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수해 농가

입력 1998.09.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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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수해농가


⊙ 김종진 앵커 :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마는 수해 지역의 농민들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 수해 상처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둬 들일 농작물도 없고 복구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추석이 오히려 버거울 따름입니다.

취재에 이동환 기자입니다.


⊙ 이동환 기자 :

10여년 동안 쌀농사만 전념해온 이영범 씨는 수확을 앞두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지난달 입은 수해로 올해 농사를 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원줄기에는 낟알이 한톨도 달려있지 않으며 새로나온 줄기에도 고작해야 20여톨 정도가 달려 있습니다. 이나마도 때가 늦어 수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 이영범 (고양시 농민) :

심정이야 말할 수 없고, 이거 지금 갈아엎어야 되는데 갈아엎는 것도 걱정이에요, 이것을 베 가지고 갈아엎어야 되는데.


⊙ 이동환 기자 :

근처에 있는 선인장 재배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동안 정성들여 키워 온 선인장을 물난리로 모두 버리고 새로 심은 것마저 뿌리까지 썩고 있는 것입니다.


⊙ 주인 :

어디가서 품 팔 수도 없는 일이고 죽으나 사나 이것을 해야 되니까.


⊙ 이동환 기자 :

폐허처럼 변한 장미 화훼단지에도 장미 대신 썩은 넝쿨만 남아 있습니다. 온실은 간데없고 비닐하우스를 떠받치던 철근만이 잔뜩 쌓여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재해복구비도 아직까지 지급되지 않아 복구에도 손을 쓰지 못합니다.


⊙ 이유태 (장미 농가주인) :

조상을 찾아뵙기는 해야 되는데 뭐 갈 차비도 없을 지경입니다. 추석이 오니까 더 서러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이동환 기자 :

명절을 앞둔 농민들의 가슴은 이래저래 더욱 우울할 뿐입니다.

KBS 뉴스, 이동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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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한 수해 농가
    • 입력 1998-09-28 21:00:00
    뉴스 9

@우울한 수해농가


⊙ 김종진 앵커 :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마는 수해 지역의 농민들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 수해 상처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둬 들일 농작물도 없고 복구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추석이 오히려 버거울 따름입니다.

취재에 이동환 기자입니다.


⊙ 이동환 기자 :

10여년 동안 쌀농사만 전념해온 이영범 씨는 수확을 앞두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지난달 입은 수해로 올해 농사를 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원줄기에는 낟알이 한톨도 달려있지 않으며 새로나온 줄기에도 고작해야 20여톨 정도가 달려 있습니다. 이나마도 때가 늦어 수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 이영범 (고양시 농민) :

심정이야 말할 수 없고, 이거 지금 갈아엎어야 되는데 갈아엎는 것도 걱정이에요, 이것을 베 가지고 갈아엎어야 되는데.


⊙ 이동환 기자 :

근처에 있는 선인장 재배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동안 정성들여 키워 온 선인장을 물난리로 모두 버리고 새로 심은 것마저 뿌리까지 썩고 있는 것입니다.


⊙ 주인 :

어디가서 품 팔 수도 없는 일이고 죽으나 사나 이것을 해야 되니까.


⊙ 이동환 기자 :

폐허처럼 변한 장미 화훼단지에도 장미 대신 썩은 넝쿨만 남아 있습니다. 온실은 간데없고 비닐하우스를 떠받치던 철근만이 잔뜩 쌓여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재해복구비도 아직까지 지급되지 않아 복구에도 손을 쓰지 못합니다.


⊙ 이유태 (장미 농가주인) :

조상을 찾아뵙기는 해야 되는데 뭐 갈 차비도 없을 지경입니다. 추석이 오니까 더 서러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이동환 기자 :

명절을 앞둔 농민들의 가슴은 이래저래 더욱 우울할 뿐입니다.

KBS 뉴스, 이동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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