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전 세계 뒤흔든 미투 운동…미래는?
입력 2018.03.16 (20:38)
수정 2018.03.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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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말, 아마 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미투'인데요.
미국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제부 허솔지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허 기자, 뒤쪽 화면에 여러 인물의 사진이 떠있군요,
좀 익숙한 얼굴도 보이고요?
[기자]
네, 이쪽은 유명 콘텐츠 제작자로 헐리우드 최고 거물로 꼽히는 하비 와인스틴이고요.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로 유명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 CBS 간판앵커 찰리 로즈, 민주당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입니다.
모두 미투 운동으로 업계에서 퇴출당한 인사들입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성폭력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미투'라고 써달라"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이 트윗 한 줄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됐습니다.
불과 24시간만에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은 정치, 경제, 스포츠, 노동계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되고요.
국제 구호 단체의 성 비위 고발까지 나오는 등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됩니다.
[런던 시민 :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여성들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다섯 달 정도 지났는데, 좀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요?
[기자]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꼽으라면, 성폭력이나 성차별을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겠죠.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76%가 이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요.
CNN 방송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30여 개의 기업들이 직장 내 성폭력 관련 정책을 미투 운동 이후 수정했거나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길거리 성희롱이나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고요.
보수적이거나 성 관련 문제에 공론화가 어려운 이란이나 중국같은 나라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CNN 기자 : "이 중국 여성은 전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보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장치마오/중국 성폭력 피해 여성 : "당신이 말하고자 할 때, 강해집니다."]
분명한 것은,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앵커]
좋은 취지임은 분명하지만, 미투 운동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투 운동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에 대한 폭로에서 출발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가해자 처벌이 미투 운동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타임지는 미투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영향력있는 수십 명의 남성을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수백만명의 여성을 동참시키는데 달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분노는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10년 전 미투 캠페인을 창시한 타라나 버크는 최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미투는 성폭력 피해자 모두를 위한 것"이고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타라나 버크/'미투 운동' 창시자 : "(미투는) 저를 위한 것도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건강하고 온전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 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남성 또는 여성 혐오, 펜스룰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들리는데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투 운동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기자]
네, 미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헐리우드에서, 미투 이후 결성된 공동 대응 단체가 있는데요.
이름은 '타임스업!'.
이제는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됐다는 뜻이겠죠.
익숙했던 것들,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되던 날, 일간지 1면은 남편 사진으로 도배됩니다.
당시 BBC는 이를 "만연한 성차별의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의 날 프랑스의 한 일간지는 남성에게 여성보다 25% 높은 가격으로 신문을 판매했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상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고용이나 임금에 대한 차별, 이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유색인종, 최저임금 노동자, 이민자 등 여성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투 운동이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임스 업! 이제 그 때가 됐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말, 아마 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미투'인데요.
미국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제부 허솔지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허 기자, 뒤쪽 화면에 여러 인물의 사진이 떠있군요,
좀 익숙한 얼굴도 보이고요?
[기자]
네, 이쪽은 유명 콘텐츠 제작자로 헐리우드 최고 거물로 꼽히는 하비 와인스틴이고요.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로 유명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 CBS 간판앵커 찰리 로즈, 민주당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입니다.
모두 미투 운동으로 업계에서 퇴출당한 인사들입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성폭력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미투'라고 써달라"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이 트윗 한 줄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됐습니다.
불과 24시간만에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은 정치, 경제, 스포츠, 노동계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되고요.
국제 구호 단체의 성 비위 고발까지 나오는 등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됩니다.
[런던 시민 :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여성들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다섯 달 정도 지났는데, 좀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요?
[기자]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꼽으라면, 성폭력이나 성차별을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겠죠.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76%가 이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요.
CNN 방송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30여 개의 기업들이 직장 내 성폭력 관련 정책을 미투 운동 이후 수정했거나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길거리 성희롱이나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고요.
보수적이거나 성 관련 문제에 공론화가 어려운 이란이나 중국같은 나라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CNN 기자 : "이 중국 여성은 전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보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장치마오/중국 성폭력 피해 여성 : "당신이 말하고자 할 때, 강해집니다."]
분명한 것은,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앵커]
좋은 취지임은 분명하지만, 미투 운동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투 운동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에 대한 폭로에서 출발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가해자 처벌이 미투 운동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타임지는 미투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영향력있는 수십 명의 남성을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수백만명의 여성을 동참시키는데 달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분노는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10년 전 미투 캠페인을 창시한 타라나 버크는 최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미투는 성폭력 피해자 모두를 위한 것"이고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타라나 버크/'미투 운동' 창시자 : "(미투는) 저를 위한 것도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건강하고 온전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 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남성 또는 여성 혐오, 펜스룰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들리는데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투 운동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기자]
네, 미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헐리우드에서, 미투 이후 결성된 공동 대응 단체가 있는데요.
이름은 '타임스업!'.
이제는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됐다는 뜻이겠죠.
익숙했던 것들,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되던 날, 일간지 1면은 남편 사진으로 도배됩니다.
당시 BBC는 이를 "만연한 성차별의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의 날 프랑스의 한 일간지는 남성에게 여성보다 25% 높은 가격으로 신문을 판매했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상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고용이나 임금에 대한 차별, 이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유색인종, 최저임금 노동자, 이민자 등 여성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투 운동이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임스 업! 이제 그 때가 됐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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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16 20: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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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말, 아마 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미투'인데요.
미국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제부 허솔지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허 기자, 뒤쪽 화면에 여러 인물의 사진이 떠있군요,
좀 익숙한 얼굴도 보이고요?
[기자]
네, 이쪽은 유명 콘텐츠 제작자로 헐리우드 최고 거물로 꼽히는 하비 와인스틴이고요.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로 유명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 CBS 간판앵커 찰리 로즈, 민주당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입니다.
모두 미투 운동으로 업계에서 퇴출당한 인사들입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성폭력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미투'라고 써달라"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이 트윗 한 줄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됐습니다.
불과 24시간만에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은 정치, 경제, 스포츠, 노동계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되고요.
국제 구호 단체의 성 비위 고발까지 나오는 등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됩니다.
[런던 시민 :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여성들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다섯 달 정도 지났는데, 좀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요?
[기자]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꼽으라면, 성폭력이나 성차별을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겠죠.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76%가 이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요.
CNN 방송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30여 개의 기업들이 직장 내 성폭력 관련 정책을 미투 운동 이후 수정했거나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길거리 성희롱이나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고요.
보수적이거나 성 관련 문제에 공론화가 어려운 이란이나 중국같은 나라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CNN 기자 : "이 중국 여성은 전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보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장치마오/중국 성폭력 피해 여성 : "당신이 말하고자 할 때, 강해집니다."]
분명한 것은,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앵커]
좋은 취지임은 분명하지만, 미투 운동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투 운동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에 대한 폭로에서 출발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가해자 처벌이 미투 운동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타임지는 미투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영향력있는 수십 명의 남성을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수백만명의 여성을 동참시키는데 달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분노는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10년 전 미투 캠페인을 창시한 타라나 버크는 최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미투는 성폭력 피해자 모두를 위한 것"이고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타라나 버크/'미투 운동' 창시자 : "(미투는) 저를 위한 것도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건강하고 온전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 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남성 또는 여성 혐오, 펜스룰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들리는데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투 운동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기자]
네, 미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헐리우드에서, 미투 이후 결성된 공동 대응 단체가 있는데요.
이름은 '타임스업!'.
이제는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됐다는 뜻이겠죠.
익숙했던 것들,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되던 날, 일간지 1면은 남편 사진으로 도배됩니다.
당시 BBC는 이를 "만연한 성차별의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의 날 프랑스의 한 일간지는 남성에게 여성보다 25% 높은 가격으로 신문을 판매했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상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고용이나 임금에 대한 차별, 이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유색인종, 최저임금 노동자, 이민자 등 여성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투 운동이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임스 업! 이제 그 때가 됐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말, 아마 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미투'인데요.
미국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제부 허솔지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허 기자, 뒤쪽 화면에 여러 인물의 사진이 떠있군요,
좀 익숙한 얼굴도 보이고요?
[기자]
네, 이쪽은 유명 콘텐츠 제작자로 헐리우드 최고 거물로 꼽히는 하비 와인스틴이고요.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로 유명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 CBS 간판앵커 찰리 로즈, 민주당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입니다.
모두 미투 운동으로 업계에서 퇴출당한 인사들입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성폭력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미투'라고 써달라"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이 트윗 한 줄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됐습니다.
불과 24시간만에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은 정치, 경제, 스포츠, 노동계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되고요.
국제 구호 단체의 성 비위 고발까지 나오는 등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됩니다.
[런던 시민 :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여성들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다섯 달 정도 지났는데, 좀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요?
[기자]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꼽으라면, 성폭력이나 성차별을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겠죠.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76%가 이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요.
CNN 방송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30여 개의 기업들이 직장 내 성폭력 관련 정책을 미투 운동 이후 수정했거나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길거리 성희롱이나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고요.
보수적이거나 성 관련 문제에 공론화가 어려운 이란이나 중국같은 나라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CNN 기자 : "이 중국 여성은 전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보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장치마오/중국 성폭력 피해 여성 : "당신이 말하고자 할 때, 강해집니다."]
분명한 것은,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앵커]
좋은 취지임은 분명하지만, 미투 운동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투 운동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에 대한 폭로에서 출발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가해자 처벌이 미투 운동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타임지는 미투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영향력있는 수십 명의 남성을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수백만명의 여성을 동참시키는데 달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분노는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10년 전 미투 캠페인을 창시한 타라나 버크는 최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미투는 성폭력 피해자 모두를 위한 것"이고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타라나 버크/'미투 운동' 창시자 : "(미투는) 저를 위한 것도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건강하고 온전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 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남성 또는 여성 혐오, 펜스룰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들리는데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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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투 운동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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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미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헐리우드에서, 미투 이후 결성된 공동 대응 단체가 있는데요.
이름은 '타임스업!'.
이제는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됐다는 뜻이겠죠.
익숙했던 것들,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되던 날, 일간지 1면은 남편 사진으로 도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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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프랑스의 한 일간지는 남성에게 여성보다 25% 높은 가격으로 신문을 판매했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상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고용이나 임금에 대한 차별, 이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유색인종, 최저임금 노동자, 이민자 등 여성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투 운동이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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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솔지 기자 solji2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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