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연립정부구성 합의

입력 1991.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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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앵커 :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최고 권력을 공유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서 70여 년 동안 계속돼온 공산당 일당통치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의 주요 각료개편과 개혁조처에도 옐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소련 정국은 사실상 옐친의 주도 아래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송철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

옐친이 쿠데타에 찬성했던 각료들의 이름이 적힌 문서를 내게 줬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

왜 읽지 않았나?


러시아공화국 의원 :

소련 공수당은 범죄조직이므로 해체 되야 한다고 생각지 않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공산주의가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옐친 :

우리는 러시아공화국 내의 공산당 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송철호 기자 :

소련 전지역에 TV로 생방송된 이 회의광경은 고르바초프가 의원들의 야유와 옐친의 요구에 순응해야 하는 종이호랑이로 비춰져 소련 권력의 중심이 점차 옐친에게로 옮겨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분위기속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한편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에 유고가 발생할 경우 직무를 자동 승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옐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각료 인선내용도 발표해 내무장관에 바르니코프 전 러시아공화국 내무장관, 국방장관에 샤포슈니코프 공군 참모총장, KGB의장에 바카틴 전 내무장관을 각각 임명하고 쿠데타동안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베스메르티니흐 외무장관을 쿠비친스키로 교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쿠데타세력에 동조한 주요 관영매체의 폐쇄와 책임자 문책에도 동의함으로써 쿠데타 실패후 보수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다짐했습니다.

쿠데타를 좌절시켜 고르바초프를 구출한 옐친은 이처럼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련의 대대적인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그의 격상된 위상을 한껏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주의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고르바초프와 공산당 무용론을 통해서 당에서 이탈한 옐친 두 사람의 공산당에 대한 시각차는 앞으로의 개혁추진 과정에서 대립관계로 번질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습니다.

아무튼 두 거두가 합의한 연립정부의 등장은 공산당 일당이 아닌 다당제의 시작을 의미하며 이는 곧 탈 공산정권으로 가는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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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련 연립정부구성 합의
    • 입력 1991-08-24 21:00:00
    뉴스 9

신은경 앵커 :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최고 권력을 공유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서 70여 년 동안 계속돼온 공산당 일당통치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의 주요 각료개편과 개혁조처에도 옐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소련 정국은 사실상 옐친의 주도 아래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송철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

옐친이 쿠데타에 찬성했던 각료들의 이름이 적힌 문서를 내게 줬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

왜 읽지 않았나?


러시아공화국 의원 :

소련 공수당은 범죄조직이므로 해체 되야 한다고 생각지 않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공산주의가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옐친 :

우리는 러시아공화국 내의 공산당 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송철호 기자 :

소련 전지역에 TV로 생방송된 이 회의광경은 고르바초프가 의원들의 야유와 옐친의 요구에 순응해야 하는 종이호랑이로 비춰져 소련 권력의 중심이 점차 옐친에게로 옮겨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분위기속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한편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에 유고가 발생할 경우 직무를 자동 승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옐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각료 인선내용도 발표해 내무장관에 바르니코프 전 러시아공화국 내무장관, 국방장관에 샤포슈니코프 공군 참모총장, KGB의장에 바카틴 전 내무장관을 각각 임명하고 쿠데타동안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베스메르티니흐 외무장관을 쿠비친스키로 교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쿠데타세력에 동조한 주요 관영매체의 폐쇄와 책임자 문책에도 동의함으로써 쿠데타 실패후 보수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다짐했습니다.

쿠데타를 좌절시켜 고르바초프를 구출한 옐친은 이처럼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련의 대대적인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그의 격상된 위상을 한껏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주의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고르바초프와 공산당 무용론을 통해서 당에서 이탈한 옐친 두 사람의 공산당에 대한 시각차는 앞으로의 개혁추진 과정에서 대립관계로 번질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습니다.

아무튼 두 거두가 합의한 연립정부의 등장은 공산당 일당이 아닌 다당제의 시작을 의미하며 이는 곧 탈 공산정권으로 가는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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