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 유명 백화점, 묵은쌀 고급미로 속여 판매

⊙류근찬 앵커 :

잔재주를 부리다가는 종국에 자기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스스로의 신용을 까먹고 있는 요즘의 백화점 상술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납니다. 백화점에서 특히 쌀을 사먹기가 겁납니다. 3, 4년 묵은 쌀을 고급미로 둔갑시켜서 파는 것이 바로 요즘의 유명 백화점들이라고 합니다.

이현진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이현진 기자 :

서울시내 한 백화점이 지하창고입니다. 웬일인지 전국 유명산지의 쌀들이 무더기로 반품되고 있습니다. 쌀 속에는 애벌레와 나방이 우글거립니다.

⊙백화점 직원 :

진짜 많이 나온다. 애벌레 나방이... 여주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이현진 기자 :

이렇게 반품된 쌀은 어디로 가는가? 차량이 도착한 곳은 95년도 유명쌀만 생산해 판다는 한 쌀 가공회사였습니다.

⊙공장장 :

정부가 95년도만 공매해 95년도 것만 가공했다.

⊙이현진 기자 :

이 회사로 들어오는 쌀을 기록하는 입고대장입니다. 공장장의 말과는 달리 2, 3년씩 묵은 쌀들도 이렇게 대량으로 반입되고 있습니다. 공장 소각장에는 묵은 쌀들을 담았던 쌀포대가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93년도와 94년도에 생산된 묵은쌀 들입니다. 이 쌀들이 이 공장에서 포장지만 바뀐 채 95년도산으로 둔갑합니다. 포장지를 바꿔치는 작업은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쌀 가공탱크 입구에는 산지가 각기 다른 쌀 포장지가 이렇게 쌓여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 :

반품된 것이든 뭐든 다 한 탱크에 들어가 짬뽕이 된다.

⊙이현진 기자 :

그러니까 2, 3년 묵은 정읍과 논산 등지의 쌀이 한 탱크안에 섞인 뒤 포장지만 바뀐 채 95년도산 경기미와 여주미로 감쪽같이 둔갑한 것입니다. 한쪽에는 원산지 변조에 쓰인 도장들도 수북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둔갑된 쌀들이 주로 유명백화점을 통해 대량으로 팔려나갔다는 사실입니다.

⊙회사 관계자 :

유명백화점인 롯데, 신세계에 팔았다.

⊙이현진 기자 :

결국 소비자들은 사정도 모르고 백화점만 믿었다가 묵은쌀만 사먹고 있었던 셈입니다.

KBS 뉴스, 이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