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수 앵커 :
고국에 오고 싶어도 국내에 초청해 줄 연고자가 없어 오지 못 하던 사할린 동포 110명이 대한 적십자사의 초청으로 오늘 오후 그리운 고국땅을 밟았습니다.
전세기를 함께 타고 오며 취재한 정희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정희보 기자 :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고국인데 50년이나 걸리다니, 오늘 오후 3시 우지노 사할린스크 공항을 출발하는 이들 사할린 동포들의 마음을 이미 고국 땅을 밟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국을 찾고 싶어도 국내에는 초청해줄 연고자가 없어서 출국 허가를 받지 못했던 이들 사할린 동포 1세들은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어서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고국 땅을 밟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신모희 (사할린 동포) :
안 가겠어요, 그러고, 안 갈 작정하고 나왔는데...
강한갑 (사할린 동포) :
내 살던 고향땅이라도 디뎌 보는게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제우연 (사할린 동포) :
조카 아들 머슴아도 있고 계집 아이도 있는데요, 만나보고 싶은데 이름,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있으니...
최수도 (사할린 동포) :
나는요, 정말로 살아서는 이런 일 당할 줄을 내 몰랐어요.
영감이나 살아 있었으면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겠는지...
정희보 기자 :
자신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멀리 이국땅에서 젊음을 불살라온 이들 사할린 동포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엔 주름이 굵게 잡혔지만 고국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소품을 가는 어린 학생들처럼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3시간의 비행 끝에 전세기가 동해상공에 이르자 창밖을 보며 설레이는 가슴을 달래기도 했고 서울 시내가 내려보이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이들 사할린동포들은 다음달 4일까지 국내에 머물면서 민속촌과 자연농원 등을 관광한 뒤 혹시나 아직도 살아있을지 모를 친척들을 찾아 고향 나들이에 나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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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십자, 소련 사할린 동포 110명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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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1990-08-23 21:00:00
홍지수 앵커 :
고국에 오고 싶어도 국내에 초청해 줄 연고자가 없어 오지 못 하던 사할린 동포 110명이 대한 적십자사의 초청으로 오늘 오후 그리운 고국땅을 밟았습니다.
전세기를 함께 타고 오며 취재한 정희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정희보 기자 :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고국인데 50년이나 걸리다니, 오늘 오후 3시 우지노 사할린스크 공항을 출발하는 이들 사할린 동포들의 마음을 이미 고국 땅을 밟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국을 찾고 싶어도 국내에는 초청해줄 연고자가 없어서 출국 허가를 받지 못했던 이들 사할린 동포 1세들은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어서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고국 땅을 밟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신모희 (사할린 동포) :
안 가겠어요, 그러고, 안 갈 작정하고 나왔는데...
강한갑 (사할린 동포) :
내 살던 고향땅이라도 디뎌 보는게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제우연 (사할린 동포) :
조카 아들 머슴아도 있고 계집 아이도 있는데요, 만나보고 싶은데 이름,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있으니...
최수도 (사할린 동포) :
나는요, 정말로 살아서는 이런 일 당할 줄을 내 몰랐어요.
영감이나 살아 있었으면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겠는지...
정희보 기자 :
자신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멀리 이국땅에서 젊음을 불살라온 이들 사할린 동포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엔 주름이 굵게 잡혔지만 고국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소품을 가는 어린 학생들처럼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3시간의 비행 끝에 전세기가 동해상공에 이르자 창밖을 보며 설레이는 가슴을 달래기도 했고 서울 시내가 내려보이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이들 사할린동포들은 다음달 4일까지 국내에 머물면서 민속촌과 자연농원 등을 관광한 뒤 혹시나 아직도 살아있을지 모를 친척들을 찾아 고향 나들이에 나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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