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재계 당혹.초조.혼란

김종진 앵커 :

검찰의 수사망이 재계로 압축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물론 재계 전체가 벌집 쑤셔놓은 듯한 상황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한보 등 직접 연루된 기업들은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가 하면 그밖에 입에 오르내리는 기업들도 검찰의 수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김종명 기자의 취재입니다.

김종명 기자 :

총수가 1차 소환된 한보그룹은 일요일인 오늘도 하루 종일 비상 근무했습니다.

사태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회장이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서 수서 사건 때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대우그룹은 비자금의 실명전환에 회장이 아닌 자금담당임원이 관여했다는 주장을 내비치면서 한편으론 해외출장중인 회장이 이번 주에 돌아와 검찰에 출두할 것에 대비한 자료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임 회장과 이미 관계를 끊은 한양그룹은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는 와중에서 또다시 불거지는 과거의 치부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노 씨의 비자금을 은닉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동방유량은 노 씨의 부동산으로 검찰수사가 확대되고 계열사의 빌딩에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조금씩 밝혀지면서 크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다음 차례는 과연 누구인가? 기업인과 노 씨의 면담을 주선한 이현우 전 경호 실장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이현우 리스트를 파악하느라 재계는 총력전을 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경쟁회사의 비자금 연루설을 고의로 퍼뜨리기도 하고 몇몇 기업이 사법 처리된다는 그럴듯한 명단까지 나도는 등 극심한 혼란도 빚어집니다. 때로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기도 하지만 소문 그 자체만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종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