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호주 엘리자베스2세 여왕 방문 계기 신경전

입력 1992.02.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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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방문 시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 등을감싸며 각료소개하는 키딩 호주수상 의 의회연설모습과 비난하는 영국 신문 들


신은경 앵커 :

역사적으로 밀접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온 영국과 호주가 최근 전례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호주의 키팅 총리가 이번 주 초에 호주를 방문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영국 측의 비난으로부터 시작된 이 불편한 관계는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적인 앙금을 바탕으로 해서 과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호주 내에서 거세지면서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김종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종진 기자 :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지난 24일 호주를 방문했을 때 17개 영연방 국가들의 수반으로서 간직했던 고고한 권위를 도전받았습니다.

모든 의전절차는 다름없이 깍듯했지만 여왕에게 각료들을 소개하면서 여왕의 등을 감싸 안은 키팅 호주총리의 대우는 공개석상에 선 여왕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즉각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는 여왕의 사진을 싣고 키팅 총리는 여왕뿐 아니라 영국국민 전체를 모독했다면서 비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심지어 호주는 본래 영국의 죄수들이 보내진 곳이었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라는 조소섞인 논평이 나오는 등 영국이 역사적으로 호주의 상전국가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키팅 총리는 영국이 2차 대전 중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호주방어를 포기했고 EC통합과정에서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등 호주를 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영국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키팅 (호주총리) :

영국이 우리를 버렸는데 아직도 기사자작이나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종진 기자 :

의정문제에서 비롯된 이 같은 양국 간의 논란은 세대가 지날수록 동족의식이 희박해지고 입헌군주제보다는 공화주의를 선호하게 된 호주국민들의 인식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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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호주 엘리자베스2세 여왕 방문 계기 신경전
    • 입력 1992-02-29 21:00:00
    뉴스 9

호주 방문 시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 등을감싸며 각료소개하는 키딩 호주수상 의 의회연설모습과 비난하는 영국 신문 들


신은경 앵커 :

역사적으로 밀접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온 영국과 호주가 최근 전례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호주의 키팅 총리가 이번 주 초에 호주를 방문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영국 측의 비난으로부터 시작된 이 불편한 관계는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적인 앙금을 바탕으로 해서 과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호주 내에서 거세지면서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김종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종진 기자 :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지난 24일 호주를 방문했을 때 17개 영연방 국가들의 수반으로서 간직했던 고고한 권위를 도전받았습니다.

모든 의전절차는 다름없이 깍듯했지만 여왕에게 각료들을 소개하면서 여왕의 등을 감싸 안은 키팅 호주총리의 대우는 공개석상에 선 여왕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즉각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는 여왕의 사진을 싣고 키팅 총리는 여왕뿐 아니라 영국국민 전체를 모독했다면서 비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심지어 호주는 본래 영국의 죄수들이 보내진 곳이었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라는 조소섞인 논평이 나오는 등 영국이 역사적으로 호주의 상전국가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키팅 총리는 영국이 2차 대전 중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호주방어를 포기했고 EC통합과정에서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등 호주를 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영국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키팅 (호주총리) :

영국이 우리를 버렸는데 아직도 기사자작이나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종진 기자 :

의정문제에서 비롯된 이 같은 양국 간의 논란은 세대가 지날수록 동족의식이 희박해지고 입헌군주제보다는 공화주의를 선호하게 된 호주국민들의 인식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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