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심에 나타난 ‘스파이더맨’…초고층 건물 오른 까닭은?

입력 2018.06.08 (08:32) 수정 2018.06.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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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시내에 스파이더맨이 나타났습니다.

이틀전, 초고층 롯데타워에 난데없이 스파이더맨이 건물 외벽을 타는 모습이 목격된거죠.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롯데타워에 올랐던 남성은 프랑스의 등반가 알랭 로베르 씨였습니다.

350미터, 전체 123층의 75층까지 올랐던 로베르 씨와 그 일행들은 정말 순식간에 건물 보안 요원까지 따돌렸는데요,

그는 누구이고, 왜 이런 일을 벌인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시 송파구의 롯데타워.

한 남성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외벽을 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아찔하기만 한데요.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요?

아침 8시가 되어갈 무렵, 롯데타워 1층에서는 때 아닌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김승연/롯데물산 영업지원팀 : “외국인 두 분과 한국인 여자분 한 분이 같이 오셔서 영상을 일부러 촬영하고 계셨다고.”]

보안 직원이 촬영을 저지하는 사이,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행 중 프랑스 남성이 순식간에 건물 외벽을 타기 시작한 겁니다.

[김승연/롯데물산 영업지원팀 : “벌써 한 4, 5m 정도를 올라가 있었다고 해서 내려오라고 계속 요청을 했지만 거의 무시하고 바로 올라가셨다고….”]

맨몸으로 건물 외벽을 오르는 남성.

직원들이 저지하려고 애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김승연/롯데물산 영업지원팀 : “22층 기계실 그리고 60층 기계실 쪽에서 설득을 계속했습니다. 위험하니까 안전을 위해서 여기서 그만하시는 게 어떻겠냐 계속 권유를 드렸고요.”]

신고를 받고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사다리차를 이렇게 올려봤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73층에서 유리문을 열고 구조를 시도했는데, 그마저도 거절했습니다.

남성은 결국 350m의 높이의 75층까지 올라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그야말로 맨몸이었습니다.

[임동근/서울 송파소방서 소방사 : “맨손에 테이핑만 한 상태로 송진가루만 사용을 했고요. 장비들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등반해서 위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끈질긴 설득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남성은 75층에서 등반을 포기했습니다.

2시간 반 만에 등반을 포기한 남성.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되었는데요.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이 남성은 스파이더맨, 거미손 인간 등으로 유명한 56살의 프랑스 등반가 알랭 로베르 씨였습니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등 높이를 자랑하는 세계 유수의 마천루들이 로베르 씨의 정복 대상이 됐죠.

전 세계 150여개 이상의 빌딩을 맨몸으로 등반했습니다.

[알랭 로베르/고층건물 등반가 : "제게 등반은 열정이자 삶의 방식입니다. 열한 살 때부터 등반을 시작했는데, 제 나이가 쉰여섯이 다됐습니다.”]

로베르 씨가 롯데타워를 선택한 이유는 좀 뜻밖이었는데요.

[알랭 로베르/고층건물 등반가 : "남북 평화가 실현되려는, 아주 놀랍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등반했습니다."]

이처럼 고층 건물을 등반하는 것을 빌더링이라고 하는데요.

빌딩을 암벽등반처럼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매끄러운 건물 외벽을 맨몸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암벽등반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실제로도 일반 클라이밍보다는 좀 위험합니다. 유리창과 유리창이 집합된 그 사이를 이런 격자 틈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에 추락에 대비한 확보물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잘 없어요.”]

국내에서는 2000년, 두 암벽등반가가 종로타워 건물 외벽을 등반하다 경찰에 훈방 조치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서울에 올라와 보니까 종로 한복판에 굉장히 멋진 건물이 있더라고요. 저는 등반을 하는 등반가니까 등반 대상지로 바라보게 된 거죠.”]

최근에는 세계적인 암벽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가 여러 빌딩에 도전한바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기부를 위한 이벤트로 로베르 씨가 몰래 올랐던 롯데타워에 도전해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세계 각국의 고층 빌딩을 몰래 오르는 걸로 유명한 사진작가 우크라이나의 라스칼로프가 완공전 롯데타워를 몰래 오르기도 했습니다.

크레인에 꼭대기에서 인증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뒤늦게 알려졌죠.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하나의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어요. 건물을 내 등반 대상지로 보고 등반을 하는 등반가들도 굉장히 많이 있고요.”]

2016년 당시 롯데 측은 이후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알랭 로베르씨 역시 사전에 아무런 허가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로베르 씨의 무단 등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에서 체포되거나 추방된 적이 있는데 바로 안전 문제 때문입니다.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순수한 상태에서 올라가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그 순수한 상태에서 오르기에는 로프 없이 이번처럼 본인이 단독 등반으로 오르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건물 측에서는 허락을 절대 안 해주겠죠.”]

때 아닌 스파이더맨 소동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박남수/경기도 남양주시 : “우리가 절실히 바라던 남북 대화인데 개인의 이슈를 더 부각하는 걸로 보이고 우리가 바라는 남북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보경/경기도 성남시 :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도전이잖아요. 그래서 되게 멋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올랐다지만 안전 우려도 낳았던 로베르 씨.

그가 체포된 뒤 남긴 마지막 말은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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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8 08:34:59
    • 수정2018-06-08 08: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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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시내에 스파이더맨이 나타났습니다.

이틀전, 초고층 롯데타워에 난데없이 스파이더맨이 건물 외벽을 타는 모습이 목격된거죠.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롯데타워에 올랐던 남성은 프랑스의 등반가 알랭 로베르 씨였습니다.

350미터, 전체 123층의 75층까지 올랐던 로베르 씨와 그 일행들은 정말 순식간에 건물 보안 요원까지 따돌렸는데요,

그는 누구이고, 왜 이런 일을 벌인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시 송파구의 롯데타워.

한 남성이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외벽을 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아찔하기만 한데요.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요?

아침 8시가 되어갈 무렵, 롯데타워 1층에서는 때 아닌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김승연/롯데물산 영업지원팀 : “외국인 두 분과 한국인 여자분 한 분이 같이 오셔서 영상을 일부러 촬영하고 계셨다고.”]

보안 직원이 촬영을 저지하는 사이,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행 중 프랑스 남성이 순식간에 건물 외벽을 타기 시작한 겁니다.

[김승연/롯데물산 영업지원팀 : “벌써 한 4, 5m 정도를 올라가 있었다고 해서 내려오라고 계속 요청을 했지만 거의 무시하고 바로 올라가셨다고….”]

맨몸으로 건물 외벽을 오르는 남성.

직원들이 저지하려고 애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김승연/롯데물산 영업지원팀 : “22층 기계실 그리고 60층 기계실 쪽에서 설득을 계속했습니다. 위험하니까 안전을 위해서 여기서 그만하시는 게 어떻겠냐 계속 권유를 드렸고요.”]

신고를 받고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사다리차를 이렇게 올려봤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73층에서 유리문을 열고 구조를 시도했는데, 그마저도 거절했습니다.

남성은 결국 350m의 높이의 75층까지 올라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그야말로 맨몸이었습니다.

[임동근/서울 송파소방서 소방사 : “맨손에 테이핑만 한 상태로 송진가루만 사용을 했고요. 장비들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등반해서 위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끈질긴 설득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남성은 75층에서 등반을 포기했습니다.

2시간 반 만에 등반을 포기한 남성.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되었는데요.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이 남성은 스파이더맨, 거미손 인간 등으로 유명한 56살의 프랑스 등반가 알랭 로베르 씨였습니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등 높이를 자랑하는 세계 유수의 마천루들이 로베르 씨의 정복 대상이 됐죠.

전 세계 150여개 이상의 빌딩을 맨몸으로 등반했습니다.

[알랭 로베르/고층건물 등반가 : "제게 등반은 열정이자 삶의 방식입니다. 열한 살 때부터 등반을 시작했는데, 제 나이가 쉰여섯이 다됐습니다.”]

로베르 씨가 롯데타워를 선택한 이유는 좀 뜻밖이었는데요.

[알랭 로베르/고층건물 등반가 : "남북 평화가 실현되려는, 아주 놀랍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등반했습니다."]

이처럼 고층 건물을 등반하는 것을 빌더링이라고 하는데요.

빌딩을 암벽등반처럼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매끄러운 건물 외벽을 맨몸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암벽등반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실제로도 일반 클라이밍보다는 좀 위험합니다. 유리창과 유리창이 집합된 그 사이를 이런 격자 틈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에 추락에 대비한 확보물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잘 없어요.”]

국내에서는 2000년, 두 암벽등반가가 종로타워 건물 외벽을 등반하다 경찰에 훈방 조치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서울에 올라와 보니까 종로 한복판에 굉장히 멋진 건물이 있더라고요. 저는 등반을 하는 등반가니까 등반 대상지로 바라보게 된 거죠.”]

최근에는 세계적인 암벽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가 여러 빌딩에 도전한바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기부를 위한 이벤트로 로베르 씨가 몰래 올랐던 롯데타워에 도전해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세계 각국의 고층 빌딩을 몰래 오르는 걸로 유명한 사진작가 우크라이나의 라스칼로프가 완공전 롯데타워를 몰래 오르기도 했습니다.

크레인에 꼭대기에서 인증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뒤늦게 알려졌죠.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하나의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어요. 건물을 내 등반 대상지로 보고 등반을 하는 등반가들도 굉장히 많이 있고요.”]

2016년 당시 롯데 측은 이후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알랭 로베르씨 역시 사전에 아무런 허가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로베르 씨의 무단 등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에서 체포되거나 추방된 적이 있는데 바로 안전 문제 때문입니다.

[이재용/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 : “순수한 상태에서 올라가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그 순수한 상태에서 오르기에는 로프 없이 이번처럼 본인이 단독 등반으로 오르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건물 측에서는 허락을 절대 안 해주겠죠.”]

때 아닌 스파이더맨 소동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박남수/경기도 남양주시 : “우리가 절실히 바라던 남북 대화인데 개인의 이슈를 더 부각하는 걸로 보이고 우리가 바라는 남북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보경/경기도 성남시 :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도전이잖아요. 그래서 되게 멋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올랐다지만 안전 우려도 낳았던 로베르 씨.

그가 체포된 뒤 남긴 마지막 말은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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