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그들만의 세상”…북한 영재교육 실상은?

입력 2018.06.02 (08:08) 수정 2018.06.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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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의 창에서도 북한 어린이들의 뛰어난 노래나 연주 실력을 가끔 소개하는데요.

북한에서도 이렇듯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을 시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재교육이 이른바 금수저가 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사다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러다보니 소수 권력층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고 교육 내용도 체제 선전을 위한 수준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식 영재교육의 실상과 그 한계를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어른들과 어울려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 노래 ‘제일 좋은 내 나라’ : "야참 좋아. 정말 좋아. 원수님을 모시어 행복한 내나라 기리 빛내 갈래요."]

노래는 물론 기악연주와 춤까지, 모두 프로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인다.

8살짜리 아이는 뛰어난 장구 실력으로 무대를 사로잡는다.

[홍준휘/북한 봉화소학교 : "저는 앞으로 훌륭히 더 잘해서 세계적인 무용가가 되어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께 큰 기쁨을 드리는 훌륭한 학생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어린이부터 중학교 학생까지, 모두 전국에서 선발된 북한 민족음악 영재들이다.

이처럼 북한은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영재로 분류해 어린 시절부터 특수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북한 기록영화 ‘어버이 수령님 어린이들과 함께 하시어’ : "어버이 수령님,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 하에서만 재능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하시었으니 진정 애지중지 키워주시고..."]

북한 영재교육의 시작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예술인 전문교육제도가 그 시작이다.

김일성은 유일지배체제를 각인 시키는데 예술 영재들의 재능을 주요 선전 수단으로 활용했다.

김정일 역시 영재 발굴에 앞장섰다.

1990년대 말 중등 영재교육기관인 제1중학교를 필두로 과학과 외국어 영재학교를 전국으로 확대 설치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교는 우리의 과학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제 1 중학교' 각 도와 특별시에 모두 12개의‘제1중학교’가 있는데, 그 인기는 북한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영화 ‘산촌에 피는 노을’ : "철웅이 어머니 철웅이, 자 받아요. 평양 1중학교 입학통지서에요. 자, 동무들! 다시 한 번 철웅 학생을 축하해주자요!"]

평양 제1중학교의 경우 북한 최고의 수재 양성 기관으로 이 학교 출신들이 군과 당, 정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외국어 학원은 수업시간은 물론 일상생활 모두에서 해당 외국어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졸업생 상당수가 북한 외교관으로 발탁될 정도의 전형적인 엘리트 교육기관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나온 금성학원.

음악과 춤 분야에서 북한 내 최고 영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졸업생 대부분은 조선 국립교향악단, 만수대 예술단 등 주요 예술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각 시도에 있는 음악무용대학에 배치된다.

이처럼 영재 교육은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으로 편입될 수 있는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영재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저희 엄마가 뭐 외국어학원이라고 외국어학원도 이제 상위 1%에 속하는 그런 학교거든요. 거기에 가라고 영재교육을 시켰었어요. 집에다 이제 가정교사를 불러다놓고 이제 수학 영어 같은 과목들을 이제 한 달에 쌀 한 40㎏정도였던 것 같아요. 이제 부모님들이 자기가 못했던 거를 자식들한테 많이 이제 시키거나 그러잖아요. 그거처럼 제 친구 부모님들도 이제 하기 싫은데 이제 이 친구보고 공부시키거나 하고 이제 막 노래시키거나 그런 친구들이 되게 억지로 많았죠."]

[아동 방송 예술 무대/2011년 : "(어느 유치원에서 왔나요?) 평안북도 태천군 유치원에서 왔습니다! (네, 미성이 몇 살 났나요?) 요렇게 4살이에요."]

[북한 동요 ‘대홍단 감자’ : "둥글둥글 왕감자 대홍단 감자. 야하 감자, 감자, 왕감자 참말 참말 좋아요."]

흰 드레스를 입은 4살 여자아이가 밝은 표정과 율동을 곁들이며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대홍단 감자’노래로 널리 알려진 4살 신미성 어린이다.

[북한 동요 ‘뽀뽀’ : "내가 고와 뽀뽀, 우리엄마 뽀뽀. 우리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우리아빠 우리엄마 제일 좋아."]

우리에게도 익숙한 뽀뽀송을 부르는 김솔매 어린이.

두 어린이 모두 지방 출신이지만 예술 영재로 인정을 받은 뒤 말 그대로 인생의 기회를 얻었다.

2012년,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공연 무대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북한 동요 ‘동화 그림책’ : "야 참, 재미나요 동화 그림책. 아버지 장군님 보내주신 동화 그림책, 동화그림책."]

[북한 동요 ‘창전거리 우리 집’ : "창전거리 우리 집이 정말 좋아요. 창전거리 우리 집 좋아!"]

이처럼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영재가 북한 최고 행사에 발탁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렇듯 특히 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경우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더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북한 음악교사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음악 잘하면 군대 나가도 제일 먼저 좋은 데를 가고 대학을 가도 좋은 데서 무조건 대학생들이 거기서 대학을 입학할 때도 우선 첫째 공부도 첫 순위지만 그 학생이 예능에서 체육을 잘 하는가 음악을 잘하는가 이 2가지를 보고 거기서 재간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요. 과학 이런 공부 무슨 수학 영어 이것도 다 못 해도 또 예술에서 완전히 특별하게 뛰어난 소질을 가지면 대학을 그냥 입학을 해요."]

그러나 이런 영재교육의 기회가 사실상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노동당 고위 간부나 특권층, 아니면 장마당을 통해 부를 얻은 일부 계층 자녀에게만 돌아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쉽게 말하면 노동자의 자녀가 김일성 대학을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영재교육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특권층들의 자제들을 위한 일종의 엘리트교육체제라고 볼 수 있고요. 북한에서 권력과 명예와 부가 재생산 되는 어떤 일종의 체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당원 그 다음에 핵심계층의 자제들은 영재교육 엘리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훨씬 많고 그러기 때문에 재생산 되는 거죠. 그러니까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여기 보다 더 힘든 체제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영재로 선발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북한 고위층들 사이에서는 자녀들을 영재로 만들기 위한 사교육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대부분 어린이들은 거듭되는 경제난으로 학업까지 포기한 채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무상교육, 평등사회를 주장하는북한 교육의 실제 단면이다.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노동과에서 그 학생에게 졸업증이 다 그쪽에 넘어가기 때문에 졸업명단이 넘어가면 그 학생은 벌써 배치가 들어가요. 방직공장 편직공장 무슨 광산 이런데 쭉 몽땅 배치 들어가고 어떤 때는 집단배치로 또 들어가는데 많아요. 광산 같은 데는... 그러니까 힘이 없는 집 자식들은 할 수 없이 그런 만18살부터는 공민이 되면 노동판에 들어가서 일해야 돼요."]

교사 출신 탈북민은 자신이 지도했던 학생들 중에도 이 같은 이유로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한다.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우리 엄마 아버지는 힘이 없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거 이런 대학도 하고 싶고 다 이런 것도 이런 악기도 치고 싶은데 힘이 없고 돈이 없으니까 못 갔는데 아버지 엄마는 다른 아버지 엄마가 이렇게 할 때 우리 아버지 엄마는 뭘 했는가? 그래서리 부모한테 막 이렇게 서러움을 막 표현하는 이런 것도 제가 또 많이 목격했어요."]

그러나 재능을 인정받은 영재들도 결국은 북한식 영재교육의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자유롭게 재능을 펼치기보다는 결국 북한 정권과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해마다 열리는 북한 학생들의 설맞이 공연.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예술 영재들이 무대에서 기량을 뽐냈지만, 공연 내용은 하나같이 김 씨 일가 찬양이다.

[북한 노래 ‘경애하는 아버지 원수님께 영광 드려요’ : "아버지 원수님께 영광을 영광 드려요. 영광! 영광!"]

[북한 노래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북한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2016년 개봉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영화 태양아래.

주인공 진미 역시 무용에 재능을 보이는 예술 영재다.

영화는 교사가 예술 영재를 발굴하는 모습도 담고 있다.

[북한교사 : "(예술적 재능도 있고 운동감각도 좋고 괜찮은 학생들입니다. 선생한테 더 많은 재간을 배워서 재간둥이로 좀 키워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부탁합니다.)"]

하지만 진미를 포함한 아이들은 오로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준비만을 위해 수개월 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이렇듯 영재로서의 교육을 받더라도 결국은 체제 선전을 위해서만 재능을 개발할 뿐 그 이상은 나아가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물 안 개구리죠. 왜냐 하면 우리 같은 경우는 영재들이 사실 국내에서 교육이 한계가 있으면 바로 유학을 가잖아요. 그 다음에 유학 가고 그 다음에 국제사회의 그런 활발한 교류체계 이런 체계 속에서 그 영재들이 성장할 수 배경이 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거든요. 대부분 국내에 머물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사실 북한의 페쇄성이 북한의 영재들의 어떤 국제화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영재 교육을 제도화하고 성과도 집중 선전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로 체제 선전에만 활용되는 영재교육은 현재로선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제도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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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그들만의 세상”…북한 영재교육 실상은?
    • 입력 2018-06-02 08:51:07
    • 수정2018-06-02 08:58:27
    남북의 창
[앵커]

남북의 창에서도 북한 어린이들의 뛰어난 노래나 연주 실력을 가끔 소개하는데요.

북한에서도 이렇듯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을 시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재교육이 이른바 금수저가 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사다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러다보니 소수 권력층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고 교육 내용도 체제 선전을 위한 수준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식 영재교육의 실상과 그 한계를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어른들과 어울려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 노래 ‘제일 좋은 내 나라’ : "야참 좋아. 정말 좋아. 원수님을 모시어 행복한 내나라 기리 빛내 갈래요."]

노래는 물론 기악연주와 춤까지, 모두 프로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인다.

8살짜리 아이는 뛰어난 장구 실력으로 무대를 사로잡는다.

[홍준휘/북한 봉화소학교 : "저는 앞으로 훌륭히 더 잘해서 세계적인 무용가가 되어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께 큰 기쁨을 드리는 훌륭한 학생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어린이부터 중학교 학생까지, 모두 전국에서 선발된 북한 민족음악 영재들이다.

이처럼 북한은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영재로 분류해 어린 시절부터 특수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북한 기록영화 ‘어버이 수령님 어린이들과 함께 하시어’ : "어버이 수령님,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 하에서만 재능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하시었으니 진정 애지중지 키워주시고..."]

북한 영재교육의 시작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예술인 전문교육제도가 그 시작이다.

김일성은 유일지배체제를 각인 시키는데 예술 영재들의 재능을 주요 선전 수단으로 활용했다.

김정일 역시 영재 발굴에 앞장섰다.

1990년대 말 중등 영재교육기관인 제1중학교를 필두로 과학과 외국어 영재학교를 전국으로 확대 설치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교는 우리의 과학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제 1 중학교' 각 도와 특별시에 모두 12개의‘제1중학교’가 있는데, 그 인기는 북한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영화 ‘산촌에 피는 노을’ : "철웅이 어머니 철웅이, 자 받아요. 평양 1중학교 입학통지서에요. 자, 동무들! 다시 한 번 철웅 학생을 축하해주자요!"]

평양 제1중학교의 경우 북한 최고의 수재 양성 기관으로 이 학교 출신들이 군과 당, 정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외국어 학원은 수업시간은 물론 일상생활 모두에서 해당 외국어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졸업생 상당수가 북한 외교관으로 발탁될 정도의 전형적인 엘리트 교육기관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나온 금성학원.

음악과 춤 분야에서 북한 내 최고 영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졸업생 대부분은 조선 국립교향악단, 만수대 예술단 등 주요 예술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각 시도에 있는 음악무용대학에 배치된다.

이처럼 영재 교육은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으로 편입될 수 있는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영재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저희 엄마가 뭐 외국어학원이라고 외국어학원도 이제 상위 1%에 속하는 그런 학교거든요. 거기에 가라고 영재교육을 시켰었어요. 집에다 이제 가정교사를 불러다놓고 이제 수학 영어 같은 과목들을 이제 한 달에 쌀 한 40㎏정도였던 것 같아요. 이제 부모님들이 자기가 못했던 거를 자식들한테 많이 이제 시키거나 그러잖아요. 그거처럼 제 친구 부모님들도 이제 하기 싫은데 이제 이 친구보고 공부시키거나 하고 이제 막 노래시키거나 그런 친구들이 되게 억지로 많았죠."]

[아동 방송 예술 무대/2011년 : "(어느 유치원에서 왔나요?) 평안북도 태천군 유치원에서 왔습니다! (네, 미성이 몇 살 났나요?) 요렇게 4살이에요."]

[북한 동요 ‘대홍단 감자’ : "둥글둥글 왕감자 대홍단 감자. 야하 감자, 감자, 왕감자 참말 참말 좋아요."]

흰 드레스를 입은 4살 여자아이가 밝은 표정과 율동을 곁들이며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대홍단 감자’노래로 널리 알려진 4살 신미성 어린이다.

[북한 동요 ‘뽀뽀’ : "내가 고와 뽀뽀, 우리엄마 뽀뽀. 우리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우리아빠 우리엄마 제일 좋아."]

우리에게도 익숙한 뽀뽀송을 부르는 김솔매 어린이.

두 어린이 모두 지방 출신이지만 예술 영재로 인정을 받은 뒤 말 그대로 인생의 기회를 얻었다.

2012년,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공연 무대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북한 동요 ‘동화 그림책’ : "야 참, 재미나요 동화 그림책. 아버지 장군님 보내주신 동화 그림책, 동화그림책."]

[북한 동요 ‘창전거리 우리 집’ : "창전거리 우리 집이 정말 좋아요. 창전거리 우리 집 좋아!"]

이처럼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영재가 북한 최고 행사에 발탁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렇듯 특히 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경우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더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북한 음악교사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음악 잘하면 군대 나가도 제일 먼저 좋은 데를 가고 대학을 가도 좋은 데서 무조건 대학생들이 거기서 대학을 입학할 때도 우선 첫째 공부도 첫 순위지만 그 학생이 예능에서 체육을 잘 하는가 음악을 잘하는가 이 2가지를 보고 거기서 재간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요. 과학 이런 공부 무슨 수학 영어 이것도 다 못 해도 또 예술에서 완전히 특별하게 뛰어난 소질을 가지면 대학을 그냥 입학을 해요."]

그러나 이런 영재교육의 기회가 사실상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노동당 고위 간부나 특권층, 아니면 장마당을 통해 부를 얻은 일부 계층 자녀에게만 돌아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쉽게 말하면 노동자의 자녀가 김일성 대학을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영재교육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특권층들의 자제들을 위한 일종의 엘리트교육체제라고 볼 수 있고요. 북한에서 권력과 명예와 부가 재생산 되는 어떤 일종의 체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당원 그 다음에 핵심계층의 자제들은 영재교육 엘리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훨씬 많고 그러기 때문에 재생산 되는 거죠. 그러니까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여기 보다 더 힘든 체제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영재로 선발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북한 고위층들 사이에서는 자녀들을 영재로 만들기 위한 사교육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대부분 어린이들은 거듭되는 경제난으로 학업까지 포기한 채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무상교육, 평등사회를 주장하는북한 교육의 실제 단면이다.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노동과에서 그 학생에게 졸업증이 다 그쪽에 넘어가기 때문에 졸업명단이 넘어가면 그 학생은 벌써 배치가 들어가요. 방직공장 편직공장 무슨 광산 이런데 쭉 몽땅 배치 들어가고 어떤 때는 집단배치로 또 들어가는데 많아요. 광산 같은 데는... 그러니까 힘이 없는 집 자식들은 할 수 없이 그런 만18살부터는 공민이 되면 노동판에 들어가서 일해야 돼요."]

교사 출신 탈북민은 자신이 지도했던 학생들 중에도 이 같은 이유로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한다.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우리 엄마 아버지는 힘이 없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거 이런 대학도 하고 싶고 다 이런 것도 이런 악기도 치고 싶은데 힘이 없고 돈이 없으니까 못 갔는데 아버지 엄마는 다른 아버지 엄마가 이렇게 할 때 우리 아버지 엄마는 뭘 했는가? 그래서리 부모한테 막 이렇게 서러움을 막 표현하는 이런 것도 제가 또 많이 목격했어요."]

그러나 재능을 인정받은 영재들도 결국은 북한식 영재교육의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자유롭게 재능을 펼치기보다는 결국 북한 정권과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해마다 열리는 북한 학생들의 설맞이 공연.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예술 영재들이 무대에서 기량을 뽐냈지만, 공연 내용은 하나같이 김 씨 일가 찬양이다.

[북한 노래 ‘경애하는 아버지 원수님께 영광 드려요’ : "아버지 원수님께 영광을 영광 드려요. 영광! 영광!"]

[북한 노래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북한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2016년 개봉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영화 태양아래.

주인공 진미 역시 무용에 재능을 보이는 예술 영재다.

영화는 교사가 예술 영재를 발굴하는 모습도 담고 있다.

[북한교사 : "(예술적 재능도 있고 운동감각도 좋고 괜찮은 학생들입니다. 선생한테 더 많은 재간을 배워서 재간둥이로 좀 키워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부탁합니다.)"]

하지만 진미를 포함한 아이들은 오로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준비만을 위해 수개월 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이렇듯 영재로서의 교육을 받더라도 결국은 체제 선전을 위해서만 재능을 개발할 뿐 그 이상은 나아가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물 안 개구리죠. 왜냐 하면 우리 같은 경우는 영재들이 사실 국내에서 교육이 한계가 있으면 바로 유학을 가잖아요. 그 다음에 유학 가고 그 다음에 국제사회의 그런 활발한 교류체계 이런 체계 속에서 그 영재들이 성장할 수 배경이 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거든요. 대부분 국내에 머물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사실 북한의 페쇄성이 북한의 영재들의 어떤 국제화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영재 교육을 제도화하고 성과도 집중 선전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로 체제 선전에만 활용되는 영재교육은 현재로선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제도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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