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37년 전통 초등학교 야구부 해체…학생 혼란

입력 2018.03.02 (08:38) 수정 2018.03.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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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 대부분 학교가 봄 방학을 끝내고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은 개학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야구부가 해체됐기 때문인데요.

37년 역사를 가진 야구부에서 꿈을 키워오던 15명의 초등학생 선수들은 당장 갈 곳을 잃은 상황입니다.

선수 학부모들은 야구부 해체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야구부 해체를 최종 결정한 건 학교 운영위원회입니다.

야구부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운동장 사용에 피해를 보는 등 문제가 많아 불가피하게 해체 결정을 내렸다는 건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개학을 하루 앞둔 어제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야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혜림/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 "저희 야구부 아이들이 2월 28일부로 해체가 선언됐어요. 그래서 야구부 해체의 부당함이나 아이들의 안쓰러움을 지역주민이나 다른 사람한테 알리고자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는 37년 역사를 가졌습니다.

국가 대표 출신 송지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 등 걸출한 야구 선수들을 발굴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8 일부로 야구부는 더는 전통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강미영/서흥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 : "(해체가) 최초 거론된 시기는 2016년 12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때 거론이 됐고 거론된 이유는 지속된 야구부 민원이에요. 일반 학부모들의 야구부의 운동장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이 있어서 운영위 안건으로 올라왔어요."]

재작년 말 학교 운영위에서 야구부 해체 문제가 먼저 거론됐습니다.

야구부가 학교 운동장을 독점하다시피 사용하다 보니 일반 학생들이 활동 공간을 빼앗겼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정민/서흥초등학교 학부모회 : "운동장 사용 시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위협을 받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놀고 있는 와중에도 야구공이 날아오고 아이들은 생명을 담보로 놀고 있었던 거예요."]

야구부 해체를 놓고 학교 운영위에서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일단 야구부의 운동장 사용 시간을 오후 4시 이후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합의점이 찾아지는가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습니다.

[강미영/서흥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 : "오후 4시 (전에는) 아무도 없더라도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계속 그 약속을 어기는 거죠. 계속 학교로 민원이 들어왔고 ..."]

그러다 지난해 7월, 일부 야구부원들의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야구부 해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야구부원 모집을 위해 그동안 관행처럼 위장 전입을 묵인해 왔는데,

학교 운영위를 통해 이 관행을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겁니다.

담당 주민자치센터로는 야구부원들의 위장 전입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갔습니다.

[이은주/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 "밤 9시에 남자 분 두 분하고 여자분 한 분하고 불시검문처럼 오신 거죠. 전수조사 (요청이) 들어왔으니 협조해 달라."]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 별도의 연습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야구부를 해체하라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습니다.

결국, 학교 운영위는 새 학기를 앞둔 지난달 5일, 회의를 열고 찬성 9명, 반대 1명으로 야구부 해체를 결정했습니다.

[심준희/서흥초등학교 교사 : "교직원 회의에서도 야구부 학부모님들이 대체구장을 물색해 보시든지 그게 아니라면 안전공을 사용해서 학교에서 같이 공존하자 그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학교 측에선 야구부원들이 다른 학교 야구부로 옮겨갈 수 있도록 추천서 등을 써주겠다고 했지만,

야구부 학부모들은 해체 반대를 주장하며 반발했습니다.

이미 선수 구성이 끝난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시합에 뛰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서태웅/서흥초등학교 야구부 감독 : "공백기가 있고 다른 학교가면 눈칫밥 먹어야하고 그 부분이 저는 지금 가장 힘듭니다. 심적으로 힘듭니다."]

[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음성변조 :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리틀 야구를 하다가 아이가 크면서 주말에만 하는 훈련량이 부족했고 정말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자기가 다니는 학교 야구부에 자연스럽게 오게 된 경우예요."]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야구할 곳이 없어진 학생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다른 학생들과 상생할 방안을 찾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해체를 통보해 야구부원들이 피해를 봤다고 했습니다.

[채미영/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 "저희도 (야구부) 운동 시간을 4시 이후부터 맞춰서 하고 있고 최대한 운동장을 모든 아이들이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해왔어요."]

하지만 학교 측에선 운동장 사용과 위장 전입이 문제 전부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야구부원들이 연습과 시합을 우선하고 학업은 등한시하면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안된다는 건데요.

이른바 '엘리트 체육' 중심의 야구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교직원회의 여론도 야구부 해체 찬성으로 기울었습니다.

[심준희/서흥초등학교 교사 : "학교에서 운동만 하는 운동부의 존재 이유 내지는 이게 지금 21세기에 맞는 이야기인가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임용석 교수/충북대학교 체육교육학과 : "그동안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제도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그래서 마치 학생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운동 선수의 측면만 굉장히 강조됐던 그런 역사적인 흐름을 갖고 있거든요."]

인천시교육청은 야구부 학부모들의 진정서와 항의가 잇따르자 일단 서흥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야구부 학부모와 일반 학생 학부모, 학교 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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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37년 전통 초등학교 야구부 해체…학생 혼란
    • 입력 2018-03-02 08:44:54
    • 수정2018-03-02 08: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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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 대부분 학교가 봄 방학을 끝내고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은 개학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야구부가 해체됐기 때문인데요.

37년 역사를 가진 야구부에서 꿈을 키워오던 15명의 초등학생 선수들은 당장 갈 곳을 잃은 상황입니다.

선수 학부모들은 야구부 해체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야구부 해체를 최종 결정한 건 학교 운영위원회입니다.

야구부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운동장 사용에 피해를 보는 등 문제가 많아 불가피하게 해체 결정을 내렸다는 건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개학을 하루 앞둔 어제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야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혜림/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 "저희 야구부 아이들이 2월 28일부로 해체가 선언됐어요. 그래서 야구부 해체의 부당함이나 아이들의 안쓰러움을 지역주민이나 다른 사람한테 알리고자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는 37년 역사를 가졌습니다.

국가 대표 출신 송지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 등 걸출한 야구 선수들을 발굴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8 일부로 야구부는 더는 전통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강미영/서흥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 : "(해체가) 최초 거론된 시기는 2016년 12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때 거론이 됐고 거론된 이유는 지속된 야구부 민원이에요. 일반 학부모들의 야구부의 운동장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이 있어서 운영위 안건으로 올라왔어요."]

재작년 말 학교 운영위에서 야구부 해체 문제가 먼저 거론됐습니다.

야구부가 학교 운동장을 독점하다시피 사용하다 보니 일반 학생들이 활동 공간을 빼앗겼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정민/서흥초등학교 학부모회 : "운동장 사용 시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위협을 받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놀고 있는 와중에도 야구공이 날아오고 아이들은 생명을 담보로 놀고 있었던 거예요."]

야구부 해체를 놓고 학교 운영위에서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일단 야구부의 운동장 사용 시간을 오후 4시 이후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합의점이 찾아지는가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습니다.

[강미영/서흥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 : "오후 4시 (전에는) 아무도 없더라도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계속 그 약속을 어기는 거죠. 계속 학교로 민원이 들어왔고 ..."]

그러다 지난해 7월, 일부 야구부원들의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야구부 해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야구부원 모집을 위해 그동안 관행처럼 위장 전입을 묵인해 왔는데,

학교 운영위를 통해 이 관행을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겁니다.

담당 주민자치센터로는 야구부원들의 위장 전입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갔습니다.

[이은주/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 "밤 9시에 남자 분 두 분하고 여자분 한 분하고 불시검문처럼 오신 거죠. 전수조사 (요청이) 들어왔으니 협조해 달라."]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 별도의 연습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야구부를 해체하라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습니다.

결국, 학교 운영위는 새 학기를 앞둔 지난달 5일, 회의를 열고 찬성 9명, 반대 1명으로 야구부 해체를 결정했습니다.

[심준희/서흥초등학교 교사 : "교직원 회의에서도 야구부 학부모님들이 대체구장을 물색해 보시든지 그게 아니라면 안전공을 사용해서 학교에서 같이 공존하자 그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학교 측에선 야구부원들이 다른 학교 야구부로 옮겨갈 수 있도록 추천서 등을 써주겠다고 했지만,

야구부 학부모들은 해체 반대를 주장하며 반발했습니다.

이미 선수 구성이 끝난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시합에 뛰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서태웅/서흥초등학교 야구부 감독 : "공백기가 있고 다른 학교가면 눈칫밥 먹어야하고 그 부분이 저는 지금 가장 힘듭니다. 심적으로 힘듭니다."]

[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음성변조 :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리틀 야구를 하다가 아이가 크면서 주말에만 하는 훈련량이 부족했고 정말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자기가 다니는 학교 야구부에 자연스럽게 오게 된 경우예요."]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야구할 곳이 없어진 학생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다른 학생들과 상생할 방안을 찾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해체를 통보해 야구부원들이 피해를 봤다고 했습니다.

[채미영/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 "저희도 (야구부) 운동 시간을 4시 이후부터 맞춰서 하고 있고 최대한 운동장을 모든 아이들이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해왔어요."]

하지만 학교 측에선 운동장 사용과 위장 전입이 문제 전부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야구부원들이 연습과 시합을 우선하고 학업은 등한시하면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안된다는 건데요.

이른바 '엘리트 체육' 중심의 야구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교직원회의 여론도 야구부 해체 찬성으로 기울었습니다.

[심준희/서흥초등학교 교사 : "학교에서 운동만 하는 운동부의 존재 이유 내지는 이게 지금 21세기에 맞는 이야기인가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임용석 교수/충북대학교 체육교육학과 : "그동안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제도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그래서 마치 학생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운동 선수의 측면만 굉장히 강조됐던 그런 역사적인 흐름을 갖고 있거든요."]

인천시교육청은 야구부 학부모들의 진정서와 항의가 잇따르자 일단 서흥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야구부 학부모와 일반 학생 학부모, 학교 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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