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 사망 후 베일속 34시간

김광일 앵커 :

김일성의 사망 후 발표까지는 34시간의 공백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망 사실을 안 사람은, 북한 핵심세력 극소수일 뿐이고 북한 내부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곳에서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북한 안팎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베일속의 34시간을 임홍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중앙 TV (어제정오) :

김일성 동지께서 1994년 7월 8일 2시에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임홍순 기자 :

북한 방송의 사망발표가 있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서방의 정보망조차 김일성 주석의 사망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극소수 권력핵심부는, 김일성의 사망직후 병리해부 검사를 마치고, 권력승계 작업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8일 오전, 늦어도 오후까지 권력승계 작업을 마쳤다는 관측은, 8일 오후 6시 평양방송이 갑자기 ‘당신만 있으면 우리는 이긴다.’는 내용의 김정일 노래를 방송한 사실에서 일부 시사되고 있습니다. 북한방송들은, 김일성 사망을 발표한 뒤에도 이 노래를 방송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베일에 가려진 34시간동안, 기존의 대외업무는 예정대로 진행했습니다. 김일성 사망 8시간 뒤인 8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경호실무자 접촉은 정상회담의 경호문제만을 논의한 뒤 끝났습니다. 8일 오후 4시 반, 제네바에서 열린 미. 북한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도 별다른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8일 밤 9시, 북한의 평양방송은, 김일성이 모로코 국왕에게 생일축전을 보냈다는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권력 핵심부가 김일성의 사망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같은 날 오후, 북한의 강성산 총리가 조청련 대표단을 접견하는 등, 각종 행사가 열려, 북한 내부적으로도 김일성의 사망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런 암시도 없던 북한방송은, 9일 오전 10시 특별방송을 예고했고, 정오에 김일성의 사망소식을 발표했습니다.

KBS 뉴스, 임홍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