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미회담 앞두고 복원?…북중 관계

입력 2018.04.07 (08:09) 수정 2018.04.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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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밀스런 방중 과정을 보면서 죽의 장막, 그 실체를 다시 한번 실감하셨을텐데요.

무엇보다 필요하면 언제 그렇게 소원했느냐는 듯이 최고 수준으로 서로를 예우하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중간 정상 외교의 역사를 돌아보고 북미 회담을 앞두고 실제 북중 관계가 과거처럼 복원된 것으로 봐도 되는 것인지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베이징 시내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검은색 차량.

도로까지 통제하고 경찰 오토바이들의 삼엄함 경호를 받으며 이동한다.

주인공은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역사적인 첫 방문의 길에 오르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를 최대의 국빈으로 맞이한 중화인민고화국의 수도 베이징!"]

김정은 방중 이후 북한 조선중앙TV는 관련 영상을 기록영화 형식으로 발 빠르게 공개했다.

환영 연회 장면에서 특히 눈길을 끈 영상.

바로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함께 했던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모습이었다.

북중간 대를 이은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는 영상이었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조중 두나라 인민의 친선과 단결, 공동의 번영을 위한 길에 불멸의 공헌을 하신 선대 수령들의 혁명 생애와 업적을 돌이켜보면서 참가자들은 깊은 감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중국 역시 관영 매체들이 북중 정상회담 기사를 쏟아내며 과거 각별했던 양국 관계를 강조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미대화를 앞두고 있는 현 국면에서 나름대로 이제 자신의 우군을 중국으로 삼고 그런 어떤 구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 사실상 시진핑이 등장한 이후 그리고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에 양국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역할이라든가 위치 존재감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약화되는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었죠. 그래서 어떤 면에서 이렇게 대외적으로 김정은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잘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지렛대를 갖고 있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이 시진핑과의 연회에서 관람한 선대 지도자들의 만남.

[北 기록영화 : "1953년 11월 12일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중국을 방문하시어 모택동 주은래 동지들과 역사적인 상봉을 하시고 회담을 진행하셨습니다."]

6.25 전쟁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낸 김일성은 이후에도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돈독한 관계를 다져 나갔다.

과거 ‘동북항일연군’이라 불리던 한인과 중국인, 소련인으로 구성된 항일연합부대에서 김일성이 활동한 이력이 중국 1세대 지도부와의 끈끈한 관계의탕이 됐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모택동 주석하고 김일성 주석하고 관계는 너하고 나는 형제다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라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와라 그러면 내가 대우를 해주겠다..그래서 어려울 때마다 김일성이 중국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다 들어주지는 않아도 뭐 디젤 65만 톤 준다든가 디젤을 30만 톤을 준다든가 식량을 50만 톤 준다든가 계속해서 중국이 호의를 베풀면서 뭐 우리가 우리 국경의 안전에 도움을 주는 나라이니까 필요한 만큼 지원을 해 주었거든요."]

김정일 시대에도 북중 외교는 북한 외교의 중요한 축이었다.

[北 기록영화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세계 정치의 원로이시다’ : "1983년 6월 역사적인 중국방문의 길에 오르신 위대한 장군님..."]

김정일은 후계자 시절부터 중국을 찾았는데 비공식 방문도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중국의 무상원조가 끊기고 급기야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자 북중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한중수교 그때 당시 김정일의 표현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이 우리 등에 칼을 꽂았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것이 굉장히 안 좋아지다보니까 95년 99년 사이에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거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중국에 지원을 요청도 안했고 중국도 지원을 안했고 그래서 최소 30만 최대 300만 명이 굶어죽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지원을 안 해줬거든요. 북중관계는 계속해서 나빠졌습니다."]

그러던 김정일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중국을 방문했다.

[KBS 뉴스9 /2000년 6월 :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한반도 현안과 개혁 개방 문제를 논의 했습니다."]

2011년, 사망하기 불과 반년 전에도 방중해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심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세계의 이목은 20대의 젊은 세습 권력자 김정은에게 쏠렸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면서, 북중 정상외교는 물론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만남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3년 친중파인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으로 북중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2015년 중국이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전승절 행사에도 다른 나라들은 정상들이 참석한 반면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시진핑과 나란히 선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대열 끝에 자리한 최룡해의 모습은 당시 북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조선중앙TV/2017년 9월 : "대륙간 탄도 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해 9월 이후 북중 양국 매체들의 대리전 양상까지 나타났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의 핵실험 비판 보도를 겨냥해 배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을 비난했다.

이에 중국의 영문 관영 매체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대화 재개에 기울인 노력을 무시했다고 반격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 통신에서 이런 식의 표현은 안했습니다. 뭐 대국 같지도 않은 나라가 대국 행세를 하면서 그리고 뭐 미국에게 굽신 거리면서 그리고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 북중관계에서 이런 식으로 맹렬하게 비난하는 것은 북중관계 역사상 처음 있었던 일처럼 그렇게 나빠집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특사를 파견하고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히며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했다.

외교안보라인을 강강파로 교체중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3주간의 잠행 끝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베이징이었다.

중국 역시 김정은의 방문 제안을 초청의 형태로 받아들이며 최고의 예우를 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을 빼고 움직인다는 소외감에 약간 빠져있는 중국을 방문해서 다시 한 번 중국을 자신의 배후로 이렇게 만들어 놓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지고 소위 북핵 해결이 미국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는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이런 차원에서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중국과의 외교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4년, 김정일은 3차 북핵 6자 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자 당시 새로 취임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중국으로부터 무상 원조를 약속받으며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국제적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김정일은 이듬해까지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3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도 집권 후 줄곧 유지해 온 긴 냉각기를 깨고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런 북중 관계는 과거에도, 또 현재도 양국의 철저한 이해관계 속에서 작동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크게 선대의 유훈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뭐냐면 북미관계 개선해라, 그다음에 비핵화해라 그 세 번째가 중국을 경계해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이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면서 외교를 펼치는 것을 오히려 선대 지도자들은 얘기를 했다 라는 것이죠. 아마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전략적으로 중국에게 접근하는 것이지 사실상 무슨 전통적 우호관계라든가 뭐 이런 것만으로는 설명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북중간 미묘한 관계는 양국 관영매체의 보도 태도에도 드러났다.

중국 TV는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긴장한 듯 수시로 깍지를 끼었다 풀었다 하거나 시진핑 주석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북한 TV는 김 위원장은 크게 확대한 화면을 쓴 반면 시 주석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화면을 쓰거나, 두 사람이 함께 있어도 김 위원장 얼굴만 잘 잡힌 장면을 주로 보여줬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기본적으로 북한은 전략적으로 부담이 되는 게 분명하죠. 말을 안들을 경우에 중국의 말을 안들을 경우에 부담이 되지만 북한의 존재라는 것은 자신들의 북한의 핵을 관리하고 영향력만 제대로 끼칠 수만 있다면 한국에 대한 또는 일본에 대한 또는 더 크게는 미국에 대한 견제로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분명히 있다 좀 전통적 사유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이런 판단이 가능해지는 거죠."]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 "조선에 체류하는 10일간 나는 아리랑 공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10만 명이었지만 한 사람이었다."]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 "운명은 마치 교차점과도 같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이 배경인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이다.

북한과 중국 무용수의 우정을 담은 이 영화는 2011년 북한과 중국이 공동 제작했다.

북한 TV는 2014년 첫 방송 뒤 4년 만에 영화를 재방송하며 북중 관계를 부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중 양국이 당장은 관계 복원 노력을 보이지만 향후 상황과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관측한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냉각기도 충분히 배제할 수 없다 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미관계가 상당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급진전되어서 소위 상상할 수 없었던 전략적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또 한편에서는 주한 미군을 용인하고 나름대로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조차도 그냥 묵인하는 형태로 북한이 간다라고 한다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봅니다."]

김정은과 시진핑 집권 이후 내리막길로 치닫던 북중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 하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봉합된 양국 관계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반도 문제에 중요 변수인 북중관계는 유동적인만큼 더욱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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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미회담 앞두고 복원?…북중 관계
    • 입력 2018-04-07 08:45:32
    • 수정2018-04-07 0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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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밀스런 방중 과정을 보면서 죽의 장막, 그 실체를 다시 한번 실감하셨을텐데요.

무엇보다 필요하면 언제 그렇게 소원했느냐는 듯이 최고 수준으로 서로를 예우하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중간 정상 외교의 역사를 돌아보고 북미 회담을 앞두고 실제 북중 관계가 과거처럼 복원된 것으로 봐도 되는 것인지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베이징 시내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검은색 차량.

도로까지 통제하고 경찰 오토바이들의 삼엄함 경호를 받으며 이동한다.

주인공은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역사적인 첫 방문의 길에 오르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를 최대의 국빈으로 맞이한 중화인민고화국의 수도 베이징!"]

김정은 방중 이후 북한 조선중앙TV는 관련 영상을 기록영화 형식으로 발 빠르게 공개했다.

환영 연회 장면에서 특히 눈길을 끈 영상.

바로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함께 했던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모습이었다.

북중간 대를 이은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는 영상이었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조중 두나라 인민의 친선과 단결, 공동의 번영을 위한 길에 불멸의 공헌을 하신 선대 수령들의 혁명 생애와 업적을 돌이켜보면서 참가자들은 깊은 감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중국 역시 관영 매체들이 북중 정상회담 기사를 쏟아내며 과거 각별했던 양국 관계를 강조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미대화를 앞두고 있는 현 국면에서 나름대로 이제 자신의 우군을 중국으로 삼고 그런 어떤 구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 사실상 시진핑이 등장한 이후 그리고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에 양국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역할이라든가 위치 존재감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약화되는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었죠. 그래서 어떤 면에서 이렇게 대외적으로 김정은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잘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지렛대를 갖고 있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이 시진핑과의 연회에서 관람한 선대 지도자들의 만남.

[北 기록영화 : "1953년 11월 12일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중국을 방문하시어 모택동 주은래 동지들과 역사적인 상봉을 하시고 회담을 진행하셨습니다."]

6.25 전쟁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낸 김일성은 이후에도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돈독한 관계를 다져 나갔다.

과거 ‘동북항일연군’이라 불리던 한인과 중국인, 소련인으로 구성된 항일연합부대에서 김일성이 활동한 이력이 중국 1세대 지도부와의 끈끈한 관계의탕이 됐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모택동 주석하고 김일성 주석하고 관계는 너하고 나는 형제다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라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와라 그러면 내가 대우를 해주겠다..그래서 어려울 때마다 김일성이 중국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다 들어주지는 않아도 뭐 디젤 65만 톤 준다든가 디젤을 30만 톤을 준다든가 식량을 50만 톤 준다든가 계속해서 중국이 호의를 베풀면서 뭐 우리가 우리 국경의 안전에 도움을 주는 나라이니까 필요한 만큼 지원을 해 주었거든요."]

김정일 시대에도 북중 외교는 북한 외교의 중요한 축이었다.

[北 기록영화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세계 정치의 원로이시다’ : "1983년 6월 역사적인 중국방문의 길에 오르신 위대한 장군님..."]

김정일은 후계자 시절부터 중국을 찾았는데 비공식 방문도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중국의 무상원조가 끊기고 급기야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자 북중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한중수교 그때 당시 김정일의 표현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이 우리 등에 칼을 꽂았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것이 굉장히 안 좋아지다보니까 95년 99년 사이에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거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중국에 지원을 요청도 안했고 중국도 지원을 안했고 그래서 최소 30만 최대 300만 명이 굶어죽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지원을 안 해줬거든요. 북중관계는 계속해서 나빠졌습니다."]

그러던 김정일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중국을 방문했다.

[KBS 뉴스9 /2000년 6월 :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한반도 현안과 개혁 개방 문제를 논의 했습니다."]

2011년, 사망하기 불과 반년 전에도 방중해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심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세계의 이목은 20대의 젊은 세습 권력자 김정은에게 쏠렸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면서, 북중 정상외교는 물론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만남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3년 친중파인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으로 북중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2015년 중국이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전승절 행사에도 다른 나라들은 정상들이 참석한 반면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시진핑과 나란히 선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대열 끝에 자리한 최룡해의 모습은 당시 북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조선중앙TV/2017년 9월 : "대륙간 탄도 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해 9월 이후 북중 양국 매체들의 대리전 양상까지 나타났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의 핵실험 비판 보도를 겨냥해 배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을 비난했다.

이에 중국의 영문 관영 매체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대화 재개에 기울인 노력을 무시했다고 반격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 통신에서 이런 식의 표현은 안했습니다. 뭐 대국 같지도 않은 나라가 대국 행세를 하면서 그리고 뭐 미국에게 굽신 거리면서 그리고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 북중관계에서 이런 식으로 맹렬하게 비난하는 것은 북중관계 역사상 처음 있었던 일처럼 그렇게 나빠집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특사를 파견하고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히며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했다.

외교안보라인을 강강파로 교체중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3주간의 잠행 끝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베이징이었다.

중국 역시 김정은의 방문 제안을 초청의 형태로 받아들이며 최고의 예우를 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을 빼고 움직인다는 소외감에 약간 빠져있는 중국을 방문해서 다시 한 번 중국을 자신의 배후로 이렇게 만들어 놓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지고 소위 북핵 해결이 미국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는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이런 차원에서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중국과의 외교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4년, 김정일은 3차 북핵 6자 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자 당시 새로 취임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중국으로부터 무상 원조를 약속받으며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국제적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김정일은 이듬해까지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3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도 집권 후 줄곧 유지해 온 긴 냉각기를 깨고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런 북중 관계는 과거에도, 또 현재도 양국의 철저한 이해관계 속에서 작동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크게 선대의 유훈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뭐냐면 북미관계 개선해라, 그다음에 비핵화해라 그 세 번째가 중국을 경계해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이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면서 외교를 펼치는 것을 오히려 선대 지도자들은 얘기를 했다 라는 것이죠. 아마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전략적으로 중국에게 접근하는 것이지 사실상 무슨 전통적 우호관계라든가 뭐 이런 것만으로는 설명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북중간 미묘한 관계는 양국 관영매체의 보도 태도에도 드러났다.

중국 TV는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긴장한 듯 수시로 깍지를 끼었다 풀었다 하거나 시진핑 주석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북한 TV는 김 위원장은 크게 확대한 화면을 쓴 반면 시 주석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화면을 쓰거나, 두 사람이 함께 있어도 김 위원장 얼굴만 잘 잡힌 장면을 주로 보여줬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기본적으로 북한은 전략적으로 부담이 되는 게 분명하죠. 말을 안들을 경우에 중국의 말을 안들을 경우에 부담이 되지만 북한의 존재라는 것은 자신들의 북한의 핵을 관리하고 영향력만 제대로 끼칠 수만 있다면 한국에 대한 또는 일본에 대한 또는 더 크게는 미국에 대한 견제로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분명히 있다 좀 전통적 사유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이런 판단이 가능해지는 거죠."]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 "조선에 체류하는 10일간 나는 아리랑 공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10만 명이었지만 한 사람이었다."]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 "운명은 마치 교차점과도 같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이 배경인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이다.

북한과 중국 무용수의 우정을 담은 이 영화는 2011년 북한과 중국이 공동 제작했다.

북한 TV는 2014년 첫 방송 뒤 4년 만에 영화를 재방송하며 북중 관계를 부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중 양국이 당장은 관계 복원 노력을 보이지만 향후 상황과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관측한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냉각기도 충분히 배제할 수 없다 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미관계가 상당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급진전되어서 소위 상상할 수 없었던 전략적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또 한편에서는 주한 미군을 용인하고 나름대로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조차도 그냥 묵인하는 형태로 북한이 간다라고 한다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봅니다."]

김정은과 시진핑 집권 이후 내리막길로 치닫던 북중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 하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봉합된 양국 관계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반도 문제에 중요 변수인 북중관계는 유동적인만큼 더욱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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