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절반 이상이 가짜”…끊이지 않는 미술품 위작

입력 2018.05.02 (20:40) 수정 2018.05.0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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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의 한 시립미술관이 30년 동안 사들인 작품의 절반 이상이 위작으로 판명돼 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 도시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사모은 작품들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술품 위작 사건과 논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국제부 양영은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양 기자, 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정확히 어디에서 그랬나요?

[기자]

네, 얼마 전 주요뉴스를 통해 전해드렸던 소식입니다.

프랑스 남부 스페인 접경지역에 있는 엘느라는 소도시인데요,

엘느 시립 테뤼미술관입니다.

테뤼라는 이름은요,

1857년에 태어나 1922년에 사망한 프랑스 화가, 에티엔 테뤼 의 성을 딴 겁니다.

테뤼는 엘느에서 출생해 숨을 거둔 향토 화가인데요,

피레네 산맥의 산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 엘느의 풍경을 인상주의와 야수파 화풍으로 그렸습니다.

거장 앙리 마티스와 친구 사이였다고 해요.

고향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자체가 작품을 소장하도록 힘을 보탰는데요,

그렇게 해서 사들인 테뤼미술관의 테뤼 작품 절반 이상이 이번에 가짜로 판명된 겁니다.

[앵커]

주민들이 정말 실망이 크겠네요,

근데 이게 어떻게 밝혀지게 된 거죠?

[기자]

테뤼가 향토 화가, 그리고 테뤼의 작품 구매도 지역 주민들이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위작 판명도 한 향토사학자에 의해 가능했습니다.

에릭 포카다라는 한 사학자는 테뤼가 그린 엘느 지역의 변천사를 꿰뚫고 있었는데요,

[에릭 포카다/미술 사학자 : "콜리우르 지역의 첨탑이 보이시죠, 뒤에 있는 건물은 여왕의 방인데 1958년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에티엔 테뤼는 1922년에 이미 사망했거든요."]

즉, 테뤼가 별세한 지 30년도 더 지나서 세워진 건물이 테뤼가 그렸다는 그림에 버젓이 그려져 있는 거죠.

게다가 캔버스도 생전에 테뤼가 쓰던 것과 다르고, 화풍도 조잡할 뿐더러 작가 이름을써넣은 부분의 잉크가 쉽게 지워진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엘느시는 위작 구매로 우리 돈 2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고, 현재 프랑스 경찰은 지역의 화랑들과 미술 중개상들을 상대로 수사 중입니다.

[앵커]

유럽에서 최근 미술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지금 화면에 나와 있는 그림들, 긴 목을 가진 여성들이 많이 보입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인데요,

지난해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특별전에 출품됐던 60여 점의 작품 가운데 3분의 1이 위작으로 판명돼 전시회가 조기 폐막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의 로마의 문화 유산 보관소에서도 일부 예술품들이 위작으로 판명된 경우가 있었는데요,

[칸디도/로마 문화유산 보관소 책임자 :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의 위작입니다. 서명은 잘 따라 했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이 매우 거칩니다."]

[앵커]

사실 우리나라 작가 중에도 천경자, 이우환 씨가 위작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는데 유명 작가들과 위작 스캔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도 같아요.

[기자]

네, 위작이라는 건 "가짜 그림"이잖아요,

근데 이 "가짜 그림"이 결과적으로 미술사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일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경우 수도원 식당 벽에 그려져 있다보니 습기에다가 작가가 죽은 후에 이 공간이 마구간으로 사용되면서 걸작이 심하게 훼손됐는데요,

이게 지금처럼 되살아날 수 있었던 건 정교하게 그려진 모작들이 너무 많아서 그 모작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해요.

또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소위 '위조꾼'으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로 평가받던 고대 로마의 조각을 가짜로 만든 건데요,

의도적으로 낡은 느낌까지 그대로 조작해서 추기경 등에게 팔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작'과 '모작'은 또 다른데요,

위조꾼들이 시장에 팔기 위해서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내놓는다거나 작품 출처나 소장 기록 같은 관련 문서를 날조하는 정도까지 이른다면 이는 엄연한 범법행위이자 범죄가 되는 겁니다.

[앵커]

위작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기자]

좋은 질문인데요,

위작은 의도 자체가 불순하기 때문에 근절은 어려울 것 같고요,

오로지 감별 능력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는 인공지능 AI를 통해 위작을 가려내는 방법도 나왔는데요,

네덜란드의 미술품 복원 연구 팀과 미국 러트거스 대학이 AI를 활용해 위조 그림을 가려내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의 라인 드로잉을 학습한 AI가 작품의 연필 선과 붓 터치 등을 분석해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건데요,

모쪼록 이런 노력들로 나쁜 의도로 위작되고 속임수로 돈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들은 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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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절반 이상이 가짜”…끊이지 않는 미술품 위작
    • 입력 2018-05-02 20:30:57
    • 수정2018-05-02 20:54:14
    글로벌24
[앵커]

프랑스의 한 시립미술관이 30년 동안 사들인 작품의 절반 이상이 위작으로 판명돼 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 도시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사모은 작품들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술품 위작 사건과 논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국제부 양영은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양 기자, 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정확히 어디에서 그랬나요?

[기자]

네, 얼마 전 주요뉴스를 통해 전해드렸던 소식입니다.

프랑스 남부 스페인 접경지역에 있는 엘느라는 소도시인데요,

엘느 시립 테뤼미술관입니다.

테뤼라는 이름은요,

1857년에 태어나 1922년에 사망한 프랑스 화가, 에티엔 테뤼 의 성을 딴 겁니다.

테뤼는 엘느에서 출생해 숨을 거둔 향토 화가인데요,

피레네 산맥의 산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 엘느의 풍경을 인상주의와 야수파 화풍으로 그렸습니다.

거장 앙리 마티스와 친구 사이였다고 해요.

고향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자체가 작품을 소장하도록 힘을 보탰는데요,

그렇게 해서 사들인 테뤼미술관의 테뤼 작품 절반 이상이 이번에 가짜로 판명된 겁니다.

[앵커]

주민들이 정말 실망이 크겠네요,

근데 이게 어떻게 밝혀지게 된 거죠?

[기자]

테뤼가 향토 화가, 그리고 테뤼의 작품 구매도 지역 주민들이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위작 판명도 한 향토사학자에 의해 가능했습니다.

에릭 포카다라는 한 사학자는 테뤼가 그린 엘느 지역의 변천사를 꿰뚫고 있었는데요,

[에릭 포카다/미술 사학자 : "콜리우르 지역의 첨탑이 보이시죠, 뒤에 있는 건물은 여왕의 방인데 1958년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에티엔 테뤼는 1922년에 이미 사망했거든요."]

즉, 테뤼가 별세한 지 30년도 더 지나서 세워진 건물이 테뤼가 그렸다는 그림에 버젓이 그려져 있는 거죠.

게다가 캔버스도 생전에 테뤼가 쓰던 것과 다르고, 화풍도 조잡할 뿐더러 작가 이름을써넣은 부분의 잉크가 쉽게 지워진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엘느시는 위작 구매로 우리 돈 2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고, 현재 프랑스 경찰은 지역의 화랑들과 미술 중개상들을 상대로 수사 중입니다.

[앵커]

유럽에서 최근 미술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지금 화면에 나와 있는 그림들, 긴 목을 가진 여성들이 많이 보입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인데요,

지난해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특별전에 출품됐던 60여 점의 작품 가운데 3분의 1이 위작으로 판명돼 전시회가 조기 폐막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의 로마의 문화 유산 보관소에서도 일부 예술품들이 위작으로 판명된 경우가 있었는데요,

[칸디도/로마 문화유산 보관소 책임자 :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의 위작입니다. 서명은 잘 따라 했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이 매우 거칩니다."]

[앵커]

사실 우리나라 작가 중에도 천경자, 이우환 씨가 위작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는데 유명 작가들과 위작 스캔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도 같아요.

[기자]

네, 위작이라는 건 "가짜 그림"이잖아요,

근데 이 "가짜 그림"이 결과적으로 미술사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일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경우 수도원 식당 벽에 그려져 있다보니 습기에다가 작가가 죽은 후에 이 공간이 마구간으로 사용되면서 걸작이 심하게 훼손됐는데요,

이게 지금처럼 되살아날 수 있었던 건 정교하게 그려진 모작들이 너무 많아서 그 모작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해요.

또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소위 '위조꾼'으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로 평가받던 고대 로마의 조각을 가짜로 만든 건데요,

의도적으로 낡은 느낌까지 그대로 조작해서 추기경 등에게 팔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작'과 '모작'은 또 다른데요,

위조꾼들이 시장에 팔기 위해서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내놓는다거나 작품 출처나 소장 기록 같은 관련 문서를 날조하는 정도까지 이른다면 이는 엄연한 범법행위이자 범죄가 되는 겁니다.

[앵커]

위작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기자]

좋은 질문인데요,

위작은 의도 자체가 불순하기 때문에 근절은 어려울 것 같고요,

오로지 감별 능력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는 인공지능 AI를 통해 위작을 가려내는 방법도 나왔는데요,

네덜란드의 미술품 복원 연구 팀과 미국 러트거스 대학이 AI를 활용해 위조 그림을 가려내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의 라인 드로잉을 학습한 AI가 작품의 연필 선과 붓 터치 등을 분석해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건데요,

모쪼록 이런 노력들로 나쁜 의도로 위작되고 속임수로 돈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들은 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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