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잔악상

입력 1992.02.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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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지 비밀문서 발견된 동독 국가안전부 ; 와 밀케 정보부장관의 집무실 및 슈타지 구치소 내경 ; 10 년만에 유서 받고 통곡 하는 유가족 호네커



김 홍 앵커 :

독일에서는 요즘 과거 동독의 국가안전부가 보존해 오던 기밀문서 이른바 슈타지 문서가 공개돼 40여년 동안 감춰져왔던 동독정부의 살인과 고문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동독정부와 호네커는 사법살이, 즉 재판을 조작해서 무고한 사람을 사형시켜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베를린에서 이병순 특파원이 전합니다.


이병순 특파원 :

40년 동독정권이 무너지자 권력의 핵심인 정보부 건물도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동독의 최고기밀을 담은 비밀문서들도 새 정부로 넘어왔습니다.

40년 숨었던 진실들이 올해부터 공개되고 있습니다.

간첩 누명을 씌운 사형선고문에 이르기까지 동독 국가안전부 이른바 슈타지 문서가 공개되면서 생사를 몰랐던 남편의 흔적을 공동묘지에서 찾아내는 부인이 나오고 가루만 남은 유골을 모아 무덤을 만드는 가족도 있습니다.

소식 없던 아버지대신 10년 만에 유서를 전해 받고 통곡하는 딸도 있습니다.


마지막 소원을 적으라는 종이에 무엇을 빌어봐야 소용 있으랴. 자식조차 만나볼 수 없는데..


이병순 특파원 :

지금까지 슈타지 문서 공개로 확인된 희생자만도 47명. 숫자는 나날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페터 후속 (구 동독 슈타지 피해자) :

탈출기도 혐의로 2년간 투옥됐죠. 11달을 저기에서 고생했습니다.


문 : 요즘 건강은 어떻습니까?


답 : 열한 달 고문에 성할 수 있나요.


문 : 동독의 학정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 : 테러집단에 무법천지였죠.


이병순 특파원 :

과거 수도원이었던 이 건물은 동독의 국가안전부 슈타지의 구치소로 바뀌면서 지하층 구석마다 독실 감옥과 고문장소로 바뀌었습니다.

비록 출감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름이 바뀌고 거처마다 딴 곳으로 추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페터 후속 (구 동독 슈타지 피해자) :

여기서 5일 견디었죠. 창문도 없고 난방도 없고 바닥은 나무였습니다.

추워서 참을 수가 없었지요. 음식마저 형편없이 끔찍했습니다.


이병순 특파원 :

구멍만 나 있는 통풍구로 북위 50도의 한기가 몰려오고 그래서 벽에는 추워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수감자들의 낙서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슈타지가 허용했던 자유시간은 하루에 15분, 그것도 산소를 마시는 일이었습니다.

이곳은 수감자들이 바깥구경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수감자들은 하루에 한번 그것도 15분 정도만 바로 이 아랫방에서 바깥공기를 마시고 하늘구경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나마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나 원인 모르게 숨진 수감자가 통일이전까지 백명을 넘었습니다.

슈타지가 화장한 유해를 함께 처리한 탓에 유가족들이 무덤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비네 (유가족) :

재판기록 등을 뒤져도 슈타지가 남편 유해를 방치한 탓에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병순 특파원 :

물론 동독에도 복원이 있었지만 재판진행과 형량에 관한 각본을 정보부에서 만들어 검찰과 법원에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보부가 국민의 이름을 빌려 사법살인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솜 부르크 (변호사) :

국가원수나 정보부 지시 없이는 사형선고나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문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이병순 특파원 :

즉시 사형 집행할 것, 사면신청 기각함, 지난 76년부터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는 내외발표와는 달리 사형지시 서명이 있는 문서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옛 동독의 실력자였던 밀케 정보부 장관의 집무실입니다.

밀케장관은 바로 이곳에서 옛 동독의 수많은 정치범과 첩보원들의 사형 집행장에 서명을 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시는 곳이 기밀서류를 넣어 두었던 금고이고 그리고 제 왼쪽에 보시는 것이 밀케장관이 부하들을 호출했던 전화교환 시설입니다.

밀케는 지금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호네커는 모스크바에 피신했습니다.

두 달째 슈타지 문서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죄상이 드러나자 독일국민들의 사법처리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페터 후속 (구 동독 슈타지 피해자) :

호네커 등 구 동독의 통치자들은 독재와 비리의 주범들입니다.

무조건 독일법으로 처리해야죠.


이병순 특파원 :

그러나 호네커는 조국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독일법을 피해 있으면서도 연금은 독일 법정에서 받아주도록 소송해 놓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뉴스 이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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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잔악상
    • 입력 1992-02-09 21:00:00
    뉴스 9

슈타지 비밀문서 발견된 동독 국가안전부 ; 와 밀케 정보부장관의 집무실 및 슈타지 구치소 내경 ; 10 년만에 유서 받고 통곡 하는 유가족 호네커



김 홍 앵커 :

독일에서는 요즘 과거 동독의 국가안전부가 보존해 오던 기밀문서 이른바 슈타지 문서가 공개돼 40여년 동안 감춰져왔던 동독정부의 살인과 고문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동독정부와 호네커는 사법살이, 즉 재판을 조작해서 무고한 사람을 사형시켜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베를린에서 이병순 특파원이 전합니다.


이병순 특파원 :

40년 동독정권이 무너지자 권력의 핵심인 정보부 건물도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동독의 최고기밀을 담은 비밀문서들도 새 정부로 넘어왔습니다.

40년 숨었던 진실들이 올해부터 공개되고 있습니다.

간첩 누명을 씌운 사형선고문에 이르기까지 동독 국가안전부 이른바 슈타지 문서가 공개되면서 생사를 몰랐던 남편의 흔적을 공동묘지에서 찾아내는 부인이 나오고 가루만 남은 유골을 모아 무덤을 만드는 가족도 있습니다.

소식 없던 아버지대신 10년 만에 유서를 전해 받고 통곡하는 딸도 있습니다.


마지막 소원을 적으라는 종이에 무엇을 빌어봐야 소용 있으랴. 자식조차 만나볼 수 없는데..


이병순 특파원 :

지금까지 슈타지 문서 공개로 확인된 희생자만도 47명. 숫자는 나날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페터 후속 (구 동독 슈타지 피해자) :

탈출기도 혐의로 2년간 투옥됐죠. 11달을 저기에서 고생했습니다.


문 : 요즘 건강은 어떻습니까?


답 : 열한 달 고문에 성할 수 있나요.


문 : 동독의 학정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 : 테러집단에 무법천지였죠.


이병순 특파원 :

과거 수도원이었던 이 건물은 동독의 국가안전부 슈타지의 구치소로 바뀌면서 지하층 구석마다 독실 감옥과 고문장소로 바뀌었습니다.

비록 출감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름이 바뀌고 거처마다 딴 곳으로 추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페터 후속 (구 동독 슈타지 피해자) :

여기서 5일 견디었죠. 창문도 없고 난방도 없고 바닥은 나무였습니다.

추워서 참을 수가 없었지요. 음식마저 형편없이 끔찍했습니다.


이병순 특파원 :

구멍만 나 있는 통풍구로 북위 50도의 한기가 몰려오고 그래서 벽에는 추워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수감자들의 낙서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슈타지가 허용했던 자유시간은 하루에 15분, 그것도 산소를 마시는 일이었습니다.

이곳은 수감자들이 바깥구경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수감자들은 하루에 한번 그것도 15분 정도만 바로 이 아랫방에서 바깥공기를 마시고 하늘구경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나마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나 원인 모르게 숨진 수감자가 통일이전까지 백명을 넘었습니다.

슈타지가 화장한 유해를 함께 처리한 탓에 유가족들이 무덤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비네 (유가족) :

재판기록 등을 뒤져도 슈타지가 남편 유해를 방치한 탓에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병순 특파원 :

물론 동독에도 복원이 있었지만 재판진행과 형량에 관한 각본을 정보부에서 만들어 검찰과 법원에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보부가 국민의 이름을 빌려 사법살인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솜 부르크 (변호사) :

국가원수나 정보부 지시 없이는 사형선고나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문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이병순 특파원 :

즉시 사형 집행할 것, 사면신청 기각함, 지난 76년부터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는 내외발표와는 달리 사형지시 서명이 있는 문서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옛 동독의 실력자였던 밀케 정보부 장관의 집무실입니다.

밀케장관은 바로 이곳에서 옛 동독의 수많은 정치범과 첩보원들의 사형 집행장에 서명을 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시는 곳이 기밀서류를 넣어 두었던 금고이고 그리고 제 왼쪽에 보시는 것이 밀케장관이 부하들을 호출했던 전화교환 시설입니다.

밀케는 지금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호네커는 모스크바에 피신했습니다.

두 달째 슈타지 문서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죄상이 드러나자 독일국민들의 사법처리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페터 후속 (구 동독 슈타지 피해자) :

호네커 등 구 동독의 통치자들은 독재와 비리의 주범들입니다.

무조건 독일법으로 처리해야죠.


이병순 특파원 :

그러나 호네커는 조국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독일법을 피해 있으면서도 연금은 독일 법정에서 받아주도록 소송해 놓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뉴스 이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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