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살해혐의 치과의사 직접증거 없다 무죄판결

⊙김종진 앵커 :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판결은 명백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증거주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법의학자들의 부검 결과를 대체로 수용하던 기존의 판결 관행을 뒤집은 것입니다. 또 수사기관이 뚜렷한 물증없이 정황증거만으로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됩니다.

강석훈 기자입니다.

⊙강석훈 기자 :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범죄 비디오를 모방해 완전범죄를 노렸다는 검찰측의 주장과 증거없는 추정으로 피의자를 구속했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선고는 명백한 증거없이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증거주의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모녀가 숨진 시각이었습니다. 사건 당일 이도행 피고인이 아침 7시에 출근한 사실이 확인된 상태에서 두 모녀가 숨진 시각이 7시 이전인지 여부가 유무죄를 결정짓는 잣대였습니다.

검찰이 가장 자신있게 제출한 증거는 두 모녀가 오전 7시 이전에 숨진 것으로 결론내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재판의 유죄 인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원칙을 내세워 부검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유죄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며 증거주의를 다시한번 강조했습니다.

⊙김영술 (변호사) :

의심이 가는 증거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범행을 확신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강석훈 기자 :

서울고등법원이 이번 판결은 검찰과 경찰의 뚜렷한 물증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석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