개념으로 되게 좋은 일을 하는 줄 알고……."]

하지만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찾아간 애견숍의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안소연/반려견주 : "좁은 케이지에 엄청나게 많은 강아지가 들어있고 막 몸에 변도 많이 묻어있고 눈동자가 노랗다거나 그런 (아파 보이는) 강아지들이 많았어요. 들어가면 상상을 할 수 없는 악취가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강아지들이 불쌍해 애견숍에 돈을 주고 데려왔는데, 하나같이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소연/반려견주 : "처음에 왔을 때 굉장히 설사를 심하게 했고 변을 보면 해충만 나오는 정도로 일주일 정도 그렇게 해충만 나왔었어요. 뼈밖에 없고 일단 또래보다 작고 귀나 이런 부분이 아팠어요."]

[애견숍 전 직원/음성변조 : "일단 병원에 데려간 적은 없었고요. 아이들 증상을 저희가 메신저로 보고를 했어요. '얘 지금 상태가 어떠어떠하다.' 하면 '무슨 약 먹여라.'"]

해당 애견숍 업주는 병에 걸린 반려견을 격리했을 뿐, 방치나 학대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경미/충남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전염병이 터지니깐 격리할 공간이 필요했고, 격리하는 공간으로 2층 방을 썼대요. 갑자기 1월에 확 집단 폐사가 일어났대요.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죽을 땐 하루에 20마리씩 죽었대요.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버리기가 너무 심적으로 미안해서 단체 화장이라도 하기 위해 중간에 사체를 모아 놓은 거였다고 얘기를 하고……."]

동불보호단체에선 파양견을 거래하는 신종 애견숍이 늘고 있지만,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못 키우게 된 사람의 (파양 견을) 새로운 가정과 맺어주는 취지는 좋은데 그 취지를 살려서 개를 잘 돌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개를 잘 돌보지 않은 상태로 공익사업을 하는 것처럼 미화하면서 같이 영업을 하는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시설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동물을 구매해 판매하는 경우만 동물판매업자로 규정됩니다.

강아지를 파양하는 사람에게 보호비 명목의 돈을 받고 데려오고, 분양해가는 사람에게도 책임비 명목의 돈을 받는 파양견 거래의 경우 관리 감독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천안 동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작년에도 갔고 저희들이 1월에도 갔었고 점검은 저희가 하는데 2층 같은 경우는 등록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문을 열어놓은 것도 아니고 저희가 발견하기 어려운 거죠. 우리가 가면 그 사람들은 청소를 해놓으니까……."]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없었던 게 아닌가. 죽어 나가도……. 정말 동물 판매하는 영업자의 기준은 아주 엄격하게 하는 제도적인 정비가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어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반려견 160여 마리를 방치하고, 이 중 79마리를 죽게 한 혐의 등으로 애견숍 업주 27살 A모 씨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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